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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한 고인물이 특전을 독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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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
작품등록일 :
2024.08.1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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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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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당신을 위한 AI (1)

DUMMY




 게이트 아래에 지어지는 출입 시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일반적인 개척자들이 드나드는 ‘탐색 터미널’과 개척자가 되길 바라는 사람들이 입장하는 ‘엔트리 터미널’.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물론 엔트리 터미널이었다.


 “동의서와 각서 제출 확인했구요. 미리 고지한 대로 먹을 수 있는 음식 같은 것들은 게이트를 통과하는 즉시 소멸합니다. 확인하셨나요?”

 “예.”

 “들고 가실 물건은 정말 없으신가요?”

 “예.”

 “확인했습니다. 대기 그룹은 36번이고요. 이 등록증 받으시고 대기실에서 입장이 시작될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선생님의 개척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꽤 친절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그 목소리나 표정은 무척 기계적이었다.


 지금은 대개척시대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게이트 너머의 세계로 향하길 원한다.

 돈이나 명예, 혹은 상상만 해오던 판타지 세상에 대한 동경.

 또 ‘개척자’가 되어 순수하게 강한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등등 각양각색의 계기를 가지고 말이다.


 당장 내 뒤에도 게이트에 입장하기 위한 줄이 끝도 없이 늘어져 있었을 정도니까.


 나는 명함 크기의 등록증을 받아 들곤 대기실로 향했다.


 길고 긴 수속 줄을 지나서 수백이 넘는 사람들이 앉아 있는 것이 꼭 공항을 연상케 했다.

 이쪽에선 더 이상 보이지 않지만, 입구에 들어오기 전에는 이별을 걱정하며 서로 부둥켜안고 울고 있는 가족들도 꽤 보았다.

 단순히 분위기만 놓고 본다면, 공항의 시설에 훈련소 입소 분위기를 조금씩 합쳐놓은 느낌이랄까.


 그렇게 수속실을 지나, 대기실 근처의 의자에 앉으려는 순간.


 “거 정말 그걸로 출발하려는 거요?”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조금 전부터 묘하게 뒤를 따라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아무래도 줄을 서 있을 때부터 바로 내 뒤에 있던 사람 같았다.


 “···저 말입니까?”


 “아무 장비도 없이, 생존 키트도 없이 출발하는 것이 좀 신기해서 그럽디다. 아무리 자유 개척 출발일이라지만···.”


 얼추 40대 후반쯤 되었을까.

 등과 허리에 각각 생존 배낭이라고 불릴만한 큰 가방을 바싹 조여 매고, 군복을 방불케 하는 단색의 단단한 바지를 입은 사람이었다.

 밀리터리 느낌이 나는 모자를 목에 걸치고, 거기에 연결된 안면 보호 마스크 세트까지 착용한 모습.


 바깥이라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공간에선 그의 복장은 전혀 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질적인 쪽은 나였다.

 마치 그냥 편의점이라도 가는 것 같은 청바지와 바람막이 차림새에 가방을 등에 멘 게 전부였으니까.


 “생각해 둔 바가 있으니까요.”


 “···생각해 둔 바라.”


 내 말에 무언가 예상했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씨익 웃으며 조금 전 발급받은 등록증을 보여주는 중년의 남자.


 “통성명이나 할 생각 없습니까? 나는 이사수라고 합니다.”


 “기억에 남는 이름이네요.”


 꼭 어디 회사 CEO가 떠오르는 이름이었다.


 곁눈질로 흘긋 대형 디스플레이를 바라보았다.


 대기 시간 미정.


 아무리 짧아도 2시간은 기다려야 하는 상황 같으니, 뭐 어떤가 하는 생각으로 그에게 등록증을 내밀었다.

 이사수가 그랬듯, 나 또한 이름과 국가를 제외한 대다수의 정보가 텅 비어있는 등록증이었다.


 “성도혁입니다.”


