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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6.14 07:20
연재수 :
169 회
조회수 :
51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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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20
글자수 :
1,027,871

작성
24.01.2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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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5
추천
65
글자
13쪽

65화

DUMMY

적을 모두 소탕하고 지원 병력이 도착함에 따라 우리의 승리가 확정됐지만 누구도 환호성을 지르거나 기뻐하지 않았다.


“아⋯으⋯! 아아악!”


내가 암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어다녔다고 한들 적이 생활관에 진입하는 것을 원천 봉쇄할 순 없었다.

총격을 뚫고 기어코 생활관으로 진입한 적은 내부를 마구 휘젓고 다녔고 각성자인 적에 당한 사람들은 모두 죽거나 중상을 입었다.


“사,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몸이 반쯤 뭉개져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이 아무나 어떻게 해달라는 듯 외쳤지만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의학지식도 회복 스킬도 없는 나는 그저 중상을 입은 사람들이 하나, 둘 눈을 감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나는 1층에 내려가 최종호 상병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는 입을 살짝 벌린 채 눈을 감고 있었고 결국 채 한 바퀴를 돌리지 못했는지 염주의 절반에만 피가 묻어 있었다.


- 쾅! 쾅쾅쾅쾅쾅!


그때 거대한 포성이 연속해서 울렸다.

개인화기로는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공간을 잡아 찢는 듯한 저 묵직한 중압감.


- 쿠르르르르르!


40미리 기관포를 장착한 보병전투장갑차의 포성이었다.


“크아아아악!”


아직도 여기저기 남아있던 적들은 장갑차의 전조등과 포성에 주의가 끌려 그쪽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약물에 취한 건지 정신을 지배당한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적들은 제정신이 아닌 것만큼은 확실해 보였다.

미친 척을 해도 상대를 봐가면서 해야 미친 척이지 장갑차가 기관포를 갈기며 돌진하는데 거기에도 정면으로 달려드는 걸 보니 저건 진짜 미친 거다.


- 쾅쾅쾅쾅쾅!


하지만 기관포가 괜히 총이 아니라 포로 분류되는 게 아니었다.

소총 세례에는 끄떡 않던 적들도 기관포 앞에선 맞을 때마다 몸이 퍽퍽 터져나가며 쓰러졌고 어찌어찌 장갑차에 달라붙었다 한들 장갑차는 꿈쩍도 하지 않고 그대로 수십 톤의 무게와 수백 마력의 힘으로 그들을 밀어버릴 뿐이었다.


“건물부터 확보해!”

“중상자 응급처치 후에 이송하겠습니다!”

“물자 보급하겠습니다! 탄약 부족하신 분은 와서 수령 해가십시오!”


길을 뚫고 도착한 지원 부대는 신속히 각자의 작전을 펼쳤고 그 모습에 나는 작전 계획과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체감했다.

나는 이제 내가 뭘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아 제자리에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고 있을 뿐이었지만 그들은 말도 없이 척척 움직였다.


“저, 저기, 우리는 언제 집에 갈 수 있죠?”


지원 부대가 도착하며 상황이 끝난 줄로 알았는데 그들은 예비군을 집에 돌려 보내주긴커녕 오히려 실탄을 추가로 보급해 버렸다.

그러니 아직도 남아서 싸워야 하는 건가 질색한 예비군 몇 명이 지원 부대를 지휘하는 대위에게 물었다.


“현재로선 상황이 완전히 끝나지 않아 위험합니다! 확실히 안전을 확보하기 전까진 이곳에 계시는 게 나을 겁니다!”


- 탕! 탕! 탕!


대위의 말을 뒷받침해주듯 때마침 총성이 울려 퍼졌다.

사방에 깔린 어둠 속에 아직도 사냥감을 노리며 숨어있는 적들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그에 대위의 말을 바로 납득한 예비군들은 아무 불만 없이 자리를 지켰다.


“대위님.”

“예. 무슨 일이십니까.”


나도 할 말이 있어 대위를 찾아가 말을 걸었다.


“혹시 남은 적을 소탕하는데 저도 참여해도 될까요.”


내 말에 대위는 의아하다는 듯 눈썹을 살짝 들썩였다.

이거 전쟁영웅병이라도 걸렸나 하는 표정이었다.


“이곳에 계시는 게 나을 겁니다.”


평범한 예비군 한 명을 부대에 편성하면 당연히 도움이 되는 것보다 작전을 수행하는데 발목을 잡는 부분이 더 크다는 판단이 나올 것이다.


“케에에엑!”


그때 나무 사이에 숨어 생활관으로 접근한 적이 뛰쳐나왔다.

그는 순식간에 방어선 안쪽으로 파고들었고 사선이 겹쳐 섣불리 총을 쐈다간 아군이 맞을 수도 있기에 군인들은 쉽사리 사격하지 못하고 적을 따라 이리저리 몰려다니기만 하고 있었다.


- 쩌저저적! 투확!


“끼엑!”


그래서 내가 만년빙으로 만든 창을 던져 그를 꿰뚫어 쓰러트렸다.

