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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찬
그림/삽화
버러럭
작품등록일 :
2017.06.26 10:05
최근연재일 :
2017.09.19 06:48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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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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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7,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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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1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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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로버트-장악 (1)

DUMMY

피사의 편지가 도착했다. 죽었다고 여겼던 그가 살아있었다. 처음 그 소식을 들은 성녀는 뛸 듯이 기뻤지만, 보는 눈이 있어 우아한 표정에 약간의 웃음기만 더하며 대답했다.


“기쁜 소식을 전해주시려고 먼 길을 달려오셨네요. 고생하셨어요. 쉴 방을 마련해 드릴 테니 충분히 쉬시고 출발하세요.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하리라.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성녀시여.”


오라클에서 온 사절은 지극한 공경심으로 등을 보이지 않은 채 뒷걸음질 쳐 문밖으로 나갔고, 그가 나갈 때까지 성녀의 얼굴 근육은 들썩거렸다. 드디어 그가 나가고 문이 닫히자, 베로니카가 소리 없이 환호하며 폴짝 뛰어올랐다.


“꺅! 그가 살아있대요! 추기경님!!”


옆에서 그 장면을 보던 두 사람 중 나이가 더 많은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성녀님. 그간 마음고생 심하셨지요?”


마테오 추기경 옆에 서 있던 우람한 덩치의 남자가 말했다.


“우리 베로니카 마음고생 시킨 그놈 얼굴을 어서 빨리 보고 싶군.”


“···죽일 생각은 아니시죠?”


마테오 추기경의 물음에 남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추기경은 곤혹스럽게 웃었고 성녀는 혼자 춤추고 노래 부르다 두 사람을 바라보고 말했다.


“이럴 때가 아니에요. 어서 오라클 왕국으로 가봐요, 우리.”


피사는 무사하다. 제국 내 배후세력, 소위 흑막에게 가족을 잃고 크게 상처 입었지만, 친구의 도움으로 흑막의 추격을 뿌리치고 무사히 오라클 왕국에 도착했다고 한다. 한시라도 빨리 성국에 가고 싶지만, 제국과 적대하는 오라클 왕국에서 중책을 맡아 현재 툴리 왕국 방면을 제외하고는 오라클 왕국을 벗어날 수 없는 상황. 오라클 왕국에서 성국으로 향하는 길 사이의 모든 나라가 친제국적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녀는 자신이 피사를 찾아가기로 했다. 우람한 중년 남성이 그런 성녀를 말렸다.


“안 된다. 베로니카. 네가 오라클 왕국에 방문하면 제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베로니카가 새침하게 눈을 뜨고 남자를 노려보았다.


“흥! 삼촌은 자기가 오라클 왕국으로 가는 게 꺼려져서 그러는 거죠? 걱정 마세요. 삼촌은 두고 갈 거예요.”


단숨에 약점을 찔러오는 베로니카의 말에 남자, 성기사단장 율리안 크롬웰은 침음성을 흘리며 아무 대꾸도 못했다. 마테오 추기경이 그런 율리안을 도와주려고 나섰다.


“허허. 하지만 단장의 말이 맞아요. 성녀. 제국은 성녀의 오라클 행을 가지고 어떻게든 트집을 잡아 자기들 유리하게 이용할 겁니다.”


베로니카가 바로 대답했다.


“그럼 아예 제국부터 방문하죠. 뭐.”


“네?”


“제국부터 방문하고, 대륙을 순회하다 마지막으로 오라클에 가면 제국이 트집 잡을 게 없잖아요. 이참에 순례 여행이나 떠나죠. 뭐.”


’처..천젠데?’라고 생각하며 마테오 추기경은 머리를 굴렸지만, 성녀를 막을 방법은 없었다. 그렇게 성녀 베로니카의 제국행이 결정되었다.



***



아직 꺼지지 않은 불길을 뒤로하고 로버트는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저택 안에는 아직도 꽤 많은 기사와 공작가 사병들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로버트 앞을 막지 못했다. 로버트는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저택을 통과해 정문 쪽 정원의 비닐하우스로 향했다.


정문 바깥쪽에서는 아직도 전투가 한창이었다. 로버트는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갔다. 시끄러운 전투 소리가 멍멍하게 들렸다. 비닐하우스는 그만큼 방음이 잘됐다. 그래서일까? 로버트는 들어서자마자 사각거리는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곳에는 밀짚모자를 쓴, 늙은 정원사라고 해도 믿을만한 차림의 노인이 장미꽃을 꺾고 있었다. 노인이 등을 보인 채 쭈그려 앉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꽃을 좋아하는가?”


“······.”


