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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한 고인물이 특전을 독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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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
작품등록일 :
2024.08.1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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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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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최초의 특전 (3)

DUMMY

 ‘참 이상하군.’


 왕성 꼭대기, 첨탑의 난간에 홀로 기댄 모르반은 연초 한대를 다시 꺼내 입에 물었다.

 처음으로 열린 ‘하우징’에 대한 정보도 족장들에게 고지했고, 대족장의 업무 또한 완벽히 끝마친 후였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처음 보는 인간, 그것도 ‘개척자’들에게 이런 친절을 베푼 적은 맹세코 한 번도 없었다.

 악의를 감지하는 힘을 지니게 된 뒤로부터 인간은 모든 종족 중에서 가장 경계하고 의심해야 하는 종이라 여겼으니까.


 하지만 몇 시간 전 만난 그 인간은, 인간치곤 참으로 특이하게도 단 한 점의 악의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방긋거리며 친한 척을 해오는 특이한 인간.


 분명 그게 전부다.


 그런데 그 인간이 쓰러지는 걸 보자, 저도 모르게 침대와 난로를 만들어주고 말았다.

 옮겨두자마자 배꼽시계까지 시끄럽게 울려대니, 간식으로 먹으려 했던 과일 서너 개까지 주고 왔고.


 “후우···.”


 심지어 그가 기절한 사이, 자신에게 있는 ‘꺼지지 않는 대지모신의 축복’까지 잠깐 몸에 넣어주지 않았나.

 물론 정신을 차리는 것과 동시에 회수하긴 했지만, 저런 낮은 경지의 인간이라면 며칠은 엄청난 회복력을 보이겠지.


 대가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이런 필요 없는 잡동사니 따위.


 “쯧.”


 상황에 따라 적은 대가로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인상을 줘버린 상황이 그는 더없이 찝찝했다.


 그래, 지금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이 사태가 화나거나 불쾌한 게 아니라, 그저 ‘찝찝함’으로 끝난다는 것.


 ‘실낱같았지만, 그때 느껴진 건 분명 친숙함이었다.’


 통신이나 서신이 아니라 직접 인간족을 본 게 몇백 년 만인지도 모르겠는데, 얼굴을 처음 마주친 찰나의 순간.

 그의 뇌리에 친숙함이라는 감정이 분명 스쳐 지나갔다.


 뿌리를 찾을 수 없는 익숙함이 더없이 찝찝하였기에, 조금 전 하이샤먼에게 부탁해 혹시 정신 오염은 없었는지 확인해 달라고까지 했다.


 당연히 결과는 아무런 이상 없음.


 “···”


 벅벅.


 그는 짜증스럽게 머리를 긁적이다가 갑자기 허공에 손을 뻗어 움켜쥐었다.

 팔의 문양이 빛나기 시작하더니, 그 주먹에 느닷없이 곡괭이가 생겨났다.

 그러곤 준비동작도 없이 가볍게 난간 너머를 향해 던져버렸다.


 콰과과과!


 가벼운 동작에서 나왔다고는 믿을 수 없는 가공할 회전력.

 붉은빛의 유려한 꼬리를 만들며 공기를 가르듯 쏘아진 곡괭이는, 이내 수평선이 보일 정도로 넓은 호수의 표면에 닿았다.


 퍼어엉!

 쏴아아아···!


 굉음과 함께 수면이 성의 높이에 맞먹을 만큼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고, 몇십초 뒤 시원한 호수 바람이 그의 몸 주변을 시원하게 스쳤다.


 “후, 시원하군.”


 마음이 바뀌었다.

 원래는 한 번만 직접 가본 뒤 이후의 호출은 기술공 아무에게나 떠넘기려 했건만.


 착각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짧게 느껴진 친숙함.

 그의 직감은 조금 더 그 애송이를 만나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모르는군.’


 탁!


 그 녀석은 내 이름을 아는데 나만 모르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과 함께, 부메랑처럼 돌아온 곡괭이를 잡고 다시 팔의 문양 속으로 돌려보냈다.

