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ro**** 님의 서재입니다.

기괴사신(奇怪邪神)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rorkon
작품등록일 :
2021.03.25 12:51
최근연재일 :
2022.01.03 02:42
연재수 :
126 회
조회수 :
166,970
추천수 :
2,201
글자수 :
711,710

작성
21.12.25 02:09
조회
287
추천
4
글자
13쪽

사사천의 훈풍

DUMMY

정도(正道)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가에 대한 말을 다 들은 무영은 지백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저 표정과 심장박동소리... 거짓은 아니군’


지백의 얼굴에서 거짓의 기운이 없음을 읽어낸 무영은 그대로 몸을 틀었다.


“자 이제 더 지체할 것 없이 떠납시다.”


무영은 괴승(怪僧)에게 정도의 거의 모든 상황을 들은 것을 확신하고는 혈교의 이들에게 이제 떠날 것을 말했다. 지백이 그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무영에게 이득이 될 만한 소식일 뿐만 아니라, 또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도와주었다.


“교도들은 모두 채비를 하여라!”


“들었냐 이 놈들아! 주인께서 떠나자고 말씀하셨다. 모두들 움직여!!”


혈검(血劍)을 비롯한 삼인방은 무영의 말을 듣고 서는 자연스럽게 수하들에게 명을 내렸다. 무영은 그 모습을 보면서 아차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런.... 내가 명령을 내리는 모양새가 되면 안 되는데!’


그들의 교와 상관없는 사람이 말을 하면 항명을 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광인은 처음 볼 때부터 그를 주인이라 칭했다지만 철혈도군도 그렇고, 혈검도 그렇고 그 외의 적혈군을 비롯한 혈교의 정예들까지 모두가 무영의 말을 명령으로 알아듣고는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길 채비를 하고 있었다.


‘아이.... 등신짓을 했구만’


이러면 진정으로 그가 혈교의 주인인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무영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제발 저들이 사사천(四邪天)으로 가면 떨어져 나가기를 속으로 기도했다.


그리고 그의 그런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는 인영이 있었다. 한명은 신룡대를 비롯한 인원들을 일으켜 세우고 깨우고 있는 소무신(小武神) 진위청이었고, 다른 한명은 지백이었다.


그들은 무영을 따르는 혈교를 보면서 서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위험한 놈들이, 위험한 놈의 밑으로 들어간 것인가?!’


‘역시 대사(大邪)가 혈교의 주인이 되는 것인가... 큰일이군, 정도는 분열되고 있는데 사도는 더욱 강해졌어...’


지금의 혈교는 쇠락하긴 했으나, 저들의 구성원들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그런 이들이 사도의 품으로 들어간다. 이 사실은 정도의 일원들에겐 상당히 큰 타격이었다.


진위청과 지백은 혈교와 무영의 뒷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이윽고 그들 모두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지백의 입이 먼저 열렸다.


“손자야, 아까 우리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한 거, 역시 저 두 눈 시뻘건 놈을 보고 한 말이지?”


“그렇습니다. 그는 스승님이 오셔야 상대가 가능한 괴물이니까요”


“으음... 저 놈의 정체가 무엇인지 아느냐?”


떠나가는 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는 그였지만 죽립을 쓴 인물이 그를 제외한 만난 혈교도들을 합친 것보다 위험한 인물인 것은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던 지백이었다.


“패황의 비검 대사입니다.”


“으헙!! 그런 놈에게 정도의 상황을 알려주라고 한 거란 말이냐!?”


지백은 무영의 정체를 듣고 놀라 소리쳤다.


하지만 그 반응은 금세 가라앉았다. 대사라는 무인은 정도의 세 왕을 상대로 압도한 괴물, 손자의 말대로 정도에서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이는 지백의 제자인 무신 천서군 한 명뿐이었다.


“손자야.... 이건 네 선택이 맞았겠구나”


그의 제자가 나서야 해결 될 일이라면 여기 있는 이들로는 불가능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곳에 있던 것은 대사라는 무인 한 명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와 비견되거나 혹은 그 이상인 무인들이 무려 세 명이 포함된 혈교도들까지 생각하면 적어도 구대문파 세력이 두, 세 개는 있어야 할 만하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건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였고 말이다.


“끄응..... 그래도 적들에게 이런 귀중한 정보를 넘기다니.... 내가 너무 생각이 없었다.”


지백은 자신의 실수를 생각하며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진위청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저들이 사사천의 본단에 도착한다면 알게될 소식들이었습니다. 기껏 해봤자 한 두달 빨리 들었을 뿐이죠.”


진위청은 그렇게 말하고 그들은 사사천으로 곧장 가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혈교의 세력은 마교를 피해서 중원으로 들어가고 있는 중이었고, 정도 역시 그들에겐 위험한 적이었다. 그런 그들로선 당장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줄 사사천으로 도착하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었다.


“그... 그런가? 역시 우리 손자야! 이 할아비의 고민을 해결해주는구나”


자신의 잘못을 감싸주는 진위청의 모습에 지백은 감동한 눈빛을 보냈다. 그러나 그런 그의 눈빛과 달리 진위청의 눈빛은 사나웠다.


