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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무술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유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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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무술
작품등록일 :
2019.10.22 17:18
최근연재일 :
2021.10.22 19: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97,809
추천수 :
2,167
글자수 :
197,732

작성
21.10.22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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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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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글자
12쪽

36. 어제와 다른 오늘<완>

DUMMY

촉과 동오를 이끄는 주요 인물들 상당수가 모인 이 자리의 분위기는 살벌했다. 정확하게는 둘 중 한쪽만 살벌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쾅!


손권은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는 듯 탁자를 내리쳤다. 방금 전 유선이 웃으면서 한 말 때문이었다.


협상회담을 위한 장소에는 당연하게도 양 진영에서 가장 높은 위치의 유선과 손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을 육손과 제갈량이 보좌했다.


그런데 손권의 옆에서 긴밀하게 얘기를 나누는 육손과는 달리 유선의 곁에 있는 제갈량은 상대적으로 느긋했다. 마치 이 협상에 아예 관여를 하지 않고 오로지 관망만하겠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혹시라도 유선이 실수를 하여 다급한 상황이 되면 언제든지 나설 수도 있겠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중요한 외교 회담에서 실수가 나오고 난 뒤 수습을 하는 것은 이미 늦은 감이 있다.


그런데도 제갈량은 협상의 진행을 유선에게 맡기고 관망만 하고 있었다. 마치 유선이 자신을 어떤 방식으로 다시 놀라게 할지 기대된다는 눈빛으로.


아무리 그전까지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다고 전쟁과 외교는 분명 다른 분야다. 원래는 제갈량도 자신의 주도하에 협상을 이어나가려 했지만, 유선의 입에서 나오는 말 하나하나가 마치 노쇠한 외교관을 보는 듯 하지 않은가. 굳이 자신이 나설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물론 유선이 갑자기 천재가 된 것은 아니다. 이 협상은 유선 본디의 능력보다는 협상에 앞서 서희의 신물을 쓴 영향이 컸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강하와 예장 장사를 내 놓으라니?!”


손권은 협상에 들어가기에 앞서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라는 육손의 조언을 들었었다. 그럼에도 손권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유선은 이미 그런 손권의 태도를 예상했다는 듯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다.


“말이 아니 된다라.... 그럼 손 자사께서는 승리를 목전에 둔 우리 촉한이 아무 조건 없이 화평을 해 줄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까? 그게 더 말이 아니 되는 일 아닙니까? 그럼 이대로 협상을 중단하고 다시 전쟁을 해보시겠습니까?”


유선의 담담한 협박에 손권은 움찔했다. 그때 육손이 나섰다.


“허세가 심하시군요. 촉한이 승리를 앞두고도 먼저 화평을 제의한 이유는 우리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대들 역시 조조가 두려워 전쟁을 지속하지 못하는 것 아닙니까? 이대로 우리 동오와 계속 싸우게 되면 결국 남은 것은 조조에게 둘 다 공멸하는 결말밖에 없습니다.”


상대의 의도를 미리 알고 그 부분을 파고드는 육손의 날카로운 공격. 그에 촉의 인물들 몇몇의 낯빛이 변했다. 하지만 유선은 너무나도 침착해보였다.


“맞습니다. 그대의 말대로 이대로 전쟁을 지속한다면 조조에게 공멸할 가능성이 높지요. 허나 그걸 알고도 전쟁을 멈추고 싶지 않아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유선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 있던 장비가 나섰다.


“클클클! 어이! 육가 애송이야. 제발 그 마음 변치 말고 그대로 간직하길 바란다. 왕태자 전하의 자비심 때문에 참고 있지만, 여기에는 이 협상이 깨지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거든.”


장비의 말은 진심이었다. 실제로도 장비뿐만 아니라 그간 동오와 죽기 살기로 싸웠던 상당수의 장수들이 동오와의 전쟁을 계속 원했다. 유선은 그들을 앞세워 손권과 육손을 압박했다.


육손은 시종일관 침착했던 표정이 처음으로 찡그려졌다. 현재 동오의 최고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육손 마저 흔들리고 있다.


육손은 잠시 손권과 귓속말을 하더니 다시 제안을 해왔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3군을 달라고 하시는 것은 지나치신 처사입니다. 장사를 드릴 테니 그것만 받으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형남 3군.”

“큭! 좋습니다. 그럼 장사 포함하여 예장을 받으시지요. 강하는 정말 아니 됩니다. 강하는 우리와 가까울뿐더러 우리에겐 의미가 깊은 장소라고 할 수가....”

“형남 3군!”


육손의 얼굴이 점점 썩어 들어갔다. 상대가 막무가내로 나오는 것 같지만 방법이 없었다. 칼자루는 결국 유선 쪽이 쥐고 있었으니까.


손권 역시 그것을 아는 것인지 주먹을 꽉 말아 쥐며 떨고 있었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어찌 형남 3군을...”


그 모습을 바라보던 유선이 다시 입을 열었다. 채찍을 줬으니 이제는 당근을 줘야할 때였다.


