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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go님의 서재

짐꾼에 빙의한 S급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Chigo
작품등록일 :
2024.01.29 11:56
최근연재일 :
2024.03.06 01:45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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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47
추천수 :
1,594
글자수 :
206,459

작성
24.02.06 18:45
조회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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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글자
12쪽

E급 게이트 (2)

DUMMY

푹-


창의 칼날이 고블린의 두개골을 관통했다.

고블린의 피가 서아의 쪽으로 조금 튀었다.


“흐윽···.”


서아는 기겁하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아무래도 전력으로써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고블린의 미간에서 창을 뽑아든 유성은 피를 털어내며 능숙하게 창을 한 바퀴 돌렸다.


‘창은 오랜만인데··· 나쁘지 않군.’


실버 스피어 덕분인지, 성장한 능력치 덕분인지, 아니면 둘이 합쳐져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별로 힘을 들이지 않아도 고블린의 머리가 뚫렸다.

그렇다는 건 일단 지금 자신이 E급 헌터 이상의 힘을 낼 수 있다는 소리다.


‘D보다 조금 아래 일려나?’


제일 앞에 달려가던 고블린이 너무 빨리 쓰러지자, 나머지 고블린들의 안색이 처음 같지 않았다.


“키릭···.”


자신들이 못 이길 상대라는 걸 깨달았는지, 나머지 세 마리는 등을 돌려 어둠 속으로 도망갔다.


“어디가?”


한 손으로 창을 들어 올린 유성이 팔을 젖히고는 힘껏 던졌다.


푸슛웃--


바람을 찢는 소리와 함께 창이 고블린의 경추를 꿰뚫었다.


‘앞으로 두 마리.‘


[리자드맨의 장검]


검을 움켜쥔 유성은 녀석들을 놓칠세라, 재빨리 땅을 내딛었다.


[스킬 발동: 신속한 이동 Lv.1]


스킬의 추가 이동 속도가 더해져, 고블린들 따위의 속도는 순식간에 따라 잡을 수 있었다.


“끼리익-!!”


촤아아악-


횡으로 휘두른 유성의 검에 고블린이 반으로 찢겼다.


‘앞으로 한 마리.‘


“끼익, 끼익···!”


나머지 고블린이 공포에 질린 눈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달렸다.

아무리 감정이 결여된 마물이라도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는 본능적으로 공포라는 감정이 나오기 마련이다.

흘깃, 뒤를 바라본 고블린의 눈에는 푸른 안광을 휘날리며 검을 들어 올린 유성이 비췄다.

그게 고블린이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마지막 세상이었다.


촤악-


끔찍한 피륙음이 동굴에 울려 퍼지며 고블린의 몸이 양단되었다.


쩌어억-


세로로 양단 된 고블린의 사체가 양 옆으로 엎어졌다.


[레벨이 증가 하였습니다]


검에 묻은 피를 털고 인벤토리에 집어넣은 유성이 미간을 구겼다.


“하나 밖에 안 올라? 짜다 짜.”


그렇게 중얼거린 유성은 고블린의 경추에서 창을 뽑아 들었다.

똑같이 피를 털고, 어깨에 걸치며 아직 떨고 있는 서아에게 다가갔다.

앞은 잘 보고 있는 것인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눈에 초점이 없었다.


“괜찮냐?”


유성이 걱정스러움에 서아의 어깨를 살짝 건드렸을 때였다.


“지, 지··· 지켜줄게!!!”


서아의 오른쪽 주먹이 스트레이트로 유성의 면상에 꽂혔다.


“큽······.”

“어머···!”


유성의 얼굴에서 쌍 코피가 흘러 내렸다.

아무리 서포트계 라고 하더라도 등급이 등급인 만큼, 기본 능력치가 유성보다 높거나 비슷할 것이다.


“어떻게··· 진짜 미안해···!”


갑작스러운 공격에 유성은 비틀거리다 벽을 짚고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되찾았다.

다행인지는 모르겠는데, 덕분에 서아의 정신은 돌아온 모양이었다.


“도대체 누구한테서 누굴 지킨다는 건지······.”


서아는 입을 가리며 어떻게 할 줄 몰라서 안절부절 했다.


‘이런 거에 포션 쓰는 건 조금 아까운데.’


몬스터랑 싸우다가도 아니고, 정신 나간 서포터한테 면상 펀치 맞고 포션을 쓰다니.

웃기지만 웃지 못 할 이야기였다.


“자, 잠깐만 있어봐!”


유성이 포션을 살까 말까 하며 고민을 하던 그때, 서아는 손바닥을 유성의 얼굴 앞에 댔다.

그리고 잠시 있자 따스한 빛이 손에서 흘러 나왔다.


“됐다.”


서아가 손을 내리며 안심한 듯, 숨을 내뱉었다.

유성은 자신의 얼굴을 매만졌다.


“힐링이군.”


한국어로는 치유.

