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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한 고인물이 특전을 독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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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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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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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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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돌풍을 몰고 오는 (3)

DUMMY

 



웅성웅성.


 60명 정도의 사람들이 넓은 훈련장에 이리저리 넓은 간격으로 서 있다.

 이곳은 개척자 양성소의 기초 전투 훈련장.


 곧 교관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몇 명 나타나고, 차례대로 등록 인원들을 호명하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의 무리 속에서, 22살의 어린 청년 황지호는 긴장감을 풀지 못하고 있었다.


 꿀꺽.


 ‘분위기 장난 아니네.’


 이계는 까딱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곳이기에, 훈련소부터 어느 정도 날카로운 분위기가 유지된다고 듣긴 했다.

 실제로 지원금을 가족들에게 맡기고 죽으러 가는 각오로 들어오는 개척자도 많다고 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다들 저마다의 굳은 각오를 하고 이계 게이트의 문턱을 넘지만, 그가 이곳에 온 이유는 복합적이면서도 가벼운 계기였다.


 학업도 애매하고, 미래는 불투명하고, 꿈도 없는 상황에 개척자로 성공한 사람들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현실에 대한 도피와 이계에 대한 동경.


 가족 몰래 게이트에 대해 열심히 인터넷 강의를 듣기 시작했고, 여행을 간다고 속인 뒤 훌쩍 출발해 버리고 말았다.

 싸구려 인강이었던 탓인지, 숲에서 탈출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열매와 버섯을 캐 먹고 손바닥보다 큰 벌레들을 때려잡으며 어떻게든 오늘 새벽, 이 도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필 오늘 기초 훈련이 시작되는 날이었고, 쉴 시간도 없이 이렇게 참가하게 되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참 불행한 타이밍이었다.


 ‘하필 내 기수에 이리 무서워 보이는 사람이 많은 거야···.’


 요즘 들어 흉흉한 소문도 많았다.

 현대에서는 이제 찾아보기도 힘든 조폭들이 단체로 이계행을 결정하는 일이 흔해졌다던가.

 살인 같은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상황에 따라 게이트로 보내준다든가 하는 소문들.

 하필 출발하는 날 그런 소문을 들었던 탓에, 주변에 있는 덩치 큰 사람들이 유달리 더 무섭게 느껴졌다.


 “저기요.”


 “네, 네?”


 옆에 있던 사람이 자신의 어깨를 톡톡 치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앞을 가리켰고, 그제야 황지호는 온 사람들의 시선이 자기에게 쏠린 것을 알아챘다.

 중앙에 선 교관이 그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던 것.


 “황지호?”


 “아, 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집중하도록.”


 “죄송합니닷!”


 주변 사람들의 심드렁한 반응이나 혀를 차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그는 자신을 자책했다.

 정신 차려야 했다.

 이곳은 학교가 아니니까.


 호명이 끝나자, 중앙에 선 교관은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자리에 섰다.

 그는 무감정하지만 굵은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빅터 헤일, 이 개척자 양성소의 교관이다. 오늘부터 2주간, 너희들이 실전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가르칠 것이다. 내 말에 따른다면 적어도 전투다운 전투 한번 못하고 죽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짧고 단호한 말투에 황지호는 침을 꼴깍 삼켰다.

 빅터 헤일.

 이미 자리를 잡은 개척자들의 말에 따르면, 무뚝뚝하지만 생각보다 성실히 교육을 진행하는 교관이라고 했던 게 기억이 났다.


 ‘하지만 대련 훈련이 걸리면 인정사정없어지기 때문에, 되도록 대련은 피하라고 했지. 나쁘지 않은 교관이 걸렸어.’


 각 기수별로 지도 교관이 달라지기 때문에, 누가 걸리느냐도 앞으로의 성장에 있어 꽤 중요한 요소였다.

 빅터 교관 정도면 굉장히 평이 좋은 편이었다.