“그렇다고 해서 제 대원들을 신경 쓰지 않고 날뛴 건 잘못입니다.”


“커....커흠.... 그건 말이다. 다 아까 사나운 늙은 놈의 잘못이다.”


“사조님 이미 전후 사정을 다들은 상태이니 발뺌은 하시지 말아주시죠. 차후에 저희 대원들에게 사과를 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응? 그리고?”


“손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쪽도 이득이 있으니 다행이죠.”


“어떤 이득 말이냐?”


“이건 나중에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슬슬 대원들이 일어나고 있으니 이곳을 정리하고 난 다음 말씀드리죠.”


진위청은 신룡대원들이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선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들을 향해서 걸음을 옮겼다.


***


무영이 떠나가고 한달 째,


그 사이 사사천에선 한 가지 큰 사건이 발생했다. 그 사건은 사사천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퍼져나갔으며 동시에 모든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일이었다.


퍼억!!


그 사건은 사사천의 내성의 어느 궁궐 같은 저택에서 발생했다. 그 집안에서 누군가의 주먹이 박히는 소리가 들여왔다.


궁궐 같은 집의 주변엔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구경꾼들이 몰려있는 상태였다. 그 집의 입구에는 커다란 덩치의 무인 두명이 서로를 향해서 주먹질을 하고 있었다.


“오오!! 오늘도 적양대의 부대주가 이겼구만!!”


“벌써 십연승 아닌가? 대단허이”


구경꾼들은 궁궐 같은 저택의 입구에서 벌이고 있는 싸움을 지켜보며 하나 둘 씩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그 저택의 입구에서 싸우고 있는 이들이 모두 다 유명인사였기때문이었다.


“크어어억”


커다란 덩치의 무인 하나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넘어졌다. 그런 그의 앞에는 적양대의 부대주인 언호철이 당당하게 서있었다.


“이제 그만 포기좀 하시죠. 광투견(狂鬪犬)”


그는 자신의 앞에 있는 커다란 덩치의 무인, 광투견 장효원에게 말했다. 장효원은 가슴팍을 부여잡으면서도 웃으며 말했다.


“이것가지고 포기할 리 있나. 나는 포기 못해!!”


“후우...졌으면 이제 좀 가십시오.”


언호철은 장효원의 당당한 외침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흥! 졌으니 물러간다만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나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장효원은 어딘가의 삼류 악당이나 쓸 만한 말을 소리쳐 외치며 떠나갔다. 몸을 돌리던 그는 집안을 보면서 소리쳤다.


“명 소저!! 내 반드시 이 자를 이기고 그대에게 고백을 하겠소!!”


언호철을 그렇게 외치는 장효원을 보며 이마를 부여잡았다. 그의 머릿속으로 대주와 나눴던 말들이 스쳐지나갔다.


-호철아, 한 달 정도만 내 집에 있는 꼬맹이들을 부탁한다.-


-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우리 망.... 아니 성공할 천주님께서 나에게 명령을 내리셨거든-


-대주님, 방금 천주님께 망할이라고.... -


-아니 그건 네가 잘못들은 거고 하여튼 우리 집 좀 부탁 하마, 대충 호위임무라고 생각해. 갔다 오면 따로 몇 가지 챙겨 줄 테니깐-


-알겠습니다. 대주님 혼자 가신다면 우리 대에 따로 임무가 내려오지는 않을 테니. 그 정도는 해드리죠-


자신이 왜 이 부탁을 수락했을까 떠올린 언호철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하아.....내가 왜 이 부탁을 받아서는....’


장효원이 떠나가자 그 다음 도마의 손자인 환백도(幻魄刀) 하건형이 앞으로 나오며 소리쳤다. 그는 도를 뽑으며 언호철에게 겨누며 말했다.


“나는 이 안에 있는 제갈소저에게 고백을 하고 싶소!”


‘그걸 왜 나한테 소리치며 말하는거냐...’


마치 그를 쓰러트려야 고백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되어버린 상황에 언호철은 머리가 지끈 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이주 전쯤 오랜만에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이었다. 그의 대주가 천주님의 명을 받고 떠난 지 삼일 뒤의 일이었다.


적양대의 대주인 무영이 소천주 후보들을 모두 때려눕힌 이후, 소천주 자리를 노리던 후보들은 하나같이 칩거에 빠지거나 혹은 무력감에 휩쓸린 채 표정을 굳히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하나인 수룡(水龍) 위효준과 광투견(狂鬪犬) 장효원은 진향루라는 외성의 이름난 식당의 일층에서 술독에 빠져있었다. 둘은 무영에게 패배를 당한 직후 대가 꺾인 것처럼 술독에 빠져있는 상태였다.


“내...내가 겨우 한 수에...”


“푸흐흐흐... 야 너는 무공이라도 써봤지 나는 뭐냐...”


위효준과 장효원 둘은 무영의 무공을 견식도 못해본 자신들의 모습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실망감을 느꼈다. 그들은 그렇게 말하며 술병을 들며 들이켰다.


