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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나 에이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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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ldegard
작품등록일 :
2021.05.17 21:03
최근연재일 :
2022.03.10 22:56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962
추천수 :
29
글자수 :
42,532

작성
21.05.25 18:36
조회
45
추천
1
글자
8쪽

쿤델라 왕국으로 1

DUMMY

"햐아ㅡ!"


에이미가 깊이 숨을 들이키며 소리를 질렀다. 눈부시도록 푸른 바다였다. 거대한 범선이 줄지어 떠 있는 아우랭 항구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부분이 상인들이었다. 배와 육지를 잇는 선착장에 오르는 라나는 검표원에게 태연자약한 얼굴로 미리 준비한 위조신분증을 내밀었다.


"라나 카녹이요. 이 분과는 가족관계 되십니까?"


검표원이 파올로 카녹을 가리키며 말했다. 파올로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여동생입니다."


"아하. 그렇다면 이 분홍머리 여자분도..."


"아뇨, 에이미는 에이미 아르부스예요오ㅡ. 파올로 오빠랑은 남남이랍니다!"


그때, 저 멀리서 배를 향해 헐레벌떡 뛰어오는 한 남자가 있었다. 에른하르트였다. 에른하르트 뒤에는 페트로가 마지못한 표정으로 끌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에이미!"


에른하르트가 소리쳤다. "페트로 오빠!" 에이미는 에른하르트는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 붉은머리 페트로를 향해 달려가 덥썩 끌어안았다.

라나와 파올로는 마주보며 쿡 웃었다.


"페트로와 함께 가도록 해, 에이미. 너도밤나무는 임시 종업원을 구했어."


에른하르트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에른 오빠는요?"


그제야 에른하르트에게 고개를 돌린 에이미가 물었다.


"나는... 일이 바쁘니까. 그리고 페트로에게서 들었는데 여행에 중요한 목적이 있다면서? 놀러 가는 여행이라기보다는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다고 하던데. 내가 그 말을 듣고 걱정이 돼서 페트로에게 같이 가라고 말했지."


"이왕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긴 하네요."


페트로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에이미의 표정이 문득 심각해졌다.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페트로 오빠는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없을 거예요. 미안하지만 페트로 오빠, 오빠를 우리의 동료로 받아줄 수 없어요."


"우리의 동료라고? 혼자 떠나는 게 아니었어?"


에른하르트가 놀라서 에이미를 바라보았다. 에이미는 말없이 라나와 파올로를 쳐다보았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말할 수 없지만, 내가 무사히 돌아오게 된다면 모두 말해줄게. 페트로 오빠."


에이미는 목에 걸고 있던 풀색 보석을 꺼내어 페트로에게 내밀었다.


"아가이스(Agaise)야. 내 친언니였던... 아니. (에이미는 입술을 깨물었다.) 친언니인 메이 아르부스에게서 받은 보석이야. 소중히 잘 간직해줘. 내가 돌아올 때까지."


"에이미, 이건 받지 않을 거야."


페트로가 말했다.


"숲과 평야를 거칠 때, 분명 요리사가 필요할 거라고. 너희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를 뿐더러, 내가 알아도 되는 것인지도 알 수 없지만, 의학지식이 풍부한 너만큼이나 요리에 능숙한 나도 필요해. 너도 알잖아. 때론 천 가지 약물보다 정성껏 만든 한 가지 음식이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는 걸."


그때, 뱃고동소리가 울려퍼졌다.


"빨리 와!"


라나가 소리쳤다.


"에이미, 페트로!"


라나의 외침을 끝으로 그들은 배를 타기 위해 달렸다.

눈부시도록 하얀 햇살이 푸르른 바다에 반짝거리며 쏟아졌다. 포말이 부서지고 있었다.


* * *


"포셀라 룬 마리에스타 이기엘르, 아바마마께 인사 드리옵니다."


포셀라가 고개를 숙였을 때, 흑단같이 검은 머리카락이 벨벳처럼 차르륵 흘러내렸다.


브리엔카의 국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포셀라, 무슨 일로 찾아왔느냐."


"아사야가 말하길, 얀델 시에 거주중이던 한 예비 꿈시녀가 꿈시녀 반대론자 일행과 함께 도주했다고 하옵니다."


국왕은 고민하는 척 백금으로 마감된 창문 밖을 보았다. 날씨가 기가 막힐 정도로 푸르렀다.


"소녀가 아사야에게 일러, 그들을 뒤쫓을 병력을 보냈음을 보고드리나이다. 그러나 아바마마. 이 일은 나라의 기강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큰 일이옵니다. 예비 꿈시녀의 도주를 도와준 반대파들의 처형을 허락해주시옵소서."


"처형이라면... 포셀라, 설마 사형을 말하느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짙은 숯을 바른 듯 검고 긴 포셀라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브리엔카의 국왕은 말없이 자신의 딸, 포셀라 공주를 응시했다.


