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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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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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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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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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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24화

DUMMY

“여길 와 본 적이 있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엘릭시르 길드를, 물약의 낌새가 스멀스멀 흘러나오는 이 문 앞을 와본 적 있다는 서연의 말에 나는 의문을 표했다.


“말 그대로야. 여기 와본 적 있어. 정우진이 몇 번 데려왔었어.”

“아니, 근데 왜 계속 모르다가 여기 딱 오니까 기억해 내는 건데?”

“내가 어딜 가는 건지 딱히 관심 없어서 주변을 안 쳐다봤거든. 그런데 여기서는 한 번씩 꼭 멈춰 섰으니까 기억이 나.”

“그럼 이 문 뒤에 네가 말한 물약이 있는 건 확실한 거네?”

“응. 여기서 물건을 받아 간 적도 있고 만드는 걸 본 적도 있어.”

“그럼 이 문 뒤로 물약을 만들만한 큰 시설이 있다는 거야?”

“아니, 작아. 생산 시설은 다른 곳에 있고 여긴 연구실이야.”

“⋯⋯⋯⋯.”


나는 문을 가만히 노려봤다.

서연도 함께 문을 노려봤다.

하지만 둘이서 노려본다고 굳게 닫힌 문을 열 방법이 생기지는 않았다.


“흐음⋯ 비밀번호 기억날 것도 같은데?”


아니네, 방법이 생겼다.

서연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패드 앞에 서서 정우진의 움직임을 떠올리듯 손가락으로 허공에 선을 그었다.


“으음~ 아닌가?”

“한번 입력해 보면 안 돼?”

“응, 틀린 비밀번호 입력하면 난리 나나 봐. 저번에 정우진도 실수로 잘못 입력하니까 별수 없이 누구 만나러 가서 열어달라고 하던데.”

“잘 떠올리는 수밖에 없겠네.”


나는 혹시 누가 오지 않을까 망을 봤고 서연은 계속해서 비밀번호를 떠올리려 애썼지만 그럴수록 괜히 더 헷갈리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빈도가 높아져 갔다.


“생각 안 나면 일단은 그냥 가자.”

“아니야, 아는데⋯ 분명 아는데⋯.”


서연은 갑자기 떠올리려니 기억이 나지 않아 답답한 표정으로 계속 허공에 손을 휘적거렸다.


“⋯아!”


그러던 중 서연은 탄성을 뱉으며 손을 멈추고 휙 날 돌아왔다.


“생각났어?!”

“아니.”

“⋯그런데 왜 생각난 사람처럼 그래.”

“비밀번호는 생각 안 났지만 다른 좋은 생각은 났어.”

“뭔데?”

“네가 나한테 명령하면 되지 않을까?”

“명령?”

“비밀번호는 분명 내 머릿속에 있어. 하지만 너무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기억이라 꺼내오지를 못하고 있을 뿐이지. 계약서의 힘을 쓰면 그 기억을 강제로 끄집어낼 수 있지 않을까?”


서연의 말에 일리를 느낀 나는 한 번 실행해보기로 했다.


“⋯좋아, 해보자.”

“응, 시작해.”

“비밀번호 기억해 내.”

“윽⋯! 으으윽⋯!”


나는 명령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서연에게 말했다.

그러자 서연은 가슴을 움켜쥐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으윽⋯ 흐으윽⋯!”


강제성에 의한 고통이 계속되자 서연은 눈물을 한 방울, 두 방울 또르륵또르륵 흘리기 시작했다.

가면 갈수록 고통이 심해지는 모양이다.


“야⋯! 생각 안 나면 됐어! 그만해!”

“허억⋯ 허억⋯.”


내가 명령을 중단하자 서연은 끔찍한 고통이 가셨음을 안도하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일단 오늘은 돌아가자. 여기 뭔가 있다는 걸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

“생각났어.”

“어?”


- 삑, 삑삑삑삑, 삑삑.

나지막이 그렇게 말한 서연은 행여 까먹을라, 급히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숫자를 패드에 입력했다.

뒤에서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제대로 떠오른 게 맞을까, 불안했지만.


- 띠리리.


그런 소리와 함께 정말로 문이 열렸다.


- 덜컥.


서연은 당연히 열릴 줄로 알았는지 곧장 문을 열고 안으로 향했다.


“뭐해?”

“⋯어?”

“안 오고 뭐 하냐고.”

“아니, 그게⋯.”


나는 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망설였다.


“쫄았어?”


그러자 서연이 피식 입꼬리를 올리며 도발했다.

나는 그런 수준 낮은 도발에.


“네가 문 막고 서 있잖아.


넘어갔다.