 교관은 곧 사람들을 인솔하여 훈련소 내부 안내를 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훈련용 무기들을 보관하고 있다.”

 “너희들의 능력치를 확인할 수 있는 거울은 이렇게 곳곳에 설치되어 있으니 잘 활용하도록.”

 “여긴 원거리 공격이나 마법을 직접 맞아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모래나 늪, 설산을 어떻게 통과해야 하는지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


 훈련소 내부에는 정말 많은 시설이 있었다.

 무기 보관소, 능력 확인, 원거리 공격 체험관, 험지 체험관 등등.

 단순히 능력을 기르는 데에 그치지 않고, 어떤 환경의 하늘섬에 도착하더라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 같았다.


 “그리고 여기가 바로 너희들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곳이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체력 단련장이었다.

 용도를 쉬이 짐작하기 힘든 기구들이 한쪽에 널려있었고, 그 맞은편에는 넓은 운동장이 보였다.

 이미 기구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도 보였는데, 아마 그들은 ‘심화 과정’을 이수하기로 결정한 이전 기수의 개척자들이겠지.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단련장의 바닥 전체에 빼곡하게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는 것.


 ‘신체 증강의 고대 문양이야. 이것도 인강에서 알려준 그대로네.’


 평범한 훈련보다 얻는 근육 자극이 훨씬 강해지고, 회복 또한 빠르게 이루어주고 집중력까지 상승시킨다는 문양이었다.

 그 때문에 이곳에서 훈련하면 능력치의 상한이 올라가는 속도가 어마어마하다고.


 ‘나중에 높은 계층의 섬들에도 비슷한 시설이 있는 대도시가 있지만, 엄청 비싸다고 했지···.’


 이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는 오직 이 양성소에서만 제공된다.

 심화 과정까지 이수할 경우 더 오랜 시간 동안 단련장을 이용할 수 있지만, 황지호는 심화 과정까지 이수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 악명높은 난이도는 익히 들었으니까.



**



 시설에 대한 안내가 끝나고, 어느새 처음 장소로 돌아온 교관이 입을 열었다.


 “오늘 가장 먼저 할 것은, 본인이 다룰 무기를 결정하는 것이다. 조금 전 보았던 무기 보관소에서 보조 교관들이 너희들의 상황과 재능을 고려하여 수련용 무기를 추천해 줄 것이다.”

 “저기, 저는 석궁을 쓰려고 하는데···.”


 조금 전 보았던 훈련용 무기 보관소에는 대부분 근접 무기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원거리 무기를 사용하려는 훈련생의 입장에서는 의문을 가질 만한 상황.


 빅터 교관은 잠깐 질문을 한 훈련생을 빤히 바라보더니.


 쿵.


 단 한 번의 도약으로 그의 코 앞에 도달했다.

 팔짱을 낀 채로 훈련생을 내려다보는 빅터 교관.


 “이 거리에서 석궁을 쏠 자신이 있나?”


 “허, 허억···.”


 “그래. 분명 근접 전투가 목표가 아닌 자도 여기에 많이 있을 걸 안다. 그래서 내가 분명히 말하지 않았나. 내가 가르치는 건 ‘살아남는 법’이라고.”


 추후 어떤 개척자가 되든,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근접 무기 사용법을 배워두어야 한다는 말.

 교관은 팔짱을 풀고는 주위의 훈련생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자신이 근접 전투를 주로 삼지 않을 생각이라면, 단검이나 숏 소드같은 다루기 쉬운 무기를 들어라. 살아남기 위해서는 비장의 수단 정돈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알았나?”


 “““예!”””


 “그럼에도 자기가 무기 단련 따위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것도 존중하겠다. 필요하다면 자율 훈련만 진행해도 된다. 또 질문 있는 사람 있나?”


 번쩍.


 훈련생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손을 들자, 빅터 교관의 시선이 그쪽을 향했다.


 “질문이 있습니다.”


 “말해보게.”


 “혹시 지금 교관님과 대련해 볼 수 있습니까?”


