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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무술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유선전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무적무술
작품등록일 :
2019.10.22 17:18
최근연재일 :
2021.10.22 19:0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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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108
추천수 :
2,167
글자수 :
197,732

작성
21.10.0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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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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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글자
12쪽

22. 이번에는 믿어보자

DUMMY

오림성. 손권이 강릉에서 후퇴하여 현재 머물고 있는 곳이다.


장강 이북 지역 중 장강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이곳마저 빼앗긴다면, 동오군이 애써 되찾은 형주의 기반이 다 무너진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손권은 육구까지 후퇴하지는 않고 끝끝내 이곳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래서 손권은 육구의 병력을 더 끌어와 이곳 오림성의 군사들로 충원시켰다.


현재 오림성의 병력은 총 5만이다. 육구에서 병력충원까지 했는데도 5만에 불과하다는 것은 그만큼 동오의 사정도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오림성의 가장 높은 전각에서 한 사내가 오만한 표정으로 오림성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주위로 수많은 군사들이 군기가 바짝 든 모습으로 경계를 서고 있다.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는 그 사내는 당연하게도 동오의 군주인 손권이다. 그는 군사들을 뒤로하고 홀로 전각의 계단을 힘겹게 걸어 올라오는 한 사내를 주시하고 있었다.


손권이 바라보는 자는 바로 동오의 대도독인 여몽이다. 결국 강릉에서 탈출한 후 주연과 함께 이곳으로 왔다.


여몽은 긴박한 탈출로 인해 심신이 매우 지쳐 있었다. 그런데 오림성에 오자마자 또 이런 높은 곳까지 올라와야 하니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하지만 여몽은 최대한 숨소리를 자제하면서 힘든 티를 내지 않으려했다. 그런 여몽의 노력에도 작게나마 헉헉대는 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손권이 있는 곳까지 도착하자 작게나마 내던 숨소리도 죽이고 절도 있는 자세로 그 앞에서 부복을 하는 여몽이다.


“흐읍! 면목 없습니다. 주군.”

“오셨소? 대도독. 탈출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무사해 보이니 기쁘오.”


말로는 부하의 실수를 덮어주는 따듯한 군주의 모습을 보이는 손권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말일뿐 태도는 아주 냉랭했다. 실제로도 그는 여몽을 힐끗 한번 보고는 바로 몸을 돌려버렸다.


평소의 손권이라면 무릎을 꿇은 여몽을 직접 일으켜 세우며 그의 어깨를 쓰다듬었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기는커녕 여몽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다.


손권은 여몽을 바라보는 대신 오림성 뒤편에 있는, 길게 자리 잡은 장강을 바라보고 있다. 손권의 시선은 장강에 계속 고정된 채 아무런 움직임도 말도 없었다.


그 자리에서 망부석처럼 장강만을 바라보며 서 있는 손권. 여몽 역시 손권 앞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그 자세 그대로 있었다. 둘 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다른 수하들과 군사들 역시 마찬가지로 손권과 여몽 곁에서 부동자세를 취했다. 다만 다른 수하들의 경우 손권과 여몽의 눈치를 살피며 속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기를 반시진이나 지속한 후 드디어 손권의 입이 처음으로 열렸다.


“도독... 저곳이 어딘지 아시오?”


손권은 장강 중에서도 한 곳을 가리키며 여몽에게 물었다. 여몽은 손권이 가리키는 방향을 슬쩍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손권이 가리키는 그곳을 어찌 모를 수가 있으랴. 그곳은 동오에게는 기념비적인 위치였다.


“적벽이 아닙니까.”


손권이 가리키는 그곳은 바로 적벽. 삼국지에서 그 유명한 적벽대전이 일어난 곳이었다. 절대 승리할 수 없을 것 같던 동오가 조조의 군대를 괴멸시켜버린 역사적 전투 말이다. 물론 제갈량의 도움이 컸지만, 동오 입장에서는 그리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렇소. 바로 적벽이오. 주 도독은 저 곳을 기점으로 조조의 대군을 박살을 내버렸지. 모두가 승리가 불가능한 전투라 말하던 그 전투를 이겨버렸다는 말이오.”


