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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고인물이 특전을 독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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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
작품등록일 :
2024.08.1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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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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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돌풍을 몰고 오는 (4)

DUMMY




 “죽겠다 진짜.”


 샤워까지 마치고 개운해진 몸을, 다이빙이라도 하듯이 침대 위로 주저 없이 뛰어든다.

 푹신한 매트리스에 달라붙는 순간 곧바로 특수 효과가 적용되며 몸이 회복되는 듯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훈련을 이 시간까지 하겠냐고.”


 이름이 뭐였더라. 안 물어봤던 것 같은데.

 아무튼 룸메이트가 어디를 가냐고 묻길래, 순간 할 말이 없어서 훈련하러 간다고 해버렸던 게 생각났다.

 거의 하루의 절반이 넘도록 달리고, 웨이트, 달리고, 웨이트를 반복했다.

 나도 잠을 잘 시간 정도는 있어야지


 단련장에서의 체력 훈련은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었다.

 게임 캐릭터가 아니라, 현실의 몸으로 이렇게 혹사해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 유혹을 어떻게 참냐···.’


 내가 몸을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노란색 게이지가 점점 차오르고, 정신없이 달리다 보면 알티에게서 알림음이 들린다


 띠링. 근력 능력 상한치가 상승했습니다.

 띠링. 내구 능력 상한치가 상승했습니다.


 게이머라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알람음과 메시지.


< 기본 능력치>


근력 : 8(-4) / 23

내구 : 12(-5) / 21

민첩 : 13(-5) / 59


능력 상한치가 하루만에 무려 평균 6씩 올랐다.


 물론 하루만에 이렇게 상승하는 것은 능력 상한치의 값이 낮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터무니없이 빠른 속도인 것도 맞았다.

 단련장 자체의 마법진에 숙련도 획득 보너스 50%가 합쳐지자 벌써부터 엄청난 효율을 보여주고 있던 것.


 이렇게 한계를 넘어서 무아지경인 상태로 몸을 혹사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내가 게임 중독자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네 덕분이다, 알티야.”


 [ 만약 중독 증세를 보인다고 판단 될 시, 요청이 있더라도 엔돌핀 분비 촉진을 중단할 것입니다. ]


 “에이, 알지.”


 보통 고강도 운동을 30분 이상 지속하게 되면, 뇌에서 자연스럽게 엔돌핀이 분비되기 시작한다.

 고통을 둔화시키고 행복감을 느끼게하는 뇌내마약 말이다.

 인페르날린이나 아드레날린을 뇌 내에서 강제 분비했던 것처럼, 운동을 하는 내내 적당한 양의 엔돌핀이 끊이지 않도록 알티가 보조해 두고 있던 것이었다.

 당연히 그 반동으로 지금은 제대로 근육이 부들거리며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것이었고.


 훈련장 마법진의 힘과 알티의 보조, 그리고 게이머의 중독성.

 이 세 가지가 나를 정말로 쉬지 않고 단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얼마나 걸리려나.’


 근력과 민첩을 전혀 상승시키지 않은 채 몸을 최대한으로 혹사하는 것.

 이런 방식의 훈련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 나가야 했다.

 단순히 능력 상한치를 올리려는 생각이었으면 능력치 투자를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냥 그만큼 더 가혹한 훈련을 하면 그만이니까.


 내가 노리는 건 단순한 상한치가 아니었다.


 ‘특성.’


 <특성(0)>


 상태창 속 나의 특성란은 아직도 텅 비어 있었다.


 레닉수스의 특성은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얻을 수 있다.

 섬의 원주민들에게 가르쳐 받을 수도 있고, 의식이나 마법을 통해 강제로 주입받을 수도 있으며, 낮은 확률로 보스 몬스터를 사냥해 그 특성의 열화판을 얻는 것도 가능했다.


 가장 간단한 길은 역시, 같은 행동을 끝없이 반복하는 것이다.

 어떤 섬에 알 박기를 한 채로 같은 몬스터만 수천, 수만 마리를 사냥한다든가 하는 식.

 그런 방식으로 단련형 특성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현대에도 꽤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훈련형 특성들은 별로 선호되지 않지.’


 미래 시절과 마찬가지로, 여기에서도 평범한 훈련형 특성들은 그다지 선호되지 않았다.

 조금만 하늘섬을 등반해도 크게 시간을 들이지 않고 괜찮은 특수 훈련 특성을 얻을 수 있으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금의 개척자들이 가진 상식 안에서는 말이다.



