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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찬
그림/삽화
버러럭
작품등록일 :
2017.06.26 10:05
최근연재일 :
2017.09.19 06:48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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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301
추천수 :
1,100
글자수 :
317,408

작성
17.09.06 09:02
조회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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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7쪽

로버트-혼란 (4)

DUMMY

다니엘 추기경이 침음성을 흘리며 베로니카를 돌아보았다.


“···성녀.”


심각한 표정을 한 베로니카는 추기경의 부름에 답할 수 없었다. 지난 일천 년 동안 성국이 찾아 헤맸던 멸망의 장본인, 일명 데빌 리치. 고대어로 ‘악마’를 뜻하는 단어 데빌과 ‘죽지 않는 마법사’를 뜻하는 리치가 결합해 탄생한 말. 이 존재는 자신을 지칭하는 단어 그대로 먼 옛날 세계를 멸망시켰고, 아직까지 살아있는 악마다. 성국은 이 단어 하나에 의지하며 악마를 찾아 나섰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악마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나마 성국이 탄생하기도 전에 일어났던 ‘대실종 사건’을 통해 이 악마가 사람들의 상상이 만들어낸 산물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뿐이다.


성국이 대대로 마법사를 배척했던 이유는 바로 ‘리치’라는 단어에 ‘마법사’라는 뜻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신이 최초의 성녀에게 고대문명이 멸망한 이유를 설명할 때, 그 주체를 ‘데빌리치’라고 표현했다고 전해진다. 최초의 성녀는 그 이유로 최초의 마법사 베일과 미첨에 주목했고 그들과 반목했다. 그리고 그녀의 후손들 역시 동시대를 살아가는 마법사들을 주목해왔다.


그랬기에 마법사 아델의 고발은 여느 악마에 대한 고발보다 더 신빙성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베일과 미첨 이래 오직 마탑의 지도자에게만 전해 내려온 전설을 이야기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옛날이야기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에 베로니카와 다니엘이 침음성을 흘린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왜 하필 지금. 베로니카가 입술을 깨물며 속으로 생각했다. 보고 싶었던 이의 소식을 접했다. 당장 움직일 수 없는 그를 보기 위해 순례 여행을 시작했다.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제국에 가장 먼저 들렸다. 바로 그곳에서 일천 년 숙원인 소식을 들었다.


‘난··· 아직 죽을 준비가 안 되었는데···.’


처음 성녀가 되었을 때부터 불과 얼마 전까지, 그녀는 순교에 대한 아쉬움이나 두려움이 없었다. 자기만 희생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역대 모든 성녀가 순교를 각오하며 살아갔고, 그중 상당수가 이적을 발현하고 순교하였다. 그렇기에 베로니카는 외롭지 않았다. 그렇기에 베로니카는 두렵지 않았다. 피사와 만나고 그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릴 때도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잃었다고 생각한 피사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 처음 접한 이 순교의 가능성에 그녀는 생에 대한 아쉬움을 느꼈다. 처음으로 겪는 정체성의 혼란에 베로니카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추기경님. 성국으로 돌아가셔서 성황께 말을 전해주세요. 제국에서 데빌리치의 흔적을 발견했다고요. 대상은 현재의 마탑주 로버트 밀러. 피핀경, 추기경님을 호위해주세요.”


피핀이 단호한 얼굴로 베로니카에게 말했다.


“저는 성녀님과 같이 가겠습니다.”


“나도 이대로 돌아갈 수 없소. 성녀여.”


피핀과 다니엘 추기경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베로니카가 대답했다.


“비록 마법사 아델의 고발이기에 그 신빙성이 남다르지만, 로버트 밀러가 데빌 리치일 가능성보다 아닐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만약 그가 데빌 리치가 아니라면, 저는 그와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 그가 데빌 리치라면, 우리 셋이 덤벼도 이길 가능성이 없습니다. 결국, 전력을 나눠야 합니다. 성국에 소식을 전할 전력과 그가 정말 데빌 리치인지 확인할 전력. 데빌 리치인지 여부를 가장 확실하게 확인하는 방법은 제가 가서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싸워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다간···!”


