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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한 고인물이 특전을 독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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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
작품등록일 :
2024.08.17 00:12
최근연재일 :
2024.09.1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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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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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철과 기계의 섬 (3)

DUMMY



 정체불명의 개척자가 느닷없이 시장을 열어버렸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도시 전역으로 퍼진 듯했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 무너져가는 도시로 보였는데,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 것일까.


 내가 있던 집 주변은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사람들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한때는 도시에 빼곡했던 상점들이 모두 텅 비어버린 지금, 갑자기 마법처럼 쏟아져나오는 식량은 그야말로 도시의 구세주나 다를 바 없겠지.


 설령 그게 시가의 열 배에 달하는 폭리라고 해도, 그 누구 하나 불만을 내비치지 않는다.


 아니, 불만은커녕 이미 쓸모없는 고철덩이처럼 여겨졌던 공용화폐까지 긁어모아 다시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기대감, 행복, 그리고 음식이 남아있길 바라는 약간의 걱정만이 뒤섞여있을 뿐이었다.


 “예, 이건 한주먹에 2···아니, 20지르여유.”


 “밀지 마시고 줄 서세요! 천천히 오셔도 모두 사 들고 가실 수 있습니다!”


 게이트를 넘은 뒤로 이리도 빨리 움직이던 적이 있었던가.

 빅터 교관과 싸울 때도 이리 정신없진 않았던 것 같은데.


 밀가루 포대, 말린 고기와 신선한 과일들이 정말로 순식간에 팔려나갔고, 사람들은 아낌없이 지르를 내밀었다.


 그리고 처음에 물물교환이 가능하다고 외쳤기 때문인지, 어느 순간부터는 돈이 아니라 집에 있던 물건들을 가지고 오는 사람이 차차 늘기 시작했다.

 낡은 은반지, 장식이 꽤 괜찮은 장화부터 심지어는 꽤 귀해 보이는 포션이나 싸구려 마법 스크롤까지!


 식자재를 팔아치우는 것은 모두 사수에게 맡기고, 나는 즉석에서 전당포 주인이 되어 물건들을 받기 시작했다.


 “이 반지는···. 순은이네요. 10지르 200리카 정도 쳐 드리겠습니다.”

 “이 단검은 5지르 350리카. 그 이상은 힘듭니다.”

 “2등급 체력 회복 포션? 35지르 어떠십니까?”


 미리 말해두자면, 이런 물건들까지 가격을 후려치진 않았다.

 솔직히 어딘가의 전당포 사나이처럼 ‘흐음, 반값!’하고 외치고 싶은 마음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이미 시가의 10배로 판매하는 와중에 그럴 필요까지야.


 내가 기억하던 지식 5퍼센트에 알티의 아이템 평가 95퍼센트를 종합하여, 최대한 내가 알고 있는 시세에서 벗어나지 않게 가격을 붙였다.

 물론 레닉수스와 이 세계는 무역 상황이 다르니 가격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의외로 채소가 제일 빨리 떨어지네.’


 그렇게 정신없이 판매를 이어가고, 또 주머니가 두둑해지던 와중.


 “아저씨. 꿀 아몬드는 없어요?”


 7살 남짓 되어 보이는 적발의 어린 여자아이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꿀 아몬드?”


 “네! 구운 아몬드에 꿀을 살살 발라서 말린 건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과자에요!”


 “어머, 클로이! 너 지금 이분께 무슨 소리를···!”


 아이의 어머니처럼 보이는 주민이 황급히 달려와서는 아이를 안아 들고 연신 죄송하다는 듯 고개를 숙인다.

 과자라.


 “사수야, 나 잠시 지하실 좀 다녀올게.”


 “예? 형님, 그럼 물물교환은···.”


 “금방 올 테니까 네가 적당히 맡고 있어. 믿는다.”


 “예!?”


 사수에게 전적으로 모든 걸 다 맡기고 창고의 지하로 향한다.

 지하실이 잠겼는지 꼼꼼히 확인한 후, 커다란 가방을 등에 멘다.

 지갑도 확인했고.


 가볼까.


 화악!


 하우징을 통해 이동한 뒤.


 [ 거점 출구를 열었습니다. ]

 [ 발칸델, 발칸디움 주점 뒷골목. ]


 “읏차.”


 도착한 곳은 발칸델 섬의 도시, 발칸디움이었다.

 발전도는 낮지만, 벨키르 섬에 비하면 참으로 번잡스럽게 느껴진다.

 거리마다 가게들이 늘어서 있고 상인들은 활기차게 물건을 거래하고 있었다.


 “어서 옵쇼!”


