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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러럭의 서재입니다.

휴대폰으로 세계정복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형찬
그림/삽화
버러럭
작품등록일 :
2017.06.26 10:05
최근연재일 :
2017.09.19 06:48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65,333
추천수 :
1,100
글자수 :
317,408

작성
17.08.23 09:00
조회
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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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피사-확보 (6)

DUMMY

5써클 마법사가 되고 처음으로 솔라는 어떤 마법을 메모라이즈 해야 할지 고민했다. 사실 5써클쯤 되면 메모라이즈 문제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 15개나 되기 때문이다. 그녀가 평소 메모라이즈할 때 했던 유일한 고민은 ‘오늘은 어떤 5써클 마법을 메모라이즈해볼까?’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할 수 없었다.


적은 마검사다. 마법과 오러를 함께 사용한다. 마법을 방어하는 마법을 사용하면 오러로, 오러를 막을 수 있는 마법을 사용하면 마법을 사용해 공격해온다. 캐스팅도 없이 마법을 쓰기에 전조도 없다. 솔라는 초조한 마음에 손톱을 깨물며 집으로 돌아가는 대로 이 주제로 논문을 준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결국, 그녀는 모든 메모라이즈를 방어마법으로 도배했다. 그리곤 지속시간이 긴 ‘스톤스킨’을 뒤집어쓴 채, 주변에서 조금이라도 이상한 소리가 나면 마법을 방어하는 마법을 시전했다. 혼자만 살려 드는 그녀의 행태에 다니엘 피트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겁이 많은 그녀의 성정을 알기에 내버려 두었다.


땅을 덮었던 물이 어느 정도 빠진 후, 다니엘은 코덱을 앞세워 다시 추적에 들어갔다. 비가 모든 흔적을 제로로 만들었기에 코덱은 일생에서 가장 어려운 추적을 하는 중이었다. 일행의 발걸음은 느렸고, 안 그래도 지쳐있던 이들은 더딘 진행과 돌진하듯 날아드는 벌레에 집중력이 흐트러져갔다. 그때 일행의 왼쪽에서 엄청나게 긴 뱀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샤샤삭-


일행의 앞에까지 몰래 다가온 뱀은 몸을 곧추세우고 거대한 입을 벌려 바로 앞에 있는 조직원을 물었다. 하지만 조직원은 물리기 직전 오러로 둘러싸인 검을 휘둘러 뱀의 입을 베었다.


케엑-


크게 고함지르며 도망치려는 뱀 앞에 다니엘이 나타났다. 그는 검에서 뻗어 나온 녹색의 오러를 휘둘러 웬만한 성인 허리의 3배쯤 되는 뱀의 몸통을 단칼에 잘라냈다. 휴-. 눌려있던 분노 일부분을 해소해서인지 잠깐 기분이 좋아졌다. 그 순간 투명화로 몸을 숨겼던 피사가 마법사 솔라의 뒤에 나타나 연속으로 두 개의 검기를 쏘았다.


앞뒤로 날아가는 검기. 먼저 날아가는 검기에는 3써클 마법 ‘마법해제(Dispel Magic)’을 담았고, 뒤따르는 검기에는 침투력을 담았다. 첫 번째 검기가 솔라의 등을 쳤고, 솔라의 두터운 스톤스킨이 검기로부터 주인을 보호했다. 하지만 그 한방으로 솔라가 입고 있던 모든 방어마법이 해제되었다.


“헉!”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는 솔라의 배에 마치 창에 뚫린 듯한 구멍이 났다. 두 번째 검기가 그녀의 배를 친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당한 것인지도 이해하지 못한 채, 그녀는 쓰러졌다.


“이놈!”


“잡아!!”


그녀 주변에 서 있던 요원들이 피사를 포위했다. 다니엘 피트가 포위된 피사에게 날듯이 다가왔다.


“드디어 잡았구나!!”


다니엘의 검에서 뻗어 나온 녹색 오러가 포위된 피사에게 내리 꽂히기 직전 미리가 마법을 시전했다.


[포스의 벽.]


“흥! 한번 통하지 두 번 통할쏘냐!!”


다니엘이 다시 한번 오러를 뽑아 피사를 내려치려고 했지만, 어느새 피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니엘은 당황하지 않고 방금까지 피사가 서 있던 곳을 내려쳤다.


