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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go님의 서재

짐꾼에 빙의한 S급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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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go
작품등록일 :
2024.01.29 11:56
최근연재일 :
2024.03.06 01:45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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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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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6,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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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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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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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글자
12쪽

구름 한 점 없이

DUMMY

치이이-


삼겹살 한 점이 불판 위에 올라갔다.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가게 내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것보다 삼겹살이라니···.”


유성의 반대편에 앉은 서아가 빨간색 앞치마를 두르고는 한숨을 내뱉었다.


“왜. 맛있잖아, 삼겹살.”

“아니 그렇긴 한데.”


주위를 슥 둘러본 서아가 다시 유성을 노려보았다.


“넌 이런 걸로 괜찮은 거야? 내가 큰맘 먹고 사주는 건데.”


유성은 가위를 들어 올리고 고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랐다.


“어, 난 오히려 이런 게 좋아.”


다 익은 고기는 한쪽으로 밀고, 다시 새로운 고기를 올려 구웠다.

서아는 뭔가 석연찮은 표정으로 상추를 짚고, 물기를 털고는 고기 한 점과 편마늘에 쌈장을 가득 묻혀 올렸다.

마무리로 구운 김치와 구운 양파를 올리면 서아표 쌈이 완성된다.

왼 손으로 입을 가리고 쌈을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었다.


“음?”


서아는 두 눈이 동그래져서는 밥을 한 입 먹었다.


꿀꺽-


“와 되게 맛있는데···? 너 고기 좀 굽는구나?”


그 말에 유성이 피식 웃었다.


“내가 좀 굽지.”


서아는 장난으로 하는 말이 아니였다.

이 고깃집은 가끔 친구와 와서 먹지만, 이런 맛은 완전 처음이었다.

그러니 고기의 문제가 아니라 정말로 유성이 딱 알맞게 잘 구운 것이다.

서아는 다시 빠르게 쌈을 싸고는 입에 넣었다.

그러는 동안에 유성은 고기를 굽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음료수 냉장고를 열며 소주 하나를 꺼냈다.


“이모, 여기 가로 한 병 가져갈게요!”

“말 안하고 가져가도 된다이~ 병으로 계산하면 되니까~”


역시 퇴근 타임이라 그런지 아주머니가 많이 바빠 보였다.


“넵.”


그렇게 대답한 유성은 자리로 돌아왔다.

소주병을 까며 유성이 물었다.


“마실거지?”

“으응다여언하지.”

“다 삼키고 말해.”


서아는 햄스터처럼 두 볼 빵빵하게 넣고는 씹고 있었다.

잔을 들이미는 것을 보면 대충 의사는 알겠지만.

서아의 잔을 채워주고는 자신의 잔도 채웠다.

그러자 서아가 잔을 들이밀었다.

유성 또한 잔을 들어 올렸다.


짠-


청량한 소리와 함께 둘은 곧바로 술을 목으로 넘겼다.


“크으··· 이거지.”


젓가락을 든 유성이 고기를 집어 간단하게 쌈장을 올리고는 먹었다.

역시 전생에 먹었던 양식 같은 것보다는 이런 게 훨씬 입에 맞았다.

한동안 둘은 말 없이 먹는 것에 집중하였다.


“근데 너 말이야··· 왜 그렇게 강한데도 F급이야···?”


서아가 먼저 말을 꺼냈다.


“몰라. 등급에 이유가 있냐.”


유성은 별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였다.

어차피 진지하게 대답해 봤자 안 믿을 것이고, 그럴 이유도 없으니까.

쌈을 싼 유성은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었다.


“그래···? 하긴, 협회에서 그렇게 나왔으니까 그런거겠지.”


그때 손님 중 한 명이 리모컨을 들고는 TV를 켰다.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뉴스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 다음 소식입니다. 이틀 전에 서울의 어느 한 은행에 강도 무리가 들이닥쳤던 사건이······.


적당히 부른 배와 은은한 취기에 서아는 반쯤 풀린 눈으로 턱을 괴고는 TV를 보았다.


“참··· 요즘 시대에 강도라니··· 어떤 미친 놈들이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하는 걸까······.”


유성도 서아의 의견에 동의하는 바다.

아직 배가 덜 찬 유성은 계속 구우며 먹었다.

중간에 된장찌개까지 시키고 밥에 비비며 그 위에 고기를 올려 먹었다.

맥주 한 병을 가져와 따라 마시고 있던 중이었다.


- 이어서 현장에 출동한 길드, 데빌즈 차민경 헌터의 추가 인터뷰 내용입니다.


익숙한 이름에 유성은 우물우물 씹으며 시선을 TV로 옮겼다.


‘그때 쟤네가 왔었구나.’


게이트 변이 때 나와서 어떻게 공략했냐고 묻던 코트의 남성이었다.

만약 은행을 나가는 것이 늦어서 저 차민경에게 들켰다면 꽤나 곤란한 상황이 만들어질 뻔했다.

그야 차민경은 유성이 F급 인 것을 알고 있었으니깐 말이다.

