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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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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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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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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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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32화

DUMMY

끝없는 소모전에 요원들은 끝없이 지쳐갔다.

물론 약물을 맞아 한층 강해진 요원들이 순간 서연을 압도하며 한 줄기 빛이 보이는가 싶기도 했다.


“죽어, 이 괴물 같은 년아!”

“이 새끼 팔다리 다 찢어버려!”


- 푹!

- 콰악!


“크악⋯!”


요원 둘이 서연의 배에 칼과 창날을 깊숙이 꽂아 넣었다.

그렇게 한 번 제압당해 움직임이 뜸해지자 치명상을 입는 건 순식간이었다.

서연은 순식간에 여러 명의 요원에게 둘러싸여 난도질을 당했다.

나는 그래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우선 서연은 나만큼 회복력이 좋지는 않다.

누더기가 된 몸을 겨우 이어 붙여 움직일 수나 있게 만드는 정도지 아무렇지 않게 쌩쌩해지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연의 회복에는 피를 흡수해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했다.

하지만 흡수할 피가 없는 서연은 어떤 부상도 회복하지 못했고 저 가녀린 몸에 거대한 칼날과 창날이 몇 번이 쑤셔지자 결국 힘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경고! 계약에 따라 김서연을 보호하십시오! 계약이행을 거부할 시 강제성이 발생합니다!]


“칫!”


서연이 진짜 생명의 위협을 느꼈는지 경고창이 떴다.

강제성도 강제성이지만 저건 두면 진짜 죽겠다 싶었던 나는 요원들과 싸우다 말고 냅다 서연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이 새끼 절대 못 가게 잡아!!!”

“어딜가아아!!!”


드디어 찾아온 뭐 하나 죽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던 요원들도 필사적으로 몸을 날려 내 앞길을 막았다.

서연은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는 희미한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저리 꺼져!!!”


그 순간,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만이 들었다.

나는 방패로 내 앞을 막은 아이언을 향해 데미지 뱅크를 써버렸다.

데미지가 몇이나 축적돼 있는지도 몰랐다.

그냥 내가 가진 가장 강한 무기가 그거니까 일단 썼다.


- 콰아아아아아!


분명 최대 데미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데미지 뱅크에 맞은 아이언은.


- 푸확!


몸이 폭발했다.

1차적으로 방패가 2차적으로 갑옷이 충격을 막아주긴 했지만 충격파를 모두 흡수하진 못했다.

방패 너머로, 그리고 갑옷 틈새로 스며 들어간 일부 충격파는 갑옷 내부의 압력을 순식간에 높였고 그 압력을 버티지 못한 아이언의 몸은 갑옷 속에서 퍽 하고 터져버렸다.


- 후두두두둑.


데미지 뱅크의 폭음에, 그리고 사람의 몸이 터지며 사방으로 튄 살점과 뼛조각, 그리고 피 분수에 순간 시간이 멈춘 듯 던전 내 모든 것이 정지했다.

서연을 공격하던 요원들도, 내 앞을 막아서던 요원들도, 그리고 나도 모두 놀란 눈으로 눈 앞에 펼쳐진 끔찍한 광경에 완전히 넋이 나갔다.


- 두근! 두근! 두근! 두근!


“하아⋯! 하아⋯!”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사람을 죽인 건 이번이 처음도 아닐뿐더러 어쩌면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사람을 형체도 알아볼 수 없도록 터트려 죽이는 건 느낌이 달랐다.

무기라는 건 어쩌면 인간을 인간답게 죽을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모든 요원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엔 많은 감정과 의미가 담겨 있었다.

나는 어쩐지 죄를 지은 것 같은 죄책감을 느꼈다.

물론 애초에 나와 서연을 암살하겠다고 제 발로 찾아온 비열한 놈들이지만, 그럼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 그런 기분이 들었다.


- 땡그랑!


“⋯너, 너 뭐 하는 짓⋯!”


그때, 요원 중 하나가 바닥에 무기를 던져버렸다.


- 땡그랑! 땡그랑!


그러자 그것은 전염되듯 주변의 요원들에게도 퍼져 하나둘, 너도나도 무기를 바닥에 던지며 투항하기 시작했다.

서연에게 사지가 잘리고 장기가 뜯겨나가는 걸 보면서도 투항하지 않은 적들이, 아이언이 터져 핏덩이가 되어죽는 걸 보곤 전의를 잃어버린 것이었다.


“다들 미쳤어?! 다시 무기 들어!”

“⋯⋯⋯⋯.”

“⋯⋯⋯⋯.”


당황한 지휘자는 이리저리 호통을 쳤지만 한 번 무기를 버린 요원들은 다시 무기를 집을 기색이 없었다.


“혼자 남으셨어요.”


나는 그런 지휘자에게 나지막이 이야기했다.


“뭐, 뭐⋯?”

“지금 무기 들고 있는 거, 혼자 남으셨다고요.”