 이사수는 옅은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내밀어 등록증을 쳐다보더니, 이내 미소를 거두고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별건 아닌디, 그 가방에 뭘 챙겼는지 물어봐도 괜찮겠습니까?”


 “삽 하나가 전부입니다.”


 지금 내가 멘 가방 속엔 빈 수통 하나와 삽 하나가 전부였다.

 심지어 자루 없이, 대가리 하나만 덜렁 남은 채로 말이다.


 게이트 너머로 들어갈 땐 의상이나 간단한 생존 장비 정도는 신청을 통해 국가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신청 후 심사와 지급까지 몇 주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게 아까우니까 그냥 출발하는 거였지만, 일반인의 시선에서는 이게 뭔가 싶겠지.


 예상대로, 내 말을 들은 이사수의 얼굴은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이, 이 사람아. 진짜 그냥 이렇게 챙겨왔던겨?”


 “무슨 문제 있습니까?”


 “아니 뭐, 본인이 감수하는 거니까 문제라고 할만한 건 아니긴 한디.”


 아쉽다는 듯 한숨을 내쉬는 이사수.


 심지어 어딘가 공손하던 말투조차 사라지고, 조금 속되게 말하자면 껄렁하기까지 했다.

 갑자기 180도 바뀐 그의 태도에 궁금증이 일어나는 순간, 주변이 조금 소란스러워졌다.


 웅성웅성.


 주변 군중들의 시선이 조금 전 통과해 온 입구 방향을 보고 있었고, 자연스레 내 시선도 그리로 향했다.


 그곳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군복을 베이스로 한 것 같은 복장 위로 마치 영화 소품처럼 보이는 이질적인 분위기의 장비들을 덧입고 있는 사람들.

 허리춤에 은은하게 빛나는 얇은 세검을 착용한 사람도 있었고, 과할 만큼 큰 보석이 박힌 머리띠와 목걸이를 주렁주렁 매단 사람도 보였다.

 그중에서 특히 리더처럼 보이는 남자는 거의 190cm는 되어 보이는 키, 그리고 등에 영화 소품인가 싶을 정도로 큰 대검을 착용한 게 눈에 띄었다.


 그들을 잠깐 바라보던 이사수가 입을 열었다.


 “에효, 하긴 저런 기업의 엘리트 개척자가 혼자 출발할 리가 없긴 허지.”


 “엘리트 개척자요?”


 “저기 저 삐까뻔쩍하게 입고 오는 인간들 있지 않수. 부모를 잘 만났든 랭커들과 친분이 있든 뭐, 남들보다 훨씬 앞에서 시작하는 금수저들.”


 남들은 고생고생해서 튜토리얼까지 통과해야 각성이 시작되는데-라며 툴툴대는 이사수.

 그들이 착용한 장비의 분위기가 어쩐지 눈에 익다 했더니, 게이트 너머에서 반입한 장비를 착용한 것이었다.


 ‘들어가지 않아도 각성하는게 가능했군.’


 튜토리얼을 마치고 플레이어의 능력을 부여받아 시스템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여기서는 ‘각성’이라고 칭했다.

 인터넷으로 잠깐 찾아보았을 땐 튜토리얼 외에 각성을 하는 방법은 없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었는데, 바깥에서도 각성을 이룰 방법이 있는 듯했다.


 아마 뭐, 클랜 시스템이나 사제 등록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았을까?


 그들은 심지어 대기시간 마저 없는 것인지, 황급히 뛰쳐나온 직원의 안내를 받곤 곧바로 게이트가 있는 건물 외부로 안내되고 있었다.


 명백한 특별대우.

 하지만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는 사람은 있어도, 직접 항의하는 모습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아하, 그러니까.


 “제가 저 금수저 같은 건 줄 아셨던 겁니까?”


 “부정은 안 하겄슈. 금수저들은 그 등록증에 후원 기업이나 단체 이름이 줄줄 써져 있는디, 그게 텅 비어있을 줄은 몰랐지.”