[차원의 문!]


꽝-


피사가 서 있던 곳이 1미터가량 움푹 파였다. 미리의 강화된 ‘차원의 문’을 통해 바로 뒤 수풀로 들어간 피사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파괴력만 따지면 라붐님보다 훨씬 위야.]


[네. 한 번이라도 제대로 맞으면 끝장이겠어요. 저런 걸 방어해낼 마법은 저도 불가능해요.]


다니엘이 자신이 만든 구덩이를 보며 요원들에게 명령했다.


“시체가 보이지 않는다. 아직 살아있다는 이야기···. 모두 주의를 기울여라.”


요원 모두가 한껏 긴장한 채 주변을 살피며 다니엘 주위로 모여들었다. 피사는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하며 무리로부터 멀어졌다. 다니엘이 요원들 몰래 혀를 찼다.


‘마법사가 없으니··· 탐지할 수가 없구나. 좋지 않아.’



***



다니엘의 생각대로였다. 피사는 그대로 도주했다. 추적이 다시 시작됐다. 방금까지 일생에서 가장 어려운 추적을 하느라 고생했던 코덱은 다시 드러난 피사의 흔적에 기뻐하며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피사를 쫓기 시작했다. 하지만 피사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가장 뒤에 있던 요원의 뒤였다.


푹-


“커..커컥!”


모습을 감춘 채 더 오라클에서 배운 암습으로 맨 뒤의 요원을 단칼에 처치한 피사는 그대로 모습을 감췄다. 코덱의 바로 뒤에 있던 다니엘은 심장을 뚫린 자기 부하의 시신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다니엘은 이번에도 자기가 사태를 너무 쉽게 생각했음을 깨달았다. 모습을 숨긴 마검사가 유격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 후로 매일, 요원이 죽어 나갔다. 마검사는 심리전의 달인이었다. 처음 며칠은 매일 한 명씩만 죽이고 사라졌다. 그러다 어떤 날에는 두 명을 죽였다. 은연중에 마검사의 일정에 익숙해진 조직원들은 당황했다. 후미를 지키던 요원이 죽은 다음 날에는 중간에서 걷다 신발 끈이 풀어져 잠깐 멈춘 요원이 죽었다. 요원들은 마음대로 걸음을 멈출 수조차 없게 되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러 다니엘을 빼고 단 다섯 명만이 살아남았다.


“이런 식의 싸움에 몹시 익숙한 놈입니다. 어째서 이런 자가 여태까지 알려지지 않았는지···.’


퀭한 눈을 한 코덱이 다니엘에게 말했다. 고개를 끄덕이던 다니엘이 결국 결정을 내렸다.


“···포기한다. 오라클 왕국 국경을 통해 캥신턴 왕국까지 후퇴했다가 다시 들어온다.”


“네, 마스터.”


살아남은 요원들이 힘없이 대답했다.



***



[드디어 후퇴하기로 결정했어요. 방향을 오라클 왕국 쪽으로 틀었네요.]


휴 하고 피사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미리의 도움 덕에 싸움을 쉽게 풀어나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러마스터 바로 옆에 있는 부하를 암살하는 것은 엄청나게 힘든 일이었다. 캐스팅도 필요 없고 마법 간 시차도 존재하지 않는 피사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으리라.


[그럼···, 이제 마무리할 때네. 시간은 대충 맞췄나?]


미리가 대답했다.


[네, 완벽해요.]


처음 싸움을 시작할 때 미리는 피사에게 더 오라클에서 보낸 지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버티는 것이 이번 싸움의 최소한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미리는 더 오라클이 저 정도 규모의 제국군이 국경을 통과한 것을 파악하지 못할 리 없다고 예측했다. 미리의 예측대로, 국경 쪽에서 한 무리의 인원이 포착되었다. 정찰기로 확인해보니 오러마스터 라붐이 부하들을 이끌고 우림 안에 들어와 있었다.


입장이 바뀌었다. 쫓기던 피사가 요원들을 쫓기 시작했다. 하루 정도 추적해 그들의 꼬리를 잡은 피사는 그들을 앞질러 좀 더 나아갔다. 곧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였다. 맨 앞에는 라붐이 서 있었다. 모습을 드러낸 피사가 라붐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라붐님!”


“피사!!”


라붐이 뛰쳐나와 피사의 손을 맞잡았다.