내 말에 그는 주변을 휙휙 둘러보더니 자신의 손에 들린 무기를 슬쩍 바라봤다.

내 말대로 지금 이곳에 남은 요원 중 아직까지 무기를 들고 서 있는 자는 그뿐이었다.


“투항하시면 생명은 보장하겠습니다.”

“⋯⋯⋯⋯.”


내가 그렇게 말하자 요원들의 시선이 지휘자에게로 향했다.

쓸데없는 짓거리하지 말고 너도 빨리 투항하라는 압박이 실려있었다.


“이⋯⋯!”


그는 끝까지 씩씩대며 몇 초 정도 더 고민하는 듯했지만.


“씨발!”


- 땡그랑!


결국 마지막으로 무기를 바닥에 집어 던지며 모두가 투항했다.


“그림자, 이 사람들 한곳에 몰아놓고 감시해.”

- 예!


그림자 병사에게 요원들의 감시를 맡긴 나는 서둘러 서연에게 뛰어갔다.


“헥⋯ 케헥⋯.”


그녀의 상태를 살펴보니 다행히 아직 숨은 붙어있었다.

하지만 몸에 수없이 많은 관통상을 입어 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고 폐가 뚫려 말을 하지 못하고 공기 새는 소리밖에 내지 못했다.


“정신 차려, 조금만 참아!”


나는 급히 근처에 떨어져 있는 요원의 칼을 집어 들어 내 목에 꽂았고 경동맥이 끊겨 피가 콸콸 흘러나왔다.


“미친⋯ 저게 뭐 하는 거야?”


내 모습을 본 요원들은 혹시 반격하면 지금인가 싶어 기회를 엿봤지만 무섭게 노려보는 그림자 병사의 시선에 차마 움직이진 못했다.


“욱⋯ 우욱⋯.”


서연은 내 목에서 주룩주룩 흘러나오는 피를 한참 온몸으로 맞더니 다행히 점점 안색을 회복했다.


“괜찮아? 말 할 수 있겠어?”

“응⋯.”

“더 아픈 데는?”

“안 아픈 데 빼고 다⋯.”

“어디가 제일 아픈데?”

“마음이.” “뭐?”


그렇게 말한 서연은 갑자기 내 목을 와락 끌어안았다.


“몸은 어찌 돼도 괜찮아. 하지만, 아까 왜 그랬는지 설명해.”

“아, 아까? 아까 뭐?”

“만약 너만 보내줬으면⋯ 진짜 그냥 갈 거였어?”


아, 그거 말이구나.

이 와중에 그걸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거야?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유인해서 한 명 처리하고 시작할 작전이었어.”

“그런 거 하지 마.”

“그냥 작전일 뿐이었다니까.”

“그래도 그런 거 하지 마. 내가 더 열심히 싸울 테니까.”


서연의 살짝 떨리는 손과 목소리에서 깊은 외로움이 묻어났다.


“⋯알았어, 안 할게.”


서연은 내가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천천히 내게서 떨어졌다.

그렇게 마주친 서연의 눈망울은 약간 눈물이 맺혀 평소보다 더 초롱초롱해 보였다.


⋯만약, 만약에,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저주나 다름없는 각성도 하지 않았다면 서연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었을까.

머리랑 운동신경도 좋고 성격도 외모도 나쁘지 않으니 분명 보통의 사람들보다 더 즐거운 인생을 살았을 것 같았다.

하지만 하늘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서연은 태어남과 동시에 삶의 방식을 강요받았다.

그녀가 자신의 삶에서 처음으로 그리고 유일하게 선택한 게 있다면⋯.


‘나한테 오기로 한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얘도 참 안 됐다고 느낀 나는 앞으로는 조금 친절하게 대해줘도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




“자, 그럼 우리 이제 무기를 내려놓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죠.”


나는 7명이 죽고 이제 8명 남은 요원들을 향해 말했다.

그림자 병사가 뒤에서 검을 들고 요원들을 감시하고 있기에 그들은 괜한 짓을 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뭐, 이런 심문하는 걸 업으로 하시는 분들이니까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거짓 정보를 발설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을게요.”


나는 갈기갈기 찢긴 시체 쪽으로 살짝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그림자 병사도 자신이 뒤에 있다는 것을 알리듯 일부러 검을 한 번 바닥에 내려찍어 푹 하고 땅을 뚫는 소리를 냈다.


“구, 궁금한 게 뭔데!”


내가 묻자 도깨비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한평생 남을 붙잡아 질문하던 입장에서 이제 붙잡혀 질문받는 입장으로 전락하자 그 대비가 더욱 극명하게 느껴졌는지 요원들의 절망감과 수치감이 말이 아닌가 보다.


‘그, 근데 뭘 질문해야 하지.’


