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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 님의 서재입니다.

기괴사신(奇怪邪神)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rorkon
작품등록일 :
2021.03.25 12:51
최근연재일 :
2022.01.03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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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5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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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사사천의 훈풍2

DUMMY

언호철이 떠올리기에 그 일의 발단은 명이라는 소저가 나 나갈래 라고 소리치면서 시작되었다.


대주가 떠나가고 약 보름쯤 지났을 무렵,


그들의 미모가 범상치 않음을 이미 잘 알고 있던 언호철은 대주가 없는 이 상황에서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은 위험할 것이라고 판단 그들이 나가는 것을 말렸었다.


다행이 유명한 제갈가의 소저와 맹주의 딸인 혁련연화는 그 뜻을 이해해주었고 처음 보름간은 아무 일도 없이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명이라는 여인은 언호철의 그런 뜻을 이해를 하지 못하였다. 처음엔 그녀의 사촌인 혁련연화가 말리니 말을 들었지만 그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딱 보름이 지났을 무렵부터는 명의 언사가 하루가 다르게 날카로워졌으며, 다른 이들의 반응도 점차 지쳐갔기 때문이었다.


언호철은 어쩔 수 없음을 느끼고, 그들을 데리고 외성 구경을 나가기로 하였다.


사사천의 내성은 주요 무인들의 가족들과 사사천의 네 하늘을 비롯한 대 세력들의 건물들이 있는 곳 사실상 제대로 된 시장과 상가들이 존재하지는 않았다. 내성의 이들에게 그러한 것들은 밑의 하인들에게 시키면 언제든 구할 수 있는 것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이나 여타 상가들 같은 건물들은 모두 외성에 몰려있었다. 평소 외성에 있는 적양대의 건물에서 생활하는 언호철은 외성의 주요 장소들이 어디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였지만 언호철은 그런 날씨에 어울리는 좋은 식당을 알았다. 성격 더럽고 까다로운 그의 대주가 자주 찾을 정도로 좋은 곳이었다.


언호철은 그곳 진향루를 향해서 대주의 손님들을 안내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미 외성에 구경나가기로 정했기 때문에 그들은 언호철의 안내를 거절하지 않았다.


“그럼 마차를 준비하겠습니다.”


“오랜만에 바깥나들이인데 제대로 된 풍경을 보고 싶네요.”


마차를 준비하려고 한 언호철이었으나, 제갈아연과 혁련연화는 그것을 거절했다. 빗줄기가 얇아지고 있었으며 그녀들은 자신들이 지내고 있는 사사천의 풍경을 제대로 보고 싶어서였다. 언호철은 그런 그녀들의 마음을 이해하고선 외성으로 안내하기 위하여 길을 나섰다.


“와... 내성과 외성은 꽤 차이가 나네요.”


혁련연화와 명은 내성의 풍경에서 벗어나 외성을 구경하게 되자 상당히 놀랐다. 제갈아연은 그런 반응을 보이는 둘을 보면서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렇네, 동생이 살던 안휘랑 비교하면 어떤 것 같아?”


“음.... 이곳은 태호보다는 확실하게 큰 것 같아요. 이 정도면 거의 낙양에 비견되는 것 같은데요?”


제갈아연 역시 혁련연화의 말을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성에만 있을 때는 주변에 고급건물들 밖에 보이지 않아 제대로 몰랐는데, 사사천의 외성을 보고선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면 무림맹이 있는 중경과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아... 제 아무리 대세력이라도 이 정도 상권을 전쟁 중에 만들어내는 건 힘들어. 그러니 주변의 풍경은 순전히 패왕성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야....’


제갈아연의 눈이 외성과 내성을 감싸는 성벽을 살펴보았다.


사사천의 내성과 외성은 전략에 문회안인 사람이 보아도 철통이라는 생각이 절로 날 정도로 단단했다. 그리고 전략에 능한 제갈아연이 보기에는......


‘사사천(四邪天)의, 아니 패왕성(霸王城)을 무너뜨리려면 절대로 공성전을 해서는 안 되겠어. 오로지 수성만 한다는 전재하라면 전 무림을 상대로도 능히 이겨낼 수 있을 거야.’


철벽(鐵壁) 그 이상의 것이 보였다.


중경에 있는 무림맹의 건물은 무림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관에서 추구하는 성벽과 같은 것이 만들어져있지 않았다. 이는 어떤 적이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무림맹의 자부심을 그대로 표현한 상징적인 건물이었다.


