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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찬
그림/삽화
버러럭
작품등록일 :
2017.06.26 10:05
최근연재일 :
2017.09.19 06:48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65,335
추천수 :
1,100
글자수 :
317,408

작성
17.08.25 12:30
조회
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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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9쪽

로버트-혼란 (2)

DUMMY

“아델이 성녀와 접촉하는 것을 막아주십시오.”


로버트의 명령을 들은 도일이 잠깐 고민한 후 말했다.


“대운하가 성녀 키리아의 손에 만들어진 후로, 제국 정부 차원에서는 성직자들의 순례 여행을 막을 수 없습니다. 결국, 마법사 아델을 막아야 해야 할 텐데, 오러마스터급 전력이 필요합니다.”


마법사 아델은 7써클 마법사다. 그 정도 마법사의 걸음을 확실하게 막기 위해서는 8써클 마법사, 또는 오러마스터 정도는 돼야 한다. 성녀는 더하다. 제국 정보부가 파악하고 있는 성녀에 대한 정보는 단 한 줄, 예측 불가능이다. 도일은 그래서 ’성녀를 막는다’라는 옵션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정리하면, 저희 단장님이나 백작님께서 나셔주셔야 합니다.”


얼마 전 로버트는 황제로부터 백작의 위를 받았다. 로이마이 백작. 삼백 년 전 대가 끊긴 제국의 명가 중 하나였다. 명망 높은 성과 작위를 계승한 로버트는 자신을 내쫓았던 가문과 같은 위치에 서게 된 것이 조금 낯설었다. 하지만 부하들은 자연스레 그를 로이마이 백작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름 부르기를 어려워했던 욜코나 도일이 특히 기뻐했다.


“···천상 제가 나서야겠군요.”


“네. 단장님은 어르신조차 무시하던 분이시니까요.”


도일이 쓴웃음 지으며 말했다. 로버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마법사 아델에게로 가겠습니다. 안내해 주십시오.”


“예. 백작님.”


욜코가 대답했다.


제국 정보부가 예측한 아델의 이동 경로에 따르면, 마법사 아델은 하루 뒤에 ‘뒤마’라는 도시에 들어선다. 말을 타고 가도 2주는 걸릴 거리, 로버트는 7써클 마법 ‘텔레포트’를 이용하기로 했다. 다만, ‘텔레포트’를 이용하려면 한 번이라도 그 장소에 가본 적이 있어야 하는데, 로버트는 그 도시에 가본 적이 없었다. 다행히 욜코가 그곳에 방문한 적이 있어, 로버트는 욜코를 대동하고 뒤마로 향했다. 7써클 마법사가 아니었던 욜코는 스크롤 3장을 소비하여 자신과 로버트를 ‘뒤마’로 이동시켰다.


이동 인원이 두 명에 한정된 마법인지라, 도일과 라일을 비롯한 다른 조직원들은 육로로 ‘뒤마’까지 오기로 했다. 로버트는 적어도 2주는 욜코만을 데리고 아델을 막아야 했다.


‘···그녀와 맞서고 싶지 않았는데.’


로버트는 아델이 좋았다. 첫 만남에서 경멸과 분노를 자신에게 퍼부었던 그녀였지만, 함께 싸웠던 일주일 동안 자신을 보는 눈빛이 바뀌었다. 적어도 자신을 동료로 생각해주는 것 같았다. 어머니와 스승 말고 자신을 그렇게 생각해주는 사람은 아델이 유일했다.


‘일단, 설득해보자.’


로버트는 욜코에게 의견을 물었다.


“먼저 그녀를 회유해보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욜코가 놀라 눈을 크게 뜨며 대답했다.


“···어렵, 아니 불가능할 겁니다. 마법사 아델에게 백년마탑주는··· 어머니와도 같았습니다. 그녀는 고아였으니···. 아마 그녀는 백작님을 어머니를 죽인 원수쯤으로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로버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잠깐 생각하던 그가 다시 물었다.


“제가 마탑주의 자리를 넘겨주는 조건으로도 어렵습니까?”


욜코가 고개를 저었다.


“제가 아는 그녀라면 그런 자리에 연연해 하지 않을 겁니다.”


침묵에 빠진 로버트를 보며 욜코가 물었다.


“그녀와··· 싸우고 싶지 않으신 겁니까?”


“가능하다면··· 그녀를 살려두고 싶습니다. 대단한 마법사이기도 하고···.”


말을 잇지 못하는 로버트를 보며 욜코가 말했다.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말씀하십시오.”


“그녀를 사랑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예? 그런 감정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와 비슷한 무언가겠지요. 지금 백작님께서 그녀를 살리시려는 이유는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백작님의 주관, 그녀를 향한 감정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그 감정은 언제고 사랑이라는 종착지를 찾아갈 겁니다. 남녀 간의 사랑이란 그런 것이니까···. 조직의 지도자가 되셨으니 백작님은 세상의 모든 것을 마음대로 주무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은 안됩니다. 그것은 백작님의 약점이 될 것이고, 조직을 찌르는 송곳이 될 겁니다.”