서포트계 헌터들이 흔히들 가지고 있는 각성 능력이었다.

C급 헌터의 치유 능력이라 그런지, 성능은 확실했다.

다행히 이걸로 포션 값은 아꼈다.

유성은 고블린의 사체 쪽으로 몸을 돌리곤 말 했다.


“전투에 도움이 안 되는 건 괜찮은데, 적어도 팀킬은 자제 부탁할게.”


서아는 시무룩 해져서는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그 모습을 흘깃 본 유성은 한숨을 쉬며 고블린 위로 손을 가져다 댔다.


[아이템을 획득 하였습니다]

- 작은 마정석 4개

- 고블린의 송곳니 2개


무기들이 들어오지 않은 것을 보면, 아무런 효과도 없는 날붙이인가 보다.

유성은 굳이 확인하지 않고 서아에게 눈길을 돌렸다.

서아는 아직도 입술을 삐쭉 내밀고는 시무룩한 상태였다.


“안 올거냐?”

“가, 가야지!”


유성의 쪽으로 고개를 돌린 서아가 기겁했다.

둔덕진 벽에는 검붉은 피가 살벌하게 흩뿌려져있었고, 바닥에는 징그럽게 양단된 고블린의 사체가 뒹굴었다.


“설마 이거 다 너 혼자 한거야···?”


유성이 없이 없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그럼 네가 도와줬냐?”

“아니··· 그 뜻이 아니라······.”

“됐고, 시간이 없으니 빨리 들어가자.”


등을 돌린 유성은 게이트의 더욱 깊숙한 곳으로 발을 옮겼다.

서아는 그런 유성의 뒷모습을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정말 F급이야···?’


아무리 고블린이라 해도 E급과 F급에는 엄청난 격차가 있다.

F급은 조금 강한 일반인 정도라면, E급은 그래도 헌터라 불릴 수 있는 사람들.

고블린 한 마리 정도면 F급 혼자서 어떻게든 기교를 부려 쓰러뜨릴 수 있다 치는데, 네 마리를 상처 하나 없이 잡는 다는 것은 기교를 떠나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애초에 힘과 속도 차이로 전투 자체가 성립 되지 않을 테니까.

서아는 자신이 패닉에 빠진 사이에 도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짐작도 안 됐다.


“가, 같이가···!”


어느새 저 멀리 가버린 유성의 뒤를 재빨리 따라갔다.


***


유성과 서아가 게이트 안을 걸은지 2분이 지났다.


“글쌔 정말 F급 맞아···? 막 부정 등록 헌터 그런 거 아니야?”

“하아··· 아니라니까?”


정신이 돌아오더니 시끄러운 것도 같이 돌아왔다.

서아는 유성의 앞에 걸어가며 끈덕지게 물었다.


“것보다, 좀 뒤로 오면 안 돼?”

“응, 안 돼. C급인 내가 지켜줘야지.”


누가 누굴 지킨다는 건지···.


“아까는 경직되어 있었던 주제에.”

“시끄러···!”


네가 더 시끄러워, 라고 하려다가 말았다.

굳이 말을 길게 끌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까는 내가 안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그랬는데, 지금은 어느정도······.”


무표정으로 서아의 이야기를 듣던 유성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서아의 뒷덜미를 확 낚아챘다.


“그니··· 켁!”


푸슉-


벽에서 화살 하나가 날아오더니 반대편 벽에 박혔다.

목을 매만지며 유성에게 따지려던 서아는 벽에 박힌 화살을 보고 관두기로 했다.

만약 유성이 자신을 잡아당기지 않았다면 분명 저 화살이 관자놀이를 뚫고 머리에 박혔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서아는 등골이 싸늘해 지는 것을 느꼈다.


“이게 무슨···.”

“함정이군.”


자세히 보니 바닥에는 얇은 실이 반대편 바위와 연결되어 있었다.


“실을 살짝이라도 건들이면 화살이 나오도록 해놓은 거겠지.”

“고블린이 어떻게 이런······.”

“고블린이라고 무시하면 큰 코 다친다. 이 새끼 만큼 영악한 마물이 또 없거든.”


지능이 낮은 마물 중에서는 고블린이 제일 영악하며, 개체도 많다고 할 수 있다.

A급 이상의 게이트에서도 종종 보이는 마물인 만큼 종류 또한 굉장히 범위가 넓다.

아무래도 최서아는 등급만 높다 뿐이지, 게이트에 대한 경험은 부족한 것 같았다.


“계속 앞장 설레?”


서아는 잔뜩 질린 얼굴로 두 손을 모으고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 모습에 유성은 피식 웃으며 천천히 걸어갔다.


“정확히 내가 밟은 곳만 따라와. 아니면 어떻게 될지 책임 못 지니까.”

“응··· 알았어.”


C급 정도면 자존심 때문에라도 F급의 말 따위는 듣고 싶어 하지 않을텐데, 어째 서아는 유성의 말을 고분고분 들었다.