 “구운 아몬드에 꿀을 발라 말린 게 있습니까?”


 “아! 있죠! 어린 애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상인이 가리킨 곳에 진열된 다른 견과류 간식들도 모두 가리킨다.


 “그럼, 여기부터 여기까지. 이 가방에 가득 담을 수 있을 정도로 부탁드립니다.”


 환히 웃는 상인.

 대량구매를 바라는 손님은 언제든 반가운 법이다.


 약 300지르를 지불한 후 다시 벨키르 섬으로 돌아왔다.

 가판대 주변을 둘러보니.


 ‘저기 있네.’


 입을 삐쭉거리고 있는 클로이가 눈에 들어왔다.

 아마 어머니께 혼이 난 모양.

 나는 작은 통을 클로이의 볼에 톡하고 갖다 댔다.


 “응? 아! 와아아!”


 “아저씨라고 부르지 않기로 약속하면 선물로 주마.”


 “진짜요? 네! 선생님!”


 이게 아닌데.

 선생님이라, 뭐 그것도 나쁘진 않지.

 기뻐서 폴짝폴짝 뛰는 클로이를 보고 있자니, 어느새 아이의 어머니가 다가왔다.


 “저기, 정말 감사합니다···.”


 “가판대에 과자도 좀 올려둘 거예요. 여유가 되시면 하나씩 사 가세요.”


 “네? 아! 네! 물론이죠!”


 대가 없는 친절은 어린아이가 끝.

 아이의 어머니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알아듣고, 곧장 과자를 사기 위해 가판대로 향했다.


 300지르 어치의 과자는 순식간에 동이 났다.

 물론 10배의 이득을 남긴 채로.


 그렇게 거의 반나절을 통째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냈다.

 도시의 사람들이 만족스럽게 거래를 마치고 한적해졌을 때는, 이미 주변이 어둑해진 뒤였다.


 그렇게 많이 진열해 두었던 식자재가 거의 모두 팔려 나갔다.

 물론 하우징에 있던 것을 전부 꺼낸 것은 아니고, 2할 정도는 남겨둔 상태.

 그 양만으로도 한 달은 충분히 먹고 살 수 있고, 필요한 경우 발칸델 섬에서 더 구할 수도 있다.


 “형님, 이거. 이거 보셔유.”


 이사수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실실 웃으면서 가판대 아래를 가리켰다.


 그 아래 있는 돈들을 곧장 알티가 세주었다.

 148442 지르.

 한화로 따지면.


 “1억 5천만 원···. 허, 허허.”


 믿을 수 없다는 듯 웃어 보이는 이사수.

 신예의 둥지에서 챙겨온 식자재만으로 1억 5천만 원을 벌었다.

 그것도 오직 지르만 따졌을 때.


 아직 물물 교환을 통해 받은 아이템들은 처분하지도 않았다.


 현실에서 이리 실감 나게 돈을 벌어본 것은 나도 처음이라, 솔직히 짜릿한 기분이 밀려온다.

 물론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벌진 않겠지.

 주민들은 적어도 2주간 충분히 먹을 식량을 사 갔으니, 당분간은 간식 위주로만 진열할 생각이다.


 그건 그거고, 할 일은 해야지.


 사수의 등을 몇 번 두드려준 뒤, 둘이 정리를 이어 나갔다.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나가는 시각.


 “어라? 형님. 저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이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치료소에 있던 개척자들이었다.

 처음에 이곳을 좀 구경하다가 자리를 피했던 강형석 씨도 함께였다.

 아무래도 메카니터스 감염 환자들이 많았으니, 시민들이 있던 시간대를 피해서 온 모양이었다.


 “음식 사러 오셨습니까?”


 “영감님 것도 아직 꽤 남아있어유~”


 음식이 있다는 말에 화색을 표하는 개척자들.

 강 영감님께서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도혁 군. 잠깐 이야기를 좀 하고 싶네. 그 김에 밥도 좀 얻어먹을 수 있다면 좋겠고.”


 “할인은 안 됩니다. 가격은 주민분들과 동일하게 받으려고 합니다.”


 형평성의 문제였다.

 내 단호한 표정을 본 영감님이, 느닷없이 내 손 위에 작은 가죽 주머니를 올린다.


 턱.


 “일단 이걸 보고 말하게.”


 데굴거리는 딱딱한 감촉.


 “헙···.”

 “허억!”


 그 안에는 짙은 형형색색의 구슬들이 있었다.

 특유의 소용돌이치는 문양이 보이는 거로 보아, 틀림없이 이건 ‘에테르 오브’였다.

 개수는 7개.


