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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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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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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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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2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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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3화

DUMMY

“⋯⋯.”


헌터관리국장 자리에 앉아 있는 정우진은 초조한 듯 손가락으로 책상을 툭툭 치며 자신의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 우우웅!


“왔다.”


그는 전화가 걸려 오자마자 번개처럼 스마트폰을 낚아채 전화를 받았다.


“전화 받았습니다, 한국 국장 우진 정입니다.”

“미스터 정! 물건은 잘 받았나요?”


정우진은 능숙한 영어로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이는 외국인 남성이었다.

한국 헌터관리국의 국장인 그가 이렇게 상사처럼 모실만한 인물은 몇 되지 않았다.

예를 들면 전 세계의 헌터관리국을 총괄하는 헌터관리국 총본부의 임원급 정도.


“물론입니다. 이제 한국은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하하! 역시 빠르군요! 당신이라 빠른 건가요, 한국이라 빠른 건가요?”

“감사합니다.”


외국인 남성은 꽤 가벼운 느낌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하지만 정우진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미국도 유럽도 밑작업은 끝났습니다. 터도 잘 골랐고 땅도 튼튼히 다졌으니 이제 멋진 궁전을 세우는 일만 남았네요!”

“정말 얼마 남지 않았군요.”

“네, 하지만 진짜는 지금부터입니다. 길고 힘든 싸움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각오하고 있습니다.”

“후후, 좋아요. 내부 결속엔 문제없나요?”

“예, 없습니다. 헌터관리국은 말할 것도 없고 길드도, 정부 관료도, 장군들도 모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런이런, 정말 안타까운 일이네요.”

“예? 뭔가 문제가 있습니까?”

“문제는 아무것도 없죠! 그저 아이러니할 뿐이라서요!”

“죄송하지만 어떤 말씀이신지⋯.”

“하하! 미안해요, 그냥 개인적인 감상이었어요! 아직도 왕과 귀족이 지배하는 세상이었다면 과연 지금처럼 일이 쉽게 풀렸을까 하는 생각이요! 만약 그랬다면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피 터지게 싸웠을 텐데 현대 사회엔 완전한 자신의 권력이라는 게 없다 보니 이렇게 쉽게 우리 편에 붙은 거 아니겠어요?”

“아, 그런 뜻이셨군요. 확실히 맞는 말씀입니다.”

“군주제, 왕가, 독재. 요즘 사람들이 아주 경기를 일으키는 말이죠. 하지만 차라리 그런 절대권력이 있었다면 권력자들이 나약한 민중을 대신해 모든 것을 걸고 싸워줬을 텐데⋯ 뭐, 세상에 완벽한 게 어디 있겠습니까, 다 장단점이 있는 것 아니겠어요?”

“맞습니다.”


정우진은 그가 하는 말에 별로 관심은 없었지만 그냥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었다.


“아, 이런 이야기가 샜군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더라⋯ 아! 그래서 혹시 문제나 도움이 필요한 일은 없나요?”

“저⋯ 사무국장님.”

“네, 미스터 정! 저 듣고 있어요.”

“죄송하지만, 작은 문제가 있습니다.”

“죄송할 것 없어요! 우린 파트너잖아요, 당신의 문제는 저의 문제나 다름없습니다. 작은 문제인가요, 큰 문제인가요?”

“⋯지금은 작지만 크게 번질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당장 확실하게 진압할 필요가 있겠네요. 문제와 해결책을 말씀해보세요.”

“실은 얼마 전 제가 국장을 살해한 것을 알아챈 요원 하나가 도주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요원이 한국의 S급 헌터의 협력을 구하는 데 성공한 것 같습니다.”

“⋯오우.”


정우진의 말을 들은 남성은 그런 탄성과 함께 잠시 침묵했다.


“혹시 어떻게 대처할지 생각해둔 방법은 있나요?”

“예, 우선 당장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고작해야 일반요원 하나고 S급 헌터 쪽에서도 무작정 쳐들어오는 멍청한 짓은 하지 못할 겁니다.”

“그건 다행이군요.”

“하지만 계획 실행 과정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해당 S급 헌터의 길드는 5인 미만의 소규모 길드지만⋯.”

“S급 헌터 한 명이 개입하면 어떤 변수가 일어나도 이상할 건 없죠. 설령 그게 기적이라고 하더라도요.”


남성은 또 다시 잠시 침묵했고 정우진은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알겠습니다. 그럼 한국으로 지원을 파견하죠.”

