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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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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5.1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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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036

작성
24.04.2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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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13쪽

130화

DUMMY

“윽⋯ 으윽⋯.”


분명 공격이 제대로 들어간 것 같은데 마법사는 비틀거리며 도로 일어섰다.

아무래도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에서 찰나의 순간을 노린 공격이다보니 힘과 정확도가 떨어졌던 모양이다.


“이런, 역시 아직 갈 길이 머네.”


검술이나 창술처럼 화려한 기교 없이 붕붕 휘두르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무기기에 메이스는 이제 마스터한 줄 알았는데 이 얼마나 오만방자한 생각이었던가, 나는 아직 그 단순한 무기마저 완벽하게 다루지 못하고 있었다.

하긴, 메이스 다룬 지 얼마나 됐다고 마스터 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


“도깨비! 괜찮아?!”

“별로⋯ 그래도 이 정도는 물약 마시면 회복할 수 있어⋯.”

“빨리 마시고 회복해!”


도깨비?

뜬금없이 무슨 소리를 하나 했는데 서로의 신분을 노출하지 않게 콜사인을 쓰는 모양이다.

군대에서 무전 칠 때도 뭐 독수리 같은 콜사인을 썼으니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 부욱!


도깨비라 불리는 마법사는 주머니에서 홍삼즙 같은 팩 형태의 물약을 꺼내 마셨다.

유리로 된 물약병은 깨지기 쉬우니 요즘은 저런 식으로 휴대성을 높인다는데 저거 참 좋아 보인다.

우리 길드에도 도입해야지.


“너무 대놓고 마시는 거 아니야?”


아무튼 그건 그거고, 나는 그녀가 물약을 마시고 회복할 때까지 기다려줄 생각은 없었다.

처리할 거라면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지금이 기회인데⋯.


“어딜!”


- 깡!


“큭!”


당연히 그녀의 동료들도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두터운 갑옷과 방패로 몸을 보호한 요원이 나를 막아섰고 그에겐 메이스도, 점화의 열기도 그다지 통하지 않았다.


“됐다! 다들 모여봐!”


내가 그와 투닥이는 동안 물약을 마시고 약빨이 돌아 어느 정도 회복한 도깨비가 요원들을 불러 모았다.

분명 뇌에도 손상이 간 치명상일 텐데 꽤 좋은 물약을 먹은 건가 회복이 빠르다.

역시 나랏돈이 좋긴 좋네.


“이프리트의 가호.”


그녀는 불러 모은 동료들에게 보호 마법을 걸었다.

붉은 기운이 도는 게 척 보기에도 화염 속성에 대한 내성 마법 같았다.


“이런 게 있었으면 진작에 걸어줬어야지!”

“닥쳐, 아이언. 나 혼자면 모를까 너희 전부한테 보호 마법 걸고 유지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


도깨비는 갑옷과 방패를 두른 요원을 아이언이라고 했다.

한 명씩 콜사인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다들 특징이 있네.


“아무튼 좋아! 저 귀찮은 화염만 아니면 저딴 거 해치우는 건 일도 아니지!”


화염 보호 마법이 걸린 요원들은 자신감을 내비치며 다시 자리를 잡고 공격을 시작했다.


- 푹!

- 촤아악!


“윽!”


그들의 연계 플레이는 사람 정신을 쏙 빼놓는 부분이 있었다.

이미 몇 번이고 합을 맞춰봤는지 아이언이 내 정면을 맡고 도깨비가 뒤에서 각종 마법으로 내 움직임을 제어하며 그 외의 다른 요원들이 반격할 틈도 없이 빠르게 나를 베거나 찌르며 스쳐 지나갔다.

눈앞에 보이는 공격에 반응하려 하면 뒤에서 먼저 공격당해 자세가 무너졌고 그렇게 되면 정면에서 날아오던 공격에 그대로 당한다.

앞에서 날아오는 걸 뻔히 알고 있는 공격에 그대로 당해줘야 하니 약이 바짝 올랐다.

거기다 도깨비의 보호 마법은 성능이 꽤 좋은지 요원들은 점화의 열기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는데⋯.’


상대는 시정잡배가 아닌 엘리트 중 엘리트인 헌터관리국의 요원들이다.

화난다고 감정적으로 몸부림치고 무기를 마구 휘두를수록 상황은 점점 악화되기만 할 것이다.


‘⋯분명히 보호 마법 유지하기가 힘들다고 했지.’


- 치이익.


“아?”


그에 나는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뭐, 뭐야. 불꽃을 껐어.”

“근데⋯ 뭔가 춥지 않아?”


『 아이템 스킬 [혹한의 냉기]를 발동합니다. 』


빵이 없으면 케이크로, 열기가 안 통하면 냉기로.


- 타앗!


“어엇⋯!”


속성을 바꾼 나는 이번엔 내가 먼저 요원을 향해 달려들어 공격을 개시했다.

내가 공격을 시작하자 당연히 아이언이 앞길을 막아섰다.

