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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고인물이 특전을 독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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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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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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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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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철과 기계의 섬 (1)

DUMMY



 빨라도 너무 빠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멍하니 있던 사이.


 “오, 형님! 저기!”


 이사수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의 손가락 방향을 따라가자, 그곳에선 거대한 새 형태의 몬스터 한 마리가 이사수를 향해 날아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자신 있는 표정으로 방패를 들어 올리는 사수.


 “후. 새 방패의 성능을···!”


 안된다.

 이사수의 현재 레벨은 4.


 신예의 둥지를 막 벗어난 초보 개척자가 받아낼 공격이 아니다.

 방패가 멀쩡할 순 있겠지만, 그 뒤의 이사수는 온몸이 산산조각 날지도 모른다.


 타앗.


 단검을 뽑아 들고, 지면을 박차고 뛰어올라 이사수와 몬스터 사이를 막아선다.

 이사수가 놀란 듯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린다.


 독수리처럼 생긴 몬스터지만, 그 형태는 기묘했다.

 얼굴 한쪽과 날개 한쪽이 전부 철판으로 뒤덮인 듯하고, 그 위를 나사와 납땜 자국이 뒤덮고 있다.


 그때.


 “검을 갖다 대서는 안 된다!”


 ―쾅!


 콰광!


 어딘가에서 쏜살같이 날아온 화살 3발이 몬스터의 몸을 꿰뚫는다.


 -키에에에엑!


 어렴풋이 화살에 보인 하얀색의 기운은 분명 마나의 흔적.

 그 파괴력을 견뎌내지 못한 독수리형 몬스터는 바닥에 내리꽂혔고,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내질렀지만.


 쾅!


 마지막으로 날아온 네 번째 화살이 그 머리통을 꿰뚫었다.

 곧 녀석은 빛이 되어 사라졌다.


 하나 특이한 점이 있다면, 몸 주변에 있던 기계 장식이 한참이나 더 오래 남아있다가 사라졌다는 것.


 [ 기계화 질병으로 보입니다. ]


 ‘응, 뭔진 대충 짐작이 가는데.’


 터벅터벅.


 누군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처음 보는 얼굴이군. 거기에 개척자. 그동안 숨어 살기라도 했나?”


 흰머리가 희끗희끗 섞인 검은 머리에서 나이가 지긋이 들어 보인다.

 날카로운 눈매와 거칠지만 관록있는 인상을 비추는 그는, 어깨에 커다란 석궁을 메고 있었다.

 그 석궁을 쥔 손에 있는 흉터에서 세월의 흔적이 보였다.


 “오오!”


 그 와중에 뒤에서는 이사수의 감탄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형님, 저 레벨 5 됐어유!”


 조금 전 독수리를 향해 방패를 들어 올린 것만으로도 전투 기여도가 책정된 것처럼 보였다.


 경험치가 얼마 안 남았다고 하기도 했었고, 또 필요 경험치가 극도로 낮은 레벨 4였기에 레벨 업이 가능했겠지.

 이사수의 말을 들은 남자의 얼굴이 황당하게 일그러졌다.


 “5라고? 레벨 5? 잠깐. 설마, 신예의 둥지에서 여길 온 거냐?”


 오, 하나님.

 그 말과 함께, 그는 모자를 벗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마치 ‘이 불쌍한 어린 양들을 구원해 주십시오.’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



 그는 곧바로 우리를 향해 따라오라는 듯 손짓했다.

 이 섬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이상, 그를 따라가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형님, 숲이 죄다 기계 덩어리가 됐슈.”


 우리가 있던 곳뿐만 아니라, 어디로 발을 옮기던 풀과 나무가 모두 철조각과 기어, 스프링 등으로 이루어진 기묘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이사수가 신기하다는 듯 철을 만지려고 하자.


 “안···!”

 “안된다!”


 나보다도 먼저 호통을 치며 사수를 멈추게 하는 남성.

 다행이다.

 내가 소리 지르면 청년이 중년에게 소리치는 모양새처럼 보이지 않나.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커다란 도시에 도착했다.

 아니, 도시처럼 보이는 곳이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하겠네.


 “건물이 거의 다 무너져있네유···.”


