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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찬
그림/삽화
버러럭
작품등록일 :
2017.06.26 10:05
최근연재일 :
2017.09.19 06:48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65,297
추천수 :
1,100
글자수 :
317,408

작성
17.08.15 09:20
조회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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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8쪽

로버트-장악 (2)

DUMMY

마탑은 난리가 났다. 마탑주 가민 소피아는 시신조차 남기지 못하고 죽었고, 부탑주이자 탑주의 제자인 아델은 마탑에 스승의 부고만을 전한 채 짐을 챙겨 마탑을 떠났다. 또 다른 부탑주는 몇 개월 전에 행방불명됐다. 최고위 마법사 세 명이 모두 부재라는 미증유의 사태에 마탑의 구성원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당황해했다.


그때 탑주와 부탑주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위치에 있었던 욜코가 나타났다. 한 젊은 마법사와 함께. 욜코가 마탑주를 배반했다는 소식을 들었던 다른 고위 마법사들은 욜코가 마탑의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득달같이 나타나 자신들의 당황을 분노로 승화시켰다.


“욜코! 이 빌어먹을 배신자 놈!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네놈을 산 채로 녹여 해골만 남게 해주겠다!!”


“아니, 차라리 살아있는 채로 금장 동상으로 만들어 먹지도 싸지도 못하게 만드는 게···.”


분노의 말들을 퍼붓는 불과 얼마 전까지 동료였던 이들을 돌아보며 욜코가 말했다.


“모두 진정하게. 새로운 탑주를 추천하겠네.”


모인 마법사들은 얼이 빠져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세상에. 탑주를 배반한 자가 탑주가 죽은 후 나타나 새로운 탑주를 추천하다니···. 이 양심도 없는 행태에 모두가 침묵할 때 욜코가 말했다.


“마탑의 존재 목적은 무엇인가?”


“?”


“무슨 궤변을 펴려고!?”


의문을 표하거나 반박하려는 옛 동료들의 말을 손을 들어 막으며 욜코가 계속 말했다.


“대마법사 베일과 미첨께서 마탑을 세웠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마법이 사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네. 그래서 우리 마탑은 새로이 탄생할 9써클 마법사를 기다리며 대대로 9써클 스크롤을 보관해왔으며, 가장 강한 마법사를 탑주의 자리에 앉혀 스크롤을 끊이지 않게 생산하게끔 했지.”


“···탑주의 자리를 암소처럼 취급할 셈이냐, 욜코?”


모인 이중 가장 나이가 많은 여성 마법사 카드라가 말했다.


“하지만 당신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오, 카드라. 그것이 마탑과 탑주의 가장 중요한 존재 목적임을.”


카드라는 침묵으로 긍정했다. 그녀의 침묵을 확인한 욜코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


“8써클이었던 가민과 7써클 마법사인 아델이 마탑을 떠났소. 여기 모인 우리 모두는 6써클에 머물러 있지. 우리 중 누군가가 마탑주에 오를 수도 있겠지만, 그래 봤자 마탑이라는 단체만 유지할 수 있을 뿐, 비어있는 7써클과 8써클 스크롤을 생산할 수 없소. 당연히 우리 후대에는 그 누구도 8써클이나 9써클 마법사가 될 수 없겠지. 그렇게 마법은 쇠퇴할 것이오.”


마법사가 더 높은 써클에 오르려면 더 어렵고 복잡한 상위마법을 익히고 사용하며 마력을 키워야 한다. 하지만 스크롤이 없다면 새로운 마법을 창조해내지 않는 한 더 어렵고 복잡한 마법을 익힐 수 없다. 그 자리에 모인 그 누구도 욜코의 말을 부정하지 못했다. 적의가 옅어져 갔다.


“마탑의 제1 목표를 저버릴 생각이 아니라면, 내가 추천하고 보증하는 이 젊은이를 검증해주시오.”


욜코의 말이 끝나자 함께 온 청년 마법사, 로버트가 움직였다. 그는 아까부터 함께 있었지만, 분위기에 눌려 쥐죽은 듯 목을 움츠리고 있던 도일에게 다가갔다. 눈치 빠른 도일이 수정구를 앞으로 내밀었다. 로버트가 도일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수정구에 손을 얹었다. 곧 수정구에서 환한 빛이 솟았고, 빛의 색을 확인한 고위마법사 누군가가 신음하듯 말을 내뱉었다.


“7써클···.”


안색이 하얗게 변한 카드라가 로버트를 보고 물었다.


“누구..십니까?”


로버트가 대답했다.


“로버트라고 합니다. 마법사 카드라.”