 오늘은 업무가 끝났으니 이제 편히 쉴 차례였···으나.


 “대족장이시여.”


 어느새 나타난 자신의 호위대장이 앞에 서 있었다.


 “오. 아직 퇴근 안 했나? 일 없으면 술이나 한잔하지.”


 “···그, 호출이.”


 “호출?”


 “예. 하이 샤먼께서. 하신 말씀 그대로를 지금 전달하겠습니다.”


 멈칫.


 “‘혹시 급한 일이 없으시다면, 한밤중에 온 국민을 깨운 것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라고.”


 “···.”


 “술자리는··· 그, 다음에.” 


 그의 콧수염이 작게 파들거리며 떨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의 휴식 시간은 한참 나중에나 올 것 같았다.



**



 “대족장이 만든 침대는 다르긴 하네.”


 크게 허리를 쭈욱 펴고 이리저리 스트레칭을 해본다.

 여전히 근육이 땅기고 몸이 불편한 감이 있지만, 운동을 좀 격하게 하고 일어난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


 조금 전 상태 창을 확인해 보니 근섬유 파열도 사라진 상태였고, 떨어진 능력치도 아주 약간은 복구되어 있었다.

 평범한 사람의 몸이라면 말도 안되는 일.

 역시 대족장의 침대는 대단하다.


 그래봐야 여전히 평균 3할 정도의 능력치는 날아간 상태였지만.


 “알티, 돌아왔어?”


 [ 용건이 있으십니까? ]


 계속 상태가 이상하던 알티 또한 돌아와 있었다.

 궁금하던 것을 먼저 물어보려 입을 열었다.


 “뭐 때문에 기능이 일시 중단됐던 거야?”


 [ 무언가의 연산에 동원됐습니다. ]


 “무언가?”


 [ 레닉수스에서 흔히 발생하던 ‘수집 시스템 취득으로 인한 강제 상태창 부여’ 현상이 이 세계에서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

 [ 이 세계에 존재하는 시스템에게 강제조치 요청을 했고, 수락이 되는 순간부터의 기록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상은 레닉수스의 버그까지 그대로 가져올 정도로 재현에 충실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100% 동일한 세계는 아니었다.

 인벤토리 기능이 존재하지 않고, 개척자들이 본인의 상태 창을 확인하려면 아이템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표적이었다.

 알티가 아니었다면 수집 시스템이 활성화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그나저나 알티가 끌려갔다던 ‘무언가’는 도대체 뭘까.


 “크로노···스피어 시스템인가, 거기에 끌려간 거야?”


 [ 그게 무엇입니까? ]


 “아니, 기억 안 나?”


 [ 대화 로그에 해당 단어에 대한 기록이 검색되지 않습니다. ]


 원인 불명의 오류라는 메시지가 뜰 때, 크로노스피어 시스템 어쩌고 하는 단어를 보았었다.

 분명 알티가 띄워준 창에 적혀있던 걸로 보았는데, 알티는 그것에 대해 아무런 기억이 없다니.


 여러 번 더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알려주어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그 부분만 정확히 쏙 빼버린 듯한 알티의 기억.


 오히려 그래서 ‘무언가’가 그 시스템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이 안 난다는데 어쩔 수 없지.


 “아무튼, 이제 진짜 그걸 등록하러 가야지.”


 나는 오두막 구석에 보이는 나무 뚜껑을 열었다.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고, 주저 없이 아래로 향했다.

 마치 지하감옥 같은 분위기의, 온통 커다란 돌을 깎아 만든 방이 나를 맞이했다.


 “여기도 이렇게 좁았었지.”


 [ 다시 넓히려면 꽤 노력이 들어갈 것 같습니다. ]


 지금은 원룸처럼 방이 하나밖에 없지만, 본래 내 기억 속의 지하 공간은 무척 거대했다.