하지만 상관없다, 나는 아이언과 대치 상황을 만들며 다른 요원들이 날 공격할 때를 기다렸다.


- 파앗!


그리고⋯ 지금!


- 텁!


“무슨⋯?!”


요원 하나가 나를 찌르려 움직이는 순간 나는 온몸을 던져 일부러 공격을 맞아주며 그의 왼쪽 손목을 덥석 붙잡고 혹한의 냉기를 흘렸다.


『 아이템 스킬 [혹한의 냉기]를 발동합니다. 』


- 쩌적, 쩌저적!


“어⋯? 어어어!!!”


안 그래도 신체에서 얇은 부위 중 하나인 손목은 냉기에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워낙 급랭 된 탓에 고통도 없었는지 요원은 자기가 무슨 일을 당하는지도 모르더니 손목이 완전히 얼어붙어 살빛이 새파랗게 변하고 나서야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으아아아!!!”


- 깡! 깡!


내게 손목을 붙잡힌 그는 자신을 붙잡고 있는 나를 떨궈놓기 위해 필사적으로 쿠크리질을 했지만 아쉽게도 내 몸은 이미 만년빙으로 둘러놓은 상태.


“이 새끼 떨어트려!!!”


사태를 파악한 다른 요원들도 동료로부터 나를 떨어트리려 사방에서 공격해왔지만 나는 몸을 웅크려 그들의 공격을 전부 만년빙으로 막으며 무시했고.


- 파사삭!


결국 뼛속까지 딱딱하게 굳은 손목은 필사적으로 몸을 뒤로 빼는 그의 힘에 못 이겨 과자 부러지듯 뚝 하고 부러져나갔다.


“어어⋯ 어어어! 뭐야, 씨발! 뭐냐고!!!”


아마 감각세포까지 얼어붙어 그다지 아프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손이 떨어져 나갔다는 사실 자체에 쇼크를 받아 완전히 패닉에 빠졌다.


“내 손! 내 손 어떻게 된 거야!!!”

“서, 설마 얼어서 부러진⋯ 일단 까마귀 후방으로 보내! 까마귀 손은 어디⋯!”


까마귀라는 콜사인을 가진 요원의 손은 내가 그대로 쥐고 있었다.

떨어진 손을 주워 다시 붙일 생각인가 보다.

뭐, 붙일 수 있으면 붙여보던지.

나는 별생각 없이 내가 쥐고 있는 그의 손을 바닥에 툭 던졌다.


- 콰자작!


“엇.”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꽝꽝 언 까마귀의 손은 바닥에 떨어지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리고 자신의 손이 얼음조각처럼 깨져 바닥을 나뒹구는 것을 본 까마귀는.


“으아아! 이 씨발새끼야, 씨발새끼야!!! 죽여버릴 거야!!!”

“까마귀! 멈춰!”


완전히 폭발해 자신을 끌어내던 동료들의 손을 뿌리치고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 후우웅!


나는 그런 그의 머리를 향해 메이스를 내려쳤다.

까마귀는 한 손에 든 쿠크리로 내 목을 노림과 동시에 메이스를 막을 생각이었는지 반대 손을 들어 올렸지만.


“⋯아!”


그는 평생을 함께한 왼손이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젠 존재하지 않는 신체 부위로 메이스를 방어하려 했으니 당연히 메이스는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그대로 그의 정수리에 내려 찍혔고.


- 콰직!


‘⋯이건 갔다.’


메이스를 통해 전해져오는 특유의 박 깨지는 시원한 타격감에 나는 그렇게 확신했다.


“끄으으⋯.”


까마귀는 마치 공격을 버텨낸 사람처럼 잠깐은 신음하며 서 있었다.

- 풀썩.


하지만 그는 이내 중심을 잃어 스르륵 무릎을 꿇었고 초점을 잃은 눈은 사팔뜨기가 되어 있었다.

그것은 죽어가는 사람의 눈이었다.


“까마귀!!!”


그의 죽음에 다른 요원들은 저마다 상당히 충격받은 모습이었다.

그래도 요원들이라고 나름 동료애 같은 게 있나 보다.


“도깨비! 냉기에 저항하는 마법은 없어?!”

“이, 있어, 있는데⋯.”

“있는데, 뭐!”

“내 마력으로 두 개를 동시에 유지하긴 힘들어! 그렇다고 냉기 보호로 바꾸면 저 새끼 또 화염 쓸 거 아니야!”


정답입니다.

내가 평소에 만나는 마법사들이 소은 누나와 하은이 같은 탑 클래스 마법사뿐이라 그렇지 보통의 마법사들은 마력효율과 지속성, 그러니까 연비가 굉장히 떨어진다고 했다.

그리고 그 말대로 5명분의 화염 보호 마법을 유지해온 도깨비는 벌써 눈에 띄게 힘들어하고 있었다.


“씨발! 어쩔 수 없지, 다들 저 새끼한테 잡히지 않도록 조심해서⋯!”


- 철퍽!


아이언이 동료들에게 이야기하는 와중에 뭔가 질척질척한 물체가 그의 발밑에 떨어졌다.