하지만 패왕성의 외성과 내성은 달랐다. 그들은 마치 처음부터 대적을 상대하기 위한 것처럼 성벽을 세워 놓았다.


‘도대체 무슨 이유인거지? 패왕성이 두각을 드러낸 건, 패황(覇皇)의 등장과 맞물려 그전까진 패왕성은 그저 하나의 가문에 지나지 않았을텐데....’


제갈아연은 주변의 풍경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생각했다.


패왕성이 제대로 된 세력을 형성한 것은 패황이 제대로 된 무림출도를 하면서부터였다. 그 역시 길다면 긴 수십 년의 세월이었지만 제갈아연이 보기에는 내성과 외성은 족히 그 두 배의 세월은 된 것 같았다.


그렇게 그녀가 생각을 이어가던 중 언호철이 말하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며 또 다른 소음들이 그녀의 상념을 깼다.


“소저들 저 앞이 바로 유명한 식당인 진향루입니....”


한창 외성의 길을 따라 안내를 하던 언호철은 그 앞에서 주먹질을 하는 두 청년들을 보게 되었다. 어쩌면 천주의 변덕이 아니었더라면 그와 겨뤘을 지도 몰랐던 두 소천주 후보들이었다.


그들은 빗속에서 서로를 향해서 주먹질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언호철은 뒤에 있는 여인들을 향해서 말을 꺼냈다.


“잠시 기다려야 될 것 같습니다.”


“말려야 하지 않을까요?”


진향루의 앞에서 싸우는 위효준과 장효원을 본 혁련연화가 언호철에게 말했다. 눈앞에서 싸우는 사내들은 얼굴에 피를 흘리면서도 싸움을 멈추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닙니다. 지금은 저들이 하고 싶은 데로 놔두는 것이 제일입니다.”


언호철은 명과 함께 서 있는 혁련연화를 보며 말했다.


“그러내요. 서로 감정을 털어내고 있군요.”


그 모습을 본 제갈아연이 말했다, 무림에 발을 걸친 그녀로서는 저들이 뭘 하는지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언호철은 그리 말하는 그녀를 보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갈아연이 본 데로 저 둘은 서로에게 감정을 털어내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어째서 저러고 있는지 예상이 가는 언호철로서는 이해가 가기도 했고 말이다.


저들은 분명 자신의 무위에 자신이 있었을 것이었다. 그들은 약관을 겨우 넘긴 정도로 젊었고 후기지수로서는 놀라울 정도의 무위를 쌓았을 테니깐 말이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자존심은 철저하게 박살이 났다.


언호철 그의 대주인 적무영으로 인해 말이다. 대장의 경험과 무위는 한 두수의 경지의 차이도 뒤엎을 정도였다. 그런 그가 경험이 적은 후기지수들을 상대로 진지하게 나섰으니 그들로서는 철저하게 당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었다.


‘그렇다고 제대로 무공도 사용하지 않고 제압할 줄은 몰랐지만 말이야’


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무렵 두 청년의 주먹이 서로의 안면에 박히며 둘은 동시에 풀썩 쓰러졌다.


“이제 슬슬 끝이 났나보군요.”


언호철은 그리 말하며 그들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그때 혁련연화의 옆에서 멍하니 서 있던 명이 그들을 보면서 말했다.


“어? 저 사람들 비 맞고 있다. 언니 나 저 사람들 도와주러 갔다올게”


“응?”


혁련연화가 말릴 새로 없이 명은 자연스럽게 언호철과 제갈아연을 지나치며 앞으로 나섰다. 그 모습을 보던 언호철은 뭐 상관없겠지라고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그 뒤를 따랐다.


저들의 싸움이 끝났으니 진향루로 가도 되겠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그런 판단은 앞으로의 개고생을 발생시키고 말았다.


명은 비를 맞던 두 청년의 몸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손을 뻗었고, 때 마침 우산이 넘어가면서 비가 그쳤다. 그리고 햇빛이 그녀를 비추는 광경이 연출되었다.


“와.....”


주변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누군가가 잠시 탄성을 내뱉을 정도로 그 광경은 신비로웠고 또 아름다워 보였다.


명은 그들을 세운 직후, 그들을 보면서 웃음을 한번 짓더니 이내 그녀를 향해서 오는 이들을 보면서 손을 흔들었다.