 겉으로 안 보이는 아티팩트도 많으니까, 라며 입이 댓 발이 튀어나와 툴툴대는 모습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준비 하나 없이 출발을 기다리는 내 모습에 어쩌면 엘리트 개척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내게 접근했던 것이다.


 “속물같네요.”


 “사람 면전에 대고 속물이라니, 거 한판 해보자는 거유?”


 “아, 죄송합니다.”


 몇 년이나 NPC들과 알티하고만 대화하던 탓에, 필터를 거치지 않고 말을 내뱉는 버릇이 튀어나와 버렸다.

 따지고 보면 무례했던 건 그가 먼저긴 했지만, 소란 피우고 싶지도 않고 대놓고 면전에서 욕을 날릴만한 일도 아니었기에 바로 사과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인상을 풀곤, 그리 기분 나쁘지 않은 듯 씩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사과는 무슨. 농담이여 농담. 뭐, 그리 틀린 말도 아니지. 속물.”


 이사수는 콧방귀를 뀌더니 건물 창 바깥으로 보이는 게이트를 바라보았다.

 우리보다 앞선 대기 번호를 부여받은 그룹의 사람들이 차례로 게이트를 향해 들어가고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는 이사수.


 “내 목숨이 달린 일 아니여. 어쩌면 죽을지도 모르는데, 누구한테 빌붙어서라도 살 가능성이 올라간다면 자존심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 않어. 살고 싶다는 마음을 대놓고 표출하는 게 속물이라면, 얼마든지 속물로 살아가야지, 암.”


 2주에 한 번 있는 ‘정기 개척 출발’ 때는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30명 단위로 단체 입장을 한다지만, 지금처럼 ‘자유 개척 출발’ 시기에는 대다수가 홀로 출발하거나, 많아 봐야 서너 명 정도의 파티를 꾸려 입장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사람의 신체 조건이 어떻게 되든,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든 간에 상관없이 오로지 사람 수에만 비례해서 난이도가 증가하다보니 강해 보이는 사람에게 파티를 제안하는 경우도 흔했다.


 “나는 말이여, 절대 죽진 않을거여.”


 ‘만약도 뭣도 없어’라며 다짐하며 게이트를 바라보는 그의 뒷모습.


 그 모습을 보니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며 처음 본, 가족을 끌어안고 꼭 살아 돌아오겠다고 다짐하던 사람의 뒷모습이 딱 저랬었다.


 국가의 지원을 본인이 아닌 가족이나 친지에게 남기고 출발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유 개척 시기에 출발한다고 들었는데, 이사수 또한 그런 케이스인 것 같았다.


 “자, 그럼.”


 “가시려고요?”


 “거 다시 빌붙어볼 만한 사람 찾아야 할 거 아니유. 그쪽이 뭐, 든든하게 챙겨놓고 있던 게 삽 하나랑 자신감밖에 없다는 걸 알았으니께.”


 무릎을 몇 번 털고 자리를 떠나려던 이사수는 이내 제자리에 서서 잠깐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거라도 받으슈. 남는 거여.”


 허리춤에 있던 가방에서 봉투에 든 무언가를 꺼내더니 내게 전해주었다.


 “그···.”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는 등을 돌린 채 손을 휘적거리며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그가 전해준 것은 작은 맥가이버 칼과 파이어 스타터라고 불리는 작은 현대식 부싯돌, 그리고 소독 겸용이 가능한 연고였다.


 잠시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곤 주머니에 챙겨 자리에 앉았다.


 ‘진짜 필요 없긴 한데···.’


 조금 떨떠름한 기분.

 손 위에 놓인 서바이벌 세트를 바라보고 있자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 나왔다.


 이런 대가 없는 호의를 받아본 게 얼마 만인지 원.


 내가 있었던 미래 세계에서는 개인주의가 극단적으로 발달하다 못해, 당장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도 급히 자리를 피하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자신의 울타리 속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관심조차 주지 않는 게 당연한 세상에 살다 온 내게, 이런 호의는 꽤나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사수, 라.’