 웅성웅성.


 “대련? 첫날부터?”

 “빅터 교관인데 진심인가?”

 “역시···.”


 순식간에 주변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교관과의 대련은 보통 기초 훈련이 끝날 때쯤 되어서야 신청자를 받아 진행하는 훈련이었는데, 막 훈련 과정에 입소한 훈련생이 대련을 신청하는 경우는 정말로 흔치 않았으니까.


 황지호는 제정신인가 하는 생각으로 그 훈련생을 쳐다보았다.


 “나와보게.”


 곧 당찬 질문의 주인이 앞으로 나섰다.


 190cm쯤 되어 보이는 근육질의 우람한 덩치.

 날카롭고 굵은 인상에 양팔에 난자된 여러 흉터가 무거운 분위기를 비춰주었다.


 “이름은?”


 “서태오.”


 위아래로 몸 상태를 둘러본 빅터가 턱을 쓰다듬으며 나쁘지 않다는 듯한 제스처를 보였다.


 “자신감이 있을 만하군. 주 무기는?”


 “대검입니다.”


 “그것도 좋군. 보호구는 필요 없겠지.”


 “예.”


 “자네, 훈련용 대검을 들고 와주게. 바로 무기를 정할 사람들은 저 보조 교관을 따라가고, 혹시라도 구경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남아도 좋다.”


 서태오는 주먹을 꾹 쥐고 각오를 굳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자신의 힘을 각인시켜야만 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한 개척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누군지 모를 그 인간만 아니었어도.’


 본래 그는 헤메이는 숲을 1위로 통과하고 자신의 이름을 손쉽게 세상이 기억하도록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계획은 시작부터 어이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누군가가 자신들의 파티보다도 훨씬 빠르게 신기록을 경신해 버리고 말았던 것.


 가장 편하고 확실한 수단이 사라진 이상,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특별함을 나타낼 업적들을 쌓아가야만 했다.

 예를 들어, 훈련소 입소 첫날부터 빅터 교관과 대련했다는 타이틀이라던가.


 곧 두 사람에게 훈련용 대검이 전해졌고, 빅터 교관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인 채 한 손으로 가볍게 검을 들어 올렸다.

 훈련용이라고 해도 대검.

 이 무거운 검을 한 손 검처럼 가볍게 들어 올리는 모습에, 서태오는 굳은 표정으로 양손에 힘을 주었다.


 “긴장 풀고 하게. 어차피 오래는 못 버틸 테니까.”


 “···흡!”


 그렇게 대련이 시작되었고, 황지호는 멍하니 그 전투를 바라보았다.


 ‘···와.’


 카각!

 따악! 쾅!


 1m가 넘어가는 대검을 수족처럼 다루는 두 사람.


 서로의 무기가 맞부딪히고, 몸을 비틀어 공격을 피하고, 있는 힘껏 상대의 빈 공간을 찔러 들어간다.

 물론 서태오가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었지만, 저 교관을 상대로 버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황지호에겐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보였다.


 그렇게 한참 대련을 구경하고 있던 와중, 옆에 서 있던 남자가 그의 어깨를 툭툭 쳐왔다.

 조금 전 교관이 그의 이름을 부른다며 알려주었던 바로 그 남자였다.


 “저거 지금 하면, 장학금 평가에 반영됩니까?”


 “···네?”


 “훈련생 수석하면 크레딧 준다고 하던데.”


 “아, 그거요?”


 황지호는 잠깐 대련에서 시선을 돌리고 아는대로 설명을 해주었다.

 마지막 날의 종합 평가에서 4명의 우수자를 뽑고, 그 중에서도 첫번째에 선정된 사람이 10만 크레딧을 수여받는다고.


 “아마 나머지는 만 크레딧이라고 들었어요. 학원 선생님이 개척자 출신이셔서 아마 틀릴 일은 없을 겁니다.”


 “그래요? 감사합니다.”