“혹시 지원 규모를 알 수 있을까요?” “S급을 상대해야 하는 일인데 당연히 S급을 보내야지요. 그 외에도 여유가 되는 인원이 있다면 더 보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전에 제가 해둘 수 있는 조치는 모두 취해두겠습니다.”

“뭘요, 그럼 이제 그것 말곤 더 문제없나요? 강화 물약 공급 건이나?”

“물론입니다. 조만간 미국과 유럽으로 1차 물량이 전달될 것입니다.”

“역시 완벽하군요! 특히 물약에 대한 건 미스터 정의 활약이 아주 커요. 당신에겐 더 넓은 영지와 높은 작위가 수여될 겁니다.”

“⋯!!! 가, 감사합니다!”


정우진은 영상통화도 아닌데 허리를 굽신거리며 감사를 표했다.


“그럼 더 할 이야기는 없는 것 같으니 통화는 이쯤 하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통화를 끝낸 정우진은 다시 손가락으로 책상을 툭툭 치며 생각에 잠겨 있더니 갑자기 짜증이 났는지 손바닥으로 책상을 탕! 쳤다.


“김서연, 일단 그것부터 처리해야겠군.”


이유는 몰라도 그녀가 갑자기 자신을 배신하고 실버나이츠 길드에 붙은 건 진작에 알고 있었다.

정우진에게 있어 그녀의 존재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그냥 두자니 이것저것 알고 있는 게 많아 어떤 변수를 불러올지 몰라 불안하고 잘라내자니 그녀의 곁을 S급 헌터가 지키고 있어 너무 위험한 아픈 손가락.


하지만 사무국장으로부터 S급의 지원을 약속받은 정우진은 결정을 내렸다.

곧 나라 전체가, 아니, 전 세계가 뒤집힐 것이다.

그것에 비하면 김서연을 제거하기 위해 일으킬 작은 소동은 이제 소동의 범주에도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




“우리 오늘은 어디가?” “용돈 벌러.”

“용돈?”

“⋯놀지 말고 좀 도와라.”

“안 시켰잖아.”

“지금 시키잖아.”

“말로 해, 말로 안 하면 몰라.”


서연은 내가 한마디 하자 그때야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 나는 부업으로 시작한 물약 판매를 위해 엘릭시르 길드에서 제공한 물약병에 라벨을 붙이고 물약을 옮겨 담아 밀봉하는 가내수공업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모인 물약이 많아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렸다.


“⋯야.”

“응?”


옆에서 조용히 물약을 따르고 밀봉하고 라벨을 붙이던 서연의 모습을 보다 보니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겼다.


“근데 넌 나이가 몇이야?”


바로 서연의 나이.

생각해보니 여태껏 나이도 모르고 살았다.

내 질문에 서연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빨리도 물어보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 그래서 몇 살인데?”

“사실 나도 몰라.”

“⋯모른다고?”

“난 주민등록도 안 돼 있다고 했잖아, 나도 내가 언제 태어났는지 몰라.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고. 그래도 대충 예상해보자면 20대 초반에서 중반 정도 아닐까?”

“아직 10대일 가능성은?”

“있지.”


서연은 담담히 그렇게 말했다.

이거 완전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 모든 나이일 가능성이 중첩된 슈뢰딩거의 나이였다.


“넌 내가 몇 살이었으면 좋겠는데?”

“그걸 나한테 물어본다고?”

“여자친구 나이도 취향이 있잖아, 연하, 동갑, 연상. 넌 뭐였으면 좋겠는데?”

“그냥 동갑으로 해, 그럼.”

“동갑이 좋구나?”

“헛소리하지 말고 빨리 물약이나 담아.”


잠깐의 대화로 자신의 나이를 모르던 서연은 앞으로 24살로 살기로 했다.


“다했다, 가자.”

“응, 그런데 오늘 던전은 가는 거지?”

“엘릭시르 길드에 전달만 하고 가야지.”


서연은 오늘도 내 피 맛을 볼 생각에 입맛을 쩝쩝 다시며 의욕을 내비쳤다.


“안녕하세요. 물건 납품하러 왔는데요.”

“어느 길드에서 오셨죠?”

“실버나이츠 길드입니다.”

“아~ 네. 물약 확인해볼게요.”


나는 엘릭시르 길드를 직접 찾아가 물약을 납품했다.

나를 맞이한 직원은 내가 들고 온 물약의 개수를 확인해 컴퓨터에 입력하곤 납품확인서를 발급해주었다.


“어우~ 짭짤해~.”


물약을 넘기고 엘릭시르 길드를 나오는 길.