 이곳은 하우징 관리자가 개입 없이도 저절로 공간이 확장될 수 있었다.

 여러 용도로 사용될 수 있지만, 가장 큰 역할은 바로 수집품을 보관하는 장소였다.


 “어디 보자.”


 방의 정중앙으로 향하자 쿠궁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서 돌기둥이 솟아올랐다.

 높이는 1m 정도에 대략 한 뼘 정도의 지름을 가진 돌기둥에 손바닥을 올리자.


 [ 수집품이 감지되었습니다. ]


 등에 메고 있던 가방에서 저절로 큐브가 뿅 하고 튀어나왔다.


 여전히 반투명한 모습.

 이는 진품이 아니라 환영이라는 의미였다.

 누가 수집해 버린다고 사라져 버리면 안 되니까 말이다.


 큐브는 곧 기둥에 빨려 들어갔고, 그와 동시에 벽 한쪽 편이 큰 소리를 내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곧 한쪽 벽면이 통째로 유리 재질로 된 진열장으로 변했고, 가장 왼쪽 위의 칸에 큐브의 모습이 나타났다.


 [ 등록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


 이렇게 섬의 정수를 하우징에 등록하면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

 종류는 두 가지.

 단순 등록으로 받을 수 있는 기본 보너스와 메인 전시대에 진열하면서 받을 수 있는 활성화 보너스.


 다만 활성화 보너스는 등록 보너스보다 훨씬 보상이 크지만, 최대 활성 개수에 제한이 있어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바꿔가면서 등록해야 했다.


 ‘지금은 신경 쓸 필요 없지.’


 발칸델 큐브는 활성화 보너스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수집품이다

 하지만 거기에 대해서 아쉬워할 필요는, 절대로 없다.


 오히려 이 큐브에 활성화 보너스까지 있었다면 밸런스 붕괴 수준일 테니까.


 [ 등록 완료. ]

 [ 발칸델 큐브 ]

 [ 분류 - 섬의 정수 ]

 [ 수집 효과 - 모든 종류의 숙련도 획득량 50% 증가 ]


 “이거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버그까지 써가면서 이곳에 먼저 도달하는 게 가장 중요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

 숙련도 획득 보너스 50%라는 말도 안 되는 수집 효과를 얻기 위해서였다.


 ‘다시 봐도 말이 안 되네.’


 다른 섬의 정수들이나 여러 희귀 수집품 같은 경우, ‘언데드 몬스터의 레어 아이템 드롭율 7.5% 상승’, ‘모래나 진흙 지형에서의 이동속도 5% 상승’ 같은 방식으로 조건부가 붙은 보너스가 훨씬 많은 편이다.


 거기에 성장이나 경험치 관련 보너스는 10%가 찍히는 일이 매우 드물고, 기껏해야 3~4%에서 높으면 5% 정도인 게 정상이다.

 그런데 숙련도 획득 보너스 50%?


 이건 그냥 ‘사장님이 미쳤어요’하는 수준이다.


 ‘모든 숙련도’라는 표현이 조금 모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어떤 특성, 어떤 스킬, 뭐 어디까지 적용되는지 정확히 가늠하기 힘들다.


 그에 대한 대답은 ‘말 그대로 전부’다.

 무기 숙련도, 특수능력, 초식, 마법, 신성, 거래, 카리스마, 제작.

 뭘 갖다 붙여도 전부 적용이 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바로 ‘성장 상한’ 수치가 올라가는 속도까지 포함된다는 것이었다.


 ‘훈련을 병행해야 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레닉수스 시절이나 지금이나, 개척자가 자신의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냥만 해서는 안 된다.

 성장 상한을 제대로 올리려면 훈련 시설에서 몸을 단련해야 하는데, 이것만 있으면 그 시간을 크게 줄여줄 수 있다.

 튜토리얼 탈출 버그가 존재하지 않았어도 발칸델 섬은 반드시 성장했을 것이다.

 이런 보너스를 가진 수집품들은 절대로 지나칠 수 없으니까.


