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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ldegard
작품등록일 :
2021.05.17 21:03
최근연재일 :
2022.03.10 22:56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971
추천수 :
29
글자수 :
42,532

작성
22.02.0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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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쪽

롬 플루셰 (외전)

DUMMY

자칭 공학자 롬 플루셰(lom pluche)는 밥을 먹고 있었다.

밥의 성분을 계산하다가, 드디어 지쳐버렸던 것이다.


'시팔, 그냥 처먹고 만다.'


알로마니카 왕국에서 망명을 당한 골리어트 왕국의 숨은 이방인이었다. 호기심 때문에 폭탄을 제조하다가, 폭탄을 완성하기 바로 직전, 어릴 적 저지른 사소한 실수로 인해 위험분자로 판명을 받았다.


그는 모든 것을 빼앗긴 채 광인이 되어 골리어트 왕국에서 고된 생활을 겨우겨우 이어가고 있었다.


"아놔, 존나 맛있잖아."


그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 내어 말했다. 그는 곧바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자신의 손에서 안 좋은 냄새가 났다.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버섯만 넣으면 딱이겠는데."


롬 플루셰는 버섯, 이라는 단어를 되뇌며 그것이 알로마니카 왕국인지, 골리어트 왕국에서인지에서는 '무장 해제' 라는 명령어였음을 더듬더듬 기억해내며 조금씩 흘러내리는 자신의 바지를 감각하고 있었다.


'에라이 시펄, 왜 밥을 처먹는데 살이 찌기는커녕 바지가 내려 가냐고.'


그는 뱃살이 찌고 있어서 바지가 흘러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플루셰는 밥을 먹다 말고 앙상한 팔다리를 두 손으로 쓰다듬으며 그의 역작 중 하나인 홀로그램 모니터, '이로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데모네테스?'


요염하다 못해 징그러울 정도로 색기 어린 춤을 추는, 베이비 페이스를 한 마녀의 이름이 찰나의 시간처럼 빠르게 지나갔지만, 롬 플루셰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어느덧 롬 플루셰는 밥을 다 먹어버렸다.

그는 배를 두드리며 소파에 앉아 잠들었다. 드르렁거리는 소리, 색색거리는 숨소리, 그의 입가에 미소가 배시시 피어올랐다.


롬 플루셰, 노인인지, 청년인지, 청소년인지, 어린이인지.

겉으로 보아서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는 그의 나이.


사실 그의 진짜 나이는 고작 9살에 불과했다.



* * *



롬 플루셰(lom pluche)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였다.


그의 역작, 홀로그램 모니터 '이로문'에 검은 세로줄이 지지직거리며 흔들리고 있었다. 롬 플루셰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의 입가엔 마른 침자국이 버즘처럼 피어 있었다.) 멍하게 홀로그램 모니터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아니야!'


그는 저도 모르게 생각하며, 감전된 사람처럼 순간적으로 손을 거두었다.


'이게 도대체 뭐지?'


롬 플루셰는 알 수 없었다. 그 때였다. 검은 쇠창살 같은 홀로그램 모니터 사이가 간격이 조금씩 넓어지더니 무표정한 검은 긴 머리의 여성이 롬 플루셰를 가만히 노려보고 있었다.


"으아아아악, 씨발!!!!!! 이게 뭐야!!!!!"


롬 플루셰는 손에 잡히는대로 물건(쓰레기)들을 홀로그램 모니터를 향해 집어 던졌다. 당연하지만 그의 모니터는 홀로그램이었으므로 그의 모든 물건들은 이로문을 투과해 벽에 부딪혀 떨어지고 말았다. 검은 긴 머리의 여성은 묘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듯,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눈을 내리깐 채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엄마?"


롬 플루셰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그 자신도 상상한 적 없었던 말이었다.


검은 긴 머리의 여성은 고개를 왼쪽으로 꺾으며 윗편을 노려보았다.


"어... 엄마?"


"하."


검은 긴 머리의 여성이 롬 플루셰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갑작스럽게 폭풍 같은 울음이 롬 플루셰를 휘감았다. 롬 플루셰는 손에 밥을 뭉쳐서 만든 떡을 쥐고 엉엉 울었다.



"엄마잖아, 엄마 맞잖아!"


"야, 제발 깝치지 마라."



검은 긴 머리 여성이 창피하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떼며 말했다.



"내가 왜 니 엄마야."


"그럼 어떻게 나랑 대화할 수 있는 건데!"



롬 플루셰가 울며불며 소리를 질렀다.



"내가 아냐? 니가 만들었잖아 이거."



공학자 롬 플루셰(lom plouche)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의 머릿속에 별의 수만큼 많은 수식들이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검은 긴 머리의 여성이 한숨을 쉬었다. 롬 플루셰가 말했다.



"말론도의... 정리?"



"lx의 값은 23세기, 오전의 끝을 맞바꾼 뒤 곱한 것과 같다."



긴 머리 여자가 피곤한 표정으로 읊었다. 롬 플루셰(lom pluche)는 떡을 아무곳에나 집어던진 뒤, 왼손으로 이마를 짚고, 흩어져있던 종이 위에 재빠르게 'lx=23+㏂*s0z' 라고 적었다. 그는 입속말로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도대체... 도대체..., ...lx가 뭐야?...'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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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롬 플루셰 (외전) 22.02.06 28 0 5쪽
15 쿤델라 왕국으로 4 (完) 22.02.04 31 1 4쪽
14 쿤델라 왕국으로 3 22.01.12 34 0 4쪽
13 쿤델라 왕국으로 2 21.05.27 40 1 7쪽
12 쿤델라 왕국으로 1 21.05.25 46 1 8쪽
11 아우랭의 너도밤나무 3 (完) 21.05.20 43 1 3쪽
10 아우랭의 너도밤나무 2 +3 21.05.18 64 3 8쪽
9 아우랭의 너도밤나무 1 +5 21.05.17 65 3 4쪽
8 꿈의 논리 +2 21.05.17 57 3 5쪽
7 그들은 결코 스킨쉽을 하지 않는다 21.05.17 43 2 6쪽
6 마녀에 대한 편견 21.05.17 40 2 4쪽
5 첫 번째 몬스터 21.05.17 41 2 3쪽
4 콜리나들과 성수 21.05.17 51 2 4쪽
3 모험의 시작 21.05.17 57 2 4쪽
2 꿈시녀 반대론자들 21.05.17 63 3 7쪽
1 내가 공주였다고? +2 21.05.17 155 3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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