“······.”


“‘역대 조직의 주인 중 진정으로 사랑했던 이는 없었다.’ 볼드윈 공작에게 들었던 말입니다. 주제넘은 말이지만 제국과 조직을 위해 참고해 주십시오.”


로버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귀에서는 마나로프의 못마땅한 듯한 혀 차는 소리가 연신 들렸다.



***


아델이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사건은 가민 소피아를 만났던 일이다. 이상하게도 그 이전의 기억은 거의 없었다. 가민을 만났을 때 그녀는 지렁이를 구워 먹기 위해 지렁이 굴을 파내고 있었다. 막 땅속에 숨어있던 지렁이를 발견해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잡아들었을 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낚시라도 하려고 그러니?’


’···이 소중한 것을 왜 물고기한테 줘요? 제가 먹으려고요.’


’그거만 먹어서는 배가 차지 않을 텐데?’


’전 몸이 할머니처럼 크지 않아서 괜찮아요. 작거든요.’


화려한 붉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가민은 마녀처럼 웃었다.


’나와 함께 가자꾸나. 내가 더 맛있는 음식을 더 많이 먹여줄게.’


’···소문에, 먹을 거로 꾀어 데려가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그 아이를 잡아먹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어요. 제가 뭘 믿고 할머니를 따라가겠어요?’


가민이 크게 웃으며 왼손을 들어 올렸다. 곧 커다란 불덩이가 그녀의 손바닥 위에 맺혔고, 그녀는 아델 뒤에 있는 커다란 움막집에 그것을 던졌다. 지난 며칠간 아델이 머물렀던 움막은 흔적도 남지 않고 터져나갔다.


’이런 힘을 갖고 있는데, 굳이 사람이 없는 다른 곳을 찾을 필요가 있겠니? 내가 너에게 나쁜 생각을 품었다면 말이야.’


아델은 가민의 말을 들은 채 만 체 하며 입을 벌리고 놀라운 광경을 쳐다보았다. 들은 적 있다. 마법사. 평범하게 생겼는데 불을 내뿜고 번개를 쏘아댄다는 사람들. 아델이 가민에게 물었다.


’할머니는 마법사세요?’


’그래. 마법사 가민이라고 한단다.’


’···저도 마법사가 되고 싶어요. 제가 할머니를 따라가면 제게 마법을 가르쳐주실 수 있으세요?’


가민이 눈부시게 웃으며 그녀에게 대답했다.


’그럼! 넌 분명 엄청난 마법사가 될 거다.’


아델은 얼굴을 찌르는 햇살에 눈을 감싸며 몸을 일으켰다. 햇빛 때문인지 눈에서 나온 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가민···.”


그녀에게는 엄마와 다름없던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잠시 멍하니 있던 그녀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털었다. 계속된 노숙에도 그녀는 지저분해지지 않았고 여전히 아름다웠다.


’내일이나 모레쯤이면 만날 수 있을 거야.’


성녀를 만나면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로버트가 악마임을 증명하려면 탑주 레벨에서만 전해져온 전설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그것을 외부에 이야기해도 될까···. 그것도 전통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성국의 성녀에게? 고민은 짧았다. 아델은 가민의 원수를 갚을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상관없었다. 가민은 그녀에게 어머니와도 같았으니까. 가민이 다시 길을 나섰다.


이동 시에는 대로를 이용했다. 여차하면 ’텔레포트’로 도망쳐버리면 되니까. 마탑을 나서서 이렇게 제도로부터 멀리 떨어져 본 것은 처음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텔레포트 포인트들을 확실하게 잡을 수 있었다. 잠자는 상황만 아니면, 그녀는 설혹 오러마스터와 마주쳐도 두렵지 않았다.


그런 그녀 앞에 두 개의 사람 그림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서로를 향해 걷던 세 사람은 곧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머니의 원수와 배신자를 향해, 그녀는 크게 소리 지르며 수인을 맺었다. 원수 앞에서, 그녀는 빛이 되어 사라졌다.



***



“정보부의 소식을 기다려야겠습니다.”


“······.”


“무섭도록 냉정하고···, 현명합니다. 부모와도 같던 이의 원수 앞에서 저렇게 도망친다는 것이···. 역시 그녀는 위험합니다.”


“···그녀가 텔레포트로 성녀에게 더 가까이 가지는 않았을까요?”


“그렇진 않을 겁니다. 아시다시피 ’텔레포트’는 ‘텔레포트’를 사용하는 마법사가 특정한 장소로만 갈 수 있습니다. 장소를 특정하려면 반드시 그곳에 가봤어야 하고요. 만약 마법사 아델이 지금 성녀에게 더 가까이 갈 수 있었다면, 이 길을 걸어올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로버트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 전까지 아델이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지리한 싸움이 될 것이다. 그녀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싶지 않았던 로버트는 차라리 이런 지리한 싸움이 더 마음에 들었다.


작가의말

늦었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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