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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으로 세계정복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형찬
그림/삽화
버러럭
작품등록일 :
2017.06.26 10:05
최근연재일 :
2017.09.19 06:48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65,304
추천수 :
1,100
글자수 :
317,408

작성
17.08.24 08:53
조회
346
추천
4
글자
8쪽

로버트-혼란 (1)

DUMMY

평생을 살아남기 위해 발악해온 로버트에게는 역설적이게도, 그를 죽이려 했던 모든 사람이 죽음을 맞이했다. 집사장, 보윈과 이세벨, 볼드윈 공작과 가민 소피아···. 생애 처음으로 여유라는 것을 되찾은 로버트가 자신의 길지 않은 삶은 반추하며 그 사실을 깨달았다.


’아니, 두세 명 살아있긴 하구나.’


동굴에서 스승을 죽인 오러유저, 가민 소피아와 함께 자신을 죽이려 했던 다니엘 피트, 그리고 조직에 들어온 초기에 자신을 고문했던 자. 오러유저의 정체는 아직 모르고, 다니엘은 로버트의 편이 되었다.


“빚은 갚아야지.”


로버트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를 찾기는 쉬웠다. 그는 여전히 조직에 속해있었고, 007이라는, 숫자로 된 특이한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다. 로버트 앞에 불려온 그는 몹시 두려워하며 연신 몸을 떨면서도 눈빛만큼은 일말의 기대감으로 번쩍였다. 여전히 부산스러웠고, 여전히 말이 많았다.


“후..후배. 아니, 아니지. 대장님? 가.각하?”


[뭐니? 저 덜떨어진 거지새끼는?]


복수를 하겠다는 로버트의 말에 신나하던 마나로프가 불결한 짐승을 보는 듯이 역정을 냈다. 로버트가 007에게 과거의 원한 때문에 불렀다는 말을 하기 직전, 로버트 오른손에 박혀있는 구체가 빚을 냈고 갑자기 007이 타올랐다.


“끄..끄아악!”


갑자기 벌어진 사태에 로버트는 놀라 아무 행동도 할 수 없었다. 그때 자신의 오른손에 일었던 빛을 보았다. 로버트가 놀라 마나로프에게 물었다.


“이..이것이 저절로 작동되었습니다.”


마나로프가 콧노래를 부르며 대답했다. 마치 자신을 귀찮게 하던 파리를 잡고 신나하는 어린아이 같았다.


[아, 그거? 내가 했단다. 히히히.]


“···이 마법을 당신의 의지로 사용하실 수 있다고요?”


[그래그래. 네가 위급한 상황에 정신이라도 잃으면 큰일이잖니. 그런 경우를 대비해 나도 네 팔에 심어진 마법을 비.상.시.에 발동할 수 있게 설계해뒀지.]


로버트가 화가 나 말했다.


“지금은 비상시가 아니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원한을 갚는 자리였어요!”


[아아. 테스트였어. 결정적인 순간에 작동하지 않으면 큰일이잖니. 그런데 너 지금 나한테 화를 내는 거니? 나한테? 니가?]


로버트가 이를 갈며 대답했다.


“제 안의 마나를 가지고 사용하는 제 힘입니다. 앞으로는 제 동의 없이 사용하지 마십시오.”


호오 하는 소리와 함께 손가락 튕기는 소리가 났다. 그러자 로버트의 머리가 깨어질 듯 아파져 왔다. 로버트는 머리를 부여잡고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에게 마나로프가 말했다.


[그새 잊었나 본데, 넌 내 사역자야. 내 종에 불과해. 좋게 표현하면 난 신, 넌 사도 정도? 종의 것은 모두 주인의 것이야. 그러니 난 너의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어.]


정신을 못 차리는 로버트에게 마나로프가 이어 말했다.


[이번 한 번만 봐줄게. 지금까지 잘해왔으니 말이야. 앞으로는 덤비지 마. 절대. 알았니? 이 잡것아!!]


로버트가 통증을 이기며 쥐어짜 내듯 간신히 말했다.


“이..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자살해버렸을 겁..니다.”


[바보 같기는. 그래서 네가 제국을 장악하길 기다린 거야. 밝은 인생을 꿈꿀 시기가 될 때까지.]


마나로프의 비웃음을 들으며 로버트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정신을 차리니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방이었다.