베로니카가 피핀의 말을 끊으며 이어 말했다.


“잘못되어도 저 하나 잘못되는 거에요, 피핀경. 제가 순교하면 곧바로 새로운 성녀가 탄생합니다. 성국의 입장에서 봤을 때 데빌 리치를 상대할 전력의 누수가 전혀 없지요. 제가 가서 확인하고 싸워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다니엘 추기경이 말을 잇지 못하는 피핀을 대신하여 말했다.


“아쉬움은 없겠소, 성녀여? 성녀께서는 지금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잖소?”


잔잔한 얼굴로 물어오는 추기경의 말에, 베로니카의 표정이 서글프게 변했다가 다시 돌아왔다.


“저는 성녀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상대는 데빌 리치로 추정되는 사람이고요. 성녀로서 저는 이 기회를 놓칠 수가 없어요.”


고민하던 그녀는 인간 베로니카보다 성녀로서의 책무를 선택했다.



***



“마법사 아델이 성녀와 접촉했습니다.”


“성녀의 순례단이 둘로 갈라졌습니다. 성녀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고 있습니다. 방향을 보건데, 성국으로 귀국하려는 움직임 같습니다. 이상한 것은 돌아가는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성녀만이 따로 떨어져 제도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녀 곁에는 마법사 아델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순례 중이었던 성녀에 관한 소식이 제국 정보부를 통해 연이어 들어왔다. 웬만한 정보는 그에게까지 오지 않는다. 꽤 중요한 정보도 욜코나 도일 선에서 그친다. 하지만 이 정보들은 로버트에게까지 올라왔다. 그만큼 예측하지 못했던 움직임이었다.


“성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분명 마법사 아델의 말이 원인이었던 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한 것일까요?”


욜코는 도저히 모르겠다는 투로 말했다. 반면 로버트는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호오. 성국이라는 놈들이 정말로 너를 악마로 본다는 말이구나. 뭘까? 무엇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게 된 걸까?]


마나로프는 매일매일 대우림으로 보낸 이들의 소식을 물어왔다. 지리상 소식이 잘 전달되지 않는 곳이라고 몇 번이나 설명했으나, 그는 듣지 않았다. 소식을 알 수 없다는 불만에 로버트를 괴롭혀댔다. 그와 이야기할 때마다 로버트는 머리가 아팠다. 이상하고 잔인한 이야기를 할 때도 그랬지만, 이런 당연하고 평범한 대화를 나눌 때조차. 그의 목소리에 대답하는 대신 관자놀이를 눌러대며, 로버트가 도일에게 지시했다.


“성국으로 향하는 이들의 발걸음을 막을 수 있습니까? 물론, 비공식적으로요.”


도일이 고민 끝에 말했다.


“추기경 한 명과 성기사 한 명이 속해 있습니다. 여차하면 오러마스터 수준의 전력을 낼 수 있는 이들입니다. 대우림으로 파견한 수준의 오러유저와 마법사들이 필요합니다.”


“지금 소집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주세요. 다른 임무보다 그것이 우선입니다.”


“네, 백작님.”


도일이 대답했다.


“그리고, 욜코님은 성녀를 상대할 싸움터를 만들어 주십시오. 그녀와 싸울 수밖에 없어질 때를 대비해서, 조금이라도 우리가 승리할 확률을 높아지는 그런 싸움터를요.”


“예, 백작님.”


두 사람이 대답을 마치고 방을 나갔다. 로버트는 관자놀이를 쉴새 없이 눌러대며 몸을 의자에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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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피사-출발 (6) +2 17.08.12 453 6 11쪽
57 피사-출발 (5) +1 17.08.11 432 8 10쪽
56 피사-출발 (4) +3 17.08.10 446 8 8쪽
55 피사-출발 (3) 17.08.09 507 8 11쪽
54 피사-출발 (2) +2 17.08.08 502 1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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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로버트-복수 (3) +4 17.08.05 563 12 12쪽
51 로버트-복수 (2) +2 17.08.04 517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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