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논리
"악몽의 파라도(Parado)를 깨우지 않으려면 꿈의 논리로 움직여야 한단다."
마을을 떠나오기 전, 샘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이었다. 도대체 꿈의 논리가 뭐지? 라나는 생각했다. 샘 할아버지는 라나의 괴팍한 성격을 유일하게 누그러뜨리는 사람이었다.
"꿈의 논리가 뭐죠?"
샘 할아버지는 천장을 응시하다가 답했다.
"목적을 잊어버리는 것."
"목적을요?"
"그렇단다."
반딧불이처럼 푸른 콜리나들이 비추고 있는 동굴호수. 노란 등불 사이로, 나무 배 한 척이 저 멀리 호수 위에 떠 있었다.
라나는 배 쪽으로 헤엄쳐갔다.
라나는 나무 배 위에 올라탄 뒤 낡은 노 두개를 집어들었다.
"파올로!"
파올로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파올로는 상의를 벗어버린 뒤 호수에 뛰어들었다. 검은 머리카락에 물방울이 어룽졌다.
그는 자신 쪽으로 노 저어 다가오고 있는 라나의 나무배를 향해 헤엄쳤다.
라나는 파올로를 향해 노를 내밀었다. 파올로가 노 끝을 붙잡고 나무배에 올라탔다.
그의 금빛 눈동자가 라나의 검은 눈동자를 마주보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콜리나가 라나의 손바닥 위로 올라왔다.
라나는 손을 가까이로 가져와 콜리나를 가까이서 바라보았다. 벌레 종류인 줄 알았던 콜리나는 팅커벨보다도 작은, 새끼손톱만한 요정의 모습이었다.
빛나는 파란 날개를 진동하듯이 떨며 요정은 라나에게 무어라 무어라고 떠들고 있었으나 당연하게도 라나는 그 말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라나는 지그시 눈을 감고 손을 가볍게 말았다가, 푸른 빛을 내는 콜리나를 위쪽으로 날려보냈다.
콜리나(요정)은 뱅그르르 회전한 뒤 파올로의 귓가에 잠깐 앉았다가 그들이 항해하는 나무배를 앞질러 동굴 끝으로 날아갔다.
모든 콜리나들이 그 뒤를 따라 날아갔다.
ㅡ아름답다.
파올로는 중얼거렸다.
콜리나들이 사라진 후로도 부드럽고 따스한 등불들이 드문드문 호수 위에 떠 있었기에 어둡지 않았다.
아늑한 어스름. 블랙홀의 쌍둥이처럼 환상적인 동굴호수의 표면...
마치 꿈속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동굴나무 한 그루가 호수 한가운데에 아주 높이 자라나 있었다. 빼빼 마른 동굴나무는 마치 대나무처럼 곧고 길었으나 사각거리는 잎사귀가 무성했다.
라나의 머릿속에 더이상 샘 할아버지의 말씀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도, 파올로도, 이 순간을 제외한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모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마저도.
그저 아름다운 이 풍경이 영원히 지속되기만을 바라며 라나와 파올로는 함께 노를 천천히 저었다.
동굴나무 옆을 노 저어 지나쳐 갈 때, 파올로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동굴나무를 올려다보았다. 그때 라나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파올로에게 물방울을 튀겼다. 동굴나무, 호수, 보랏빛 석영, 은은한 빛을 발산하며 듬성듬성 떠 있는 노란 등불들.
모든 것들이 서로 깊은 교감을 나누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풍경에 어쩐지 파올로의 가슴이 뭉클하게 미어질 듯했다.
얼마나 노를 저었을까?
저 멀리서 희미하지만 선명한 빛이 보였다. 동굴의 출구였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선명하고 쨍한 하늘빛이 온 시야에 들어왔다. 호수 끝에서 그들은 나무배에서 내려, 환희에 차서 동굴의 출구로 달려나갔다.
눈부신 바다에 도착한 것이었다.
바닷바람이 얼굴로 세차게 불어왔다. 여기서 두 시간만 더 걸으면, 쿤델라로 넘어갈 수 있는 항구가 나타나리라.
그들은 황금빛 모래밭을 밟았다. 해변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훼손되지 않은 자연의 신선한 공기를 맡는 기쁨에 넘친 라나는 바다를 뛰어다니며 소리를 질렀다.
"꺄아ㅡ!"
어린아이처럼 금발을 휘날리며 날아갈듯 바다 속으로 뛰어드는 라나를 보는 파올로의 만면에 미소가 번졌다. 맑은 공기가 그들의 폐로 들어왔다.
파올로의 머릿속에 호흡은 신성하다는 말이 순간적으로 떠올랐다.
동굴을 무사히 빠져나온 그들은 전혀 몰랐다.
악몽의 파라도(Parado)가 호수 밑에 잠들어있었다는 것을.
그들이 동굴호수를 노 저어 지나올 때, 나무배 밑에서 그 무시무시한 몬스터가 한쪽 눈을 잠깐 떴다가, 감았다는 것을.
그들이 동굴 속 몽환적인 풍경에 취해,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꿈의 논리로 동굴을 통과하는 데에 성공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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