 에테르 오브는 현실에서 특히 더 귀중한 아이템이다.

 아직 정확한 시세는 모르지만 31레벨로 강화된 몬스터들의 오브라면, 아무리 싸게 잡아도 개당 천은 넘어가지 않을까.


 “어떤가. 이 정도면 괜찮겠지?”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씨익하고 웃어 보이는 영감님.

 아이고, 고객님.

 진작에 말씀하시지.



**



 그날 저녁, 해가 지고 난 뒤에도 도시의 활기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마을 곳곳에는 밝게 불이 켜진 채 웃음소리가 들리고, 아이들은 고기 꼬치를 입에 문 채 거리를 뛰어다니기도 했다.


 진료 텐트 앞에서 등을 기댄 채, 나와 강 영감님은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텐트 안에서는 한바탕 먹자판이 벌어졌고, 환호 소리와 더불어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그 노랫소리는 분명 사수의 목소리였다.


 도축도 잘하고, 가판대도 한 번에 만들고, 어디 도매업체 사장님처럼 물건까지 잘 팔던 녀석이 노래까지 잘 부르네.

 진짜 신기한 사람이다.


 “남은 식료품은 충분한가?”


 영감님이 슬쩍 물어왔다.

 사실대로 말할 순 없고.


 “예. 오늘처럼 팔아대면 안 되겠지만, 적어도 한두 달은 거뜬합니다.”


 “아공간이 무척 큰가보군. 기업들이 눈에 불을 켜겠어.”


 “그런 편이죠. 월세라도 들어오시겠습니까?”


 ”으하하! 농담도. 아공간에 생명체가 들어가지 못하는 건 상식 아닌가.”


 영감님은 환히 웃다가도 곧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와 조용히 내게 감사를 표해왔다.


 “정말 고맙네. 이렇게 활기찬 모습은 메카니터스 증후군이 발병한 이후로 처음이군. 죽어가던 도시에 희망의 불씨가 켜졌어.”


 마을 회관 겸 배급소가 된 곳 앞에서는 아예 작은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밤이 깊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음식을 나눠 먹고, 아껴두었던 술잔을 꺼내 기울이기까지 한다.

 인간에게 있어서 ‘식(食)’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그 모습을 통해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나도 흐뭇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마음먹고 영감님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래서, 영감님. 하고 싶던 말씀이라는 게.”


 “그래. 아침에 내가 격리에 관해 이야기하던 거 기억하나?”


 “예. 원래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 예습을 정말 철저하게 해왔나 보군.”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격리된 섬만 수천 개 넘게 해방해 본 경험이 있었지만, 그걸 말할 순 없지 않은가.


 “먼저 하나만 물어보겠네.”


 영감님의 눈빛이 진지하게 가라앉았다.


 “패리. 링서크 우두머리에게 썼던 그 패리 말일세. 얼마나 확실하게 쓸 수 있는가.”


 “실패 확률이 낮진 않습니다.”


 “그렇겠지···.”


 팔짱을 낀 채 잠시 고민에 잠겼던 영감님은, 이내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부탁할 게 있네. 내가 아까 준 에테르 오브들. 자네가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사용해 주게.”


 “···그 말은, 제 힘이 필요하다는 거군요.”


 “맞네. 격리를 해방할 걸세. 식량난이 해결된 이상, 이제는 힘을 다른 데 쏟아야지.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개척자들은 전부 움직이게 될 거야.”


 아공간 속 식량은 무한하지 않다.

 영감님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기에, 서둘러 이 섬을 다시 해방하고자 하는 것이다.

 에테르 오브를 사용해 나의 능력을 끌어올리고, 패리를 활용해 안정적으로 레이드를 치르겠다는 계획이었다.


 “해방 조건은 어떻게 됩니까?”


 “보스의 레이드. 그 외에 조건이 또 있나?”


 아하. 여긴 아직 보스 레이드 이외의 해방 방법을 모르는군.

 나는 몰랐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격리 상태이니 당연히, 지금 이 섬의 보스 몬스터는 ‘특수 강화’된 채로 탄생했네.”


 특수 강화형 보스.

 흔히 기믹형 보스라고 불리는 존재다.


 적정 레벨보다도 터무니없이 강하게 생성되어, 특정 아이템이나 퍼즐을 풀어 그 힘을 약화시켜야만 클리어가 가능한 보스를 뜻한다.

 마왕을 잡기 위해선 성검이 없어선 안 된다느니 하는 것 있지 않은가.


 “그럼, 그 약화 조건은 알고 있는 겁니까?”


