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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나 에이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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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ldegard
작품등록일 :
2021.05.17 21:03
최근연재일 :
2022.03.10 22:56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972
추천수 :
29
글자수 :
42,532

작성
21.05.17 21:18
조회
155
추천
3
글자
4쪽

내가 공주였다고?

DUMMY

브리엔카 왕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얀델.


얀델 시에서 가장 큰 땅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지만, 가장 발전이 덜 된(소위 말해, '후진') 마을 울프에서부터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울프 시장에는 왁자지껄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말린 생선들이 가득한 좌판, 옆마을인 쿠리에이리에서 공수해온 숲짐승의 고기들, 로브, 판초, 점퍼를 비롯한 옷가지들이 걸린 의상실.


쿠리에이리 마을과 울프 마을 아래에는 로스나 숲이라는 신성한 숲이 있다. 너르고 밝은 빛으로 가득한 로스나 숲에는 온갖 숲짐승들로 가득했다.


울프 마을의 사람들은 그 숲의 변방을 쿠리에이리와 공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냥을 하지 않았다. 사냥을 하는 것은 쿠리에이리 마을 사람들뿐이었다.


라나는 쿠리에이리 출신의 사냥꾼이다.


울프 마을의 평화로운 풍경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침을 뱉는, 금발 머리의 여성 사냥꾼.


(본인은 모르겠지만) 달팽이처럼 동그랗게 말아올린 라나의 머리는 유행이 지났다.


겨울임에도 유난히 무더운 낮이었다. 라나는 등이 깊이 파인 검은 나시 위에 걸친 점퍼를 약간 벗었다.

선명하게 드러나는 세 줄의 발톱 자국ㅡ.


라나는 짝다리를 짚고 선 채로 단도를 돌리며 주위를 휘둘러보았다.


'색기가 넘치는군.'


행인 하나가 속으로 중얼거리며 라나를 끈적한 눈으로 힐끔거렸다.

행인의 시선을 눈치 챈 라나는 행인 귀 옆으로 단도를 던졌다.


"허억!"


"어머, 미안해요. 이 마을은 모기가 좀 크네?"


라나는 행인을 향해 싱긋 웃었다. 행인은 두 눈을 커다랗게 뜬 채 더듬거렸다.


"아, 아, 아니! 뭐 하는 거야 이 천박한 계집애가!"


라나는 시끄럽게 소리지르는 행인을 가볍게 무시하며 유유자적하게 보랏빛 휘장이 드리워진 천막으로 향했다.


천막 속에는 갈색 머리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라나는 '브리엔카 왕궁 시민관리서'라고 적힌 종이를 막시무스에게 내밀었다.


"안녕하십니까. 무엇을 도와드릴ㅡ"


"이거 보면 몰라? 전생 봐줘."


라나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내뱉었다.


제 집이기라도 한 양 의자 등받이에 양 팔을 걸치고 다리를 꼬는 라나를 보면서 막시무스의 입술이 씰룩였다.

막시무스는 눈을 감으며 한숨을 쉬었다.


"좋습니다. 4엔카입니다."


라나가 돈을 탁자 위에 탁 올려놓았다.


"전생에 당신은,"


점성술사 막시무스가 입을 열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집중한 라나는 저도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공주였습니다."


"장난쳐?"


라나는 테이블을 꽝 쳤다. 막시무스의 눈썹이 흔들렸다. 그는 잠깐 침묵을 지켰다.


막시무스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당신은 흑마법과 백마법을 모두 쓸 수 있는 머나먼, 아주 작은 왕국의 공주였습니다.


당신은 세상을 악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모험중이었죠. 공주의 신분을 숨긴 채로 말입니다.


그러다가 당신은 쿤델라 왕국의 한 마을에서 악한 마녀로 몰려서 화형당했습니다. 그야말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것입니다.


그때ㅡ, 당신의 옷깃을 살라먹고, 당신의 흰 피부를 검게 오그라뜨리며 태우던 그 거센 불.


...그 불의 성정이 지금 당신의 혼에 깃들어, 당신은 불같은 성질을 가진 총의 사냥꾼으로 자라나게 되었죠."


"망할."


막시무스는 조용히 라나를 쳐다봤다. 라나는 이마를 짚었다.


그러다 문득 라나는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점성술사. 당신은 오늘 나를 못 본 거야."


"네?"


"아니, 정확하게 다시 말하지. 오늘 네가 나를 봤다는 말을 그 누구에게라도 입밖에 꺼내는 날에는..."


점성술사 막시무스의 동공이 흔들렸다.


"죽어."


라나가 생긋 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37 다큐인생
    작성일
    21.05.19 09:22
    No. 1

    11화까지 읽고 여기 적습니다. 읽으면서 뭔가 가슴이 몽실몽실해진달까? 팔뚝이 간지럽달까? 같은 묘한 기분이 들만큼 글이 좋습니다. 필력이 탄탄해서 프로 작가님인줄...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 hildegar..
    작성일
    21.12.15 07:54
    No. 2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많이 정말 감사드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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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첫 번째 몬스터 21.05.17 41 2 3쪽
4 콜리나들과 성수 21.05.17 51 2 4쪽
3 모험의 시작 21.05.17 57 2 4쪽
2 꿈시녀 반대론자들 21.05.17 63 3 7쪽
» 내가 공주였다고? +2 21.05.17 156 3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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