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리나들과 성수
동굴속은 콜리나(반딧불이의 일종, 반딧불이보다 더 넓고 밝게 신비한 푸른 빛을 낸다)들이 드문드문 떠다녔다.
라나는 석영과 동굴기둥으로 오묘한 자태를 이루고 있는 동굴속을, 설레는 마음으로 두리번거리면서도 한편으론 불안을 감출 수 없었다.
그것은, 샘 할아버지가 일러주신 말 중 두 번째 이야기 때문이었다.
'라나. 내 말을 잘 듣거라. 동굴 속 위험한 짐승들의 팔 할은
몬스터(Monster)라는 것을.'
라나는 잠깐 소름이 끼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몬스터라니.
라나는 여태껏 몬스터를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도 그럴 만했다.
몬스터들은 사냥터인 로스나 숲까지 나오지 않는다. 어둡고 음험한 속성을 가진 몬스터들은, 신성한 빛 아래 존립하는 로스나 숲까지 나올 수 없었다.
그러나 라나는 알고 있었다.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아우랭 마을까지 이어진 동굴 속은 물론이거니와 로스나 숲 같은 신성한 야생지역과 사람들이 사는 마을들을 제외한 모든 외곽들은, 온갖 위험한 몬스터들로 우글거린다는 것을.
그것은 브리엔카 왕국 안에서는 공공연하고 기본적인 상식이었다.
울프 마을의 사람들이 사냥을 하지 않는 것은, 그들이 몬스터를 지나치게 두려워해 일반 짐승 앞에서마저도 심장이 얼어붙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다.
"흥, 겁쟁이들."
라나는 짐짓 대범한 체 입속말로 중얼거렸다.
파올로는 라나를 힐끔 보면서 생각했다.
파올로는 라나의 뜬금없는 '겁쟁이들'이라는 한마디 말만 듣고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었다.
'조금 겁에 질렸구나.'
파올로는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뒀던 성수를 꺼냈다.
"자, 라나."
"이게 뭐... 응? 이건 성수잖아!"
라나는 깜짝 놀라 성수를 바라보았다.
성수는 짐승과 몬스터의 습격을 한 번 튕겨내는 효과가 있다.
얀델에서 상대가 부자인지 아닌지를 알려면, 그의 소지품 중에 성수가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해보면 된다고 할 정도로 성수는 값비쌌다.
라나는 성직자가 아니었지만, 운 좋게 빛의 풀이라도 발견한 날이면, 가짜 성수를 만들어서 팔기도 했었다.
그 귀한 빛의 풀을 성직자에게 기부를 하기엔 라나의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짜 성수는 짐승의 공격은 한 번 튕겨낼 수 있었지만, 몬스터의 공격은 튕겨낼 수 없었다.
그래도 짐승을 두려워하는 울프 마을 사람들에게 팔기 좋았다. 울프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이 가난해서 비싼 값을 받긴 힘들었지만.
"이렇게 귀한 걸 나 바르라고? 됐어. 너나 발라."
라나는 퉁명스러운 척 외면했지만 목소리가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때였다. 파올로가 부드럽게 라나의 손목을 잡으며 그녀를 멈춰 세운 것은.
그 손길이 너무도 부드러워 라나의 심장이 멎을 듯 했다.
"뭐야! 뭐 하는 거야!"
"너 암살하는 중이다."
파올로가 웃으며 성수 뚜껑을 열었다.
그는 라나를 마주보며 그녀의 이마에서부터 어깨까지, 성수를 발랐다.
라나는 두 손으로 파올로를 밀쳤다.
"필요 없다고 했잖아!"
"그래, 그래."
파올로가 삐딱하게 눈썹을 올린 채 성수 뚜껑을 닫았다.
라나는 파올로의 손길이 아직도 느껴지는 것 같아, 거칠게 어깨를 털었다.
"이 재수 없는..."
그 순간, 라나가 말을 멈췄다. 파올로의 표정이 놀라움으로 순식간에 바뀌었기 때문이다.
라나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았다.
거대한,
아주 거대한 몬스터(Monster)의 그림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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