 “지나다니는 주민들도 다들 수척해.”


 곳곳에 세워진 건물은 절반 이상이 무너져있었고, 사람들 또한 힘없이 비척거리며 몸을 옮기고 있다.

 몰락하는 도시를 보는 것 같았다.


 남성은 익숙한 듯 도시의 유일한 여관을 찾아 들어왔고, 따로 돈을 내지 않았음에도 주인이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그는 우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강형석이다. 보는 것처럼 개척자고.”


 우리도 간단히 소개를 나눴다.


 “이사수. 레벨 5의 개척자유.”

 “성도혁입니다.”


 내 레벨까지 굳이 먼저 밝히고 나설 필요야 없겠지.

 달그락.


 강형석씨 앞에 식사가 놓였다.

 흐멀건 스튜와 척 보기에도 딱딱한 빵 하나.

 스튜엔 건더기조차 보이지 않는다.


 도시의 상황이 어떤지 얼추 유추가 되는데.


 “도저히 믿기지 않는군. 신예의 둥지에서 아무리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고 하더라도, 기껏해야 레벨 8 정도의 섬에 가는 게 한계일 텐데.”


 그는 익숙하게 가방에서 술병을 하나 꺼내더니 홀로 잔을 기울였다.


 “홀로 마시는 걸 용서하게. 여긴 술도 이제 꽤 귀하거든.”


 꿀꺽, 꿀꺽.


 “이곳은 권장 레벨이 어찌 됩니까?”


 이미 알티에게서 확인했지만, 나는 능청스레 질문을 던졌다.


 본래 섬의 권장 레벨은 도시에서 확인을 하곤 한다.

 어떤 섬이든, 시스템과 연결되어 개척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시설이 반드시 한군데는 존재했으니까.

 파괴당하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그는 수프를 마치 술이라도 마시는 것처럼 들이켰다.


 “21. 2계층 초입의 섬이다.”


 재미있다는 듯 끌끌대는 남자.

 알티가 알려준 적정 레벨과 차이가 있다.


 이상한 상황이지만 오히려 나는 차분했다.

 아무래도 내 짐작이 틀리지 않았던 것 같았으니까.


 그는 아직 놀랄 게 남았다는 듯 곧바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말이다. 너희 입장에선 참 불행히도, 지금 이곳의 권장 레벨은 30이 넘어갈 거다. 너희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곳에 떨어졌는지 알겠나?”


 “형님, 가만히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이 사람 허풍이 너무 심한 것 같어유.”


 “허풍?”


 툭.


 그는 별말 없이 품에서 손바닥보다 조금 커다란 크기의 광석을 던졌다.

 검은 띠가 새겨져 있는 철광석.


 “이건 암철석이라는 거다. 꽤 흔한 놈이지만, 2계층의 섬부터 발견되기 시작하지.”


 “암철석이···.”


 사수도 나름 이계에 대한 정보를 찾아봐서인지, 암철석을 보자마자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한번 2계층으로 올라가면 다시 1계층으로 내려오는 게 불가능하다.

 여기가 정말 1계층이라면 당연히 암철석을 구할 방법이 없다는 말이었다.


 나는 다른 질문을 꺼냈다.


 “다른 개척자들은 어디 있습니까? 섬의 규모를 보면 개척자들도 꽤나 많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거의 다 죽었어.”


 숨을 들이키는 사수.


 “살아남은 나머지는 도시 중앙에 세운 임시 치료소에서 연명 치료를 받고 있지. 말했잖나. 권장 레벨이 급격히 상승했다고.”


 “그렇다면 역시···. 이 섬엔 ‘격리’가 터졌겠군요.”


 “오, 격리를 알다니. 꽤 공부를 열심히 했나 보군. 그래, 본래 이 섬은 발전도가 낮아서 흑오 클랜이 거의 소유하다시피 하던 섬이다. 하지만 ‘격리’가 터졌고, 그대로 망해버렸지.”


 소유라.

 게임이던 시절과는 달리, 지금은 한 섬을 소유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들었다.

 도시의 발전도가 낮아 개척자들이 활개를 치는 섬에서는 클랜이나 기업 등이 엘리트 및 보스 몬스터의 토벌권을 소유하는 것이다.