그리고 대위에게 다시 물었다.


“남은 적을 소탕하는 데 참여해도 될까요.”

“가시죠.”


역시 지휘관이라 그런지 상황판단이 빨랐다.




***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아린은 볼에 묻은 피를 소매로 훔치며 사람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그녀의 하얀 옷은 이미 숱한 광인의 피로 빨갛게 젖어있어 피가 닦이긴커녕 괜히 얼굴에 피가 더 번지기만 했다.


“저, 저기⋯ 이거 쓰세요⋯.”


그 모습을 본 근처 가게의 상인이 아린에게 물수건을 건네주었다.


“아,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피를 좀 닦고 싶던 차였는데, 아린은 물수건으로 손과 얼굴을 닦아 피 냄새를 조금이나마 지울 수 있었다.


“후우⋯.”


아린은 한숨 돌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일단 광인은 모두 해치웠는지 더 이상의 소란이 느껴지지 않았다.


“⋯⋯⋯⋯.”


아린은 많은 사람을 구했고 많은 사람의 영웅이 되었지만 마냥 웃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구한 사람의 숫자만큼 누군가는 구하지 못하기도 했다.

끔찍한 테러가 휩쓸고 지나간 거리엔 가족을, 연인을, 친구를 잃은 사람들의 절규로 가득 찼다.


“⋯⋯!”


그런 참담함을 삭히고 있을 때 갑자기 무언가를 느낀 아린은 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주변에 모여있는 사람들을 향해 자신이 들고 있는 작은 칼을 들어 보이며 물었다.


“혹시 이것보다 더 좋은 무기가 될 만한 것 가지고 있는 분?”

“저, 저 있습니다!”

“그것 좀 쓸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아린의 물음에 요리사 복장을 한 중년의 상인이 후다닥 자기 가게로 뛰어다녀오더니 길고 날카로운 회칼을, 일명 사시미를 가져왔다.

칼을 받아든 아린은 날을 손가락으로 만져보더니 조금 감탄했다.


“날이 굉장히 잘 서 있네요⋯!”

“알아보시겠습니까? 제가 직접 간 칼입니다!”


상인은 자신의 칼을 인정받아 기쁘다는 듯 자신 있게 말했다.


“못 돌려드릴지도 모르는데⋯ 괜찮을까요?”

“회를 써는 것보다 의미 있는데 써주실 테니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말과 동시에 작은 바람이 일더니 아린은 상인들의 눈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상인들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건가 어리둥절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




대체 여기 윤아린 헌터가 왜 있는 거지?

정보가 새어 나갔나?

아니, 그럴 리는 없을 텐데.


“⋯쯧, 뭐야, 이게.”


더 재밌는 광경을 만들 수 있었는데, 금발의 청년은 혀를 차며 실망했다.

그는 이 난리통에도 카페의 테라스 테이블에 앉아 잔에 담긴 커피를 마저 마셨다.


“에휴~ 그래도 군부대 쪽은 좀 재밌게 됐겠지 뭐~ 에이, 내가 그쪽을 갔어야 했는데.”


상상도 못 한 S급 헌터의 등장에 기대보다 일이 싱겁게 끝났지만 어쨌든 목적은 달성했으니 됐다고 생각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아으~ 배고프다~ 밥때 놓쳤네. 이 근처엔 식당 하는 데 없으려나? 없겠지?”


그는 뭐가 재밌는지 혼자 그렇게 말하곤 킥킥 웃으며 자리를 떴다.


“저녁으로 뭘 먹을까요~ 흠~ 오늘은 육즙 줄줄 흐르는 스테이크⋯.”


청년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많은 거리로 합류해 인파에 스며들었다.

하지만.


‘⋯⋯⋯시발, 시발! 뭐야⋯ 지랄하지 마, 진짜 지랄하지 마! 아무리 S급이라도 감각이 이 정도라고?’


등 뒤에서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살기에 몸이 뚝 굳었다.

이 주변에서 자신에게 이만한 살기를 느끼게 할 존재는 단 하나뿐이었다.


“움직이지 마세요, 그대로 가만히 있으세요.”


뒤에서 냉랭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린이었다.


“⋯⋯⋯⋯⋯.”


청년은 긴장한 채로 굳어 있었지만 이내 씩 웃었다.


“카아아아악!”

“꺄악!”

“크아아아!”

“뭐, 뭐야! 으아아악!”


청년은 근처에 있던 불량품들을 이용해 사람들을 공격했다.

일부러 자신이 도망칠 방향과는 정반대로 공격을 유도했다.


- 파앗!


공격이 시작됨과 동시에 그는 전속력으로 달렸다.

설마 공격당하는 시민을 무시하고 그대로 자신을 쫓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역시나, 아린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캬하하~ 이래서 뭘 지키려고 건방 떠는 것들은 안 돼~ 컨셉 지키느라 자기가 할 일도 제대로 못 하잖아?”


청년은 기껏 찾아내 놓고 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놓칠 수밖에 없는 아린을 비웃으며 즐거워했다.