**



 신입 개척자들의 기초 훈련은 계속되었고, 순식간에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복도 한편에 마련된 거울을 보며, 청년 황지호는 히죽거리고 있었다.


 “이야. 이거구나.”


 레벨 2.


 열심히 훈련 과정을 따라간 지 일주일 만에, 드디어 그도 레벨업이라는 것을 경험해 보았기 때문이었다.

 훈련은 정말로 다양했다.


 단순히 무기를 사용하는 법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본인의 주 무기로 여러 종류의 무기에 대처하는 법.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몬스터들의 행동 양식.

 무기를 빼앗거나 빼앗겼을 때의 대처법, 여러 지형마다 적용하기 괜찮은 전술, 그리고 덜 아프게 맞고 쓰러지는 방법 등.


 겨우 일주일 만에 수십 가지가 넘는 지식이 머리에 쑤셔 박혔다.

 교관 빅터의 말에 따르면, 이 모든 것을 다 기억하고 활용할 거라는 것은 기대도 안 한다고.

 죽을 위기에 처하면 알아서 다 기억이 날 것이고 그거면 충분하다는 섬뜩한 말도 이어졌었다.


 “나도 진짜 세지겠는데.”


 황지호는 추가로 얻은 능력치를 모두 근력에 투자하고는 연습용 목각인형이 있는 방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곧바로 자신의 연습용 롱소드를 손에 쥐고는 힘껏 내리쳤다.


 따악!


 어제와 달리 손바닥이 얼얼하지도, 반동 때문에 어깨를 움켜쥐지도 않게 되었다.

 겉으로 보기에 몸의 변화는 별로 없었는데도 근육이 큰 힘을 낼 수 있었다.

 목각인형을 살펴보자, 작은 흠집이 인형의 어깨에 새겨져 있었다.

 지금까지는 흠집조차 낼 수 없었건만.


 “이게 시스템의 힘···.”


 노력 없이 대가를 얻는 것은 아니라 해도, 비각성자에 비하면 아주 적은 노력으로 큰 리턴을 얻을 수 있는 힘.

 심지어 그 상한선까지 없는 이 어마무시한 법칙.

 그 안에 자신이 있다는 것에 짜릿함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어느새 시계를 보니 점심을 넘긴 시간이었기에 지호는 자연스레 식당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본래라면 점심시간이나 휴식 시간은 반드시 지켰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 시간에도 훈련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었다.

 식당으로 가는 길, 그 원인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도혁이 형은 오늘도 있네.’


 오늘도 역시 성도혁은 체력 단련 공간 안에 있었다.

 양손에 아령을 든 채로, 한쪽 다리를 천천히 쭉 내밀며 몸을 아래로 내리는 ‘런지’를 하고 있는 평범한 모습.


 하지만 저 운동중인 성도혁의 옆에 다가가본 황지호는 알고 있었다.

 그가 서 있는 공간 안에는 중력이 훨씬 무겁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무표정하게 운동을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씨익 웃고는 다시 무표정.


 ‘진짜 미친 게 아닐까?’


 황지호는 그가 정말로 제정신인가를 의심 중이었다.

 긍정, 부정이 모두 합쳐진 의미로 말이다.


 그동안 계속 곁눈질하며 그를 관찰했기에 이제는 안다.

 그는 정말로 쉬지 않는다.


 밥을 먹어야 할 시간에도 입에 샌드위치를 문 채 웨이트 트레이닝을 계속하고, 또다시 달린다.

 심지어는 훈련조차 모조리 빼먹을 정도였다.

 딱 하나 참가한 게 있다면, 기본 회피 동작인 ‘대시’를 익히던 수업 정도.


 빅터 교관은 종합 평가에 영향이 갈 순 있겠지만, 자신만의 훈련 루틴이 있는 것이라면 그 판단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자신을 납득시킨다면 누구든 자유 훈련을 허가하겠다고 했고.


 하지만 그렇게 자유 훈련을 시작한 훈련생은 성도혁을 제외하고 둘이 전부 였다.

 이미 전직을 한 것으로 보이는 서태오 파티의 마법사와 성직자였다.


 ‘저게 정말 맞는 판단일까?’


 보디빌더가 격투기 선수를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체력을 아무리 길러봐야 싸우는 법을 모르면 안 된다는 말이다.


 ‘···내가 오지랖 부릴 부분은 아니긴 한데, 그럼 그건 왜 물어본 거냐고.’


 사실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질 만한 일은 아니긴 했다.

 다만 며칠 전 숙소에서 잠깐 나눴던 대화때문에 이렇게 계속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같은 숙소를 쓰니 그래도 인사 정도는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훈련 이틀 차에 다소 억지로 그에게 말을 걸었다.