 황지호의 설명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남자는 주저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곳을 향했다.

 눈앞의 대련 따위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는 모습.

 사람들이 빼곡히 서 있다 보니,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자연스레 들려왔다.


 “저 사람도 그거지? 그 마법···.”

 “저 찢어진 청바지 보면 맞을걸, 이름이 뭐랬더라? 아무튼 재능 덩어리라고 소문났던데.”

 “성도혁. 서태오나 저 사람이나 둘 다 부럽네.”

 “부러운 건 성도혁 쪽이지. 마법은 순수 재능의 영역이라잖아. 서태오는 저 흉터부터 봐라. 어으, 난 못 하겠다.”


 ‘성도혁?’


 보아하니 조금 전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자리를 뜬 사람 또한 꽤 유명인인 것으로 보였다.


 ‘마법 재능이라··· 재능충인가, 부럽네.’


 곧 대련은 종료되었다.

 당연히 빅터 교관의 승리였지만, 10분 넘게 공세를 버텨낸 서태오가 얼마나 대단한지 모를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은 모두 무기 보관소를 향해 이동했고, 황지호 또한 그 대열을 따라가던 와중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잠깐 복도 끝으로 이동했다.


 ‘응?’


 체력 단련 공간으로 향하는 문이 열려있었는데, 그 너머로 의외의 인물이 보였다.

 바로 조금 전 자리를 떴던 성도혁이었다.

 어디 갔나 싶었는데, 그는 단련장의 넓은 운동장에서 전력 질주를 하고 있었나 보다.

 마법사라고 들었는데 체력 단련을 하는 모습에 잠깐 의문이 솟아올랐지만.


 ‘하긴, 마법사도 기초 체력은 필요하니까.’


 개척자라면 체력은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사항 아니겠나.

 그리 이상할 건 없었다.

 그는 곧 관심을 끄고 무기 보관고로 향했다.



**



 무기 보관고 속 훈련용 무기는 정말로 다양했다.

 보조 교관들이 돌아다니며 무기에 대한 강의와 동시에 무기 추천도 해주었는데, 강의에서 들었던 대로 고압적이지만 굉장히 꼼꼼한 과정을 거치는 게 신기했다.

 몸의 근육 상태와 유연성을 체크하고, 파티가 있다면 원거리 무기의 배분도 신경 썼으며, 보조 무기를 어떻게 선정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기도 했다.


 그렇게 황지호가 고른 무기는 결국 가장 많은 개척자가 사용하는 롱소드였다.

 각 무기를 든 사람들을 끼리끼리 모이게 한 뒤 파지법과 균형 잡는 법, 관리법 등 기본적인 교육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렇게 무기를 정하고 교육받는 데에만 한나절이 통째로 가버렸다.


 그날의 교육이 끝나고, 황지호는 꽤 지친 듯한 모습으로 숙소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숲에서 쌓인 피로가 채 풀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런 그의 눈에 또다시 체력 단련장의 모습이 보였다.


 ‘···마법사 맞아?’


 그곳에는 여전히 달리기를 이어가는 성도혁이 있었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다리가 부들거리는 모습이 보이는데도 그는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설마,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에이.’


 중간에 몇 번 길게 휴식을 취하곤 했을 거다.

 갓 개척자가 된 사람은 일반인과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다고 한들, 저렇게 전력 질주에 가까운 달리기를 쉬지 않고 몇 시간이나 계속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잠시동안 성도혁을 바라보던 그는 곧 발걸음을 돌려 숙소로 향했다.

 자신도 훈련을 열심히 할 생각이지만, 오늘만큼은 숲에서의 피로가 풀리지 않았으니까 쉬는 거라고 속으로 되뇌며.



**



 ‘···미리 온 사람이 있을 거랬는데.’


 접수원의 이야기와 달리, 숙소 내부에는 사람의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침대마저 가지런히 정리된 수준이 아니라 아예 쓰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곧 오겠지?”