안 그래도 힘든 여몽을 오랫동안 무릎 꿇린 채 방치하는 것만으로는 성이 안차는 듯한 손권이다. 그는 이제 여몽을 정신적으로 괴롭히겠다고 마음을 먹은 듯, 전전도독이었던 주유를 들먹이며 비교하는 인성질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손권의 의도대로 주유와의 비교는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었다. 손권의 말에 여몽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여몽은 부끄러움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더욱 수그렸다.


손권은 그래도 만족하지 못했는지 한 마디를 더 했다.


“여 도독. 저 적벽을 보면서 전대 도독의 업적을 잘 새기기 바라오. 그대는 그 대단한 일을 해낸 주유와 노숙의 뒤를 이어 도독이 된 자요. 그러니 부디 주유의 명성에 흠집을 내는 일이 더 이상 없길 바라겠소.”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주군.”


여몽은 오늘의 굴욕을 곱씹으면서 각오를 다졌다. 굳이 굴욕이 아니라도 앞으로는 절대 패배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만약 한 번 더 패배한다면 형주가 문제가 아니라 합비까지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자. 이제 내려가지.”


손권도 이것을 끝으로 여몽에게 더 이상의 죄를 묻지 않는다.


손권과 여몽은 전각을 내려온 후 바로 군사회의를 열었다. 이곳 오림에 있는 모든 동오 장수들과 모사들이 다 모였다.


그런데 그 무리들 중에 반준도 있었다. 예전과 같은 포로의 신분이 아니었다. 이제 반준은 손권의 신하로서 당당히 옆에 자리를 잡고 있다.


손권은 강릉을 탈출할 때부터 반준에게 마음이 기울었다. 사실 그의 말만 들었더라도 강릉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었다.


여몽은 그런 반준을 보며 살짝 인상을 굳혔다. 분명 여몽도 강릉을 떠날 때 반준의 말을 듣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지 않았던가.


그랬던 여몽도 막상 반준이 대놓고 손권의 부하로서 군사회의 자리에 참석하는 것을 보니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지은 죄가 있으니 별 말 않고 회의를 진행하는 여몽이다.


“아무래도 관우는 자신이 빼앗겼던 땅을 모조리 되찾으려 할 것으로 보입니다. 강릉으로 절대 만족하지 않을 겁니다. 아마 공안으로 가던지 어쩌면 이 곳 오림을 노릴 수도 있습니다.”


여몽의 추측에 우번이 말을 받았다.


“지리적으로 보면 당연히 공안을 노리지 않겠습니까?”

“그렇다고 공안을 막자고 이곳의 병력을 나눌 수도 없습니다. 관우가 그걸 노리고 바로 이곳을 노릴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지금 기세가 한껏 오른 촉군이니 고작 1만 병력 정도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을 겁니다.”


이에 우번은 걱정할 게 있냐는 듯한 투로 말을 이었다.


“적들의 동태는 별로 걱정할 게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오?”

“여기 반준 선생이 있지 않습니까? 관우는 자신들의 수가 통했으니 아직 반준이 자신들의 편이라고 믿을 겁니다. 그러니 반준을 통해 관우와 다시 접촉하면 앞으로 그들의 행보도 뻔히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우번의 말에 동오의 많은 인물들은 크게 손뼉을 치며 동의했다.


“그렇군! 관우는 반준 선생이 아직 자기 사람일 거라고 여길 테니...!”

“그럼 반준 선생! 관우로부터 또 서신을 받지 않았소?”


이에 여태껏 조용히 한쪽 구석에 있던 반준은 기다렸다는 듯 나섰다.


“아니 그래도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관우가 또 서신을 보내왔습니다.”


반준은 관우가 보낸 서신을 모두에게 펼쳤다.


거기에는 관우와 조운은 곧 공안으로 갈 예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반준에게는 손권이 아직 그를 믿는다면 촉군은 강릉을 안정시키기 위해 당분간은 출병을 하지 않겠다고 전하라는 얘기도 있었다.


“관우는 이번에도 나를 이용하려고 이런 서신을 보내왔습니다. 일전의 강릉 공략 성공이 제 덕인 줄 알고 있습니다.”


이때 여몽이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반준에게 물었다.