 “격리? 형님, 격리가 뭡니까?”


 들어본 적 없는지 아리송하다는 표정을 짓는 사수.


 “섬을 누군가 클리어하면 어떻게 되지?”


 “개방 상태가 돼쥬. 아무나 오갈 수 있는.”


 개척자들이 하늘섬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게 되려면, 누군가 그 섬의 보스를 클리어해야만 한다.

 그럼 섬은 개방 상태가 되는데, 이후에는 처음으로 온 사람도 보스 토벌 과정 없이도 더 권장 레벨이 높은 섬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번 개방된 섬이 모종의 이벤트나 사건 때문에 다시 잠겨버리는 상황이 아주 가끔씩 벌어져. 그게 격리야. 게다가 격리는 십중팔구, 섬의 적정 레벨 상승까지 가져오게 되고.”


 그게 외부적 요인이든 내부적 요인이든 관계없이, 한번 개방 상태가 되었던 섬이 다시 닫혀버리는 것을 ‘격리’라고 한다.


 이 현상에는 아주 큰 문제점이 하나 있었는데.


 “한번 열렸던 섬이 ‘격리’되면, 결계는 외부의 접근까지 완전히 차단해 버려.”


 “···구조대가 못 온다는 소리에유?”


 “응.”


 격리가 발생한 섬의 결계는 외부와 내부를 완전히 차단해 버리는 불가침의 영역이 된다.

 당연히 구조대가 찾아오는 것도 불가능하고, 안에 있는 개척자들의 힘만으로 격리를 풀어내야 한다.


 “그럼 지금 우리는···.”


 “응. 우린 여기 갇혔다는 거지.”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챈 이사수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끌끌. 이 섬은 동물계 몬스터가 많고 패턴도 정직했다. 적정 레벨보다 낮은 개척자들도 빠른 성장을 위해 찾아오곤 했었지. 그런데.”


 한 번 더 술을 따르고 깊게 들이킨 형석이 입을 열었다.


 “세달 전. 지하에 있던 어떤 유적이 폭발했다. 범인은 뭐, 레어 아이템을 찾아서 여기저기 들쑤시던 한 개척자 파티의 소행이겠지. 적어도 흑오 클랜에서는 그 유적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흠.

 내부 사정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모습.

 아마 그도 흑오 클랜의 소속이었을 가능성이 높겠지.


 “그 날 기계화 질병이 온 섬을 뒤덮었다. 순식간이었어. 갑자기 결계는 닫혔고, 몬스터들은 괴상한 기계장치를 달더니 힘, 속도, 공격성 모두 크게 상승했다.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죽어 나갔어. 영주 저택도 무너지고, 경비대는 사실상 전멸하고.”


 일반적으로 적정 레벨을 3 정도만 벗어나도 전투가 쉽지 않다.

 게다가 이 세상의 몬스터 레벨은 단순히 능력치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었다.


 개척자들은 평균 25레벨을 전후로 전직이나 연공법을 익힌다.

 문제는 이게 시스템의 측정 범위 안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적정 레벨 25 이후부터는 몬스터들 또한 단순 물리 공격에 대한 내성이 크게 상승하고 만다.


 21레벨 몬스터와 31레벨 몬스터 사이의 간극은 그야말로 이곳의 개척자들에겐 참극이나 마찬가지였겠지.


 그는 술병으로 사수를 가리켰다.


 “내가 왜 그쪽이 손을 못 대게 했는지 알겠나?”


 “전염되는군요. 기계화 질병이.”


 “그래. 시스템에서는 이를 ‘메카니터스 증후군’이라고 부르더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메카니터스 증후군이었군.


 단순히 기계화 질병이라고 부르기엔 좀 특이점이 많은 질병이다.

 몸의 일부를 기계처럼 변이시키는 것은 물론, 기계가 스스로 자아를 가지기까지 하니까.

 마법공학의 산물로 만들어진 일종의 바이러스나 다름없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공기 중으로 전염되진 않지만 말이다, 손이든 무기든 직접적으로 갖다 대는 건 절대로 안 돼. 충격에 활성화 된 기계 입자가 무기 표면을 따라 피부까지 흘러들거다. 연공법으로 마나를 두르면 좀 괜찮지만, 그것도 완벽하진 않아.”