“고생했네. 몰골이 말이 아니군? 그런데 다들 어디 가고 자네만···. 혹시?”


“아뇨! 아니에요.”


피사는 그간 있었던 일을 간략히 설명했다. 중간에 끼어들지 않고 피사의 말을 모두 들은 라붐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럼 이 앞에는 몹시 지쳐있는 정체불명의 오러마스터가 있는 거로군.”


“네. 직접 싸우실 생각이세요?”


라붐이 상기된 표정으로 대답하려다 잠깐 눈을 감고 말했다.


“···내 호승심을 우선할 수는 없지. 확실하게 합세. 오러마스터는 자네와 내가 합공, 나머지 제국군 4명은 너희들이 2대 1로 맞아 처리해라.”


“네!”


피사는 다시 모습을 감추고 제국군을 찾았다. 그들은 더 이상은 지칠 수도 없는 모습으로 걷고 있었다. 미리가 자신이 쓸 수 있는 가장 강한 저주마법을 퍼부었다.


[‘저주 부여(Bestow Curse)’ & ‘고통의 상징(Symbol of Pain)’ & ‘슬로우(Slow)’]


몸을 느리게 하고 능력을 감퇴시키며 고통을 부여하는 세 가지 마법이 날아갔다. 날아오는 마법을 눈치챈 다니엘이 오러를 길게 뽑아 세 개의 마법을 동시에 베어버렸다. 마법은 본래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채 사라졌다. 미리가 체하는 소리를 냈다. 다니엘과 제국의 요원들이 피사를 노려보며 달려들었다.


“죽을 자리를 찾아왔더냐?!?”


분노가 깃든 외침을 뿌리며 피사를 향해 달려들던 다니엘의 측면에서 라붐이 튀어나와 단검을 휘둘렀다. 반투명한 오러 다발이 채찍처럼 휘며 다니엘의 몸을 감았다. 깜짝 놀란 다니엘이 검을 휘둘러 반투명한 오러를 막았다.


꽝!


만나는 즉시 두 오러가 큰 폭발을 일으키며 상쇄됐다. 공중에 뜬 채 폭발을 맞이해 몸이 튕겨 나가던 다니엘에게 미리의 마법이 명중했다.


[‘저주부여’.]


“큭!”


몸에서 힘이 빠지고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평소였다면 그를 둘러싼 두터운 오러에 막혀 4써클 마법 쯤은 자동으로 튕겨 나갔을 테지만, 몹시 지친 데다, 또 자신과 동등한 수준의 오러마스터의 검을 막느라 오러를 소비하여 그 빈틈으로 저주의 효과가 들어왔다. 생전 처음 겪는 약해짐에 당황하는 다니엘에게 라붐의 검이 날아왔다.


두세 차례 검격을 막아낸 다니엘이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방향과 속도로 날아오는 단검을 막기 위해 체내의 모든 오러를 쥐어짜 오러를 터뜨렸다. 덕분에 라붐의 단검은 튕겨냈지만, 시차를 두고 투명화된 채 날아온 피사의 검기는 오러의 방벽 없이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었다.


서걱-


피사의 검기가 다니엘의 오른팔을 잘랐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검기를 눈치채고 검기를 절반쯤 피해낸 다니엘에게 피사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팔을 잃은 채 비틀거리던 다니엘의 가슴에 라붐의 단검이 박혔다.


푸욱-


단검을 심장에 꽃은 채 다니엘이 물었다.


“···더 오라클의 라붐인가?”


“그렇다네. 다니엘 피트.”


다니엘이 너털웃음을 흘렸다. 데민가의 후손이 오라클 왕국으로 망명했다는 소식을 들고 자신의 존재가 오라클 왕국에 노출되었음을 알았다. 평생 어둠 속에 자신을 숨겨온 것이 다 부질없는 것이 되었지만,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 대적에게 자신의 이름을 듣는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흐려지는 다니엘의 머릿속에 한 소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밝은 백금발을 찰랑거리는 어린 소녀는 곧 숙녀가 되고 점점 나이가 들다가 마침내 지금의 모습으로 변했다.


“레베카···.”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평생을 사랑했던 여인의 이름을 부르며 다니엘은 눈을 감았다.


작가의말

확보 편이 끝났습니다. 내일부터는 다시 로버트의 이야기로. 매번 말씀드리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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