 “아니. 하지만 그 단서를 찾을 만한 장소는 짐작이 간다네. 그 원흉들이 파헤쳤던 지하의 컨트롤 타워 유적. 그 방 앞까지는 가봤지. 그 안에 보스를 약화할 수 있는 장치가 있을 거야.”


 “거기에 있는 건 보스 몬스터인가요?”


 “아니, 보스는 다른 장소에 있어. 그 대신 엘리트 몬스터 하나가 기다리고 있지. 그동안은 배고픔에 지쳐 제대로 싸울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자네가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걸세.”


 “그 하나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잠시 말을 멈춘 영감님.

 그 방 안에 또 다른 몬스터가 있을 확률은 배제해서는 안 된다.


 이곳 레닉수스의 세계는 다정하면서도 동시에 잔인하다.

 희망을 눈앞에 흔들어대면서도 그 너머에 절망을 함께 놔두곤 했다.

 지금처럼 목숨이 걸린 상황이라면, 항상 그 너머를 조심해야만 했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군. 하지만 그게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되진 않아. 경각심을 일깨워줘서 고맙네.”


 그래, 마음에 담아두면 그걸로 됐다.

 마음을 먹은 나는 영감님의 눈앞에서 에테르 오브를 모두 사용했다.


 [ ‘링서크의 에테르 오브’를 사용···. ]

 [ ‘씰 호크의 에테르 오브’를···. ]

 [ ‘스틸 블룸의 ···.’ ]


 [ 농축된 기운이 당신의 존재를 가득 채우기 시작합니다! ]

 [ 최대 상승 가능 레벨 : 18 > 22 ]


 ‘능력치는 힘 4, 내구 3, 민첩 5로 분배해 줘.’


 [ 확인했습니다. ]


───────

 <기본 능력치>


 근력 : 26(-3) / 76

 내구 : 25(-3) / 81

 민첩 : 40(-8) / 132

 지능 : 10 / 31


 <전문화 능력치>


 회로 마력 : 19


 잔여 성장 포인트 : 0

───────


 “저도 힘이 닿는데까지 돕겠습니다. 출발은 언제쯤 하실 생각입니까?”


 “내일이라도 당장 갈 수 있네. 하지만 준비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기다리지. 결정은 모두 자네에게 맡길 생각이네.”


 “···저 같은 초짜 개척자를 믿으시려고요?”


 “우두머리 엘리트 몬스터에게 두 번이나 패리를 성공시키고, 이 마을의 기근을 해결한 초짜 개척자가 있다면 얼마든지 리더로 삼을 수 있네.”


 어깨를 으쓱하는 강 영감님.

 틀린 말은 아니긴 하네.


 “좀 생각해 보고 결정되면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래, 어차피 우린 준비할 것도 없으니, 당일에도 바로 출발할 수 있네.”


 그렇게 간단하게 약속을 정하자, 치료소 안에서 또 한 번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오래도록 굶주리던 사람들에게 꽉 찬 위장이란 얼마나 행복한 것일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겠지.



**



 개척자들 간의 즐거운 저녁 시간이 지나가고, 성도혁과 이사수는 치료소를 빠져나왔다.

 입구에는 강형석이 앉아 담배를 피우며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흰 들어가 보겠습니다.”


 “얘기는 대충 들었어유. 형님이랑 잘 준비해두겠습니더.”


 인사를 하고 돌아가려는 그들을 강형석이 손짓으로 잠시 멈춰 세웠다.


 “잠깐 물어볼 게 있네.”


 성도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까 자네가 말했지. 패리 실패 확률이 좀 있다고. 우리가 마주할 엘리트 몬스터는 우두머리 링서크보다 확실히 강할 거야. 레벨로 따지면 3레벨 정도 차이가 날 텐데, 그럼 실패 확률이 정확히 어느 정도 될 것 같나?”


 본래 개척자가 지닌 스킬이나 특성의 자세한 정보를 물어보는 것은 큰 무례였다.

 이제는 파티가 결정되었으니 물어볼 명분이 있는 것.


 “으음···. 최상급의 엘리트 몬스터라.”


 성도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시스템 패리를 실전에서 쓰는 모습은 강형석조차도 처음 봤던 광경.

 절대로 그 성공률이 높진 않겠지.


 “한, 95퍼센트 정도 되겠네요. 아니다, 97퍼센트 정도?”


 “뭐···.”


 하지만 들려온 대답에 강형석은 순간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97%.


 그렇다는 건, 차이가 있는 걸 감안하더라도 오늘 아침의 전투가 실은 기적의 연속이었다는 말 아닌가.


 “그래, 하긴. 시스템 패리라면···.”