로버트는 굳이 답하지 않았고 노인도 굳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난 말이야. 장미를 무척 좋아해. 아름다운 모양새를 간직한 채 형형색색 다양한 빛깔을 내는 장미가 너무 좋아서, 평생 이 장미를 닮고자 살아왔네. 어떤 역할로 어떤 삶을 살든지 간에 아름다움을 잃지 않기로 말이야.”


“······.”


“돌이켜보면 내 삶의 절정은 데민가를 축출했던 그때였던 것 같구먼. 그땐 누구도 우리 가문이 데민가를 무찌를지 몰랐거든. 모두가 문사에 불과한 내가 전통의 검의 명가 데민가에 의해 꺾일 거라고 예상했지. 그런데 말이야. 나는 그저 아름다움을 지켰을 뿐인데 저절로 데민가가 굴러떨어지더군.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말이야.”


“······.”


“아름다움을 유지한다는 건 그런 거야.”


노인이 몸을 일으켜 로버트를 바라봤다. 로버트는 노인의 눈에서 어떤 불안함도 느낄 수 없었다.


“로버트라고 했지? 게라한의 얼굴을 봐서 아름다움을 유지한 채 죽여주게나.”


로버트에게 조직은 한마디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조직 덕분에 스승을 만났고 마법사로서 성장했다. 조직 때문에 스승을 잃었고, 자신도 죽을 뻔 했다. 양극단의 갈등 속에서 로버트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대답을 찾았다. 그가 노인에게 말했다.


“당신이 장미꽃 사이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있을 때, 스승님과 나는 매일매일 피를 뒤집어쓰며 살고 있었다.”


말을 마치자마자 로버트는 오른손을 뻗었다. 곧 노인의 주위로 꺼지지 않는 불꽃이 타올랐다.


“크아아아아악!”


공작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장미꽃들은 불꽃의 양식이 되었고, 노인은 고통 가운데 몸부림쳤다. 땅바닥을 구르는 그는 단 한 점의 아름다움도 유지하지 못한 채 재가 되어 세상에서 사라졌다.


지나친 소각구름 사용으로 진탕된 가슴을 진정시키고 비닐하우스 밖으로 나온 로버트는 다시 저택으로 들어가 가장 깊은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한 귀부인이 침대에 누워있었다. 안색이 창백한 그녀는 몹시도 쇠약해 보였다. 로버트는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곧 그녀의 이마에 손을 올리고 캐스팅했다.


“텔레포트(Teleport).”


곧 로버트와 귀부인이 빛이 되어 사라졌다.



***



저택의 뒤뜰에서 시작된 불은 곧 저택마저 집어삼켰다. 이틀 내내 꺼지지 않던 불은 볼드윈 저택과 그 담장 내의 모든 것을 태우고 나서야 그 생을 다했다. 동시에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작은 집에서 다니엘 피트가 눈을 떴다.


“······.”


그는 말없이 방문을 열고 나갔다. 아무도 없는 마루를 지나 자신이 나온 방과 마주 보고 있는 방문 앞에 서서 잠깐 망설였다. 그리곤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들어오십시오.”


로버트의 목소리. 다니엘은 떨리는 손을 간신히 제어하며 문의 손잡이를 돌렸다. 그곳에는 목소리의 주인공과···, 그녀가 있었다. 다니엘이 울음에 가까운 소리를 내뱉었다.


“레베카···.”


급히 다가선 것과는 달리 침대 곁에서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손을 떨어대며 안절부절못하는 오러마스터를 보며 로버트가 말했다.


“무척 쇠약합니다. 마법에 의한 저주는 아니더군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성직자분을 모셨습니다만, 성녀가 아닌 이상 무리라고 하더군요.”


다니엘은 레베카를 내려다보며 로버트의 말을 들었다. 근 오 년 만에 보는 얼굴, 많이 늙었구나.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살포시 쓸어내리며 그가 중얼거렸다.


한참을 그러고 있던 다니엘이 몸을 돌려 로버트를 바라보았다. 그가 말했다.


“약속을 지켜 주었구나.”


다니엘은 정신을 잃기 전 캐사릭 볼드윈이 어디 있는지와 저택 안에 있는 그녀를 구해달라고 로버트에게 말했었다. 로버트가 그를 바라보다 대답했다.


“···당신에겐 일말의 고마움이 있었으니까요. 스승님을 만나게 해주신 것만큼은 감사하고 있습니다. 저렇게 아픈 사람이 당신이라는 사람을 움직이는 인질이었습니까?”