포셀라 공주의 머리 위에는 마력이 담긴 보석을 채굴하고 세공하는 기술이 발달한 노바논 왕국에서 엊그제 도착한 티아라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 어떤 수식으로도 부족할만큼 화려한 왕관. 붉은 보석 타이투나(Taituna) 3캐럿과 2캐럿, 1캐럿짜리를 일일이 장미무늬로 세공하여 중앙과 가장자리까지 정교하게 장식한 티아라는 포셀라의 도시적이고 차가운 외모와 모종의 음울함마저 깃든 듯한 그녀의 검은 긴 생머리와 더없이 잘 어울렸다.


포, 셀라(Po, Sella).

각기 햇살과 마음을 뜻하는 고대 브리엔카어의 이름을 직접 지어준 것은 국왕 자신이었다. 그러나 국왕의 바람과는 정 반대로, 공주는 칼날처럼 차갑고 비정하기 짝이 없는 성품을 가진 여인으로 자라났다.


포셀라의 어머니이자 전 왕비였던, 마리에스타의 분노와 슬픔이 포셀라에게 고스란히 주입되기라도 했던 것일까.

전 왕비 마리에스타의 죽음에 대해서는 그 무엇 하나도 확실한 것이 없었다. 소문만이 무성할 뿐. 확실한 것은, 왕비의 영혼은 죽어서 영원한 순간 같은 고통에 내던져졌다고, 브리엔카의 주교가 선언했다는 사실 하나였다.


브리엔카 왕국의 신전에서는 지옥을 칭하는 또다른 이름이 있었다.

영원한 순간의 악몽.

주교가 왕비의 죽음을 두고 '악몽'이라는 단어 대신 '고통'이라고 말했던 것은, 악몽이 귀족들 사이에서는 금기시되는 분위기의 단어이기도 했지만 아직 어렸던 포셀라가 충격을 받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국왕은 생각했었다.


"오늘도 '악몽'을 꾸었나이다."


국왕은 흠칫 놀랐다. 적응이 되질 않았다. (마치 평민들처럼)악몽이라는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자신의 딸이.

그러나 그는 곧 브리엔카 국왕에 걸맞는 위엄을 갖추며 엄숙하게 말했다.


"무대를 설치하고 꿈시녀들을 데려오라 하겠다."


포셀라는 깊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다음 드레스자락을 휙 감고 알현실을 빠져나갔다. 공주의 뒤를 나이든 시녀 두 명과 젊은 시녀 네 명이 따랐다.

계단을 다소 빠른 걸음으로 내려온 포셀라 공주는 궁전의 복도에서 걸음을 멈췄다. 잠시 생각한 끝에, 공주는 자신의 머리를 장식하고 있던 귀하고 값비싼 티아라를 거칠게 벗었다.


"안나. 이걸 받으렴."


순식간에 티아라의 가장자리에서 1캐럿짜리 타이투나를 분리해낸 포셀라가 보석을 내밀며 말했다. 안나라고 불리운 시녀총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이건... 왜 그러세요, 공주님!"


시녀총장은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잔말 말고 받도록 해."


포셀라가 안나의 손목을 잡고 억지로 붉은 보석을 쥐여주었다. 시녀총장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깊이 고개를 숙이며 감사하다는 말을 거듭했다.


"무언가를 받는다는 건, 그만한 댓가를 치룰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겠지, 안나?"


안나가 두려움과 기쁨이 뒤얽힌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포셀라 공주가 시녀총장 안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서릿발보다도 차가운 미소였다.


작가의말

실수로 반편짜리를 업로드해서 재업로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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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브륀.K에서 22.02.13 27 0 2쪽
16 롬 플루셰 (외전) 22.02.06 27 0 5쪽
15 쿤델라 왕국으로 4 (完) 22.02.04 31 1 4쪽
14 쿤델라 왕국으로 3 22.01.12 34 0 4쪽
13 쿤델라 왕국으로 2 21.05.27 39 1 7쪽
» 쿤델라 왕국으로 1 21.05.25 46 1 8쪽
11 아우랭의 너도밤나무 3 (完) 21.05.20 42 1 3쪽
10 아우랭의 너도밤나무 2 +3 21.05.18 63 3 8쪽
9 아우랭의 너도밤나무 1 +5 21.05.17 64 3 4쪽
8 꿈의 논리 +2 21.05.17 56 3 5쪽
7 그들은 결코 스킨쉽을 하지 않는다 21.05.17 43 2 6쪽
6 마녀에 대한 편견 21.05.17 39 2 4쪽
5 첫 번째 몬스터 21.05.17 41 2 3쪽
4 콜리나들과 성수 21.05.17 50 2 4쪽
3 모험의 시작 21.05.17 57 2 4쪽
2 꿈시녀 반대론자들 21.05.17 63 3 7쪽
1 내가 공주였다고? +2 21.05.17 154 3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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