“얼른와 모두들”


그런 그녀의 뒤에는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지켜보는 위효준과 장효원이 있었다. 그들이 명이 세워준 자세 그대로 굳어있는 상태였다.


“응...? 어머 어머”


제갈아연은 그런 위효준과 장효원의 모습을 보며 무언가 확인하게 있는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던 혁련연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제갈아연의 어째서 저런 반응을 짓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명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고 끌었다.


이미 사랑을 하고 있는 제갈아연과 아직 해보지 못한 혁련연화의 차이였다.


“자 명아 더 있으면 민폐니깐, 언니라 같이 진향루로 들어가자”


“응!”


명은 그들을 일으켜 세운 것이 뿌듯했는지 계속해서 미소를 지은 채로 들어갔다. 위효준과 장효원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이 진향루로 올라가 사라질 때까지 멍하게 있을 뿐이었다.


명이 사라지고도 한참, 장효원과 위효준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니 저 아름다운 아가씨는 도대체’


‘어... 엄마야... 저렇게 이쁜 소저가 내 손을...’


명이 자신들의 손을 잡고 올린 것을 떠올린 둘의 볼이 붉어졌다. 동시에 자신들의 꼴이 말이 아니었음을 깨달은 둘은 서로를 보면서 동시 소리쳤다.


““나중에 보자!!””


당장 몰골을 고쳐야했다. 한시가 급했다. 이제 막 첫사랑을 시작한 둘이었지만 그들도 알건 다 아는 성인이었다. 산적과 수적이었지만 적어도 여인에게 들이대려면 이런 개꼴을 말이 안되는 것 정도는 알았다.


둘은 동시에 자신들이 사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경신법을 사용하며 자신들의 거처가 있는 내성으로 향했다.


그렇게 한동안 사사천을 뜨겁게 달구는 애정대련의 시작이었다.


***

자신들의 후계자들이 전부 좌절감에 빠진 것을 아는 장강용왕(長江龍王)과 녹림왕(綠林王)은 오랜만에 다른 한명을 끼운 채로 녹림의 거처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붉고 넓은 얼굴에 수염이 사납게 나있어 마치 나 백정이오 하는 듯한 사나운 얼굴을 지닌 중년인 도마(刀魔) 하석수였다. 평소의 얼굴과 달리 그의 얼굴은 축 쳐진 상태였다.


그건 다른 둘도 마찬가지였다. 녹림왕과 장강용왕, 그 두 명 역시 표정이 굳어있는 채로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에휴......”


도마는 다른 둘의 얼굴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항상 흥분을 잘하는 도마였지만 그런만큼 그는 다른 감정에도 충실한 사람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그의 손자가 울적해하자 그 역시 마찬가지로 울적해진 것이었다.


“어이 도마야 네 손자는 어떠냐?”


녹림왕은 그런 그를 보며 말을 건넸다. 평소 호적수인 둘이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도마가 저런 반응이면 그의 손자 역시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 일테니 말이다.


“뭐... 잘 알 테니 말은 말자. 도 한번 못 뽑았다고 길길이 날뛰더니 이내 머리 처박고 방에 박혀있다. 네 녀석 늦둥이는?”


말은 말자라는 것과 달리 하석수는 자신의 손자에게 있었던 일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여기 네 손자랑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며칠 날뛰고 장가놈 아들하고 같이 진향루에서 술 빨며 진상 짓 중이란다”


녹림왕 쪽 역시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도마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그 놈이 너무 철저하게 박살냈어. 쌍놈의 새끼”


자신의 손자를 단 한수로 박살 낸 적양대주 무영을 생각하며 도마가 욕을 내뱉었다. 녹림왕 역시 그에 동조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쳤다.


“한번 쯤 이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말이야. 그래도 그 새끼는 너무하다고!!”


“망할 놈이 숨어버리고 말이야”


살벌한 얼굴을 띈 두 명이 소천주 경합이후 보이지 않는 무영을 향해서 적의를 내뱉었다. 옆에서 팔짱을 끼고 있던 장강용왕이 말했다.


“보복은 불가능하니깐 애들 정신 차릴 만한 건수가 뭐 있을지 부터 생각 좀 해보자. 성격 더러운 놈들아”


도마는 냉정한 반응을 보이는 장강용왕을 보며 흥하며 콧김을 내뿜으며 말했다.