그냥 생각 좀 한 거지 쫄긴 누가 쫄아.


- 덜컥, 띠리리.


내가 안으로 들어가 문에서 손을 떼자 문은 자동으로 닫히며 다시 잠겼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정말 대한민국 최고 연금술 길드의 비밀 연구실에 잠입했다는 현실을 지각했다.


“⋯뭐야? 왜 아무것도 없어?”


문 안쪽으로 들어온 나는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바로 뭐라도 나올 줄 알고 있었는데 내 눈 앞에 펼쳐진 건 아무것도 없는 좁고 텅 빈 복도였다.


“이 복도를 따라가다 보면 엘리베이터가 있어. 그걸 타야 연구실이 나와.”


아, 그런 구조구나.

하긴 비밀 연구실을 멍청하게 1층에 떡 하니 지어놨을 리는 없을 테니 지하든 고층이든 접근하기 어려운 어딘가로 가야겠지.

서연은 길을 아는 듯 앞장서 막힘 없이 복도를 걸었다.

복도에는 양옆으로 꽤 많은 문이 있었는데 안쪽을 들여다보니 전부 오랫동안 방치된 책상과 의자 정도나 있는 빈방이었다.


“여긴가?”


서연은 수많은 방 중 하나를 지긋이 보더니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 역시 다른 방과 다르지 않은 먼지가 쌓인 방치된 방에 불과했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데?”

“보기엔 그렇지.”


서연은 뭔가를 찾는 듯 벽에 손을 짚고 더듬거리더니 뭔가를 꾹 눌렀다.


- 우우우우우웅. 띵!


그러자 기계가 작동하는 소리가 나더니.


- 덜컹.


벽이 양옆으로 열리며 그 안으로 엘리베이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와, 진짜 비밀 연구실은 비밀 연구실이구나.

이런 시설이 진짜 있을 줄이야.

나는 낡고 지저분한 방의 모습과 대비되는 너무나도 깔끔한 최신식 엘리베이터에 타며 꼭 다른 세상으로 이어지는 것 같은 괴리감을 느꼈다.




***




“⋯아, 시발.”


엘리베이터를 타고, 느낌상 지하로 내려와 연구실에 도착한 나는 나지막이 욕을 뱉었다.

서연이 당당하게 안으로 안내하길래 평소에 연구실이 비어있는 경우가 많은 줄 알았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열리자마자 내 눈앞은 바쁘게 일하는 연구원들로 꽉 찼다.

그들은 척 봐도 연구원이 아닌 우리의 행색을 보더니 놀란 눈으로 이쪽을 응시했다.


“어이! 니들 뭐야!”


우리의 등장에 두 남자가 위협적인 걸음걸이로 엘리베이터를 향해 다가왔다.

위협적인 자세, 폭력적인 관상, 그리고 느껴지는 마력.

그들은 머리를 쓰는 연구원이 아니라 몸을 쓰는 헌터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헌터관리국에서 왔는데.”


하지만 이곳에 여러 번 들락날락 해봤던 서연은 당연히 예상했던 사태라는 듯 담담히 대응했다.


“뭐? 헌터관리국? 연락받은 거 없는데?” “우리가 니들 허락받고 다녀야 해?”


서연은 귀찮게 하지 말고 비키라는 듯 두 남자를 밀치며 지나갔다.

그러자 헌터관리국이라는 명함에 기가 눌린 남자는 길을 막지도 못하고 그렇게 시원하게 내주지도 못하며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였다.


“어이! 그냥 통과시켜드려! 누군지 내가 알아!”


그때 연구실 안쪽에서 연구원 한 명이 나오며 그렇게 말했고 그의 말에 두 남자는 머쓱하게 자리로 돌아갔다.


“실례했습니다. 정우진 국장님께서 보내셨나요?”

“네.”

“일전에 몇 번 같이 오셨던 걸 기억합니다. 오늘은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연구원의 오지랖으로 갑자기 일이 쉽게 풀렸다.

아직 이쪽은 서연이 그를 배신했다는 사실을 모르나 보다.


“물건을 확인하고 오라고 해서요. 어느 정도까지 개발됐나요?”

“그건 이미 자료와 함께 보고드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워낙 철저하신 분이라 직접 눈으로 보고 오라고 했습니다.”


서연은 특유의 무표정, 무감정한 모습으로 말 그대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을 술술 뱉었고 연구원을 별 의심 없이 우리에게 물약 샘플을 가져와 설명을 시작했다.


“물약은 이미 최종목표에 달성해 대량생산 중에 있습니다. 마력증폭치가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고 기존에 있던 이성을 잃어버리고 뇌가 녹는 등의 부작용도 깔끔히 해결했죠. 그야말로 완벽합니다.”

