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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찬
그림/삽화
버러럭
작품등록일 :
2017.06.26 10:05
최근연재일 :
2017.09.19 06:48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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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294
추천수 :
1,100
글자수 :
317,408

작성
17.08.16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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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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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9쪽

로버트-장악 (3)

DUMMY

황궁으로 향하는 마차 안에서 로버트는 마나로프를 불렀다. 그와 대화하는 것이 싫은 로버트였지만, 대륙 최강의 나라의 황제를 처음 만나러 가는 것이라 보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마나로프는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조직을 무찌른 그 날 이후 마나로프는 거의 말을 걸지 않았다. ‘바쁜 일이 있나 보다.’하고 그동안 신경 쓰지 않았지만, 궁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가고 싶지 않은 곳이지만···, 한 번 다녀올 때가 되긴 했어.’


그가 준 해약이 거의 다 떨어져 간다. 또 언제 도달할지 모르니 8써클 마법도 받아와야 한다. 할 일을 점검하는 동안 로버트가 탄 마차가 황궁 안으로 들어섰다.



***



로버트의 생각과는 반대로 세 사람과의 만남은 그리 길지 않았다. 재상 카타르 공작은 조직의 새로운 수장인 로버트를 친근하게 대했다. 재상은 로버트를 마탑주로 호칭하며 현재 행정부 내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몇 가지를 쉽게 설명했다. 그리고 말미에 덧붙였다.


“조직이 처음 탄생했을 때에도, 여러 가지 일로 조직의 주인이 바뀌었을 때도 제국의 행정부는 그저 제국을 위해 일해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그것이 조직에 득이 되면 득이 됐지 해를 끼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자신을 낮추면서 말하는 재상에게 로버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제우스 기사단장과의 만남은 분위기가 좀 달랐다. 그녀는 자신의 집무실 소파에 앉아 로버트를 기다리고 있었다. 간소한 집무실 환경과, 지금도 숨을 몰아쉬며 땀을 흘리고 있는 그녀를 보며 로버트는 다니엘 피트로부터 들었던 그녀의 성정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연습벌레’


로버트가 들어서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서 간단히 눈인사했다.


“처음 뵙습니다. 조직의 새로운 주인. 아시겠지만, 제 이름은 주디 데이지입니다.”


고개를 숙이며 로버트가 말했다. 옆에 서 있던 다니엘이 눈을 찌푸렸다.


“로버트 밀러라고 합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마치 눈싸움이라도 하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데이지 후작이 말했다.


“이미 아시겠지만, 저는 제우스 기사단의 단장일 뿐, 조직 소속이 아닙니다. 혹,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실 겁니까?”


이 역시 이미 들었던 말. 로버트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조직의 이름으로 후작님을 괴롭히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후작님께서도 조직을 괴롭히지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대답하며 그녀는 손을 내밀었다. 만남을 마무리하자는 악수. 로버트는 악수하며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을 물었다.


“후작님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


“대답하실 수 없는 것이라면 대답해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녀의 침묵에 로버트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돌아섰다. 그와 다니엘이 문을 나설 때까지 그녀는 두 사람의 등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너무 저자세로 대했던 것 같다.”


“제가요?”


“그래. 목례에 고개 숙여 인사한 것이나, 너무 쉽게 그녀의 독립성을 인정해준 것이나.”


다니엘의 지적에 로버트가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그녀의 성정은 형식이나 기 싸움이 애초에 필요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불필요했을 겁니다.”


다니엘이 턱을 쓸며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와는 만나기는 했으나, 대화를 할 수 없었다. 황제가 아직 대화할 수 있는 나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대 황제에게는 대화가 가능한 나이의 아들이 하나 있었지만, 그 역시 황제와 함께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다. 결국, 둘째 아들이 황위를 이었는데, 그는 이제 세 살이었다. 황제를 대신해 로버트와 대화를 나눈 것은 황제의 어머니였다. 잠든 황제를 품에 안고 그녀는 고개 숙이고 눈을 마주치지도, 먼저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


로버트와 다니엘이 두 모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항모는 움찔하며 몸을 떨었다. 품에서 자고 있던 황제가 어미의 떨림에 약간의 잠투정을 부리다 다시 잠잠해졌다. 황제가 잠잠해지길 기다렸던 로버트가 엎드린 채로 말했다.


“지금까지처럼 폐하의 나라를 잘 다스리겠으니, 맡겨주십시오.”


“부..부탁드리오.”


미리 맞춰둔 대사를 읊은 후 로버트와 다니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리를 숙여 깊이 인사한 두 사람은 몸을 돌려 알현장의 문을 나섰다.



***



“고생했다. 마탑에 도착할 때 깨워줄 테니 한숨 자두거라.”