“흥!! 누가 보복한다고 했냐?”


그에 맞춰 녹림왕 역시 얼굴을 구기며 말했다.


“그래! 그저 한탄이나 할 뿐이다. 그 놈이 그저 천주의 명에 따라 그리 한 것은 네 녀석만 알고 있는 게 아니야! 물개 놈아!”


사실 상 그들의 후계가 그리 당한 것에 대해서 녹림왕이나 도마가 나설 수는 없었다.


애당초 무영과 소천주 후보들의 대결은 천주의 의사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며 그들 역시 이를 기회로 생각하며 도전했으니 이 이상으로 무언 갈 하려고 한다는 것은 병신 짓이나 다름없는 짓이었다.


“그럼 닥치고 좋은 의견이나 말해봐. 이 정도 충격이면 길면 일년 가까이 갈 수 있다는 거 알고 있지?”


역경은 언제든지 존재하고 이를 이겨내어야만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이것은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말이었다. 장강용왕은 그 사실을 도마와 녹림왕에게 상기시키는 것이었다.


기나긴 무림의 역사 속에서 이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 세대는 몇 없었다.


가끔 천재라 불리는 이들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한 세대에 이 정도로 빠르게 강해지는 역사는 무림에 단 한번 삼천(三天)의 시대 때뿐이었다.


“내 제자이자 네놈들의 후계지만 녀석들은 너무 높은 곳에 올라있다 떨어졌어. 그 반동이 얼마나 심할지는 잘 알지?”


녹림왕과 장강용왕, 도마 이들 셋이 후계들의 나이 때를 생각하면 그들의 후계들은 너무 빠르게 성장했다. 당시 그들의 실력은 지금의 후계들에 비하면 적어도 두 수 이상 아래, 그런 그들도 이와 비슷한 역경을 맞이한 적이 있었다.


바로 현 패왕성주인 패천도(覇天刀) 적연강과의 대결에서였다. 사도에서 이름 날리던 그들은 사도 제일 세력인 패왕성과 교류할 일이 몇 번 있었는데, 그들 모두 적연강에게 쪽도 못쓰고 패배했었다.


당시에 그들의 경지는 절정의 중반에서 끝자락 정도, 적연강은 그들보다 한발 앞서있던 상태였다.


“우리 때도 완전히 떨쳐내는데 다섯 달 정도씩은 걸렸나?”


녹림왕이 자신이 이겨냈던 때를 생각하며 말을 꺼냈다. 그러자 도마가 한쪽 입고리를 올리며 말했다.


“난 한달”


“껄껄 내가 잘 못 기억했나보네, 난 삼주였던 것 같군”


“나도 잘못 기억했나보네. 내가 자네보다 길지 않았던 것 같으니, 이주인가 봅세”


“그럼 난 일주일”


“난 하루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네놈이 나보다 짧을 리가 없잖아!!”


“네놈이야 말로 개소리하지마라! 네 놈이 청승맞게 방 한쪽 구석에 울면서 처박혀있던 것을 내가 만나러 가지 않았느냐!!”


도마와 녹림왕 그렇게 서로를 쳐다보며 으르렁 거렸다. 원채 앙숙이 둘이다 보니 둘은 서로에게 사소한 것 하나마저도 지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했다. 그들 사이에 낀 장강용왕은 평소 녹림왕과 자신의 모습이 이럴까라고 생각하며 조용히 속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쿠당탕


그들이 있는 건물의 일층에서부터 누군가 다급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녹림왕 장창호는 바깥의 상황이 이상한 것 같아 밖에 있는 이를 불렀다.


“응? 무슨 일이야 이건? 야! 바깥에 누구 있냐?”


그의 소리쳐 부르자 밖에 있던 산적 한명이 문을 열면서 들어왔다.


“예. 대왕! 부르셨습니까!!”


“그래, 밖에 뭔 일이 길래 이렇게 시끄러워?”


“그것이 대형이 입이랑 코피랑 다 터진 채로 달려오더니 갑자기 세안을 하고 고급 진 옷을 챙겨 입고 있습니다!!”


그 말을 하는 산적의 얼굴에는 경악이라는 감정이 담겨있었다.


“뭐야 그건?!”