가민에게 들었던 이름이었다. 흑막이 키웠지만, 흑막을 배신한 6써클 마법사. 아델에게도 그의 이름을 들었다. 가민을 죽인 악마. 그녀는 마탑주와 부탑주 사이에서만 구전되어온 전설을 몰랐기에, 아델이 말한 악마의 의미를 스승을 죽인 이에게 아델이 붙인 상징적인 호칭으로 이해했다. 카드라는 침묵에 빠졌다. 누군가가 말했다.


“왜..왜 우리가 어디서 굴러먹었는지도 모르는 이를 탑주로 섬겨야 하는 거냐? 우리에게는 아직 마법사 아델이 있다!”


잠자코 있던 욜코가 대답했다.


“어째서 그녀를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군. 마법사 로버트도 7써클이다. 게다가 마법사 아델과 동갑이지.”


“근본도 모르고 전임 마탑주를 죽인 자다! 아델이라는 대안이 있다면 그를 마탑주로 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임 마탑주의 복수를 하는 게 옳다!”


“마탑주와 마탑주가 되려는 자 사이의 싸움에 다른 마법사는 개입하지 못한다는 원칙을 무시하는 소리군.”


욜코가 최선을 다해 로버트를 대변했지만, 좌중의 의견은 다시 아델을 마탑주로 세우는 것이 낫다는 쪽으로 기울어갔다. 가만히 듣던 로버트가 방의 한가운데로 가서 오른손을 들었다. 곧 그의 팔에서 붉은색 구름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방바닥의 모래들이 녹으며 투명하게 변해갔다. 그를 둘러쌌던 사람들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소각구름.”


카드라가 신음하듯 말했다. 가민 소피아를 제외하면 마탑에서 가장 오래 살아온 그녀는 가민이 사용했던 소각구름을 여러 번 봤다. 로버트의 소각구름은 가민의 소각구름 못지않게 붉었고, 뜨거웠다. ‘7써클 마법사가 어찌···.’라고 중얼거리던 그녀가 잠깐의 침묵 후 좌중에게 말했다.


“마법사 로버트가 마탑주가 되는 것에 찬성하오. 마탑주는 살아있는 마법사 중 가장 높은 경지의 마법사가 맡는 것이 당연하고, 마법사 로버트가 마법사 아델보다 강하다고 확신하기 때문이오.”


침묵이 마탑의 1층을 감쌌다. 곧 한 사람이 손을 들어 카드라의 말에 동의했다. 그러자 삼 분의 이 이상이 거기에 동참했다. 마탑주가 된 로버트는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



마탑주의 자리가 공백이었던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로버트가 처리해야 할 일은 많았다. 아니, 공백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동안 백년마탑주를 상대로는 건의조차 할 수 없었던 많은 일이 로버트에게 한꺼번에 쏟아졌다. 마탑주가 된 지 얼마나 흘렀을까. 로버트는 그 시간조차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바빴다. 그맘때쯤 다니엘 피트가 그를 찾아왔다.


“마탑주로서의 생활이 그다지 좋게 보이지는 않는군.”


대답 없이 웃으며 로버트는 그를 맞이했다.


“제도와 주변 위성도시들에 상주한 조직원들은 얼추 다 포섭했다.”


다니엘은 로버트에게 욜코를 붙어주었다. 욜코는 살아남은 조직의 마법사 중 가장 높은 6써클 마법사이자, 마탑 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정통 마법사였다. 원래 그는 로버트를 제거하는 작전에 참여해야 했으나, 전대 마탑주 가민 소피아가 두려워 그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명령위반이었지만, 명령권자가 사망한 지금은 그것을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성심성의껏 로버트를 도왔고, 로버트는 마탑주가 되었다. 지금도 그는 마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로버트를 대신해 마탑을 운영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었다.


로버트가 마탑을 장악하는 동안 다니엘은 제도와 주변 도시들에 남아있는 조직을 다시 규합했다. 동시에 과거 수장이었던 볼드윈 가문만을 따르겠다는 조직원들을 솎아냈다. 절반 가까운 조직원들이 잘려져 나갔다. 마탑과의 전쟁 때보다 더 많은 피가 흘렀다. 하지만 덕분에 제도 주변의 조직은 오로지 로버트만의 것이 되었다. 물론 아무도 자신들의 새로운 수장이 누구인지는 몰랐지만.


“마무리로 자네가 직접 만나봐야 할 사람들이 있네.”


다니엘의 말에 로버트가 물었다.


“고위 조직원들입니까?”


“음. 볼드윈 공작 시절 소위 12인회라고 불리던 이들이 있지. 지금은 6명 남았네. 그들은 굳이 찾아가 만날 필요는 없어.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세 사람이 있지. 이들은 자네가 찾아가야 하네.”


눈빛으로 묻는 로버트에게 다니엘이 답했다.


“제우스 기사단장 주디 데이지, 재상 카타르 공작, 그리고 황제 폐하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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