 기억해 둬야지. 



**



 대기시간은 예상보다 훨씬 길었다.

 거의 세 시간은 더 있어야 한다는 말에, 내부에 있던 푸드 코트에서 든든하게 한 끼를 챙겨 먹었다.


 아침 일찍 도착했지만 거의 해가 중천을 넘길 정도로 시간이 흐른 뒤, 드디어 입장을 알리는 방송 알림이 울렸고 다들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방송을 통해 입장 지시가 이어지고, 사람들이 게이트로 들어가는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줄은 여러 구간으로 나뉘어 분산되어 있었다.

 내가 서 있는 줄의 선두가 눈에 들어왔다.

 붉게 빛나는 게이트 속으로 긴장한 듯한 두 사람이 통과하고, 그 근처만 색이 살짝 보랏빛으로 변하며 흔들리는 모습.

 몇초 뒤 보랏빛이 다시 빨간색으로 변하자, 뒷사람이 이어서 출발 준비를 한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어느새 내 차례가 왔고, 주저 없이 게이트를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유리처럼 느껴지던 붉은 빛은 어느새 내 몸을 감쌌고, 강한 압력이 이내 내 팔을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쉬이이익!


 온몸이 그 압력으로 감싸지는 감각이 묘하게 익숙했다.


 ‘꼭 게임 접속하던 순간 같네.’


 차이가 있다면, 검게 물든 세상에서 차차 밝아지던 가상현실게임 접속 순간과는 다르게 붉은 기운이 계속해서 내 몸을 잡아당기고 있었다는 것 정도.

 그 압력에 적응할 때쯤, 눈앞이 순간적으로 어두워졌다가 다시 환하게 밝아졌다.


 파앗!


 수면 위에 파문이 퍼져나가듯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하늘을 찌를 듯 꼬불거리면서도 거대하게 솟아오른 나무들이 하늘의 대부분을 가리고 있는 숲속.

 그 사이로 하늘이 옅게 보이긴 하지만, 푸른 하늘이 아니라 마치 안개가 낀 듯 희미한 빛만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사용한 것 같은 흔적이 있는 꺼진 모닥불과 그릇이 가지런히 놓여진 모습까지.


 “···똑같네.”


 내가 알고 있던 레닉수스의 튜토리얼을 그대로 빼다 박은 모습에, 마치 고향에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곳은 최초의 하늘섬, ‘신예의 둥지’ 안에 위치한 ‘헤메이는 숲’이었다.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개척자가 되기 위해 게이트로 들어오지만, 이 섬에 사람이 넘칠 일은 없었다.


 오로지 이 섬만 가진 특징 때문이다.

 바로 하나이면서 동시에 존재하는 유일한 섬이라는 점.


 이 섬은 같은 공간에 같은 형태로 무수히 많이 존재하는데, 정원이 정해져 있어 그 수를 가득 채우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방식이었다.

 이 숲 또한 같은 방식으로, 게이트에 동시 진입하지 않는 이상, 탈출하기 전까진 누구와도 마주칠 수 없었다.


 그래,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채널과 인스턴트 던전처럼 말이다.

 그야말로 튜토리얼을 위해 만들어진 섬이었다.


 “또, 모험가인가.”


 굵직하고 낮은, 어쩐지 힘이 빠진 듯한 목소리.

 진녹색 허름한 로브로 온몸을 감싼 존재가 나무 사이로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처음 게이트로 입장하게 되는 사람들은 반드시 마주치는 존재, ‘이름 없는 안내자’였다.


 “이 세계에 온걸, 그리 환영하진 않는다. 이방인이여. 먼저, 말해둘 게 있다.”


 로브에서 팔이 튀어나온다.

 앙상한 회색빛 팔은 당장이라도 꺾일 듯 가냘파 보였고, 동시에 그 너머가 비쳐 보였다.