녹림왕 장창호는 자신의 아들이 고급 옷을 챙겨 입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무공광이자 동시에 전투광인 그의 아들은 결코 제대로 된 옷을 챙겨 입고 다니지 않았다. 그것은 사사천의 본단에서 소천주 경합을 벌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사춘기에 접어든 이후, 실전을 겪은 아들에게 옷이란 언제든지 찢어질 수 있는 물건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장효원이 고급 진 옷을 입는 다는 것은 개방의 거지가 고급 진 옷을 입는다는 것과 거의 같은 수준의 의미였다. 그만큼 충격적인 소식에 장창호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와 동시에 이번엔 수적 한명이 그들이 있는 방으로 난입했다.


“용왕님!! 큰일났습니다!!”


장창호가 놀라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던 장강용왕 위극양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를 찾아온 수적을 쳐다보았다.


“너는 왜?”


“그... 그것이 효준 도령께서 급히 달려오시더니 비단옷을 입고 꽃을 사러갔습니다!!”


“뭣이야?! 효준이 놈이 비단 옷을 입고 꽃을? 그게 말이 돼?”


위극양 역시 전혀 겪어본 적 없던 기사(奇事)에 크게 놀랐다. 그의 양아들인 위효준 역시 장효원과 마찬가지로 옷이라는 것을 하등 신경도 안 쓰는 인종이었다.


애당초 시시때때로 물에 빠져드는 수적 놈들에겐 비단 옷이라는 건 물에 빠지면 쓸데없이 거치적거리는 물건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좌절감에 빠져있을 애들이 갑작스럽게 미친 짓을 시작한다는 소리를 들은 두 아버지는 크게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야 극양아 아무래도 애들 정신이 이상한 쪽으로 돌았나보다. 빨리 나가봐야겠어!!”


“그....그래, 이놈이 무력감에 휩싸여 이상한 데로 눈깔이 돌은 게 분명해!!”


그런 둘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도마가 턱을 긁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어이... 그거 여자한테 빠져서 그런 거 아니냐? 보통 애들이 갑자기 저러는 거보면 제 맘에 드는 여인네 봐서 그럴 텐데?”


“어?”


녹림왕은 도마의 말을 듣고 서는 갑자기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꽤 신빙성 있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신빙성이 있는 수준이 아니라 왜 그 생각을 못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맞는 말 같았다.


“어.... 음....”


장강용왕 역시 그쪽은 생각도 못했는지 머뭇거리며 입을 다물고 생각에 빠졌다. 그의 머릿속엔 부하가 말한 꽃과 비단옷이라는 단어가 스쳐지나갔다.


“이거 석수놈 말이 맞는 거 같은데?”


둘은 서로를 쳐다보다 이내 표정이 뒤바뀌었다. 방금 전까지의 표정이 충격에 빠진 것이었다면 이제는 음흉한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본 도마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괜히 아들네미들 사랑에 관여하지 말고 조용히 보고 있어라. 니들이 움직이면 사단난다.”


“걱정마라, 그저 응원하며 보기만 할 거야”


“그럼, 그럼 아비가 돼서 아들의 사랑을 응원해줘야지”


“그럼, 그럼 장가놈이 말 잘했군. 이것 참 열심히 도와줘야겠어. 끌끌”


“역시 위가야!”


그러나 두 아비들은 여전히 음흉한 미소를 지우지 않고 있었다.


눈을 치켜뜨고선 낄낄거리는 녹림과 장강을 지배하는 두 중년인의 표정은 상당히 못 볼꼴이었다. 도마는 그 표정을 보고선 못 볼 것을 봤다며 두 눈에 손을 얹으며 비볐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그의 입고리도 한쪽으로 올라가 있었다. 그 역시 좋은 생각이 났기 때문이었다.


“어휴 화상들...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기왕지사 내 손자 놈도 이걸로 일으켜 세워봐야겠다. 크크”


그로부터 다음 날, 적양대주의 처소에 천하에 손꼽힐 미인들이 몰려있다는 소식이 사사천 내에 널리 퍼져나가며 그 주변은 내성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수많은 인원들이 몰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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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괴승(怪僧) 지백 +1 21.10.17 434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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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소무신과 무영 2 +1 21.10.09 500 12 12쪽
115 소무신과 무영 +2 21.10.04 535 13 12쪽
114 감숙에서 있었던 일 +1 21.10.04 531 11 14쪽
113 대립 +1 21.09.29 618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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