“정신을 차리셨어요?”


익숙한 목소리. 레베카가 그의 이마에 물수건을 얹고 있었다. 상황은 정리하기 위해 다시 눈을 감은 로버트는 곧 일어나 레베카에게 말했다.


“이제 괜찮습니다, 레베카님. 몸도 성치 않으신 분이 어찌 이런 일을···.”


레베카가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호호호. 로버트 님이야말로 저와 그이의 은인이시잖아요. 이럴 때 은혜를 갚지 언제 갚겠어요?”


맑은 그녀의 웃음소리에 마음속 어두움이 조금 옅어졌다. 로버트가 그녀가 제일 바라는 말을 했다.


“다니엘 님이 빨리 오셔야 할 텐데요.”


“그러게요. 어서 왔으면 좋겠네요.”


푸근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가 대답했다. 청소하고 나가겠다는 그녀를 말리지 못하고 먼저 방문을 나서는 로버트의 귓가에 마나로프의 말이 들려왔다.


[기억하렴.]


로버트가 이를 악물었다.



***



불러놓고 아무 말 없이 007을 불태운 뒤로 조직원들의 눈빛이 변했다. 오러마스터 다니엘 피트의 허수아비라는 소문도 쏙 들어갔다. 로버트가 허수아비가 아님을 애초부터 알고 있던 욜코와 도일과 라일은 로버트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커졌다.


[그것 봐라. 네 복수에 내 마음대로 끼어든 것이다만, 조직을 다스리는 데는 이게 더 효과적이지?]


귀신같이 웃으며 말하는 마나로프의 말을 무시하고 로버트는 도일의 말에 집중했다.


“어르신과 조직원들이 순차적으로 오라클 왕국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오라클 왕국 내부에 오래 머물면 머물수록 위험하기에, 오라클 왕국에 최대한 적게 머무르며 곧바로 툴리 왕국 쪽 국경을 넘어갈 예정입니다. 임무를 마치시고 오라클 왕국에서 나오시기 전에는 오라클 왕국에 가로막혀 아마 더는 소식을 전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피사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일 옆에 서 있던 욜코가 연이어 보고했다.


“제국 정보부가 마법사 아델의 행방을 파악했습니다.”


“···그녀는 어디 있습니까?”


“과감하게도 중앙대로를 통해 성국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옆에서 듣던 도일이 말했다.


“음···. 현명한 판단입니다. 웬만해서는 정보부의 눈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왕 들킬 거, 차라리 가장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길로 움직이는 게 낫습니다.”


불과 얼마 전에 제국 정보부를 농락했던 한 청년을 떠올리며 도일이 말했다.


“예, 말씀대로입니다. 다만, 어제 그녀가 중앙대로를 벗어나 남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목적지를 변경한 것입니까?”


로버트의 질문에 욜코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중앙대로는 여러 곳으로 연결되기에, 중앙대로에 있는 동안에는 그녀의 목적지를 짐작하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성녀 베로니카가 순례 여행 목적으로 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마법사 아델의 행로를 길게 이으면 순례 여행 중인 성녀의 행로와 마주칩니다. 즉, 마법사 아델은 성녀를 만나기 위해 성국으로 향하고 있었다고 추정됩니다.”


로버트가 되물었다.


“아델이··· 성녀를?”


“네. 성국으로 향하던 이유도 성녀를 만나기 위한 것으로, 정보부에서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마법사가 왜 성녀를···.”


욜코에게 물었지만, 로버트는 곧바로 깨달았다. 마탑주가 된 후 들어갔던 마탑의 가장 높은 방. 9써클 마법 스크롤이 보관되어 있는, 오직 마탑주와 부탑주만이 들어갈 수 있는 그곳에서 본 선대의 전언.


‘마나마을에는 악마가 살고 있으니, 그곳에서 마법을 쓰지 말라. 그 순간 악마가 깨어나리라.’


다니엘을 통해 들었다. 볼드윈 공작이 가민 소피아와 아델에게 자신이 마나마을에서 나왔음을 말해줬다고. 부탑주였던 아델은 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바로 깨달았을 것이다. 마법사 아델··· 그녀는 악마 퇴치를 의뢰하기 위해 성녀에게 향하는 것이리라. 바로 로버트라는 이름의 악마를 처단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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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로버트-복수 (1) 17.08.03 596 1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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