“꿀꺽 꿀꺽 크흐.... 난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그렇게 단련을 했는데 아무것도 못하다니”


장효원은 그리 말하며 우울한 눈빛으로 바깥을 쳐다보았다. 때마침 내리는 처량한 비가 울고싶은 그의 심정을 대변해주듯 쏟아지고 있었다.


“흐하하... 그나마 전부 다 진 게 다행이랄까?”


“그러면 뭐하냐? 우리 잘나신 소패왕(小霸王)께서 벽을 넘으셨는데”


위효준이 그나마 좋은 사실을 말했지만 장효원은 그 말에 절망감을 끼얹듯 애써 무시하고 있던 사실을 꺼내들었다. 바로 소패왕 적위신이 벽을 넘었다는 사실, 이것 하나만으로 다음 대 천주는 사실상 소패왕 적위신으로 정해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장효원은 이를 갈며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치며 소리쳤다.


쾅!!


“X발... 다시 한다고 해서 적양대주 그 망할 놈을 이길 것 같지도 않지만, 소패왕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아...”


장효원이 탁자를 내리치자 위효준이 얼굴을 구기며 말했다. 당장 조금이라도 희망을 보려고 했던 그에게 장효원의 말은 그의 생각이 쓸데없다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 네 말이 맞긴 하겠지. 하지만 말이야, 넌 좀 닥칠 필요가 있어”


“뭐 임마?”


위효준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장효원에게 낮게 말했다.


“너도 지고 나도 진건 사실이지, 근데 말이야. 어차피 패배자 새끼라서 술이나 퍼먹을 거면 곱게 처먹으라고 새끼야.”


“근데 이 X발 새끼가... 그래 너랑 나랑도 서열정리가 한번 필요할 것 같다.”


장효원은 그리 말하며 몸을 일으켜 세우며 눈을 부라렸다. 위효준 역시 그에 지지 않겠다는 듯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밖으로 따라 나와”


“누가 할 소리를”


서로를 쳐다보던 두 청년은 곧장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곧바로 서로 주먹질을 하는 소리가 외성의 골목에 울려 퍼졌다.


퍼억- 퍼억


서로의 주먹이 내리는 비를 뚫고 서로의 안면에 꽂혔다. 입술이 터지고 코피가 흘러내렸지만 두 청년들은 머뭇거림 없이 또 다시 서로를 들이 박았다.


그렇게 한창을 싸울 무렵, 더 이상 주먹을 들 힘도 없던 두 사내는 동시에 쓰러지고 말았다.


“크흐흐흐”


“망할....”


서로의 주먹으로 쓰러진 두 청년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맞으며 누워있었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쏟아지던 비는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그렇지만 드러누워 있던 둘은 자신들의 대한 실망감으로 자조 섞인 생각을 하며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그때, 비를 맞고 있던 둘의 사이로 우산을 쓴 한 여인이 나타났다.


“여기서 왜 비 맞고 있어?”


아름다운 여인이 걱정되는 눈빛으로 자신들을 쳐다보자, 장효원과 위효준은 아무 말도 못한 채 잠시 멈칫거렸다.


“자 내가 손잡아 줄테니깐 일어나”


여인은 우산을 어깨에 걸친 채로 둘의 손을 잡아 끌었다.


“어...어”


장효원과 위효준은 자신의 손을 잡아 일으키는 여인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여인의 어깨에 들려있던 우산이 떨어졌지만 비는 더 이상 내리지 않았다.


“괜찮아?”


비가 그친 사이, 구름 사이로 햇빛이 내리며 웃어주는 여인을 감싸주는 모습이 보이자, 두 청년은 심장이 거칠게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괴랄한 그녀의 아버지를 생각하면 앞으로 너무나도 고된 일이 될 두 청년의 첫사랑의 시작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기괴사신(奇怪邪神)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당분간 연재가 늦어집니다.... 21.09.14 176 0 -
공지 소제목 변경 공지 21.07.19 178 0 -
공지 소개글 변경되었습니다. 21.05.03 300 0 -
공지 소소한 수정들 있었습니다. 21.04.15 1,513 0 -
126 찾아오는 적들 22.01.03 320 8 12쪽
125 독왕 당무백2 22.01.03 190 6 10쪽
124 독왕 당무백 21.12.27 282 7 12쪽
123 정도의 한풍(寒風) 21.12.25 276 10 15쪽
122 사사천의 훈풍2 21.12.25 267 7 19쪽
» 사사천의 훈풍 21.12.25 288 4 13쪽
120 정도의 분열 +1 21.10.19 557 10 13쪽
119 괴승(怪僧) 지백 2 +2 21.10.17 478 12 11쪽
118 괴승(怪僧) 지백 +1 21.10.17 435 10 13쪽
117 소무신과 무영 3 +1 21.10.17 465 11 12쪽
116 소무신과 무영 2 +1 21.10.09 500 12 12쪽
115 소무신과 무영 +2 21.10.04 536 13 12쪽
114 감숙에서 있었던 일 +1 21.10.04 532 11 14쪽
113 대립 +1 21.09.29 618 14 11쪽
112 반가운 손님 +2 21.09.21 679 13 12쪽
111 북리강의 과거 +2 21.09.06 692 1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