 “저기유, 그러면 혹시 무기라도 대서 그 바이러스가 몸으로 옮겨버리믄···.”


 “일단 네 피부부터 변하기 시작할 거다. 몸을 천천히 갉아 먹다가, 폐나 장기로 옮겨가면 그대로 끝. 치료소에 몸을 눕힌 대부분의 개척자가 그 중간 상태를 하고 있지.”


 사가가각!

 사가가각!


 그때, 바람이 강하게 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철로 이루어진 무언가를 잔뜩 비비는 듯한 소리.

 아마 강철처럼 변한 나뭇잎들이 서로 부딪히는 것 같았다.


 “숲이 흔들리는군. 근처에 몬스터가 온 모양이야.”


 술병을 다시 가방 안에 챙긴 강형석은 석궁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몇 마리 안될 테니, 너흰 여기에 있어라. 내가 처리하고 오지.”


 “으, 으음···.”


 처음 섬에 왔을 때는 기세등등하던 이사수도, 이곳이 최소 30레벨은 넘는 섬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멋쩍게 의자에 앉아 있었다.

 레벨 5의 개척자는 방해밖에 되지 않을 테니까.



**



 강형석은 석궁을 어깨에 멘 체, 마을 앞 숲속으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도 여전히 레벨 5밖에 안 되는 개척자들이 어떻게 이곳에 당도했는지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크게 전력이 되진 않겠지.

 먹을 입이 늘어난 셈이지만, 그들 또한 의도하진 않았을 터.


 찰그랑거리는 철의 낙엽 소리 사이.

 강철 풀 사이에 몸을 숨긴 링서크 두 마리가 있었다.


 스라소니를 닮은 고양이형 맹수.

 그러나 그 몸의 반 이상을 붉고 회색빛을 내뿜는 기계장치가 뒤덮은 것이 보인다.


 “두 마리군.”


 강형석은 침착하게 석궁을 꺼내 들고, 다섯 발을 한 번에 장전했다.

 연사 기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통해 마나를 불어넣는 과정을 짧게 줄일 수 있었다.


 침착하게 마나를 불어넣자, 특유의 흰 빛 마나가 화살에 서리기 시작하더니 점점 그 기운은 강력해졌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빠르게 방아쇠를 당겼다.


 첫발.


 쐐액!


 화살이 기계화된 링서크 한 마리의 머리를 그대로 꿰뚫었다.

 즉사였다.


 -키에에엑!


 그러나 나머지 한 마리가 분노한 듯 강형석에게로 뛰쳐나왔다.

 그는 빠르게 시위를 당기고, 화살을 링서크에게 쏘아냈다.


 터엉!


 터엉!


 그러나 분노한 링서크는 본능적으로 그 궤적을 피해냈고, 어느새 그의 눈앞까지 당도했다.


 “흡!”


 캉!


 -키엑!


 왼손에 있는 건틀렛을 마나로 보호한 뒤, 놈의 공격을 받아낸다.

 그리고 멈춰있는 머리를 향해.


 터엉!

 푸슉!


 네 번째 화살이 머리에 꽂히고, 두 번째 링서크까지 빛으로 사라졌다.

 이게 전부일 리는 없다.

 분명 안쪽에 같은 무리가 있을 것이라 여기고, 발걸음을 옮기려던 그 순간.


 등 뒤편에서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


 그는 본능적으로 몸을 돌렸다.

 훨씬 더 거대한 덩치와, 몸의 7할 이상이 기계화된 링서크.

 보아하니 무리의 우두머리 같았다.


 “이런, 젠장···.”


 스라소니 형 몬스터 아니랄까 봐, 함정을 파다니.


 다급히 석궁의 시위를 당겨, 남은 한 발을 쏘아댔다.

 그러나.


 쐐액!

 ―캉!


 그 링서크는 쏘아진 화살이 별거냐는 듯, 입으로 그것을 받아냈다.

 노란 세로 동공에서 맹렬한 살기가 느껴진다.


