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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으로 세계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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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찬
그림/삽화
버러럭
작품등록일 :
2017.06.26 10:05
최근연재일 :
2017.09.19 06:48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65,331
추천수 :
1,100
글자수 :
317,408

작성
17.09.07 10:51
조회
244
추천
4
글자
9쪽

로버트-혼란 (5)

DUMMY

“마법사 아델께서 저를 따라오실 줄은 몰랐어요.”


베로니카가 아델에게 말했다. 아델은 베로니카를 힐끗 쳐다봤다가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리며 대답했다.


“그는 제 어머니의 원수니까요. 복수하고 싶어요.”


베로니카가 살포시 웃으며 말했다.


“저는 평소에 편지를 아주 많이 받는데요. 그 절반 정도가 ‘옆집에 악마가 살고있다’는 내용이에요. 어렸을 때는 그런 편지를 볼 때마다 생각했죠. 어쩌면 사람은, 가장 가까운 이를 악마로 오해하는 것은 아닐까. 혹은 가장 가까운 이에게 악마처럼 행동하는 것은 아닐까···. 십 대 때는 이 문제로 꽤 혼란스러웠어요.”


아델이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


“지금 제가 개인적인 감정과 목적으로 로버트를 악마로 지목했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 아니에요. 그렇게 들렸다면 사과드릴게요. 다만, 궁금했어요. 전대 마탑주께서 살아계셨을 때, 그러니까 마법사 아델께서 로버트 밀러와 반목하기 전에, 그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


아델은 대답하지 못했다. 사실, 애초에 문제의 발단은 가민이었다. 가민이 로버트를 죽이려고 했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몰라도, 로버트 입장에서는 자위권을 행사한 것에 불과하다. 바보가 아닌 한 그렇게 보는 것이 객관적이다. 바보이기는커녕 역사상 손꼽히는 천재 중 하나인 아델은 마탑을 나설 때부터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성녀와 만난 지금도 아델은 자기 속에서 벌어지는 객관과 주관의 싸움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이런 말을 성녀에게 할 수는 없었기에 아델은 말을 돌렸다.


“성녀님이야말로, 아까 추기경님이 말씀하신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구신가요?”


베로니카의 얼굴이 금세 어두워졌다. 그리고 그런 자신에게 놀랐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데빌 리치로 추정되는 자를 만나도 될까? 고민되었다.


“성녀가··· 대륙을 횡단하게 만든··· 남자 사람이에요.”


만나자마자 사귀자고 해야지. 여자가 먼저 고백하는 게 뭐 대순가. 그런데 다시 만날 수나 있을까. 갑자기 무거워지는 발걸음을 이기려 성녀는 대화를 멈추고 걷는 데 온 힘을 다했다.



***



“준비를 마쳤습니다.”


욜코가 와서 보고했다. 제도로 향하는 성녀의 이동속도를 고려했을 때, 하루쯤 남겨둔 시점이었다. 그만큼 욜코는 성녀와 싸울 장소를 온 힘을 다해 준비했다.


“권능의 발현은 잘 모릅니다만, 그래도 백작님 앞에 설 때 쯤이면 상당히 지쳐있을 겁니다.”


욜코가 자신 있게 보고했다. 로버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저는 내일 싸움을 준비하겠습니다. 아! 마법사 아델은 욜코님과 아델과 싸우는데 거리낌 없는 원로분들께서 맡아 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



제도의 성문을 통과할 때까지 베로니카와 아델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았다. 베로니카야 그렇다 치고 아델은 흑막에 의해 수배 중인 상태였기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던 아델은 도리어 긴장했다.


“···우리가 제도에 들어온 것을 흑막이 모를 리 없어요. 그런데도 이렇게 조용한 걸 보니 무언가 엄청난 준비를 했나 봐요.”


죽을 자리를 알아서 찾아온 것은 아닐까···. 불안해하는 아델에게 베로니카가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걱정 마세요. 마법사 아델. 모든 마법사의 정점에 있는 아델에게 말하긴 미안한 말이지만, 마탑주 로버트 밀러와 마탑의 모든 마법사는 성녀 한 사람을 감당할 수 없어요.”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마탑을 바라보며 베로니카가 덧붙였다.


“설혹 그곳이 마탑 안이라 할지라도요.”



***



“4관문이 깨졌습니다.”


“1관문부터 4관문까지 통과하는데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아직 성녀 혼자 싸우고 있습니다. 마법사 아델은 손 하나 까딱거리지 않았습니다.”


“전혀 지친 기색이 없습니다!”


수하들의 고함소리와 같은 보고를 들으며 욜코는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깨물었다. 일주일이 넘도록 준비한 10개의 함정 중 4개가 돌파당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함정을 만들었고 6써클 마법사이기도 한 욜코 자신이 하더라도 일주일은 걸렸을 난이도다. 8써클 마법사 가민 소피아가 온다 하더라도 족히 하루는 가둘 수 있을 거라고 장담했던 4개의 함정을 성녀가 돌파하는데 걸린 시간은 단 10분. 상식을 벗어난다. 욜코는 새삼 정보부의 성녀에 대한 언급이 떠올렸다. 예측 불가능. 그 말 그대로였다.