다니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레베카 볼드윈. 볼드윈 공작이 저택 밖에서 낳은 딸이다. 하지만 공작은 레베카를 자신의 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 저택에 들이지 않고 살면서 필요한 아무 지원도 해주지 않았다.”


우연히 만난 사이. 하지만 다니엘과 레베카는 급속히 친해졌다. 두 사람 모두 서자의 아픔을 공유했기에.


“그래도 내가 사정이 나았지. 난 저택에서 먹고 자기라도 했으니···. 그녀는 찢어지게 가난했다. 그녀의 어머니도 배신당한 기대감에 몸이 몹시 쇠약해져 일을 할 수 없었지. 그녀 집에 먹을 것을 대주기 위해 가문을 내 발로 나와 데민 공작가로 들어갔다. 거기서 얻은 재화로 그녀 가족을 도왔지. 그런데 사람이란 참 묘하더라. 측은지심에서 시작했던 도움이 곧 애정으로 변했으니···.”


검에 대한 놀라운 재능과 데민공작가의 지원으로 다니엘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십 대에 숙련된 오러유저가 되자 가문 내에서 데민 가문의 방계 쪽 딸과 결혼하라는 이야기가 나왔으며, 오러마스터가 되자 공작이 자신의 딸과 결혼시키겠노라고 선포했다.


“···레베카는 많이 불안해했다네. 그녀도 나를 사랑하게 됐는데, 뒤늦게나마 찾아온 알콩달콩한 삶을 기대할 찰나 공작가에서 내 혼담 얘기가 나왔으니···. 그녀는 실망했고 자기가 먼저 나를 버리려고 했다. 나에겐 레베카밖에 없는데 말이야. 사랑할 땐 오직 사랑밖에 보이지 않던 십 대 시절답게, 그녀의 마음을 안심시키고 붙잡는 게 나에겐 세상 그 무엇보다 중요했지.”


그럴 때 즈음 들어온 볼드윈 공작가의 제안. 레베카는 사실 공작가의 후손이고, 공작의 명령 하나를 수행해준다면 그녀를 정식으로 가문에 들이고 아버지로서 혼인을 허락해준다는 제안. 사랑에 눈 먼 그는 은혜와 우정을 저버렸다.


“···하지만 공작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군요?”


잠자코 듣고 있던 로버트가 물었다. 다니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를 가문에 들였지만 가장 깊숙한 방에 가두고 방으로 향하는 길을 마법적으로 막았지. 내가 미쳐 발광하기 직전에야 짧게나마 그녀를 만나게 해줬네. 레베카는 불안함과 외로움 때문에 쇠약해지기 시작했고. 잔병치레를 시작했지. 그런 레베카를 가지고 공작은 나를 협박했지. 처음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이어주겠다고, 나중에는 아픈 것을 고쳐주겠다고, 마지막엔 얼굴만큼은 보게 해주겠다며 말이야.”


“당신은 오러마스터입니다. 그녀를 데리고 도망칠 수 있었을 텐데요?”


로버트의 물음에 다니엘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나 혼자라면 모르겠지만, 병약한 그녀를 무사히 데리고 나갈 자신이 없었다. 혹 저택을 탈출하더라도 조직이 움직일 수 있는 오러마스터가 더 있기도 하고···.”


잠깐의 침묵 후에 로버트가 대답했다.


“공작이 추구하던 아름다움은, 오직 그만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이었나 보군요. 그의 삶의 어느 부분이 아름다웠던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니엘이 웃으며 대답했다.


“평생 가도 모를 것 같지? 아니다. 나이가 들어 세상에 익숙해지면 공작이 말하는 가학적인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자연스레 알게 될 거다.”


“···그렇게 살지 않을 겁니다.”


소리 없이 웃으며 다니엘이 말했다.


“그나저나 정말로 나를 온전히 믿은 것이냐? 아무런 함정도 찾지 못하겠구나.”


“연약한 부인을 인질로 삼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래 봤자···”


잠깐 고민하던 로버트가 이어서 말했다.


“···그리 오래 이용하지도 못할 것 같고요.”


다니엘이 레베카를 내려다보며 아련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혹 당신이 나를 죽이려 들어도, 도망쳤다가 철저히 준비한 후 다시 공격하면 될 일입니다. 저는 마법사니까요.”


이번 전투를 준비하며 로버트는 마나로프가 자신에게 준 힘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또 여섯 개의 소각구름을 저장해가며 그는 한 차원 높은 마나의 움직임을 깨달았다. 7써클 마법사가 된 것이다. 7써클 마법 중엔 궁극의 도주 마법 ’텔레포트’가 있다. 이제 로버트는 오러마스터도 두렵지 않았다.


작가의말

주말주일 잘 보내셨나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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