일단 요원들을 잡아놓고 입을 열게 하는데 까진 성공했는데 막상 질문하세요~ 하고 Q&A 시간을 주니 던질 질문이 떠오르질 않았다.

애초에 이들을 이용해 얻어내고 싶은 정보가 뭔지, 내가 뭘 알아내야 하는지, 목표가 뚜렷하지 않으니 갈 길을 잃었다.


[메인 퀘스트 – 헌터관리국의 계획을 밝혀내시오.]

[보상 - ???의 두 번째 초대장]


‘흠, 그럼 일단 메인 퀘스트 깨는 걸 목적으로 해볼까.’


이거 때문에 매일 잠자리가 뒤숭숭했다.

저 보상인 초대장에 한 번 씨게 데인 경험이 있는 나는 그다지 깨고 싶지 않았지만 떡하니 메인 퀘스트라고 떠 있는 거 보면 분명 뭔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걸 텐데 계속 외면하고 있기도 꺼림칙했다.


“헌터관리국이 하려는 일이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려는 건지, 현황과 계획을 단계별로 말해.”


- 쿠구구구.


내가 묻자 옆에 있던 그림자 병사가 괜히 힘을 끌어올려 작지만 묵직한 진동을 일으켜 바른대로 말하라는 듯 압박했다.

그에 도깨비와 다른 요원들은 번갈아 가며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고 종합된 이야기는 이렇다 할 특별한 정보는 없었다.


“그런데 국회의원은 몇 명이나 매수한 거지? 의미가 있어?”

“의미가 있지⋯ 의원의 과반수 이상을 매수했으니까⋯ 어떤 법안이든 논의도 거치지 않고 바로 통과시킬 수 있어.”

“뭐?”


잠깐만, 이 정도면 쿠데타가 아니라 그냥 합의된 정권 이양 아니야?

독일은 나라를 지키려고 몰래 요한나네 길드와 방위조약을 맺어놨다는데 여긴 나라가 나서서 나라를 팔아먹네.

이 동네는 100년 전이랑 바뀐 게 없구나.


“그렇게 많은 의원들을 어떻게 매수한 거야? 그게 비밀 유지가 가능해?”

“간단하지, 적당히 위협하고 적당히 구슬리고, 악마의 계약서를 쓰면 절대 배신하거나 발설하지도 못하니까.”


아, 그렇네, 악마의 계약서.

당장 내가 쓰고 있으면서도 그 존재를 잊고 있었다.

하긴, 권력이 힘이라곤 하지만 근본적으로 모든 권력은 무력에서 나온다.

그런데 그 무력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집단인 헌터관리국의 요원들이 찾아가 생명을 위협하고 악마의 계약서 작성을 강요하면 누가 버틸 수 있을까.

어린아이 손목 비트는 수준의 간단한 일이었을 것이다.


“오주한 요원이랑 김민주 요원은. 그 두 요원은 붙잡혔어?”


다음으로 나는 오주한과 김민주의 안위를 물었다.

그 뒤로 연락도 없고 나타난 적도 없어서 어디 조용히 끌려가 죽었나 싶었다.


“⋯아니, 아직도 계속 추적 중이야.”


뭐, 다행히 아직 안 잡혔나 보네.

그나저나 오주한 요원 실력 하나는 진국이다, 헌터관리국 전체의 추적을 혼자 피하고 있는 거야? 대단하다, 진짜.


그 뒤로 나는 계획에 대해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 질문했지만 요원들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들은 보안을 위해 해당 작전에 참가하는 요원이 아닌 이상 작전 일시와 인원, 목표 등을 절대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급히 변명했다.

이런 데서 쓸데없이 요원다웠다.


‘쓰읍~.’


역시 이 정도 정보를 얻은 걸로는 어림도 없는 건가.

메인 퀘스트는 클리어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뭐.


“자, 그럼 이제 밖으로 나갑시다. 다들 수갑 하나씩은 있죠?”


내가 묻자 요원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있잖아요, 빨리 꺼내세요.”


- 쿠구구구!


그림자 병사의 압박이 더해지자 요원들은 마지못해 각성자용 강화 수갑을 하나씩 꺼냈다.


“자, 각자 한 짝은 자기 손에, 한 짝은 옆 사람 손에 착용합니다. 실시!”

“““실시⋯.”””

“혹시 헐렁하게 묶은 수갑 있는지 확인하고 네가 맡아서 저 사람들 끌고 와. 혹시 도망치면 죽여도 돼.”

- 예.


나는 그림자 병사에게 잡일을 시켰다.

그러자 그림자 병사는 요원들이 스스로 제 손목에, 그리고 동료의 손목에 채운 수갑을 하나하나 꼼꼼히 당겨보며 체크하고 열쇠를 뺏은 뒤 수갑으로 연결된 인간 열차를 인솔하기 시작했다.

이야, 일 잘한다.

그림자 병사의 일솜씨를 보며 나는 다시 생각해도 그림자 병사를 양도받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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