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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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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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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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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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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4화

DUMMY

길드로 돌아와 보니 아직 아무도 퇴근하지 않고 모두 길드에 모여 있었다.

마침 잘 됐다.


“저기, 다들 잠시 모여줄래, 할 이야기가 있어서.”


나는 모두를 불러 모아 방금 내가 겪고 온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여자가 또 나타나서는 다짜고짜 자길 보호해 달라고 했다고?”

“응, 방금 만나고 오는 길이야.”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란 형이 물었다.


“근데 예쁘냐?”

“아, 진지한 얘기 중인데 좀!”

“나는 안 진지한 것 같아?”


형은 세상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오, 미친놈 진짜.


“⋯예뻐.”


적이고 악인이고 그런 걸 떠나 객관적으로 예쁜 사람을 억지로 못생겼다고 깔 수는 없으니 나는 솔직히 대답했다.


“⋯⋯⋯⋯.”

“⋯⋯⋯⋯.”


그러자 아린과 하은이 약간 경멸 섞인 눈으로 날 위아래로 훑었다.


“아, 아무튼 이런 일이 있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너희들한테도 물어봐야 할 것 같아서.”


나는 급히 대화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아니, 이상한 소리 한 건 형인데 왜 나한테⋯.


“근데 그럼 그 김서연이라는 사람이 준다는 정보가 뭔지는 대충도 모르는 거야? 보호해주는 수고를 감수할만한 가치가 없는 정보일 수도 있잖아.”

“그것도 그렇지.”

“괜히 이상한 수작 부리는 것 같아서 찝찝하기만 한데?”


김서연이 가장 자신을 보호해주기를 원하는 아린이는 그녀를 보호하는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아저씨가 말한 그 여자가 말하는 정보라는 것도 사실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괜한 거짓 정보로 이간질 하려는 걸 수도 있잖아.”

“아, 그건 걱정 없을 것 같아. 무슨 악마의 계약서라는 아이템을 들이밀더라고. 확실하게 하자면서.”

“아, 악마의 계약서를 쓰자고 했다고?!”


악마의 계약서를 이야기하자 하은이 화들짝 놀랐다.


“뭐야, 너 무슨 아이템인지 알아?”

“으응, 알지, 아카데미에서 배웠으니까.”

“그게 뭔데 아카데미에서 배울 정도의 아이템인 거야?”

“사용 금지 아이템⋯.”

“사용 금지 아이템? 그런 것도 있어?”

“효과나 성능이 너무 위험하거나 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큰 아이템은 헌터관리국에서 사용 금지 시켜, 사용하면 불법이야.”

“이름이랑 효과부터 뭔가 불길하더라니 역시 정상적인 아이템은 아니었구나, 뭐 계약하면 말장난으로 사기 치는 그런 건가?”

“아니, 반대로 철저하게 지켜야 해서 금지된 거야. 악마는 계약은 반드시 지킨다고 하잖아.”

“뭐야, 그럼 오히려 좋은 아이템이잖아? 이 좋은 걸 왜 금지 시켰대?”

“계약서에 담긴 내용이 아무리 불합리하고 불평등해도 무조건 따라야만 하니까. 힘으로 강제로 계약하게 만들어서 사람을 영원히 노예로 만들거나 한 악용사례가 여럿 있어. 악마의 계약서는 계약을 파기할 방법도 없으니 도와줄 수도 없고 그냥 한 사람 인생 망치는 거지.”


아, 쉽게 말하면 진짜 효력이 있는 신체포기각서 같은 느낌인 건가.


“꽤 위험한 물건이구나⋯ 그런데 혹시 계약 내용을 잘만 적으면 부작용 같은 건 없는 거야?”

“응, 계약서를 빈틈없이 작성할 수만 있다면. 사용 자체가 불법이긴 하지만 지금도 암암리에 여기저기서 계속 쓰는 걸로 알고 있어. 계약하고 나면 흔적도 전혀 안 남아서 헌터관리국도 사실상 단속에 손 놓고 있고.”

“그럼 그 계약서를 잘 작성하면 우리한테 거짓말을 하거나 허튼짓을 할 수는 없다는 거네?”

“계약서를 작성하라는 말은 아닌데 그건 맞아. 그렇게 직접 악마의 계약서까지 준비해서 들이미는 거 보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아, 그랬다면 오히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악마의 계약서 작성을 꺼려야 할 테니까.”