딱 봐도 강도는 D급인데 그걸 F급인 유성이 간단하게 제압한다면 분명 이상하게 볼 것이다.


‘생각만 해도 벌써 귀찮네···.’


그때 차민경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 ··· 저희가 갔을 때는 이미 두 명이 제압되어 있었거든요. 한 명은 로프로 묶여 있었고 말이죠. 이건 제가 개인적으로 하는 말인긴 한데··· 저번에 변이된 게이트에 들어간 F급, 이거 당신이 한 거죠?


“큽-!”


유성은 먹다가 체할 뻔해서 주먹으로 가슴을 쿵쿵 두들겼다.


‘뭐라는 거야 저 미친 놈이?’


물론 맞긴 하지만, 이걸 이렇게 뉴스 인터뷰 때 말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 주위 CCTV를 둘러 보았는데, 때마침 그때 주위에서 당신 모습이 찍혔거든요.


“에이··· 저 사람 뭔 소리 하는거야?”


뉴스를 보던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저번에 강도들 D급 이었다며? F급이 어떻게 D급을 제압해? 말이 안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번 건 차민경이 틀렸다.”


솔직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 아저씨의 말에 동의할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차민경이 하는 말은 전혀 신빙성이 없었으니까.


- 아닐 수도 있긴 한데··· 뭔가 제 촉이 그렇더라고요. 만약 억측이었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근데 맞다면 저희 길드로 연락 한번만 해주세요. 궁금한 것이 많습니다.


화면이 다시 아나운서에게로 전환 되었다.


- 스읍··· 이거 차민경 헌터가 말하는 F급이 어떤 사람일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렇게 차민경의 인터뷰에 대한 토론이 잠시간 오갔다.

유성은 당황함에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잠깐 멍때렸다.


‘하겠냐···.’


맞긴 한데, 너네 길드로 연락을 하겠냐고요.

무슨 일을 당할 줄 알고.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분명 이용해 먹으려 달려들 것이다.

그런 귀찮은 일 만큼은 사양이다.

이 몸으로 들어와서 이룰 것은 그저 복수 그거 하나뿐이니까.

다른 방해되는 일들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았다.

유성은 얼마 남지 않은 고기를 마저 먹으려 고개를 돌렸다.


“으므음···.”


최서아는 진작에 뻗어서 테이블에 팔을 올려 자고 있었다.


“어쩐지 조용하더라니.”


재빨리 식사를 마친 유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하였다.


‘나중에 보내달라 해야지.’


영수증을 잘 챙긴 유성은 서아를 흔들어 깨웠다.


“야, 집 가야지.”

“으응··· 귀차나··· 업어줘······.”

“하아···.”


이거 아무래도 취해도 단단히 취했다.

한심한 듯 쳐다보는 유성이 물었다.


“너 주량 어떻게 되냐?”

“나? 히히···.”


배시시 웃은 서아가 검지를 들어 올렸다.


“한 병?”

“아니~? 나··· 한 잔! 히히··· 많이 마쉬지?”


분명 적어도 다섯 잔은 마신 것 같은데···.


“어휴··· 됐다.”


유성은 서아의 팔을 자신의 어깨에 걸치고는 부축하여 가게를 나갔다.

아무래도 다시 택시를 태워 보내야만 할 것 같다.


“으으··· 업어줘어··· 걷기 귀찮아······.”

“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말아라.”


내가 미쳤다고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을 업겠니.


“······ 예준아.”


서아의 술주정에 유성은 무시하며 택시 정류장 쪽으로 걸어갔다.


“누나가 많이 보고싶었어···.”


‘예준이라면··· 얼마 전에 죽었다던 최서아의 동생인가.’


서아는 코를 훌쩍이고 이어서 말했다.


“정말 많이 많이··· 보고 싶었어. 언제 이렇게 커서 누나 부축도 해주고···.”


아무래도 취해서 유성을 자신의 동생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난 네 동생이 아니다.”

“응··· 알고 있어······.”


뜻밖의 대답에 유성은 살짝 흠칫했다.


“그냥··· 그냥··· 넌 예준이 같아···.”


잠시 발걸음이 멈춘 유성은 다시 움직였다.


“누나가 많이 미안해··· 누나가··· 정말··· 미안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왜 자꾸 자신에게 사과를 하는 것일까.

유성은 구태여 더 말하지 않기로 했다.

어째서인지 그녀의 슬픈 감정이 자신에게도 전달이 되는 듯 했으니까.

허상일 뿐인 현실이라지만, 잠시라도 그녀가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것을 도울 수 있다면 나쁘지 않았다.


“누나가 너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뚝-


서아의 두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택시의 앞에 도착한 유성은 문을 열며 말 했다.


“응, 알아.”


서아를 택시의 뒷자리에 앉혔다.


“이제 가는 거야···? 우리 다시 만날 수 있는 거겠지···?”

“··· 그래, 다시 만날 수 있겠지.”


그러자 서아는 서글픈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근데 너··· 집 주소는 기억하지?”

“응··· 서울시······.”


그 뒤로 서아는 자신의 집주소를 쭉 나열했다.