나는 납품확인서에 입을 맞추며 좋아했다.

그곳에 찍힌 금액은 1800만 원.

이게 그냥 몇 주 정도 잘 때 물약 생성기에 손을 넣어놓고 잔 대가라니, 이 정도면 건물주 부럽지 않은 불로소득이었고 정말 아무렇게나 막 써도 되는 꽁돈이었다.


- 핥짝.


“으, 맛없는데?”


그런 내 모습을 보던 서연은 대뜸 납품확인서를 핥고는 표정을 찡그렸다.


“아니, 이걸 왜 핥아!”

“짭짤하다길래.”

“비유가 그렇다는 거지!”

“배고파.”

“아침에 밥 두 그릇이나 먹었잖아.”

“밥 먹자.”

“네가 사주면.”

“그래.”


자연스럽게 돈 벌었으니 한턱 쏴라, 라는 의미인 줄 알고 그렇게 말했는데 서연은 순순히 자신이 밥을 사겠다고 말했다.

지가 무슨 돈이 있다고 그런 말을 하나, 했는데 생각해보니 예전에 카페에서 자기 입으로 돈 많다고 했던 게 기억났다.


“야, 근데 너 돈 많다고 했었지? 그거 아직도 있어?”

“안 썼으니까 그대로 있지, 왜? 줘?”

“아니, 달라는 건 아닌데 얼마나 있길래 많다고 자랑까지 했는지 궁금해서.”


남의 재산 상황을 묻는 건 통상적으로 예의가 아니지만 얘한테는 뭐⋯ 그런 통상적인 예의 같은 건 필요 없었다.


“10억 정도 있어.”

“꽤 많네? 어떻게 벌었어?”


예전 같으면 크게 놀랐을 금액이지만 요즘 벌고 쓰는 돈의 단위가 하도 크다 보니 금전 감각이 이상해졌다.


“조직에 있을 때 살인 청부 보수. 의뢰액의 절반을 나 줬어.”


서연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그 말에서 나는 그녀의 인생이 피로 얼룩진 인생이라는 것을 다시 상기했다.

아니, 그나저나 깡패는 깡패구만.

일하는 사람 따로 있고 돈 버는 사람 따로 있네, 무슨 수수료를 50%나 떼냐.


“⋯근데 너 말이야, 혹시 나랑 계약 끝나면 뭐 하고 살 거야?”

“그건 네가 정해 줘야지.”

“내가 그걸 왜?”

“난 그냥 계속 네 옆에 있을 건데?”

“진짜 거머리네.”

“실제로 네 피 빨아먹으니까 틀린 말은 아닐지도?”


아무래도 서연은 계약과 무관하게 계속 우리 길드에서 지금과 같은 생활을 하고 싶은 모양이다.


“⋯⋯!!!”


그런 한가로운 잡담이나 하던 중 서연이 갑자기 놀란 표정으로 어딘가를 향해 고개를 휙 돌렸다.

설마 누가 피라도 흘린 건가?

이성을 잃고 어디로 튀어 나가기라도 할까, 나는 급히 그녀의 팔을 붙잡고 물었다.


“왜 그래?”

“물약. 물약의 느낌이 났어.”

“물약? 갑자기 웬 물약?” “내가 정우진 밑에서 일할 때 관리하던 물약 있잖아. 여기 어디서 그 비슷한 느낌 나는데?”

“뭐? 너 확실해?”

“하루 종일 그 물약에 둘러싸여서 살았어. 몇 번 먹어보기도 했고.”

“먹어봤다고? 그걸 먹고 어떻게 멀쩡해?”

“불량품 피로 회복했지.”

“아⋯.”


서연은 홀린 듯 물약의 낌새가 나는 방향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고 나는 이대로 따라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불안한 발걸음으로 그 뒤를 쫓았다.


“여기다.”


그렇게 서연의 발걸음이 멈춘 건 건물 구석진 곳에 위치한 작은 철문 앞이었다.

문은 당연히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입장할 수 있는 보안문이었다.


“이러면⋯ 나가린데⋯.”


문을 부수고 들어갈 수도 없고 몰래 들어갈 방법도 없어 보였다.


“일단 여기서 벗어나자. 이런 데서 서성거리다 걸리면 의심만 받을 거야.”


나는 괜히 누구한테 걸려 곤란해지기 전에 이곳에서 벗어날 것을 원했다.

하지만 서연은 괜히 주변을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며 여러 각도에서 문을 바라보더니 특정 각도에서 우뚝 멈춰 서선 말했다.


“어? 나, 여기 와본 적 있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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