“너무 그렇게 인상들 쓰지 마십시오. 동오에게도 무조건적인 양보만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와 동맹을 다시 체결하게 되면 동오는 서주와 예주만 신경 쓰면 되지 않습니까? 합비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3만 병력을 지원하겠습니다.”


지원군이란 말에 동오군 인사들의 눈이 커진다. 촉의 도움을 받아 합비의 장료를 넘을 수 있다면, 예주와 서주가 코앞이라고 할 수 있었다.


“거기에 추가로 황충 장군이 3만의 군사를 인솔할 것입니다. 여기 계신 장 숙부님이나 조 장군님과 같은 오호대장군이시지요. 합비에 있는 감녕 장군과 황충 장군이 만난다면 장료가 아무리 대단하다한들 얼마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유선의 제안에 동오의 반응이 달라졌다. 망한 협상이라며 벌써부터 좌절하던 모습에서 처음으로 반가운 표정들이 속속 드러났다.


“그리고... 아무래도 격이 좀 맞아야지 않겠습니까? 폐하께 주청을 드려 동오의 제후이신 손권님을 오왕으로 봉하라 할 것입니다.”


말이 헌제에게 주청이지 실상은 유비의 허락이었다. 어쨌든 유선의 마지막 제안에는 손권마저 이 협상에 대해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후훗! 어떻습니까? 이제는 마음이 좀 바뀌셨습니까?”

“좋소. 왕태자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소. 이제 우리 동오와 촉한은 다시 조조에 대항하여 동맹을 맺은 것이오.”


손권과 유선은 서로를 마주보며 슬며시 웃었다. 처음에는 철천지원수처럼 유선을 바라보던 손권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촉과 오의 동맹이 다시 체결되는 순간이다.


“이제는 다시 전우가 되었군요. 친구로서 이제는 듣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하하! 촉의 왕태자가 전우라 그것 참 듬직하군요. 그래 무엇입니까?”

“유봉이란 이름을 아실 것입니다.”


그 말에 손권의 얼굴이 굳었다. 하지만 이내 크게 웃었다.


“역시 이미 알고 계셨군. 왕태자의 짐작이 맞소. 그는 이번 전쟁에서 왕태자를 제거하고자 우리에게 많은 정보를 주었소. 증좌가 필요하신 거라면 그와 주고받은 서신을 건네주겠소.”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우리 쪽에서 포로로 잡고 있는 오의 상장들을 풀어드리겠습니다. 아쉽지만 한당 장군과 여몽 도독은...”

“알고 있소. 아쉽지만 어쩌겠소. 엄밀히 말하면 우리가 일으킨 전쟁이었으니 촉한의 책임이라 할 수는 없지요. 우리들의 실책이오.”


분명 며칠 전까지 서로가 서로를 죽이기 위해 싸웠던 사이였지만,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변했다. 그것은 서희가 된 유선의 능력이기도 했고, 둘 다 그들보다 훨씬 더 강한 적인 조조라는 세력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어서이기도 했다.


이렇게 촉과 오의 화평 회담이 끝나고, 손권은 바로 오나라의 건국을 선포한 후, 오왕에 올랐다.


성도로 돌아온 유선은 열렬한 환호를 받게 되었다. 아무 자질도 없어보이던 유선이 믿기지 않을 능력을 보여주었으니 촉한 군신들은 물론 백성들도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모든 사실이 드러났으니 유봉은 반역죄로 참수를 당하였다.


내부를 정리한 후 촉한은 조조에게 다시 한번 선전포고를 하여 전쟁에 들어갔다. 이제는 동오와 손을 잡고 확실히 협력을 하였으니 예전과 같은 결과는 없으리라.


**


오림성. 그 곳의 가장 높은 곳에서 장강을 바라보는 사내가 있었다. 나이는 이제 막 30대가 되었을 법한 건장한 사내였다.


누군가 그 사내 옆으로 다가왔다.


“폐하. 밤바람이 찹니다.”

“관흥 형님. 오셨습니까? 그러고 보니 오왕과 이곳에서 협상할 때는 그 자리에 형님께서 아니 계셨군요. 하하! 이 곳에서 손권과 담판을 짓던 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많이 지났습니다.”


폐하라고 불리운 사내. 그는 유선이었다. 이제는 시간이 많이 흘러 앳된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대신 대장부다운, 아니. 패왕다운 모습이 자리하고 있었다.


“옛 생각이 나시옵니까?”

“드디어 숙적 조조를 멸했습니다. 많은 분들의 희생 속에 우리는 한나라의 명맥을 다시 이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딱 하나, 손권입니다. 그러니 예전 그와 동맹을 맺었을 때가 생각이 나는군요.”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됐다. 사실 그 전에는 그 친구도 적이었다. 그간 손권과는 필요에 의해서 손을 잡은 것뿐이다. 공동의 적이었던 조조를 잡았으니 이제는 친구로 남고 싶어도 남을 수가 없게 됐다. 하늘에 태양이 두 개일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간 유선이 이런 패왕의 모습을 가지기까지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있었다. 유선이 30대가 된 지금 결국 조조의 세력을 멸망시켰지만 그 과정은 험난했다.