“기사님 들으셨죠? 거기로 가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서아를 보낸 유성은 묘한 감정을 가지고 집으로 걸어갔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을 올려다 본 유성은 방금 서아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냥··· 그냥··· 넌 예준이 같아···.’


어쩌면 서아가 자기에게 집착하는 것은, 본인의 동생과 자신을 겹쳐보고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


콰앙-


“이게 마지막인가?”


한 코볼트가 거대한 바위에 짓뭉개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본 5명의 헌터들이 각자의 무기를 내렸다.

기다란 머리를 뒤로 묶은 여성이 주위를 둘러 보았다.


“아무래도 끝인 거 같아.”


여성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으로 나아갔다.

온통 회색 뿐인 동굴 속을 계속 걷다 보니, 파티는 한 거대한 철문 앞에 도착하였다.

얄팍한 몸집을 가진 남성이 고개를 갸웃 거렸다.


“철문···? 보통 다 나무로 만들어진 거 아닌가?”

“무슨 그런 거 일일이 신경 쓰냐. 그냥 들어가서 보스만 잡으면 되는거지.”


덩치가 조금 있어 보이는 남성이 파티원들의 제일 앞으로 가서 문에 손을 댔다.


“그럼 연다?”


마른침을 삼킨 파티원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끼이익-


남성이 힘을 주자 거대한 철문은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거대한 입구를 열었다.

파티가 전부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이 닫히고, 주위의 횃불들이 타오르며 장내를 환하게 밝혔다.


철컥-


각자의 무기를 쥐며 앞을 응시하고 있자, 보스로 보이는 검은 형체가 보였다.


사아아앗-


순간 검은 안개가 사방으로 퍼지며 시야를 가렸다.


“다들 흩어지지 말고 모여!”


방패를 든 헌터의 외침과 동시에.


서걱-


남성의 머리가 잘려서 바닥에 뒹굴었다.


“어··· 어···?”


옆에 있던 얄팍한 남성은 순간 겁에 질려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며 보스를 찾으려 애썼다.


“방금 뭐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는데, 뭔 일이야?”


콰직-!


소리를 낸 남성의 머리가 터져, 그 살점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지팡이를 든 여성은 자신의 앞으로 날아온 동그란 무언가를 고개 숙여 보았다.

새까만 동공을 둘러싼 하얀색 흰자, 거칠게 뜯긴 듯한 신경, 시뻘건 핏줄.

어떻게 봐도 사람의 눈알이었다.


“꺄아아악!!”


이성을 잃은 여성이 그 자리에서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아 소리를 질러댔다.


촤아악-!


끔찍한 피륙음과 함께 여성의 신음 소리가 잦아들었다.


푸슈웃-


시뻘건 피가 바닥에 흘러 서포터 여성의 앞으로 흘렀다.


“허··· 으··· 아아······.”


그걸 본 여성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뒷걸음질을 쳤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시야, 사방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비명, 그리고 무언가 찢기는 소리와 함께 사라지는 신음.

무언가 단단히 잘 못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굳이 생각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와닿았다.


털썩-


벽까지 뒷걸음질 친 여성은 그대로 자리에 주저 앉았다.


“주··· 죽기··· 싫어요··· 제발··· 누가 좀··· 살려주세요······.”


그렇게 중얼거린 여성의 떨리는 동공에 눈물이 주륵 흘러 내렸다.

사방에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무런 소리도··· 하물며 바람이 스치는 소리 조차.


사아앗-


덜덜 떠는 여성의 앞으로 무언가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아··· 아아······.”


콰직-!


여성은 그 자리에서 앞으로 꼬꾸라졌다.

머리가 사라져, 피를 뿜으며 말이다.

시체의 앞에는 시퍼런 안광을 휘날리는 무언가가 고요하게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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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게이트 붕괴 (1) +1 24.02.29 835 25 12쪽
» 구름 한 점 없이 +1 24.02.28 925 31 12쪽
31 이채영 +3 24.02.27 959 33 13쪽
30 은행 강도 +1 24.02.26 1,007 35 14쪽
29 정글 (5) +1 24.02.25 1,073 36 13쪽
28 정글 (4) +1 24.02.24 1,081 39 12쪽
27 정글 (3) +1 24.02.23 1,141 35 12쪽
26 정글 (2) +1 24.02.22 1,224 36 12쪽
25 정글 (1) +1 24.02.21 1,332 41 14쪽
24 C급 게이트 +1 24.02.20 1,360 44 14쪽
23 잊혀진 땅의 정령 +2 24.02.19 1,417 44 13쪽
22 달콤한 보상 +3 24.02.18 1,436 40 12쪽
21 리빙 아머 (2) 24.02.17 1,441 45 12쪽
20 리빙 아머 (1) 24.02.16 1,447 41 12쪽
19 게이트 변이 (2) 24.02.15 1,581 44 13쪽
18 게이트 변이 (1) 24.02.14 1,668 42 12쪽
17 최서아 +2 24.02.13 1,774 41 12쪽
16 버려진 무덤의 주인 +1 24.02.12 1,853 45 12쪽
15 스켈레톤의 무덤 +1 24.02.11 1,942 4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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