 [ 최초 획득 보너스가 발생했습니다. ]

 [ 지금 확인하시겠습니까? ]


 “오.”


 맞다, 그런 것도 있었지.

 내가 플레이할 땐 굉장히 후발주자로 시작했었기 때문에, 최초 보상 같은 건 거의 본 적이 없어서 잊고 있었다.


 ‘제발, 수집 효과 증가가 걸려라.’


 [ ‘얼리 액세스’ 획득! ]

 [ 하우징 레벨 증가. 추가 시설이 선개방됩니다. ]


 쿠구궁 거리는 소리와 함께 지하실이 갑자기 더 커지기 시작했다.

 복도가 생겨나 빠르게 넓어지더니, 문도 여럿 들어서는 모습.


 “흠, 선개방···.”


 살짝 아쉬웠다.

 지하 시설 추가개방은 아마 160레벨 전후였던 것 같은데.

 추가되는 시설은 아마 간이 자원 채취 시설, 제작의 방··· 그 외에도 훈련장이나 간이 감옥 같은 게 있는데, 자세히는 기억 안 난다.


 ‘별로 쓸 일이 없었지.’


 게임 시절에도 원래 용도로 사용하기보단, 그냥 와인 저장고나 수영장 같은 걸로 개조한 사람이 많았을 거다.

 나 같은 경우, 이전 계정의 하우징에 마법 공학 장비들을 응용한 마사지실을 만들었다.


 제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개조를 하는 이유는, 수집 시스템 이외의 방들은 효율이 별로 높지 않아서였다.


 간이 자원 채취 시설 같은 경우, 자원이 끝없이 나오는 대신 매우 천천히 소량만 나온다.

 사냥으로 돈을 벌어 사는 게 수십 배는 빨랐다.

 업그레이드도 가능하지만, 그걸 마쳐도 여전히 사냥 효율이 압도적이었다.


 제작시설도 마찬가지.

 그냥 그 분야가 발전한 하늘섬을 찾아가 장인들의 시설을 사용하는 게 훨씬 유리했다.

 숙련된 장인들이 몇백 년 넘게 발전시켜 온 시설들에는 여러 특수효과가 붙어있고, 또 좋은 품질이 나올 확률도 높았다고.


 훈련장 같은 시설도 열악하고, 감옥 같은 경우 길어야 서너 시간밖에 가두지 못하는 유저들끼리의 장난감 같은 거고.

 심지어 업그레이드에 들어가는 돈을 마련하는 것도 지금 내겐 하늘의 별 따기 아니겠나.


 하우징의 추가 기능 시설들은, 급할 때 쓰는 임시 시설 같은 역할일 뿐이었다.

 분명 유용하게 쓸 일은 오겠지만, 지금 당장 내게 이득이 되는 것은 아니니 아쉬움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제작이나 생산 쪽도 건드려볼걸 그랬나.’


 나는 오로지 전투 콘텐츠만 깊게 파고들었던 사람이다.

 물론 게임을 오래 했으니 이래저래 얇게 알고 있는 것은 많지만, 뭐 어느 부족에서 비밀의 품질 상승법을 익힐 수 있는지, 어떤 재료가 레시피에 나오지 않는 숨겨진 것인지 이런 것들을 전혀 모른다는 것.


 심지어 영상을 찍으며 살아가던 내겐, 좋은 무기가 아니라 웃기고 안 좋은 장비가 필요하지 않았던가.

 제작을 굳이 익힐 이유가 없었다.

 하우징 지하 시설 선개방은 조금 아쉬운 보상일 수밖에 없었다.


 “응?”


 그렇게 생각하던 와중, 알티의 알림창이 여전히 반짝이는 것을 확인했다.


 [ 최초 획득 보너스(1) ]


 “뭐야, 방금 확인하지 않았어?”