“마력증폭치는 어느 정도나 되는데요?”

“그건 복용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약효가 도는 1시간에서 2시간가량 간 각성 등급을 대략 0.5단계 정도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B급 각성자가 A급으로 측정되는 효과까지 거두었으니까요.”


물약의 효과를 들은 나는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의 효과를 가진 물약이 한두 개도 아니고 대량생산 돼 뿌려진다면⋯ 그 위력은 상상도 할 수가 없었다.


“요구하신 물량을 생산, 보급하는 시스템도 완벽히 갖춰졌습니다. 걱정하실 건 전혀 없다고 전해주시죠.”


연구원은 모든 게 계획대로 잘 되고 있으니 슬슬 가라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알아내고 싶은 게 많지만 여기서 괜히 꼬치꼬치 캐묻다간 의심을 살 것 같았다.

나는 이곳을 떠나기 전, 결정적인 증거 하나를 확보하기 위해 모험을 해봤다.


“그럼 샘플 하나만 가져가겠습니다. 안전하다면 직접 마셔 성능을 확인해봐도 되겠죠?”

“⋯그건 확인이 필요하겠군요. 샘플 반출은 허가가 필요한 일이니까요.”


이런, 이래서 형식적이라도 절차가 중요하다는 건가.

내 증거품 확보 시도는 아주 간단한 허가 절차 하나에 막혀 좌절됐다.


“그럼 됐습니다. 저희도 한가하진 않으니.”


괜한 의심을 받아 붙잡힐라 쫄렸던 나는 서연과 함께 도망치듯 연구실을 나섰다.


“⋯⋯하아.”


차에 타 일단 무작정 엘릭시르 길드에서 멀어진 뒤에야 나는 숨을 돌렸다.


“왜 그렇게 안색이 창백해? 이런 효과의 물약이 만들어지고 있는 건 알고 있었잖아.”

“그건 알고 있었지, 하지만⋯ 하지만 왜 하필⋯.”


서연의 말대로 저런 물약이 만들어지고 있는 거야 진즉에 일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건 물약 때문이 아니라 그 물약을 개발하고 제작하는 게 하필 엘릭시르 길드라는 점 때문이었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으로 누군가를 검색해 그 얼굴을 서연에게 보여주었다.


“서연아, 너 혹시 이 사람 알아?”

“음? 음~ 아~ 응, 알아. 정우진이랑 같이 만난 적 있어.”

“하아아⋯.”


솔직히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서연에게 안다고 못을 박히니 가슴이 더 아팠다.


“왜? 그게 누군데?” “넌 누군지도 모르고 만난 거야?” “정우진이 뭘 하는지는 딱히 관심 없었으니까. 그래서 그게 누군데?”

내가 서연에게 얼굴을 보여준 사람은 다름 아닌 엘릭시르 길드의 강국선 마스터였다.

길드 내에 저런 비밀 연구소가 차려진 걸 길드 마스터가 모르는 건 말이 안 되고 당연히 길드 마스터인 강국선이 판을 깔아줬다고 보는 게 합당했다.

그렇다는 건 강국선 마스터는 헌터관리국에 협조를, 그것도 아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뜻이고 그런 그를 내게 소개해준 석혁 형님은⋯ 과연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까?

또 석혁 형님과 그토록 친한 소은 누나는?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커져만 갔다.

사실 내가 둘에게 헌터관리국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도 혹시, 정말 만일 둘이 연관돼 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는데 가장 든든한 아군이 사실은 최대의 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하.”


하지만 나는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내가 갑자기 우습게 느껴졌다.

뭘 고민하는 건지.

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 똑똑하지도, 강하지도, 권력을 지니지도 않았다.


이미 내 손을 벗어나도 한참은 벗어난, 대한민국에서 제일 똑똑하고 강하고 높은 권력을 지닌 사람들이 나서 결정하고 해결해야 할 일이다.

나는 그저 그 거대한 파도에 쓸려 죽지 않도록 구명복이나 꽉 조여 입으면 된다.

그런 결론을 내린 나는 이 나라의 두뇌와 힘, 권력 중 힘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무슨 일이야?”

“아린아, 물어볼 게 있는데.”

“뭔데?” “너 혹시 석혁 형님이나 소은 누나랑 싸워야 한다고 하면 싸울 수 있어?”


내 뜬금없는 질문에 아린이는 할 말을 잃었는지 한참 대답하지 않았다.


“넌 맨날 갑자기 왜 전화했을까 싶으면 상상도 못 한 이상한 말 하더라?”


그리고 한동안의 침묵 후에 돌아온 말은 내 질문과 상관없는 다른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린이의 목소리에서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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