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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나 에이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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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ldegard
작품등록일 :
2021.05.17 21:03
최근연재일 :
2022.03.10 22:56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966
추천수 :
29
글자수 :
42,532

작성
21.05.27 20:58
조회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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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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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쿤델라 왕국으로 2

DUMMY

선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3개월에 한 번 꼴로 다니는 공식적인 쿤델라 행 범선이었다. 포셀라 공주의 폐쇄적인 정치 때문에만 범선이 뜸하게 왕래하는 것은 아니었다. 사계절이 뚜렷한 브리엔카 왕국 인근의 바다에는, 언제나 몬스터들이 우글거렸기 때문이다.


다만, 3개월에 한 번. 계절이 바뀔 즈음에만 몬스터들은 깊은 심해로 들어가서 잠들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지금의 시기가 배를 띄우기에 가장 적기였다.

쿤델라 행 범선을 띄우기 전, 브리엔카의 해병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바다 위에 소형 범선을 띄워 바다를 순찰한다. 뿐만이 아니라 그들은 마법석을 브리엔카 비단으로 감싸 넣은 병을 바다 깊이 던져넣었다가 끌어올려 해양관리본부의 워터소서러(마법사)들에게 전달하는 업무도 맡는다.


2군 워터소서러들이 브리엔카 비단에 흡수된 바닷물에서 생물들의 성분을 분석하고, 마법석에 흡수된 홀로그램을 재생하여 생물들의 정체를 파악하고 나면, 1군 워터소서러들이 그중에서 몬스터들을 가려내어 범선의 항로를 새로이 짠다.

1군 워터소서러들은 그 외에도 상대적으로 약한 바다 몬스터들을 해병들과 함께 급습하여 처치하는 역할도 맡는다. 최단항로를 짜기 위해서이다.


브리엔카 수도에서는 꿈시녀 반대파들의 목소리가 날이 가면 갈수록 높아지고, 그들의 집회와 시위는 점점 통제할 수 없게 되어가고 있었다.


라나는 1층 선상침대에 누워,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녀의 바로 위층 침대에는 파올로가 베개를 등에 대고 책을 읽고 있었다.


'왜 이렇게 병사들이 많지?'


파올로는 책을 소리없이 덮었다. 선실과 복도를 요란스럽게 오고가는 해병들은 모두 다 중무장을 하고 있었다. 사실, 쿤델라 행 범선에는 몬스터가 나타날 상황을 대비해서 원래 해병들을 배치해놓기는 한다.


'그런데 그렇다 치더라도... 이건 숫자가 너무 많은데?'


파올로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라나의 일행들은 까맣게 몰랐지만, 라나를 사로잡기 위해 파견되었던 병사들은, '배에서 내릴 때까지 일행들을 몰래 감시하며 대기하라'는 지령을 뒤늦게 전달받고 쿤델라 왕국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에 포셀라 공주는 예비 꿈시녀인 라나 에이블리아를 제외하고, 라나 일행들을 모두 죽일 생각이었다. 그리고 라나를 포박하여 꿈시녀 수용소로 끌고 올 계획이었다.

감히 국법을 어기고 망명을 시도한(포셀라 공주는 라나의 목적이 망명이라고 생각했다.) 라나 에이블리아를 위한 가장 충격적이고, 가장 고통스러운 꿈시녀 배역도 마련되어 있었다.


그런데,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게다가, 지금은 브리엔카의 수도에서 연일 꿈시녀를 해방시키라는 시위가 한창이었다. 포셀라 공주가 라나를 포박하기 위해 무고한 그의 일행들을 모두 죽였다는 사실이 이 시점에서 알려지면, 시민들의 불타는 분노에 기름을 끼얹는 일이 될지도 몰랐다.


포셀라 공주는 작전을 변경했다.

시녀총장 안나는 포셀라 공주가 던진 한 마디 중얼거림, '몬스터가 쿤델라 행 배를 덮친다면 편해지겠지.'의 뜻을 곧바로 알아차렸다. 그것은 중얼거림을 빙자한 지령이었다.

포셀라 공주가 하사한 타이투나 덕분에 자신의 가문, 몬티지 가의 몰락을 막을 수 있었던 시녀총장 안나 벨 몬티지는 본래도 포셀라에 대한 충심이 깊고 머리가 영리한 몸종이었다.


시녀총장 안나는 브리엔카 왕궁의 서쪽 정원에 숨겨진 지하 미로감옥에 접어들었다.