아닌 게 아니라 정말 피곤했다. 긴 만남은 아니었지만,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처음 만나는 로버트는 상당히 지쳐있었다. 눈을 감고 머리를 기댈 찰나 귀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리느냐?]


오랜만에 듣는 마나로프의 목소리는 여전히 끔찍했다. 앞에 있는 다니엘을 의식하며 로버트가 미리 정해둔 신호대로 눈을 두 번 깜빡였다. [그럼 듣기만 해라. 지금쯤이면 제국은 장악했겠지? 아직 장악하지 못했다면 그런 얼간이는 필요 없으니 죽여버리겠다.]


로버트는 다시 한번 눈을 깜빡였다. 마나로프가 웃으며 말했다.


[홍홍홍. 잘했다. 그럼 지금 당장 내가 말하는 곳으로 제국군을 파견해라. 몇 놈을 죽이고, 한 가지 물건을 확보해야 한다.]


“···혹시 지금 당장 제국군을 파견할 수 있습니까?”


로버트의 물음에 다니엘이 놀라 눈을 치켜떴다.


“파견이라니···. 어디로 말이냐?”


“···툴리왕국의 동쪽 지역입니다. 큰 숲으로 이루어진 곳이요.”


“···대우림을 말하는 것 같은데, 결론부터 말하면 대규모 출병은 불가능하다. 제국군은 얼마든지 네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지만, 그 규모가 커질수록 챙겨야 할 게 많아져서 준비 기간도 같이 길어진다. 그리고 그곳까지 군대를 보내려면 필연적으로 정복 전쟁이 수반될 거다. 아무리 친제국적 나라여도 제국군에게 길을 열어줄 리는 없으니···. 전승을 거둔다는 가정하에 1년은 잡아야 할 것이다.”


“······.”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느냐? 복수더냐?”


“아, 아닙니다. 확보할 물건이 있는데 그것을 가진 사람이 지금 그곳에 있군요.”


“중요한 물건이냐?”


로버트가 마나로프의 말을 듣고 대답했다.


“네.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물건입니다. 최대한 빠르게요.”


다니엘이 턱을 쓸며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럼 조직의 요원들을 보내는 것이 낫다. 그들은 내일이라도 당장 떠날 수 있고, 목표물의 위치가 정확하다면 그곳까지 가는 시간만 계산하면 될 거다. 그리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그들과 함께 다녀오마.”


로버트가 놀라 물었다.


“레베카님 곁에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저도 아직 다니엘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레베카와 함께 하는 요즘, 다니엘의 얼굴은 이전과 확연하게 달라졌다. 마치 자른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인상이 부드러워졌다. 그만큼 다니엘에게 지금 이 시간은 너무나 소중했다. 그런 다니엘이 웃으며 대답했다.


“나도 그녀도 평생을 기다려왔다. 잠깐 떨어져 지내는 정도야 기다릴 만 해. 그리고 반드시 해결하려면 나 정도는 움직여야지. 아니면 데이지 후작에게 부탁해볼 테냐?”


그녀는 절대 움직이지 않아라고 자답하며 다니엘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자네에 대한 지원이라면, 마탑은 욜코가 잘 지원해주고 있으니 다른 사람을 소개해주지. 내 오른팔 같은 녀석들이지.”


부드러운 미소를 그리며 다니엘이 말했다.



***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다니엘이 마탑을 찾았다. 두 사람이 그와 동행했다. 지켜보는 사람이 있어서인지 그는 로버트에게 절을 하며 존댓말로 말했다.


“전에 말씀드렸던 제 오른팔 같은 녀석들입니다. 도일과 라일이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우스 기사단 1팀장 도일입니다.”


“2팀장 라일이라고 합니다.”


말로만 듣던 조직의 수장을 처음으로 직접 만난 두 사람은 로버트와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자세를 유지했다. 다니엘이 덧붙여 두 사람을 소개했다.


“전략이나 전술 같은 머리 쓰는 일이라면 도일을, 무력이 필요한 일이라면 라일에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특히 라일은 제가 보기에 오러마스터를 목전에 둔 친구니, 많은 지원 부탁드립니다.”


일련의 일들로 팀장들을 대거 잃은 제우스 기사단이었기에, 다니엘은 조직을 수습하며 새로운 팀장들을 임명했다. 그의 인사에 가장 득을 본 이들이 바로 도일과 라일이었다. 평민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임명 초기에는 꽤 많은 하극상이 일어났는데, 도일과 라일은 머리와 힘으로 그 모든 불만을 잠재웠다.


“···잘 부탁한다.”


함부로 자신을 낮추지 말라는 다니엘의 당부를 받아들여 로버트가 어색하게 대답했다. 두 사람이 나가자 다니엘이 로버트에게 말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레베카님을 너무 기다리게는 하지 마시고···.”


다니엘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녀를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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