 신예의 둥지에 있는 동안은 거의 두세 달 동안 같이 숙소를 써야 하니, 같이 밥이라도 먹으며 인사를 나눌 생각이었다.

 하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 결국 룸메이트는 오지 않았고, 황지호는 홀로 밥을 먹곤 침대에 누웠다.


 ‘나도 문파를 구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근접 무기를 선택한 개척자들은 대부분 서양식 판타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투방식을 따른다.

 중갑옷이나 경갑옷을 착용해 방어력을 크게 높이고, 정해진 초식보다는 자유로운 대응을 중시하며 여러 보조 도구를 사용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는 방식.

 이를 보통 ‘철의 길’이라고 부른다.


 그와 반대로 천옷이나 기껏해야 가죽옷 정도를 착용하고, 심법과 내공, 스피드와 초식을 바탕으로 하는 동양식 판타지의 전투방식도 존재했다.

 이름하여 ‘기(氣)의 길’.


 하지만 기의 길을 걷는 것은 하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심법과 무공을 얻은 개척자가 문파를 설립한 뒤 소수의 인원만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평범한 클랜이나 길드에 들어가는 것보다 훨씬 그 문턱이 높았다.


 힘들다는 건 알아도, 황지호는 꼭 기의 길을 걷고 싶었다.

 그게 로망이라고 느꼈으니까.

 그렇게 문파에 들어가는 상상을 이어가다가 그는 곧 잠에 빠져들었다.


 “드르렁···.”


 어느새 시간은 자정에 가까워졌고.


 쏴아···.


 갑작스러운 소리에 황지호는 잠에서 깼다.

 샤워실을 사용하는 소리로 보아, 룸메이트가 온 듯했다.


 벌컥.


 ‘헉!’


 그런데 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을 보자마자 황지호는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룸메이트가 다름 아닌 성도혁이었던 것.


 “깨워버렸네요.”


 “괜, 괜찮아요.”


 ‘이건 진짜 마법사가 아닌데?’


 놀란 이유는 성도혁이 룸메이트였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씻고 나오며 보인 성도혁의 몸은 절대로 마법사 것이 아니었으니까.

 서태오 같은 터질듯한 근육은 아니더라도, 탄탄하게 부족함 없이 단련된 것 같은 날렵한 근육질의 몸.

 이 사람도 혹시 조폭 같은 쪽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황지호는 긴장한 채로 입을 꾹 닫았다.


 “씻으러 올 때 말곤 잘 안 올 거니까, 편하게 지내세요.”


 그는 뻣뻣하게 굳은 채 침대에 앉아 있는 황지호를 지나치고는, 곧바로 옷을 챙겨입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가 향한 곳은 침대가 아닌 현관이었다.


 “어디 가세요? 완전 한밤중인데···.”


 신발까지 챙겨 신은 성도혁은 그를 흘긋 바라보고는.


 “훈련요.”


 라는 말을 남기고 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쿵.


 문이 닫히고, 홀로 남은 숙소 안은 고요함밖에 남지 않았다.

 창문 밖을 바라보니 가볍게 뜀걸음 질을 하며 이동하는 성도혁이 눈에 들어왔다.


 ‘설마.’


 밤이 다 되도록 단련장에서 운동하고 있었고, 이 한밤중에 또 훈련하러 나간다고?

 심지어 잠도 여기서 안 잘 거라는 듯 말하지 않았나.

 아예 단련장에서 달리다가 자겠다는 이야기인가?


 황지호의 상식으로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리고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방금 창밖에서 단련장을 향하던 성도혁의 입꼬리는 크게 위로 올라가 있었다.

 운동이, 훈련이 즐거워서 미치겠다는 듯이. 


 ‘···저게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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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진짜 재능이란 (1) 24.09.02 1,318 45 20쪽
15 돌풍을 몰고 오는 (4) 24.08.31 1,305 41 18쪽
» 돌풍을 몰고 오는 (3) 24.08.30 1,333 4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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