복잡하게 숨겨져 있는 미로감옥의 가장 깊은 안쪽에는, 최고단계의 흑마법을 구사하는 타락한 마녀가 갇혀 있다.

아니, 숨어 있다.

포셀라 공주와 대동하지 않고 타락한 마녀를 만나는 것은 안나로서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안나는 타락한 마녀에게 망설임없이 안고 있던 포대기를 내밀었다.

온 몸이 짜디짠 소금물에 절여진 몬티지 가문의 아기.

마녀는 입을 크게 벌리고 아기의 머리부터 삼켰다. 타락한 마녀의 손에서 흐르던 붉은 피가, 일순 녹색으로 광선을 발하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타락한 마녀는 씩 웃으며 주문을 중얼거렸다.


"데테스모나 카운디아 메차루틴 아브인

(Detesmona Kaundia Mecharutin Abin)."


중얼거림을 끝으로 타락한 마녀의 두 눈동자에서 검붉은 갑충과 갓난아이의 두 형상이 끔찍하게 뒤섞인 괴물의 홀로그램이 녹색 빛과 함께 하늘로 쏘아올려졌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브리엔카 해와 쿤델라 해가 맞닿는 바다 밑, 그 자신이 품은 원한만큼 깊고 깊은 심해에서 한 맺힌 몬스터, 데테스(Detes)가 태어났다.


쿤델라 행 범선이 순조로이 항해하고 있었다.

몬스터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도 모르고.


* * *


"바닷물이 원래 이렇게까지 검푸른 색이었던가?"


선미에 서 있던 병사 하나가 중얼거렸다. 나이든 해병이 담배를 피우며 그에게로 걸어왔다. 그는 담배꽁초를 손가락으로 퉁겨 바다에 던져넣으며 말했다.


"짜식, 수도에서 왔다는 티를 기어이 내는군. 바닷물은 원래 검푸른 색이야, 인마."


나이든 해병은 핀잔을 주며 바다로 눈길을 돌렸다. 바다를 본 나이든 해병의 안색이 변했다.


"아니, 자세히 보십시오. 저희가 타고 있는 배 주변으로 꼭 검푸른 원이 그려져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쉿."


나이든 해병이 병사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때였다. 잠잠하던 바다가 일렁이기 시작하더니, 눈 깜짝할 새에 거대하고 높은 파도가 범선의 양 옆으로 솟아올랐다. 물로 만들어진 아치였다. 마치 동굴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물의 아치 속으로 선박이 기우뚱거리며 삼켜졌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어느새 선체 위로 올라온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며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썼다. 여자와 아이들의 비명 소리로 혼란의 도가니탕이 된 배 위에서 병사는 간신히 몸의 중심을 잡으며 한 번 더 소리쳤다.


"대장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말도 안 돼..."


"예?"


나이든 해병이 손가락으로 병사의 뒤를 가리켰다.

병사는 어깨너머로 고개를 돌렸다. 가장 먼저 병사의 눈에 보인 것은 깜깜한 밤과도 같은 풍경, 그러나 이상하게 광택이 나고 검은 털이 수북하게 돋아난 풍경이었다.

본능적인 위화감이 병사의 신체를 엄습했다. 병사는 벙어리처럼 입을 벌린 채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 속으로, 갓난아기와 바퀴벌레의 특징을 뒤섞어놓은 데테스(Detes)의 끔찍한 얼굴이 가득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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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롬 플루셰 (외전) 22.02.06 27 0 5쪽
15 쿤델라 왕국으로 4 (完) 22.02.04 31 1 4쪽
14 쿤델라 왕국으로 3 22.01.12 34 0 4쪽
» 쿤델라 왕국으로 2 21.05.27 40 1 7쪽
12 쿤델라 왕국으로 1 21.05.25 46 1 8쪽
11 아우랭의 너도밤나무 3 (完) 21.05.20 43 1 3쪽
10 아우랭의 너도밤나무 2 +3 21.05.18 63 3 8쪽
9 아우랭의 너도밤나무 1 +5 21.05.17 65 3 4쪽
8 꿈의 논리 +2 21.05.17 56 3 5쪽
7 그들은 결코 스킨쉽을 하지 않는다 21.05.17 43 2 6쪽
6 마녀에 대한 편견 21.05.17 40 2 4쪽
5 첫 번째 몬스터 21.05.17 41 2 3쪽
4 콜리나들과 성수 21.05.17 50 2 4쪽
3 모험의 시작 21.05.17 57 2 4쪽
2 꿈시녀 반대론자들 21.05.17 63 3 7쪽
1 내가 공주였다고? +2 21.05.17 154 3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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