지금까지 유성이 보여 준 모습들에 믿을만하다고 판단 했나보다.

그렇게 조심스레 일방통행인 길을 걷다 보니, 고블린들이 생활하던 터를 발견했다.


“끼리릭-?!”


남아있던 고블린 세 마리가 유성의 모습을 보고는 기분 나쁜 미소를 보이며 나무로 된 둔기와 활을 집었다.

서아는 몸이 잔뜩 떨리며 긴장 되었지만, 이번에는 방해가 되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어떻게든 패닉에 빠지지 않았다.


푸슉-


날아오는 화살을 신호탄 삼아 고블린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덜덜 떨며 두 손을 내민 서아는 유성에게 버프를 주려 하였다.

하지만 그럴 틈도 없이.


촤아악-


유성은 순식간에 두 마리를 베어내고, 나머지 한 마리에게 달려가 마무리 했다.

서아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자신이 본 광경을 의심하였다.

정말 눈 깜빡할 사이에 상황은 종료되어 있었다.


[레벨이 증가 하였습니다]


[아이템을 획득 하였습니다]

- 작은 마정석 3개

- 고블린의 송곳니 3개


창에서 피를 털어낸 유성이 서아를 힐끗 보았다.


“계속 거기 서있게? 시간이 촉박한데.”


유성의 부름에 서아는 정신을 차리고 움직였다.

그 모습에 유성 또한 다시 걸어갔다.

여러모로 충격적인 광경에 서아는 생각했다.

이 사람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인가 하고.

그러거나 말거나 유성은 바닥을 주시하며 걸어 나갔다.


***


그렇게 계속 걸어 나가다 이상한 느낌이 든 서아가 말 했다.


“뭔가 길이 점점 넓어지는 것 같지 않아···?”


유성은 바닥에서 잠시 눈을 떼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

확실히 아까보다는 길이 넓어진 것 같다.

한동안 함정이 없는 것을 봐서, 더 이상 바닥을 주시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그렇게 점점 넓어지는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엄청나게 큰 공터 하나가 툭 튀어 나왔다.


“와··· 어떻게 이런 공간이 있는거지?”


유성은 감탄하는 서아를 뒤로한 체, 창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이번에는 패닉에 빠지지 말아라.”

“응?”


유성의 말에 서아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러자 어디선가 도마뱀 같이 생긴 녀석들이 한 마리, 두 마리 씩 기어 나왔다.

리자드맨이었다.


꿀꺽-


엄청난 수에 서아는 마른 침을 삼켰다.

반대로 유성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거··· 폭업 할 수 있겠는데?”


얼핏 봐도 그 수가 스물 다섯 이상은 되어 보였다.

어쩐지 지금까지 오면서 마물들이 잘 안보이나 했더니, 한 곳에 다 몰려 있었던 것이었다.

어느정도 떨림에 익숙해진 서아는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계속 괜찮다며 자신에게 최면을 걸듯 암시 하였다.

이게 어느정도 효과가 있었는지, 조금이나마 떨림이 멈췄다.


[리자드맨의 장검]


유성은 장검을 꺼내고는 서아의 옆에다 던져 두었다.


“이건···?”


어디서 갑자기 검이 튀어 나왔는지 신경 쓰였지만, 그걸 물어 볼 시간은 없어 보였다.

서아의 물음에 유성이 답했다.


“혹시나 무슨 일이 있으면 그걸로 몸을 지켜.”


아무런 장비가 없는 서아를 위한 유성의 배려이자, 만약의 상황을 위한 대책이었다.

그렇게 말 한 유성은 강하게 땅을 박차고 앞으로 뛰쳐 나갔다.


“자, 잠깐!”


서아의 부름에도 유성의 발은 멈추지 않았다.

더 지체 했다가는 수가 많은 리자드맨들에게 둘러 쌓여버리기 때문이다.


“나 검쓸 줄 모른다고오오!”


서아는 검을 보다가 어쩔 수 없이 집어들었다.

자기 방어 수단이 아예 없는 것 보다 그래도 있는 게 낫겠지.

그렇게 생각한 서아는 검을 바닥에 닿게 하고 오른 손으로 손잡이를 잡았다.

남은 왼손을 들어 올린 서아가 작게 중얼거렸다.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서아의 왼손에 파란색과 노란색 빛이 묘하게 섞이며 흘러 나왔다.

그러자 유성은 한층 더 몸이 가볍고 빨라진 것이 느껴졌다.

그때 시야 한편에 작은 글이 떠올랐다.


[버프]

민첩이 15% 상승 (지속시간: 5분)

힘이 15% 상승 (지속시간: 5분)


유성은 기꺼운 마음에 양 입꼬리를 올리며 속으로 외쳤다.


‘나이스 서포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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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게이트 변이 (1) 24.02.14 1,667 4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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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버려진 무덤의 주인 +1 24.02.12 1,853 4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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