 ‘새로 마나를 불어넣으려면 시간이!’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몸은 본능적으로 화살을 장전하기 위해 움직인다.

 그것 외에는 저항할 수 있는 수단이 없으므로.


 그동안 어떻게 버텨왔는데, 이 자리에서 죽을 순 없었다.

 마음이 다급해지던 그때.


 “이쪽이다, 이 고양이 새끼야!”


 우두머리 기계화 링서크의 시선이 돌아가고, 동시에 강형석의 시선 또한 옆을 향했다.

 조금 전 만났던 이사수, 그리고 성도혁이 그곳에 서 있었다.

 보아하니 저 덩치 큰 녀석이 소리를 친 모양이다.


 우두머리 링서크는 곧바로 그들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남아있으라고 했는데···!”


 고작해야 5레벨의 개척자들이, 여기에 와서 무얼 하겠다는 건가.

 평균 20레벨의 개척자들조차 픽픽 쓰러져나간 이곳에서!


 지금 그의 마음은 분명 안도를 띠고 있었다.

 허나 그들의 목숨까지 미끼 삼아 던져줄 생각은 전혀 없다.


 그저, 이 화살들을 장전하고 최소한의 마나를 불어넣을 때까지.


 딱 10초만.

 어떻게든 10초만 버텨주면 충분했다.


 ‘딱, 같은 소리하네.’


 그는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든 5초 내로 줄여낸다.


 그렇지 않으면 저 초보 개척자들의 목숨이 위험하다.


 마치 기계처럼 화살을 석궁에 집어넣고, 단숨에 마력을 쏟아붓는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다시 링서크에게 돌아갔을 때.


 그는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안된다, 검을 맞대서는 안 돼!”


 성도혁이라고 했던가.

 이사수의 앞에 걸어 나온 청년이 들고 있는 것은 거대한 대검도, 커다란 둔기류도 아니었다.


 기껏해야 두 뼘을 조금 넘길까 싶은 검신의 숏소드.

 그걸 들고 링서크의 공격을 받아낸다면,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기계화 입자가 무기에 번지고 만다.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끔찍한 디버프에 감염되는 것이다.


 어느새 거의 두발로 직립 보행을 하는 듯한 기세로, 우두머리 링서크의 기계화된 오른팔이 성도혁에게 내려쳐진다.

 5레벨은커녕, 25레벨이 넘는 탱커가 오더라도 저 공격은 제대로 받아낼 수 없다.


 “제발―”


 다급히 석궁을 조준하려하지만, 이미 늦었다.


 죽지 말아라.

 그렇게 외치려고 한 순간.


 카아아앙!


 불꽃이 튀었다.


 빨갛고 노란, 시릴 만큼 밝은 불꽃이.

 갈색과 회색으로 바스라지는 철의 수풀 위를 수놓는다.


 우두머리 링서크의 신형이 측면으로 비틀어진다.

 균형을 잃고, 그 스스로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듯 입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 위로.


 팡!

 쾅, 콰광!


 형형색색의 마법이 우두머리 링서크의 관절부를 향해 쏟아진다.


 직립해 있던 거대한 형체가 무너지고, 뿌옇게 먼지가 솟아오른다.


 강형석은 순간 넋을 잃고 그 장면을 바라보고 말았다.

 화살을 쏘아내야한다는 것을 잊을 정도로.

 그저 멍하니.


 성도혁은 숏소드를 양손으로 쥔 채 쓰러진 우두머리 링서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검은 너무나도 깨끗했다.

 기계화 입자의 감염을 나타내는 그 어떤 작은 철조각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검이 닿았을 텐데, 어떻게?


 순간 강형석의 뇌리를 스쳐간 하나의 단어가 있었다.

 방금 보여진 붉고 노란 불빛은, 분명.


 “패···리.”


 단순한 튕겨내기가 아니다.

 심지어, 스킬 동작으로 발현된 패리도 아니었다.


 랭커들 중에서도 극히 드물게 민첩 특화 육성을 마친 자만이 간간히 발동에 성공하며.

 그마저도 완벽하게 다루는 사람은 없다는 기술.


 시스템 패리.


 강형석의 눈앞에 보인 것은 분명 시스템 패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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