“반준 선생. 헌데 관우가 보기에는 그대가 우리 주군을 속여서 계략이 성공한 것이지 않소. 그런데도 관우는 아직까지 우리 주군께서 그대를 믿고 있다고 아는 것이오?”

“어쨌든 관우의 의도대로 너무나 쉽게 강릉을 점령하지 않았습니까? 점령한 이후 저한테 추가지시사항이 담긴 서신을 보낸 것을 보면, 제가 안에서 어떻게든 호응을 해서 저들을 도왔다고 믿는 모양입니다.”


반준은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해보이듯 관우에게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서신을 앞에 펼쳐 보였다. 그럼에도 여몽은 계속 꺼림칙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때 손권이 나섰다.


“그만! 도독. 아직도 반준을 믿지 못하는 것이오? 그래서 그 결과가 어떠했소?”

“송구합니다. 주군.”


여몽은 할 말이 없다. 손권의 말대로 반준의 말을 믿지 않은 결과가 처참하지 않은가.


손권은 반준을 철저히 믿는 듯했다. 허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여몽을 제외하고도 반준에게 아직 의심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이들의 의심을 잠재울 만 한 소식이 도착했다.


“주군! 밤 까마귀로부터 서신이 왔습니다.”

“뭣이?! 밤 까마귀?! 빌어먹을 놈들! 그놈들이 왜 이제야....?”


손권은 밤 까마귀로부터 왔다는 서신을 즉시 펼쳐 읽었다.


그리고는 바로 반준을 바라보며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이로서 확실해지는군.”


서신에는 촉의 왕태자인 유선이 형주로 갔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건 바로 반준이 밝힌 내용과 일치했다.


“그럼 지금 촉군 중에 유선이 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그렇소. 그러니 유선을 꼭 죽여 달라는 군. 어쨌든 이걸로 두 말할 필요가 없군. 반준이 첩자라면 어지간히 미치지 않고서야 12살짜리 왕태자의 존재를 밝힐 리는 없지 않은가. 도독은 어서 반준 선생에게 사과하시오.”


밤 까마귀의 서신으로 반준이 일전에 했던 왕태자 유선이 이곳에 와 있다는 얘기까지 사실로 밝혀졌으니 여몽도 더 이상 반준을 의심할 수는 없었다.


‘흐음.... 여러 번의 실패로 인해 너무 민감해진 것인가.... 그래. 여태껏 내가 반준을 쓸데없이 의심한 것일 수도 있겠군.’


“미안하오. 반준 선생.”

“하하! 아닙니다. 도독께서는 충분히 그러실 수 있지요.”


여몽과 반준이 화해를 하는 모습을 본 손권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회의를 재개했다. 그러자 반준이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서신에는 없지만 가장 중요한 정보가 있습니다. 관우와 조운이 공안으로 주력 부대를 이끌고 가지만 유선은 일부의 호위대와 함께 안전한 강릉에 남는다는 소식입니다. 서신을 전달하러 온 세작으로부터 유선이 걱정된다는 투로 질문하여 들은 사실입니다.”

“뭣이?!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그러니 아주 좋은 기회가 아니겠습니까? 관우와 조운은 제가 주군께 촉군이 강릉에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할 거라 믿을 테니, 우리가 강릉으로 쳐들어갈 것이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못할 겁니다.”


잔뜩 흥분한 우번이 반준의 말을 받았다.


“주군! 이것은 하늘이 주신 기회입니다. 어쩌면 공안을 잃을 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강릉성을 재탈환함과 동시에 적의 왕태자를 인질로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관우와 조운이 날고 긴다고 한들 어찌 무릎을 꿇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다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우번의 뜻과 같았다. 모두가 여몽이 손권에게 다시 출병을 요청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여몽은 잠시 망설였다.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 한데 왜 이렇게 불안하단 말인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여몽. 하지만 손권까지 있는데 자꾸 뭉그적거릴 수는 없다.


“주군. 소장 이번에는 절대로 실망시켜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전군 출진 준비! 목표는 강릉이다. 재빠르게 강릉 탈환하고 유선을 잡는다. 공안은 그 후다!”


오림의 병력 5만 중 3만의 병력이 강릉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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