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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나 에이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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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ldegard
작품등록일 :
2021.05.17 21:03
최근연재일 :
2022.03.10 22:56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974
추천수 :
29
글자수 :
42,532

작성
22.02.04 23:22
조회
31
추천
1
글자
4쪽

쿤델라 왕국으로 4 (完)

DUMMY

"에이미!"


페트로가 비명을 질렀다. 그 소리가 어찌나 찢어질 듯이 끔찍했는지, 에이미를 향해 앙상하게 젖어 붙은 다리를 움직이던 새빨간 눈의 몬스터가 에이미에게 고정되어 있던 시선을 페트로에게로 돌렸다.


뒤늦게, 뒤늦게 터진 폭탄처럼. 폭탄의 심지 같은 페트로의 붉은 머리카락이 뒤늦게 활활 불타올랐다.


실제로 정말 페트로는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렀다. 배에 탄 브리엔카 왕국의 병사들이 보기에는 마치 페트로가 겁에 질린 것 같았으나, 사실은 정 반대였다.


"웅...? 페트로 오빠아ㅡ!"


에이미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뒤로 젖혔다. '뒤로 넘어지려나?' 라나는 에이미 아르부스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에이미는 뒤로 넘어지지 않았다.


페트로는 격분해 있었다.


"야, 이 씨팔 새끼야!"


페트로가 손에 닥치는대로 무엇을 쥐고 몬스터, 데테스에게 달려들었다. 이미 바다에 빠져 죽었는지, 선실 안으로 도망쳤는지, 알 수 없는 병사의 창이었다.


페트로의 발이 나무 판자에 걸려 그의 발목이 꺾였다.


그리고 거의 동시적으로,

데테스(Detes)가 기괴하게 중첩된 기쁨의 목소리를 내며 제자리에서 풀쩍 뛰었다.


예상치 못한 공격이었다. 이미 거의 아수라장이 된 배가 크게 기울어지며, 페트로를 비롯한 병사들이 요란한 소음과 함께 나무 상자와 나무 술통 사이로 뒤엉켰다. 파도가 집어삼킬 듯이 병사들을 덮쳤다. 상처에 짜디짠 바닷물이 퍼부어진 병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신음소리.

고통에 찬 비명소리.


더 이상 데테스의 (중첩된) 목소리와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구분되지 않았다. 지옥이었다. 아비규환이었다.


이미 에이미와 페트로는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그러나, 나무상자에 팔이 깔려 피를 흘리고 있는 라나는 아직까지 이성을 잃지 않았다. 그녀는 찍소리도 내지 않고, 거의 스스로의 숨을 멎게 한 뒤, 병사들의 비명소리와 데테스의 기쁨에 찬 환호소리를 가려 듣고 있었다.


이 와중에 차가운 바닷속으로 빠져버린 얀델의 병사들 역시 셀 수 없이 많았다. 유일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이가 단 두 명 있었다.


바로 발터 선장과 파올로였다.



* * *



피비린내가 가득했다.



발터 선장은 데테스와 눈을 똑바로 맞춘 채 천천히 오른쪽으로 걸어갔다. 그의 앞에는 파올로가 긴 검을 든 채, 왼손은 허리 옆 약간 높이 놓고(마치 왼쪽의 무엇을 저지하려는 듯, 그러나 왼편에는 아직 채 부서지지 않은 배의 난간뿐이었다.) 오른손은 팔꿈치를 높이 든 자세로 검끝으로 몬스터의 시야를 미세하게 교란하고 있었다.



데테스의 붉은 눈동자의 빛이 검날에 반사되었다. 데테스는 검 끝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는데, 검날의 빛과 데테스의 붉은 눈빛이 만나 허공에 희미한 섬광을 일으켰다.



몬스터의 붉은 눈빛이 포셀라 공주가 시녀총장에게 건넨 보석,

타이투나(Taituna)처럼 빛나는 그 순간ㅡ



발터 선장은 오른손을 내밀어 재빨리 레버를 내렸다.



강력하게 바람이 주입되는 소리와 함께 노란색 구명보트 12척이 동시다발적으로 커다란 선체의 양 옆으로 첨벙 떨어졌다.



가장 먼저 구명보트에 올라탄 이는 기절했다가 바다에 빠진 뒤, 이제 막 정신을 차린, 쿤델라 왕국과 브리엔카 왕국의 이중 국적자였다.



그가 물에 빠진 승객들과 병사, 살아 있는 사람이기만 하면 가리지 않고 그들이 보트에 타는 것을 돕기 시작하자(바다 위에 부서진 갑판이 많은 것이 다행이었다), 데테스가 구조되는 사람들 쪽으로 홱 고개를 돌렸다.



바로 그 때,


어느새 검 손잡이를 왼손으로 옮겨 쥔 파올로가,

칼날 끝을 데테스의 입 속으로 단숨에 꽂아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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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롬 플루셰 (외전) 22.02.06 28 0 5쪽
» 쿤델라 왕국으로 4 (完) 22.02.04 32 1 4쪽
14 쿤델라 왕국으로 3 22.01.12 34 0 4쪽
13 쿤델라 왕국으로 2 21.05.27 40 1 7쪽
12 쿤델라 왕국으로 1 21.05.25 46 1 8쪽
11 아우랭의 너도밤나무 3 (完) 21.05.20 43 1 3쪽
10 아우랭의 너도밤나무 2 +3 21.05.18 64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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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꿈의 논리 +2 21.05.17 57 3 5쪽
7 그들은 결코 스킨쉽을 하지 않는다 21.05.17 44 2 6쪽
6 마녀에 대한 편견 21.05.17 40 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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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콜리나들과 성수 21.05.17 51 2 4쪽
3 모험의 시작 21.05.17 57 2 4쪽
2 꿈시녀 반대론자들 21.05.17 63 3 7쪽
1 내가 공주였다고? +2 21.05.17 156 3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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