 [ 조금 전 확인하신 것은 ‘하우징 최초 개방’에 대한 보너스입니다. ]

 [ 아직 섬의 정수 최초 획득에 대한 보너스를 확인하지 않으셨습니다. ]


 “아니, 하우징 최초 개방 보너스가 있었다고?”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왜 능력치 관련 보너스가 아니라 하우징 시설 선개방이라는 뜬금없는 보너스가 나왔는지 말이다.


 조금 불만족스러웠던 표정이 한 번에 펴지고, 나는 다시 기대가 가득 찬 얼굴로 알림창에 천천히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아주 천천히, 좋은 보상이 나오길 간절히 기도하면서.


 [ 최초 획득 보너스 산정 중. ]

 [ ‘발칸델 큐브’ 수집 보너스 강화! ]


 “오!”


 그래, 보너스 강화! 이거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알림창을 바라본다.

 어떤 효과가 나올지 궁금했다.

 아예 보너스 수치를 10%··· 아니, 5%만이라도 좋으니 올려줬으면 좋겠는데.


 [ 추가 효과가 발생합니다. ]

 [ 전문화 능력치가 자연 개방될 수 있습니다. ]


 “···?”


 잠깐, 뭐라고?

 난생처음 보는 효과에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분명 전문화 능력치라고···.’


 멍하니 큐브의 정보를 다시 띄워보았다.

 잘 못 본게 아니었다.

 그 아래에는 확실히 방금 보았던 전문화 능력치에 대한 언급이 한 줄 추가되어 있었다.


 이 게임을 오래 해왔던 나는, 그게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 알고 있다.


 “이런, 이딴 사기 보너스가 레닉수스에 존재했었다고?”


 [ 로그에서도 해당 수집 효과에 대한 정보는 검색되지 않습니다. ]


 전문화 능력치는 레닉수스 세계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번째 능력치 시스템이다.

 의지, 행운, 끈기, 카리스마 같은 능력치들부터 시작해서, 신성력, 내공, 암흑 마력, 정령 친화도와 같은 특수 능력치까지 모두 전문화 능력치에 포함된다.

 이런 능력치들은 반드시 ‘전직’이나 ‘계승’ 같은 특별한 수단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고, 아주 낮은 확률로 특수 이벤트나 의식 등을 통해서 얻을 수도 있긴 했다.


 그런데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자연 개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직이나 이벤트를 거치지 않아도 전문화 능력치를 열 수 있다는 말은, 어떤 패널티도 없이 수많은 직업의 능력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었다.


 가슴이 쿵쾅거리는 게 느껴졌다.


 ‘일단, 진정하자.’


 에테르 오브를 얻었을 때보다 더 가슴이 뛰고 있었지만, 나는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냉정하게 따져보자.

 지금 이 보너스 효과에는 뻔히 보이는 한 가지 함정이 있지 않나.


 그래서 도대체 그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


 “알티, 이거 확률이 얼마인지 알 수 있어?”


 [ 수집 효과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메시지는 저것으로 끝입니다. ]


 휴.

 그래, 그러면 그렇지.


 이게 정말 밸런스 붕괴 같은 능력이었다면, 이걸 처음 얻었던 사람이 유명해지지 않았을 리가 없다.

 수많은 직업의 전문화 능력치를 가지고 모든 직업의 기술을 다 사용하는 그런 사람은 레닉수스의 역사에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다.

 분명 ‘자연 개방’은 복권 수준의 낮은 확률로 일어나는 특전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는게 자연스럽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지하실을 빠져나왔다.


 그래도 만약, 정말 만약의 이야기다.


 사실 ‘자연 개방’은 그리 낮지 않은 확률로 발생한다면.

 이 특전을 처음 얻었던 유저가 모종의 이유로 게임을 일찍 접었었다면.

 그래서 빛을 발하지 못하고 그냥 자연스럽게 사라졌을 뿐이라면.


 ······.


 “아니겠지.”


 너무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자.

 어차피 머지않아 직접 확인해볼 시간이 있을테니까.