 생각보다 그리 무서운 사람은 아니었다.

 자신보다 한참 형이었기에 말도 편하게 하라고 했고 말이다.


 -그럼 대련만 해도 수석이 될 수 있다는 거네.


 그는 여전히 수석 자리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그에게 알려준 것은 단 하나.

 수석 수료자의 자리는 대련으로 빼앗는 게 가능하다는 것.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분명 그런 사례가 있다고 학원에서 말해주었다.


 -네. 하지만 저희 기수에는 서태오 그 사람이 있어서···. 아무래도 그 파티원들이 싹 독식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게 상식적으로 가능할 리가 없었다.

 서태오와 그 파티는, 말하자면 반칙 덩어리였다.

 이계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현실에서 각성을 하고, 그 비싼 에테르 오브를 구매해 레벨까지 10을 넘겼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이미 한참 먼저 달리고 있던 사람과 경쟁하는 꼴이다.


 -고마워.


 하지만 성도혁은 이렇다 할 긴 대답도 없이 곧바로 훈련을 하러 사라졌다.

 그 짧은 대화만 놓고 봤을 때, 그는 마치 서태오에게 대련을 신청하겠다는 듯한 뉘앙스처럼 들렸다.


 그러니 황지호 입장에서는 진짜 싸우려나 싶어서 자꾸 신경이 갈 수밖에 없던 것이다.

 차라리 이미 마법이라도 쓸 수 있다고 하면 가능성이라도 있겠는데, 훈련소의 그 누구도 성도혁이 라이트 이외의 마법을 쓰는 것은 본 적 없다고.


 “···에이. 그냥 해본 소리겠지.”


 그는 결국 몸을 돌려 식당으로 향했다.


 한 번 더 고개만 살짝 돌려 성도혁을 바라보긴 했지만, 그게 끝.

 그 또한 어물쩍거릴 시간은 없었다.

 동경하는 ‘기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선, 어느 정도 실적을 내야 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 기초 훈련 수료를 앞둔 마지막 날까지 결국 성도혁과 이야기해 볼 기회는 오지 않았다.



**



 “···떴다.”


 차오르는 숨을 가다듬으며 땀을 닦아낸다.

 온몸이 땀으로 젖어있어서 그런지, 바닥에 주저앉는 것과 동시에 흙이 달라붙어 찝찝한 기분을 냈다.


 하지만 그게 무슨 대수랴.

 그토록 기다리던 특성이 들어왔는데.


 “떴다아아!”


 이미 한밤중이었던지라 나 말곤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시원하게 환호성까지 질렀다.

 이 공간 전체를 감싸고 있는 고대 마법진의 빛이 지나는 부분을 기특하다는 듯이 쓰다듬었다.


 “이 마법진 확실히 효과가 좋긴 하네. 거의 ‘심혈의 도장’이나 ‘거대 고르곤 도가니’에 있는 거랑 맞먹는 수준 아냐?”


 [ 예. 확실히 예상 시간보다 훨씬 빨리 특성이 붙었습니다. ]

 [ 말씀하신 훈련 공간의 8할 정도의 효율은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


 마법진의 체력 보조와 회복력, 알티의 엔돌핀 분비, 모르반 반장님의 침대.

 그 덕에 2주 동안 시간 낭비 하나 없이 몸을 한계상태로 유지할 수 있었다.

 점핑 캐릭터를 처음 만들었던 당시에는 이 특성을 붙이려고 게임 시간으로 한 달 반 넘게 몸을 움직여야 했는데.


 이미 말한 요소들에 더해, 디버프때문에 낮아져 버린 능력치가 오히려 득이 되었다.

 그 덕에 목표로 하던 특성을 얻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2주.


 [ 패시브 특성 <연마의 흔적> 획득! ]

 [ 등급 : D ]

 [ 당신의 끊임없는 노력과 의지가 내재된 잠재력을 깨워냈습니다. ]

 [ 근력과 민첩의 단련 효율이 20% 증가합니다. ]


 [ 당신은 신체와 정신을 극한까지 장기간 몰아붙였고, 기묘한 힘이 비범한 성장 속도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를 반영하여 ‘연마의 흔적’ 특성이 진화합니다! ]


 [ 패시브 특성 <단련의 소산> 획득! ]

 [ 등급 : F(성장 가능) ]

 [ 당신은 오랜 기간 오로지 수련만을 반복하며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으로도 모자라, 기이한 힘이 당신에게 비상한 잠재력을 부여하였습니다. ]


 [ 근력 +3 내구 +3 민첩 +3 ]

 [ 신체(근력, 내구, 민첩)의 단련 효율이 15% 증가합니다. ]

 [ 신체 관련 전문화 능력치가 존재할 시 동일한 버프가 적용됩니다. ]

 [ 훈련으로 인한 체력 소모가 빠르게 회복됩니다. ]

 [ 이 특성은 다른 모든 종류의 훈련 특성과 중첩 적용됩니다. ]


 “이거지!”