 강형석은 입술을 짓씹으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더 강한 엘리트 몬스터를 상대할 때도, 최소한 20% 정도의 성공 확률을 기대했었건만.

 이건 생각보다 훨씬 낮았다.

 이 상태로 패리를 시키는 건 그야말로 목숨을 걸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고민은 잠깐이었다.


 “말을 번복해서 미안하네. 자네를 앞세우진 않겠네. 정말 위급하다 싶을 때 나서서 우리를─”


 “잠시만요.”


 성도혁이 손을 들어 강형석의 말을 끊었다.

 그는 머쓱한 미소를 짓고 볼을 긁적였다.


 “죄송합니다, 영감님. 제가 오해를 하게 해드렸네요.”


 “···오해?”


 “예.”


 성도혁은 양손 검지를 마주치며 휘휘 돌렸다.


 “반대입니다, 반대.”


 강형석의 얼굴이 굳어졌다.


 ‘반대라고?’


 고작.

 몬스터의 완벽한 빈틈을 만들어내는 시스템 패리에 실패할 확률이, 고작 3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니.


 “그래도 3퍼센트면 좀 불안하긴 하죠? 최대한 집중해서 더 줄여보겠습니다.”


 심지어 그게 불안하단다.

 허세나 자만 따윈 보이지 않았다.

 조금의 가감도 없이 확신에 차 있는 것이다.

 그의 지식에 인지부조화가 일어나는 듯했다.


 성도혁과 이사수가 인사를 하고 그를 스쳐 지나갈 때 까지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손에 따끔함이 느껴지고 나서야 자신이 담배를 들고 있었다는 걸 떠올릴 정도였다.


 ‘어쩌면 랭커에 도달할지도 모른다’라니.


 저 말이 사실이라면,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추측을 한 것이 된다.


 자기보다 레벨이 높은 상급 엘리트 몬스터에게 확정에 가깝게 시스템 패리를 걸 수 있다면.

 그 재능은 이미 랭커의 경지조차 훌쩍 넘어선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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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격리를 해방하는 법 (2) NEW 12시간 전 317 23 17쪽
31 격리를 해방하는 법 (1) +2 24.09.18 510 30 19쪽
» 철과 기계의 섬 (3) +1 24.09.17 589 33 18쪽
29 철과 기계의 섬 (2) +3 24.09.15 775 33 18쪽
28 철과 기계의 섬 (1) 24.09.14 873 34 18쪽
27 뜻 밖의 행운 (3) +2 24.09.13 980 35 18쪽
26 뜻 밖의 행운 (2) +4 24.09.12 1,102 39 18쪽
25 뜻 밖의 행운 (1) +2 24.09.11 1,161 41 18쪽
24 경계를 넘는 자 (4) +1 24.09.10 1,205 45 18쪽
23 경계를 넘는 자 (3) +1 24.09.09 1,216 40 20쪽
22 경계를 넘는 자 (2) 24.09.08 1,325 47 19쪽
21 경계를 넘는 자 (1) +1 24.09.07 1,396 48 19쪽
20 진짜 재능이란 (5) 24.09.06 1,427 47 18쪽
19 진짜 재능이란 (4) +2 24.09.05 1,455 46 19쪽
18 진짜 재능이란 (3) +1 24.09.04 1,460 46 20쪽
17 진짜 재능이란 (2) +2 24.09.03 1,465 47 20쪽
16 진짜 재능이란 (1) 24.09.02 1,503 48 20쪽
15 돌풍을 몰고 오는 (4) 24.08.31 1,485 46 18쪽
14 돌풍을 몰고 오는 (3) +1 24.08.30 1,531 45 18쪽
13 돌풍을 몰고 오는 (2) +1 24.08.29 1,644 44 18쪽
12 돌풍을 몰고 오는 (1) +1 24.08.28 1,724 45 19쪽
11 최초의 특전 (3) +1 24.08.27 1,809 50 20쪽
10 최초의 특전 (2) +1 24.08.26 1,890 50 20쪽
9 최초의 특전 (1) +1 24.08.25 1,938 49 16쪽
8 튜토리얼? 일단 버그부터 써보자고 (3) +2 24.08.24 1,938 54 18쪽
7 튜토리얼? 일단 버그부터 써보자고 (2) +3 24.08.23 1,984 52 18쪽
6 튜토리얼? 일단 버그부터 써보자고 (1) +1 24.08.22 2,087 51 19쪽
5 당신을 위한 AI (2) +1 24.08.21 2,187 55 18쪽
4 당신을 위한 AI (1) +1 24.08.20 2,256 57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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