“내가 가만히 있으랬지.”

“⋯힉!”


하지만 전력을 다해 도망치는 중인 청년의 앞에 아린이 불쑥 나타났다.

아린이 청년을 쫓는 것을 2순위에 둔 이유는 간단했다.

사람을 구하는 동안 청년이 암만 멀리 도망쳐봤자 다시 쫓아가 붙잡을 여유가 있으니까, 그럴 자신과 확신이 있으니까.

그냥 그것뿐이었다.


“왜 이런 짓을 벌인 거지?”

“저, 저기⋯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저는 우연히 지나가던 각성자일 뿐⋯.”

“당신 근처에 오니까 당신이 조종하는 게 확실하게 느껴지는데 무슨 오해? 좀 숨기기나 하던가.”

“⋯⋯에잇, 씨발!”


이제 도망칠 방법도 없는 청년은 이판사판으로 지나가던 여성을 인질로 붙잡았다.


“움직이지 마! 손가락 하나 까딱했다가는 이 년 모가지를 그냥⋯!”


- 후웅!


청년의 얼굴이 미풍이 불었다.

그리고 따뜻한 액체가 사방으로 튀었다.

그의 손아귀에 붙잡혀 있던 인질이 구출됨과 동시에 그의 팔도 함께 날아갔다.


“아⋯ 아⋯ 으아아아악!”


반응할 새도 없었다.

청년의 입장에선 마치 동영상의 컷을 편집한 것처럼 갑자기 인질과 팔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다.


“괜찮아요?”

“어? 네⋯ 괘, 괜찮아요⋯?”


한편 그건 인질로 붙잡힌 여성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냥 길을 걷고 있는데 웬 남자가 갑자기 자신을 붙잡더니 또 갑자기 풍경이 바뀌며 이번엔 눈앞에 윤아린 헌터가 있는, 중구난방 상황과 장소가 이리저리 바뀌는 아무 맥락 없는 꿈을 꾸는 듯했다.


“아아아아⋯ 내 팔, 내 팔⋯! 씨발, 씨발!!!”

“남은 팔다리도 잘리기 싫으면 얌전히 있어.”

“죽을 것 같아! 죽을 것 같아!!!”


잘린 팔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는 청년을 보며 아린은 염증을 느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고 다치게 하고 남겨진 사람들을 고통에 빠트려놓고 자기는 겨우 팔 하나 잘렸다고 아프다고 소리를 꽥꽥 질러대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역겨웠다.


- 으직!


아린은 청년의 목을 움켜쥐고 갈비뼈에 주먹을 날렸다.

그의 옆구리가 움푹 들어가며 와자작 뼈가 부서졌다.


“흐악! 흐아아악!”


- 빠각!


그것으론 분이 풀리지 않은 아린은 시끄러운 그의 입도 한 대 팼다.

입술과 잇몸이 터져 피가 줄줄 흘렀고 깨진 이빨 몇 개가 투두둑 떨어졌다.

청년은 압도적인 무력의 차이에 절망과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S급이라는 벽은 같은 각성자라고,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차이를 만들어냈다.


“말해, 왜 이런 짓을 했지?”

“아으⋯으으으⋯.”


아린이 물었지만 팔이 잘리고 한쪽 늑골이 으스러지고 앞니가 전부 깨져나간 상태로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는 너무 심한 고통에 낮게 신음할 뿐 제대로 된 말을 하지 못했다.


“대답하라고.”

“아⋯ 아⋯! 아아아악!”


하지만 고통은 더 큰 고통으로 덮을 수 있는 법.

아린은 손가락으로 청년의 배를 쿡 찔렀다.

손가락은 그의 배를 뚫어버릴 듯 깊숙이 들어가더니.


- 푸욱!


결국 그의 배에 작은 구멍을 냈다.


“끄아아아아악!!! 마, 말할게요! 전부 말할 테니 그만⋯ 제발 그만⋯!”


두 번째 구멍을 만들어주려는 찰나, 말하겠다는 소리에 아린은 조르고 있는 목을 살며시 풀어주었다.


“켁⋯! 커억⋯!”

“똑바로 말해.”

“허억⋯ 허억⋯ 당신⋯ 이거 실수하는 거야, 결국 다 당신한테 도움 되는 일이라고⋯! 제 발목 제가 잡는 꼴이야!”

“나한테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헛소리하지 마, 나한테 어떤 도움이 되든 이딴 식의 도움은 필요 없어.”

“S급이라는 게 그딴 정신머리니까 우리가⋯!”


청년이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그의 눈동자가 빨갛게 물들었다.


- 퍼억!


그리고 머리 안에서 무언가 터지듯 코와 입, 귀, 그리고 눈에서 구멍이란 모든 구멍에서 피가 터져 나오며 쓰러졌다.


“⋯⋯⋯⋯쯧.”


아린은 쓰러진 청년의 몸뚱이를 발로 툭 굴려 그가 죽은 것을 확실하게 확인하곤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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