하은의 말에 나는 김서연을 떠올려보았다.

다 연기일 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말투, 행동에선 별다른 의도가 느껴지진 않았다.

숨겨진 뜻을 파악하려 애쓸 필요 없이 정말 들리고 보이는 그대로 믿으면 되는 단순한 사람 같았다.


“⋯⋯⋯⋯.”


그리고 나는 아린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왜?”

“아, 아니야.”


갑자기 든 생각인데 김서연은 어딘가 아린이와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았다.

이쪽의 빛의 윤아린이라면 그쪽은 비뚤어져 버린 이세계의 흑화한 어둠의 윤아린 같은⋯.

내가 김서연을 유난히 두렵게 느낀 것도 무의식중에 아린이와 대적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근데 이 일을 굳이 우리가 해결하려고 할 필요가 있을까? 귀찮은 냄새가 풀풀 나는데 그냥 헌터관리국에 넘기면 안 돼? 까놓고 말해서 여기가 길드지 자율방범대는 아니잖아?”


한편 벌써 내 이야기에 흥미를 잃은 형이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형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안 그래도 헌터관리국 요원한테도 연락해보려고 했어.”


나는 이 일을 알리기 위해 오주한 요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안 받지?”

“어? 으응, 안 받네. 일하는 중인가?”

“난 안 받는 이유 알 것 같은데.”

“갑자기 무슨 소리야?”


누워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던 형은 놀란 얼굴로 벌떡 일어나더니 영상 하나를 재생해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스마트폰 볼륨을 높였다.


[조금 전에 들어온 속보부터 전해드립니다, 헌터관리국의 정진기 헌터관리국장이 사무실에서 피살된 채 발견돼 헌터관리국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형이 튼 뉴스 앵커는 모두에게 그런 소식을 전했다.


“혹시 말하려던 정보가 이건⋯ 아니겠지?”


그 소식을 들은 아린이는 설마설마하는 표정으로 말했지만.


“맞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관련이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정진기 국장이 국장실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된 순간 헌터관리국은 누구도 나가고 들어올 수 없도록 완전히 봉쇄되었다.

그가 급사가 아닌 살해당한 흔적이 발견됐기 때문이었다.

범죄를 수사하고 추적하는 전문가들이 잔뜩 모인 헌터관리국 한가운데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그것을 밝혀내는 건 순식간이었다.


“필요한 건 다 챙겨왔어?” “네⋯!”


비상 상황에 돌입한 만큼 모든 업무를 중단한 오주한과 김민주 요원은 상부의 명령을 대기하고 있었다.

다른 팀원은 퇴근하거나 외부에 나가 있어 현재로선 둘 뿐이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헌터관리국 안에서 국장님이⋯ 믿을 수 없어요.”


충격에 빠진 김민주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다리를 달달 떨었다.

하지만 그녀보다 더욱 충격에 빠진 것은 당연히 불과 10분 전까지만 해도 정진기 국장과 독대하고 있던 오주한이었다.

오주한의 머릿속에선 오만가지 생각이 폭발하듯 회오리치고 있었다.


“오주한 팀장.”

“⋯예.”


그렇게 가만히 대기 중인 오주한을 향해 보안과장이 찾아왔다.

전투 태세를 마친 무장한 보안과의 요원들과 함께.


“방금 CCTV를 확인해보고 오는 길인데 국장실에 마지막으로 출입한 사람이 자네더군.”

“예, 용무가 있어 들렀었습니다.”

“몇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같이 가주겠나.”

“⋯예.”


보안과장은 다른 요원들이 지켜보는 앞이니 최대한 점잖게 이야기했지만 그의 말은 사실상 자신을 용의자 선상에 넣고 조사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국장실에서 나오자마자 국장이 피살된 상황이니 용의자 선상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한 오주한은 순순히 그들을 따라 조사실로 이동했다.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인지 참.”


조사실에 잠시 앉아 있으니 곧 보안과장이 너스레를 떨며 커피를 가지고 들어왔다.


“아무리 절차고 일이라고 하지만 우리도 한 식구 사람 조사하고 그러는 거 되게 불편한 거 알지? 빨리 끝내자고.”

“이해합니다.”


워낙 급하게 마련된 자리였기에 보안과장은 관련 서류 한 장 없이 달랑 백지 한 장에 볼펜을 끄적이며 조사를 시작했다.


