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랭의 너도밤나무 3 (完)
마젠타 물소찜이 탁자 위에 놓였다. 에른하르트는 물러나, 오픈된 주방에서 접시를 닦으며 그들을 지켜보았다.
가장 먼저 물소찜에 손을 댄 것은 페트로였다. 서빙을 하느라 배가 고팠던 페트로는 물소찜을 포크로 한 번에 두세개 씩 집어먹기 바빴다. 파올로는 맥주를 마시며 침묵을 지켰다.
라나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라나는 술을 싫어했다.
사교를 목적으로 한 자리가 될 것만 같았던, 그러나 그런 모임이 특징적으로 갖는 묘하게도 작위적이고 달뜬 불안감을 그들은 침묵으로 함께 흘려보냈다. 에이미는 더 이상 함부로 말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섣부르게 우울감에 침잠한 것도 아니었다.
이상하게도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듯한 파올로의 금빛 눈동자가, 에이미 아르부스로 하여금 무언가를 가능케 했다. 그것은 사려깊은 우울, 자신이 선택했음을 확신할 수 있는 멜랑콜리였다.
에른하르트가 음악을 껐다.
파올로는 생각에 잠긴 채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라나가 다른 여자들과 다른 결정적인 특징이 있다면, 침묵에 대한 인내심이었다. 라나는 분노해서 막말은 할지언정, 자신이 한 말을 후회하거나,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계속 떠들고 있지 않았다. 말하자면 침묵에 대한 불안으로 수다를 떠는 여자들과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그녀는 잡담이 사람을 소진시킨다는 것을 온 몸으로 체감하고 나서야 뒤늦게 상기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일류 사냥꾼인 파올로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숨소리마저도 죽여야 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는 침묵에 익숙했다. 에이미는 분위기에 잘 영향을 받는 편이었고, 페트로는 속으로 하고 싶은 말을 중얼거리는 성격이었다.
파올로는 맥주잔을 비운 뒤 맥주잔의 유리 바닥을 보았다. 유리 바닥에 그가 목에 감은 붕대가 비쳐보였다.
파올로가 고개를 들었을 때, 에이미의 어깨 너머로 그리 넓지도 좁지도 않은 너도밤나무 실내가 한 눈에 들어왔다. 나무벽과 물소 장식에 가장 먼저 시선이 꽂혔다. 그러다가 파올로는 가게 계산대 옆의 작은 서랍을 발견했다.
서랍 위에는 노란 등불이 있었는데, 그 노란 등불은 동굴호수위에 떠 있던 등불과 같았다.
'꿈에서 본 등불인가?'
파올로는 생각했다. 그에게는 호수 위에 떠 있던 등불 사이로 나무배를 타고 건너왔던 기억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기억이 흐릿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기억이 나지 않았다.
"등불..."
파올로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라나는 마시던 물컵을 내려놓고 파올로의 시선을 따라 등불을 바라보았다.
라나는 기억할 수 있었다. 하지만ㅡ,
언어가 기억나지 않았다.
단 한 마디의 말도 떠올릴 수 없었다.
마치 꿈에서 본 것처럼.
아니, 지금 이 순간이 꿈인 것처럼.
- 작가의말
소제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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