**



 “자, 그럼, 주택에서 할 일도 끝났고··· 슬슬.”


 [ 신예의 둥지로 돌아가실 겁니까? ]


 “응? 응. 하나만 더 하면 돼.”


 주머니의 열쇠를 사용해 하우징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유적 또한 왔던 길로 별 탈 없이 탈출할 수 있었고.

 이제는 정말 튜토리얼의 섬으로 돌아갈 시간이었지만, 마지막으로 하나 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 거점 등록을 하실 생각이군요. ]


 내가 돌아가는 방향을 보고 유추했는지, 알티가 정답을 맞혀왔다.

 알티의 말대로, 발칸델 섬에 있는 유일한 도시 ‘발칸디움’의 내부로 들어가야 했다.


 목책도 경비병도 세워져 있지만, 개척자를 딱히 배척하는 섬도 아니었기에 하품하며 나를 들여보내 주었다.

 사람들이 많이 걸어 다니는 시장을 지나, 주점의 뒷골목으로 보이는 곳으로 온 나는 열쇠를 꺼내고는 곧바로 바닥에 꽂았다.


 마치 수면에 넣는 것처럼 저항 없이 들어간 열쇠.


 [ 이곳을 거점으로 활성화하시겠습니까? ]


 “등록해 줘.”


 [ 확인. ]

 [ 현재 등록된 하우징 거점 : 발칸델, 발칸디움 주점 뒷골목. ]


 하우징에서는 마지막으로 있었던 공간과 거점 등록된 공간, 두 군데의 출입구를 연결해 둘 수 있었다.

 이렇게 해두면 신예의 둥지와 발칸델 섬을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된다.

 당장은 이 섬의 잡몹은 커녕 벌레 하나 못 건드리지만, 적정 레벨 103레벨의 하늘섬에 필요하다면 언제든 올 수 있다는 것도 남들이 가질 수 없는 큰 이점 아니겠나.


 그렇게 등록을 끝마치고 나서 나는 귀환의 돌을 손에 쥐었다.


 신예의 둥지 숲을 통과하고 나서부터는, 한동안 정말 모르는 세상을 헤쳐 나가야 한다.

 점핑 이전에 어떤 마을들이 있고, 어떻게 통과해야 하는지는 하나도 관심이 없었으니까.

 레벨과 상관없이 들려야 할 만한 이유가 있던 섬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정말로 백지나 다름없다.


 그래도 뭐, 남들보다 비교도 할 수 없는 출발점에서 달리기 시작한 것 아닌가.

 이미 크게 올라간 레벨, 수집 시스템과 하우징, 거기에 머릿속엔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알티까지.

 의남매 둘을 찾는다는 목표도 잊어선 안 되겠지만, 기대감이 차오르는 것을 보니 나는 역시 돌이킬 수 없는 게임 중독자였다.


 “귀환!”


 이번에는 정말로 아무 문제 없이 귀환의 돌이 발동했고, 빛이 나를 휘감았다.


작가의말

(08.29) 공지에 모르반 반장의 그림이 올라왔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한번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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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돌풍을 몰고 오는 (4) 24.08.31 1,305 41 18쪽
14 돌풍을 몰고 오는 (3) 24.08.30 1,332 40 18쪽
13 돌풍을 몰고 오는 (2) 24.08.29 1,431 39 18쪽
12 돌풍을 몰고 오는 (1) 24.08.28 1,507 39 19쪽
» 최초의 특전 (3) +1 24.08.27 1,578 44 20쪽
10 최초의 특전 (2) 24.08.26 1,642 43 20쪽
9 최초의 특전 (1) +1 24.08.25 1,689 42 16쪽
8 튜토리얼? 일단 버그부터 써보자고 (3) +2 24.08.24 1,683 45 18쪽
7 튜토리얼? 일단 버그부터 써보자고 (2) +3 24.08.23 1,718 44 18쪽
6 튜토리얼? 일단 버그부터 써보자고 (1) +1 24.08.22 1,807 4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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