 “나는 환영으로 이루어진 존재. 이곳에 떨어진 인간을 마을로 인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억일 뿐이다. 그러니 내게 말을 걸려 하지 마라.”


 입 닫고 조용히 설명을 듣기나 하라는 이야기였다.


 “어떻게 이곳까지 오게 된 건진 모르겠으나··· 이 숲을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마.”


 “큭.”


 튜토리얼의 정석 같은 모습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신규 캐릭터를 만들게 되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이 아저씨를 여기서도 또 볼 수 있게 될 줄이야.

 게임의 경우에도, 점핑 캐릭터로 생성하더라도 이 숲만큼은 반드시 통과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숲을 통과한 뒤 양성소가 있는 도시로 빠져나가게 되느냐, 아니면 150레벨 구간의 초거대 마법도시로 이동하게 되느냐의 차이였을 뿐.

 그 때문에 저 환영이 하는 말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모조리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했다.


 “먼저 이것은 자네의 호신 무기가 되어줄···.”


 “흐암.”


 자연스레 하품이 나왔다.


 안내자는 이곳에 입장한 사람에게 임시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몽둥이, 기초 포션 두 개와 직접 아이템을 합성할 수 있는 연금 주머니, 연습용 재료 등의 도움이 되는 물건들을 나눠주게 된다.

 문제는 곧바로 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설명을 곁들이고 나서야 생성된다는 것.


 “언제 끝나려···응?”


 따끔.


 그렇게 생성을 기다리고 있는 순간, 뒷머리 부근, 목과 머리가 이어지는 지점에 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시원한 건지 뜨거운 건지 구별이 잘되지 않는 듯한 느낌.

 무언가 머리에 앉았나 싶어서 손을 갖다 댄 순간, 마치 달군 쇠로 피부를 녹여버리는 것과 같은 끔찍한 격통이 뇌를 관통했다.


 “끄아아아악!”


 뒷머리가 불타오르는 듯한 격통에 미친 듯이 피부를 쥐어뜯으려고까지 했다.

 그러나 그 격통은 피부 바깥이 아니라 그 속에서부터 느껴지던 것이었다.

 억지로 숨을 몰아쉬며 고통을 이겨내려고도 해보았으나, 뇌가 녹아내리고 척수를 전기로 지지는 듯한 감각이 이어졌다.


 도대체 왜? 튜토리얼 숲에서 이런 방식의 고통을 주는 몬스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안내자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도 있을 수 없다.

생각을 길게 이어갈 수 없었다.


 “―――.”


 눈앞이 하얗게 변하고 비명조차 나오지 않게 되었다.

 흐릿해진 시야 너머로 안내자가 아무렇지 않게 설명을 이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의문을 떠올리는 것조차 힘들어진 그 순간.


 [ 시스템 가동을 위한 메모리가 부족합니다. ]

 [ 버츄얼 바디가 확인되지 않습니다. ]

 [ 뇌 기억 영역에 대한 접속이 불안정합니다. ]

 [ 리소스 부족 &G!8j타離串???yc? ..서비스 실패, 언어 모듈 재가동 ]


 [ 필수 기능만 가동. 안전 모드로 부팅합니다. ]

 [ 당신을 위한 완벽한 퍼스널 AI 알티 ]

 [ 안녕하세요, 성도혁 님 ]


 다신 들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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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뜻 밖의 행운 (1) +2 24.09.11 977 38 18쪽
24 경계를 넘는 자 (4) +1 24.09.10 1,030 4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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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경계를 넘는 자 (2) 24.09.08 1,149 42 19쪽
21 경계를 넘는 자 (1) +1 24.09.07 1,223 44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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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진짜 재능이란 (1) 24.09.02 1,318 45 20쪽
15 돌풍을 몰고 오는 (4) 24.08.31 1,305 41 18쪽
14 돌풍을 몰고 오는 (3) 24.08.30 1,332 40 18쪽
13 돌풍을 몰고 오는 (2) 24.08.29 1,431 39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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