“···지금 싸울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인 욜코를 보며 로버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제 앞에 서는데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지금 속도라면 30분 안에 도달합니다.”


“좀 지치기는 했습니까?”


“···아직 그런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쯧쯧. 그러니까 애초에 무능한 놈들에게 일을 맡겨서는 안 되는 것이다. 봐라.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그냥 날려 먹었지 않느냐. 내가 주도했어야 했는데. 쯧쯧.]


마나로프의 말을 무시하며 로버트가 욜코에게 말했다.


“나가서 아델을 맡을 준비를 해주십시오. 성녀는 제가 막아보겠습니다.”


욜코가 고개를 숙이고 나가고 방에 혼자 남은 로버트가 마나로프에게 말했다.


“제가 싸우겠습니다. 싸움에서만큼은 개입하지 말아 주십시오.”


마나로프가 비웃는 투로 말했다.


[호오~ 싸움에는 어지간히 자신이 붙었나 보지? 뭐, 좋다. 약속하마. 네가 죽을 위기에 처하기 전까지는 가만히 있겠다고. 다만 네가 이길 가능성이 없다 싶으면 바로 개입하겠다. 널 잃으면 내 계획도 한참이나 뒤로 미뤄지니까 말이야.]


“···네.”


로버트가 대답하고 얼마 후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30분은 무슨.”


그 정도로 막강하단 말인가. 로버트는 새삼 성녀라는 인물이 궁금해졌다.



***



긴 복도의 끝에 있는 붉은 문을 가리키며 아델이 말했다.


“저곳이 바로 마탑주의 방이에요. 로버트 밀러는 저곳에 있을 거예요.”


“네, 알겠어요. 어서 가죠.”


베로니카는 전혀 지친 기색 없이 대답했다. 마탑의 문을 열고 나서 모든 길을 성녀와 함께 통과한 아델은 질린 표정으로 베로니카를 쳐다보았다. 그녀에게 마법은 무용지물이었다. 아니, 마법뿐만 아니라 칼이나 화살조차. 로버트가 어떤 수를 쓰더라도 이런 성녀를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아델의 육감은 계속해서 불안함을 잡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색은 안 했지만, 베로니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좀 무리를 하더라도 빨리 이 함정들을 돌파한 것이었다. 그때 두 사람의 앞에 일단의 무리가 ‘텔레포트’해 나타났다. 나타난 이들을 보고 아델이 외쳤다.


“욜코! 그리고.. 카드라? 당신도 로버트를 따르기로 했나요?”


카드라가 아델에게 대답했다.


“아델 네가 마탑에 있었다면 나는 같은 7써클 마법사인 너를 지지했을 거야. 하지만 마탑을 박차고 나갔던 것은 너다. 아델. 날 비난하지 마.”


아델이 입술을 깨물며 말없이 카드라를 노려보았다. 그때 욜코의 뒤에서 한 마법사가 몰래 스크롤 한 장을 꺼내 찢으며 아델을 가리켰다.


“미로(Maze).”


캐스팅이 끝나자마자 아델 주위로 투명한 금색의 정육면체가 생겨나더니 갑자기 아델이 사라졌다. 그 상대가 누구든지 일정 시간 동안 다른 차원에 가두는 8써클 마법 ‘미로’가 시전된 것이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초고위 마법에 베로니카가 깜짝 놀라 방금까지 아델이 있던 곳을 보았다. 욜코가 그런 베로니카를 보며 말했다.


“성녀여. 성녀께서 왜 마법사들의 싸움에 끼어드신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대의 발걸음을 막지 않소. 마탑주 로버트를 보러 오신 것이면, 저 방으로 가시오. 그는 저 안에서 성녀를 기다리고 있소.”


뜻밖의 말이었는지 베로니카가 물었다.


“정말 저를 막지 않을 생각인가요?”


욜코가 허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미 충분히 시도했소. 일주일 내내 우리의 모든 지식을 쏟아부었지. 그런 함정을 30분도 안 돼서 모조리 깨뜨린 성녀를 우리는 막지 않겠소. 아니, 막을 수 없소.”


잠깐 욜코를 바라보던 베로니카가 다시 물었다.


“아델님은 어떻게 된 거죠?”


“8써클 마법 미로는 일정 시간 동안 특정 대상을 다른 차원에 가두어두는 마법이오. 시간이 지나면 그녀는 원래 있던 곳에 그대로 다시 나타나지. 우리가 힘을 모아 그녀를 제압할 것이오. 이것은 마법사와 마법사의 싸움. 성녀와 성국이 개입할 일이 아니오.”


베로니카가 발걸음을 떼었다. 마법사 무리를 지나치며 그녀가 말했다.


“그녀를 해하지 마세요. 그랬다간 여러분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6명의 6써클 마법사들은 자신들 곁을 통과하는 성녀를 쳐다보지도 못했다. 지난 30분간 성녀가 행했던 장면을 보아온 그들의 이마에선 땀만 비 오듯 쏟아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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