아이언은 그 물체가 뭔지 확인하기 위해 시선을 내렸고.


“흐아악!”


그것을 확인하곤 기겁해 뒷걸음질을 쳤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람의 장기였다.


“꺄하하하하핫!”

“악! 아악! 사, 살려줘, 살려⋯억⋯.”


전투는 이쪽뿐만 아니라 저쪽에서도 진행 중이었다.

이들은 차라리 나한테 걸린 게 다행이지 서연을 상대하고 있는 요원들은 악마라도 본 듯 완전히 질겁해 있었다.


“아이고, 지저분해라.”


내 입으로 하고 싶은 거 다하라고 했지만 진짜 하고 싶은 걸 다 하는 서연의 모습은 나도 보기 역겨울 정도였다.

서연은 때려눕힌 요원의 배에 손을 쑤셔 집어넣고 장바구니를 뒤적이는 철없는 막내마냥 배속에 든 것을 죄다 끄집어내며 말 그대로 장기자랑을 펼치고 있었다.


“막아! 저 미친년 막으라고!”

“왜, 왜 저한테만 그러십니까⋯!”


요원들은 산채로 장기가 뜯겨나가고 있는 동료의 모습에 서로의 등을 떠밀 뿐 쉽사리 서연을 제지하지 못했고 그들의 망설임 때문에 또 한 명의 요원이 자신의 내장이 사방으로 흩뿌려지는 장면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하며 고통과 공포 속에서 숨을 거뒀다.

벌써 두 번째 희생자였다.


“하아⋯ 하아⋯!”


아무래도 10명이나 되는 요원과 싸우다 보니 서연의 몸 이곳저곳엔 상처가 꽤 많았는데 이번 희생자의 피로 서연은 깊은 상처 몇 개는 대충 회복했다.


“꺄아아아아!!!”


두 번째 요원의 사지를 갈가리 분해해 놓은 서연은 지치지도 않고 또 소리를 지르며 남은 8명의 요원들에게 덤벼들었다.

쟤는 지치지도 않나, 저럴 땐 절대 채워지지 않는 욕구라는 게 또 장점인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서연이는 서연이 나름대로 잘하고 있는 것 같으니 나는 다시 내 일에 신경 쓰기로 했다.


“아, 아이언! 이건 뭔가 잘못됐어! 일단 후퇴하고 재정비해서 다시⋯!”

“너 병신이야? 우리가 왜 던전까지 들어온 건데! 이 새끼들 여기서 나가는 순간 모든 게 바로 윤아린 헌터 귀로 들어간다고!”

“맞아, 여기서 나가면 다 이를 거야.”


나는 요원들의 대화에 빈정거리며 끼어들었다.

던전이라면 죽어도 이상할 거 없고 증거 인멸도 완벽하고, 참 계획은 좋았다, 처맞기 전까진.

작전을 완벽하게 하기 위해 고작 F급 하나와 배신자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 요원을 15명이나 투입한 걸 텐데 그 고작 F급 하나가 이만한 변수를 일으킬 줄은 상상도 못 했겠지.


나는 들고 있던 그라고스의 메이스를 붕붕 돌리며 2차전의 시작을 알렸다.

내가 먼저 다가오기 시작하자 요원들은 이번엔 또 무슨 짓을 할 셈인가, 조금 쫄았는지 움찔하며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니지.”


하지만 다시 싸움을 재개하려던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솔직히 전투에 위기감은 없다.

이들이 아직 숨기고 있는 비장의 무언가가 없다면 전투는 무난히 승리로 끝날 것이다.

하지만 그 다음엔? 그 다음엔 뭐 어쩔 건데?

갑자기 그런 고민이 들었다.


‘곤란한데⋯.’


상처뿐인 싸움.

지금 이 상황이 딱 그랬다.

우리가 이긴다고 해서 딱히 얻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활용하는 게 최선일까.


“⋯⋯⋯⋯.”


솔직히 생각나지 않았다.

아, 내 머리가 좀 더 좋았다면.

F급 주제에 다수의 헌터관리국 요원을 상대로 승리할 만큼 성장했다는 성취감도, 요원들의 비싼 아이템을 빼앗아 얻을 수 있는 전리품도 다 필요 없다.

그렇다면⋯.


“아.”


그래도 생각을 하니까 뭔가 떠오르긴 하네.

이게 최선인지 아닌진 모르겠지만 또 어떻게 쓰는 게 잘 쓰는 방법인진 모르겠지만 그나마 무언가를 얻을 방법이 하나 떠올랐다.

내 시야가 좁았다.

전투가 아니라 전쟁을 바라봐야 하는 건데.


“어둠의 병사여, 나의 명에 응답하라.”


고민을 마친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 스스스슥!


“이, 이게 뭐야?!”

“이번엔 또 뭔데?!”

“이런 건 보고서에 안 적혀있었잖아! 씨발 뭐 맞는 게 하나도 없어!”


요원들은 나의 명령에 어둠 속에서 일어난 그림자 병사를 보곤 거의 비명을 질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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