초반에는 각종 신물을 쓰고 오와 긴밀히 협력을 했지만, 촉의 내로라하는 장수들과 제갈량, 법정까지 전부 동원되어 조조와 싸웠지만, 조조는 쉽사리 무너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조조의 반격에 촉과 오가 위기에 몰릴 정도였다. 그만큼 조조와 그 주변 인물들은 대단했고, 그 세력 역시 강대했다.


유선은 결국 장기전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기존 역사와는 너무나도 달라져버렸지만, 아직 유선의 역사적 지식은 써먹을 것이 있었다.


‘조비는 분명 제 아비인 조조만큼은 아니다.’


그렇게 유선은 조조의 자리를 조비가 물려받을 때까지 기다렸다. 유선의 예상대로 조비는 조조의 능력을 완전히 물려받지 못한 인물이었다. 휘하의 유능한 수하들을 제대로 써먹지 못했고, 그 덕분에 이후부터 유선의 촉은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그래도 그 세력이 워낙 대단했기에 촉과 오의 협공을 받으면서도 20년 가까이 버텨냈다. 촉한도 많은 인물들이 세상을 떠났다. 한의 30대 황제인 열제 유비가 세상을 떠나면서 유선에게 황위가 이어졌다. 오호대장군 중에서도 장비와 조운을 제외한 나머지가 세상을 떴다.


그리고 마침내 조조의 세력을 완전히 멸망시킬 수 있었다. 촉은 원래 조조의 땅을 3분지2 정도 흡수했고, 나머지는 오가 가져갔다.


이제 넓디넓은 중원 땅에 남은 세력은 촉과 오 뿐이다.


조조와의 전쟁이 끝나자마자 제갈량은 남은 군을 예주에 집결시켰다. 그리고 유선 역시 자신이 이끌던 군대를 이끌고 이 곳 오림에 왔다. 아래 위 양방으로 오를 공격할 계획이다.


촉한의 거의 모든 전력이 동원되었다. 촉한을 여기까지 이끌어온 제갈량, 장비, 조운 등과 앞으로 촉한을 이끌 신예인 강유 등 모든 인물들이 참여했다.


이제 얼마 전까지 동맹이었던 오와 마지막 전쟁을 벌여야 한다. 세상의 지존이 누구인지 가리기 위한 싸움 말이다.


“제갈각이 강하 쪽으로 군사를 집결시키고 있다 합니다. 그들도 항복할 생각은 없고 우리와 같은 생각인 듯합니다.”

“알겠소. 어쩌면 당장 전투가 벌어질 수 있으니 푹 쉬시오.”


군사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


촉한, 아니. 한과 오의 전쟁. 손권 역시 꽤 준비를 한 덕인지 전쟁은 제법 길게 이어졌다. 하지만 유선이 직접 친정한 한을 막을 수는 없었다. 버티고 버티다 결국 장강이 피로 물들고 나서야 손권은 항복을 했다.


한의 재통일. 31대 황제인 유선의 이름은 광무제와 같은 반열에 오르게 되었으며 중국 최고의 재상 중 한명으로 평가받는 제갈량의 보좌는 한나라가 다시 한 번 영광의 길에 오를 수 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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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노친네 힘도 좋아 +4 21.10.15 2,224 56 13쪽
29 29. 남부의 불청객 +5 21.10.14 2,349 56 13쪽
28 28. 남보다 못 한 조카 +3 21.10.13 2,376 56 12쪽
27 27. 손권의 수난 +4 21.10.12 2,359 65 12쪽
26 26. 배신자, 아니 배신자들 +5 21.10.11 2,355 59 12쪽
25 25. 왕태자가 미친 게 틀림없다 +6 21.10.10 2,450 58 12쪽
24 24. 설마? 아니겠죠? +9 21.10.09 2,391 58 12쪽
23 23. 미끼를 물어버린 것이여 +3 21.10.07 2,510 59 12쪽
22 22. 이번에는 믿어보자 +4 21.10.05 2,627 62 12쪽
21 21. 도독의 눈물 +6 21.10.04 2,589 64 11쪽
20 20. 아끼다 똥 된다 +3 21.10.02 2,639 58 12쪽
19 19. 가자! 강릉으로 +5 21.10.01 2,567 57 11쪽
18 18. 병법은 모르지만 +4 21.09.30 2,585 53 12쪽
17 17. 당양성 +8 21.09.29 2,612 59 11쪽
16 16. 죄는 공으로 씻으라 +5 21.09.28 2,686 55 13쪽
15 15. 계급이 깡패다 +6 21.09.27 2,661 60 12쪽
14 14. 이번에는 머리로 +2 21.09.25 2,757 58 12쪽
13 13. 기선제압 +3 21.09.24 2,788 52 11쪽
12 12. 좋아. 계획대로야 +6 21.09.23 2,903 62 13쪽
11 11. 그가 포박된 이유 +5 21.09.22 2,897 62 12쪽
10 10. 기사회생 +5 21.09.21 2,916 74 11쪽
9 9. 오호대장군 +9 21.09.20 2,905 7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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