 등급이 오히려 내려가고 속도가 5% 줄어든 것?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미 능력치 상승량에서 레벨이 3이나 증가한 것과 다를 바 없기도 하고.

 훨씬 더 중요한 건 바로 등급 옆에 떡하니 적힌 ‘성장 가능’이라는 글자다.


 대다수의 특성은 그 등급이 고정되어 있다.

 만약 숙련도에 따라 효과가 차이 나는 특성이 있다고 해도, 그 숙련도만 별도로 표기될 뿐 등급이 한 단계라도 올라가는 일은 정말로 드물었으니까.


 그런데 성장 가능 특성의 경우, 당연히 등급이 올라갈수록 수치가 상승한다.

 심지어 꽤 높은 확률로 새로운 옵션이 발생하기까지 하고.


 당연히 그 가치는 하늘과 땅 차이. 


 그리고 만일 다른 신체 단련법을 배운다면, 동종의 효과 중 가장 높은 수치만을 적용한다.

 온갖 훈련 특성을 도배해서 순식간에 단련치를 높이는 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단련의 소산’ 특성의 마지막 줄에는 한가지 특징이 적혀있었다.

 중첩 가능.


 “훈련 특성끼리 중첩까지 가능하고 체력도 채워주는 데, 거기에 성장형이기까지 한 녀석.”


 이 말도 안 되는 특성은, 내가 정보를 풀지 않는 이상 수년간 아무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 특성은 반드시 발칸델 큐브를 수집한 상태에서, 한 달 동안 오로지 훈련만으로 몸을 한계까지 몰아붙여야 얻을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이거, 나 말고 얻을 사람이 있을까?”


 [ 가능성이 0은 아니지만, 최소한 개척자들이 150레벨을 넘어가는 순간에야 가능성이 생기기 시작할 것으로 추측됩니다. ]


 아마 짧으면 반년, 길면 1년 안에 100레벨에 도착하는 사람이 나올 것이다.

 당연히 섬의 정수는 알려질 수밖에 없고, 발칸델 섬도 금방 발견되겠지.


 하지만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개척자들이 50%의 숙련도 보너스를 얻었다고 해서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훈련할 리가 없다.

 정확히는, 사냥이나 제작 같은 다른 콘텐츠에 손도 대지 않고 ‘오로지’ 수련만 할 리가 없다.


 ‘실제로 레닉수스의 역사에서도 헤매이는 숲 탈출 버그가 발견되기 전까진 이 특성을 아무도 못 찾았어.’


 시간은 금이다.


 두 번째 캐릭터를 만든 뒤, 버그를 써 섬의 정수만 쏙 먹고 한 달 내내 수련을 이어간 어떤 괴상한 유저가 아니었다면 아예 발견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특성이다.


 기분이 묘했다.

 레닉수스의 세상에선 ‘단련의 소산’은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 필수 특성이나 마찬가지였는데, 그걸 지금은 나만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이 두 개를 모았으니, 이제는 정말로 계획하던 것은 끝이 났다.

 이 섬에서 꼭 해야 하는 건 알티를 위해 마법을 배우는 것 정도.


 “자, 그러면 이제 내일을 준비해 볼까.”


 자정은커녕 밤 10시쯤 됐을까.

 평소보다 3시간이나 빠른 휴식이지만 괜찮았다.

 특성을 얻은 이상 체력 단련은 이제 남는 시간에 해도 충분하다.


 기초 훈련 이수도 곧 끝나고, 슬슬 이 시간을 다른 데에 투자할 때였으니까.

 마과학 연구실인가 뭔가 하는 거기도 들려야 했고.


 무엇보다 내일은 기초 훈련의 수료날이니 슬슬 휴식을 취해야만 했다.

 그렇게 숙소로 향하려는 내게 알티가 말을 걸어왔다.


 [ 괜찮으시겠습니까? ]


 “뭐가?”


 [ 내일 대련 말입니다. ]


 “응? ···아하.”