“그래, 그럼 국장실에 방문한 이유는 뭐였나?”

“용무가 있어서⋯.”

“에헤이~ 알만한 사람이 왜 그래, 무슨 용무인지를 묻고 있잖나.”


첫 질문부터 오주한 요원의 입을 틀어막았다.

극비리에 수행 중인 작전을 논의하러 갔는데 그걸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자신이 비밀임무를 수행 중이라는 것을 말하는 순간 그건 비밀임무가 아니게 된다.

더군다나 눈앞의 보안과장이, 그의 부하와 동료가 오주한이 색출 중인 배신자가 아니라는 법도 없었다.


“그냥 중간 보고였습니다. 지겹도록 쫓고 있는 테러 조직에 대한.”

“보고 내용은?”

“아직 수사가 초기 단계라 곤란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관련 보고서나 서류가 있나?” “없습니다. 그냥 구두 보고였기에.”

“흐음~ 구두 보고라, 국장님께 구두 보고를 올리는 건 흔치 않은 일인데 원래 국장님과 그렇게 편한 사이였나?”


보안과장은 능숙하게 오주한의 숨통을 조여왔다.


“일일이 보고서를 작성하려고 하면 업무가 쓸데없이 가중되기에 유의미한 수사 경과가 아니라면 그리하라 하셨습니다.”

“그래, 그렇군. 그럼 다음 질문. 자네가 국장실에서 나오고 비서가 국장님의 피살을 확인한 데엔 고작 2분의 차이밖에 없네. 이건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떻게 생각하냐는 게 무슨 뜻이죠?” “뭐, 별 뜻은 없어, 수상한 낌새, 수상한 사람 못 봤냐는 거지.”


오주한은 자신이 국장실에서 나와 자리로 돌아오기까지의 기억을 되짚어봤다.


“잠시 정전이 일어났던 것 외엔 딱히 생각나는 게 없습니다.”

“그래, 그 정전. 하필 가장 중요한 시간에 딱 났더군. 하필이면 자네가 국장실을 나온 그 직후부터 CCTV가 다운됐어.”

“⋯전 정말 아닙니다. 제가 왜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그건 나도 모르지.”


보안과장은 부드럽게 웃고 있었지만 요원짬 꽤나 먹은 오주한은 알고 있었다.

보안과장의 웃음은 진짜 웃음이 아니라 상대의 경계심을 지우기 위한 가짜웃음일 뿐이라는 걸.

일반인이 저 푸근한 미소를 봤으면 자신이 조사받고 있다는 생각은커녕 오히려 편안함을 느낄 것이다.


“미안하지만 조사가 길어지겠군.”


잠깐의 대화로 오주한의 처우에 대해 대충 결론은 지은 보안과장은 그렇게 말하며 알아서 내놓으라는 듯 손을 내밀었다.


“하아⋯.”


그에 오주한은 주머니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넘겼다.


“그럼 고생 좀 하게. 혹시 배고프거나 심심하면 뭐라도 넣어줄 테니 말하고.”


- 덜컥, 철컥!


그의 스마트폰까지 압수한 보안과장은 조사실을 나갔다.

그리고 조사실은 바깥에서 문이 잠겼다.




***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아무것도 없는 방 안에 계속 갇혀 있으니 시간 감각이 없었다.

바깥에선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지 궁금하고 또 한편으로는 거슬리는 것 투성이었지만 조사실에 갇힌 신세론 무엇도 확인할 수 없었고 그렇기에 어떤 판단도 내릴 수 없었다.


그렇게 혼자 골머리만 앓고 있는데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다수의 인원이 조사실 앞쪽에 포진해 있는 것 같았다.


‘⋯⋯⋯뭐지.’


하지만 그들의 인기척에서 이상함을 느낀 오주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도 없이 자신의 목숨을 구한 요원의 감이 지금 이 상황이 위험하다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조사실 바깥의 인원들은 애써 인기척을 숨기려 하고 있었다.


- 콰앙!


“손 들어! 움직이지 마!”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문을 박차고 조사실 안으로 순식간에 들이닥쳤다.

다들 오다가다 얼굴 정도는 본 적 있는 헌터관리국의 동료들이었다.


“오주한 당신을 헌터관리국장 살해 혐의로 체포한다!”


조사실에 무기를 들고 들이닥친 요원들은 오주한을 그렇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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