 대련을 왜 걱정하지라는 생각이 순간 머리를 스쳤으나, 무엇에 대해 말한 건지 곧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그래, 왠지 그럴 것 같긴 하다.


 “어쩌겠어, 일단 부딪혀 봐야지.”


 그 양반 눈빛이 참 장난 아니던데 말이야.




**




 기초 훈련 마지막 날.

 나는 하품을 참으며 빅터 교관의 연설을 듣고 있었다.


 “2주간의 기초 훈련을 마친 너희들. 짧은 시간이지만 훌륭히 따라와 준 것에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명심해라. 여기서 멈춰 서면 다음 섬에서 틀림없이 목숨을 잃고 만다. 이 섬에서 보낼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지는 다 다르겠지만, 남은 시간을 알뜰히 활용해라. 몇 가지 간단하게 추천을 해주자면···.”


 기초 훈련을 마친 개척자들에게는 아주 단순하게 만들어졌지만, 꽤 상태가 괜찮은 무기들이 수여된다.

 저마다의 무기를 손에 쥔 채, 누군가는 결연한 표정으로, 누군가는 겁이 나는 표정으로, 또 누군가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연설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언질을 줬으니 알 테지만, 내가 눈여겨 본 몇몇 개척자들은 꼭 심화 전투 양성소를 등록해 주길 바란다. 이틀 뒤 열리는 심화 과정의 담당은 내가 맡을 계획이니, 책임지고 더 강한 전사로 육성시켜 주마.”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앞에 서 있는 그 금수저 파티들이었다.


 좀 오싹한데.


 빅터 교관이 옅게나마 웃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다.

 마치 아끼는 학부생이 대학원생으로 오길 바라는 교수의 모습처럼 보인다.


 “우수자는 최민서, 윤태성, 주나영, 그리고 수석은 서태오. 이렇게 4인이다.”


 예상대로 성적 우수자들과 수석은 저 금수저 파티가 독식했다.

그들은 그리 기뻐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가장 경지가 높은 수료생에게 주는 것이니 당연하다고 여길 수 밖에 없지.


그래.

일이 이렇게 돼서 좀 미안하긴 한데, 그중에 자리 하나만 좀 나한테 줘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앞을 바라보자, 빅터 헤일 교관과 시선이 마주쳤다.


 지금 날 보며 입꼬리가 올라간 것 같은데.


 “자, 그래서. 수석 발표에 이의가 있다면 지금 말하도록 해라.”


 아예 멍석을 깔아주시겠다.


 뭐, 좋다.

 거절할 이유도 없고.


 조용히 팔을 들어 올렸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린다.

웅성거림이 점점 커진다.


 “혀, 형! 진짜로요? 저 사람이랑?”


 룸메이트 녀석이 놀란 목소리로 만류하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빅터 교관의 입이 열렸다.


 “앞으로.”


작가의말

(09-01 07:28 추가)

Q : 미래에서 부캐 만들때도 노가다로 스킬 붙이고 스탯 상한도 다시 올려야하면 시간 너무 오래 걸리지 않나요

.

A : 서브 캐릭터를 만들게 되면 메인 캐릭터 육성 상황에 따라 업적 포인트가 생성됩니다. 대도시 진입 시 업적 포인트를 지불하여 메인캐릭터가 얻었던 특성, 스킬, 능력 상한치 등등 계승하는게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여러 컨셉의 서브 캐릭터를 빠르게 육성해볼 수 있었습니다. 작중에서 언급할만한 기회가 잘 보이지 않아 여기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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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경계를 넘는 자 (4) +1 24.09.10 1,031 40 18쪽
23 경계를 넘는 자 (3) 24.09.09 1,045 36 20쪽
22 경계를 넘는 자 (2) 24.09.08 1,149 42 19쪽
21 경계를 넘는 자 (1) +1 24.09.07 1,223 44 19쪽
20 진짜 재능이란 (5) 24.09.06 1,256 43 18쪽
19 진짜 재능이란 (4) +2 24.09.05 1,277 42 19쪽
18 진짜 재능이란 (3) +1 24.09.04 1,286 43 20쪽
17 진짜 재능이란 (2) +2 24.09.03 1,287 44 20쪽
16 진짜 재능이란 (1) 24.09.02 1,318 45 20쪽
» 돌풍을 몰고 오는 (4) 24.08.31 1,306 41 18쪽
14 돌풍을 몰고 오는 (3) 24.08.30 1,333 40 18쪽
13 돌풍을 몰고 오는 (2) 24.08.29 1,432 39 18쪽
12 돌풍을 몰고 오는 (1) 24.08.28 1,508 3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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