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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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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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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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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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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6화

DUMMY

내가 갑자기 폭로를 해 버리자 석혁 형님과 소은 누나는 한동안 생각을 정리하느라 침묵을 지켰다.


- 파아앗!


그러던 중 소은 누나가 갑자기 손에서 하얀빛을 발하며 사방으로 빛을 퍼트렸다.

그 유리처럼 투명한 하얀 빛은 룸의 벽과 천장, 바닥 등에 코딩되듯 삭 깔리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넌 그런 이야기를 할 거면 깜빡이 좀 켜지 누가 듣고 있으면 어떡하려고 그러니?”


아무래도 방음, 도청 방지 뭐 그런 류의 마법인가 보다.


“죄송합니다, 지금 저도 되게 경황없는 상태라⋯.”

“뭐, 일단은⋯ 아무래도 우리가 시간을 좀 더 내야 할 것 같군.”

“저는 이제 뭐 없어서 괜찮아요.”

“좋아, 한 번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설명해보게.”


소은 누나는 흥미롭다는 눈으로, 석혁 형님은 심각한 눈으로 내게 집중했고 나는 서연과 오주한 요원으로부터 시작된 일련의 사건을 아린이와 번갈아 가며 장황하게 설명했다.


“⋯⋯⋯⋯.”


석혁 형님은 이야기를 듣는 내내 팔짱을 낀 채 테이블에 시선을 고정하고 멍하니 있었다.

친하게 지내 온 동생이 이런 일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말을 들었으니 저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래서 오늘 아린이 칼 채워서 나온 거야? 강국선 마스터와 아저씨가 친하고 아저씨랑 나랑 친하니까 다 관계있을까 봐? 낮에 그런 일이 있고 갑자기 아저씨한테 연락이 왔으니 가슴 좀 철렁했겠는데?”


이야기를 마치자 그 이야기까지는 하지 않았는데 소은 누나는 눈을 은근하게 뜨며 나를 추궁했다.


“죄, 죄송해요. 하지만 상황이 너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서⋯ 몸을 보호할 최소한의 수단이 필요했어요.”

“하하, 죄송할 것까지는 없어, 그 정도 정황이면 의심하는 게 정상이니까. 오히려 내빼지 않고 이렇게 이 자리에 나온 게 용감하다고 생각해.”


다행히 소은 누나는 아린를 무장시켜 이곳에 온 걸 크게 불쾌해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서로 알 거 다 알았으니까 하는 말인데. 만약 우리가 헌터관리국 편에 선 게 맞았다면 어쩔 생각이었어? 모가지 딸 각오까지 하고 온 거야?”


소은 누나는 내가 이미 형에게 대답했던 질문과 같은 질문을 날렸다.

만약 두 S급 헌터가 헌터관리국의 계획에 가담하고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에 형에게 웃음으로 답한 내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아니요.”

“에이, 솔직하게 대답해봐~.”

“정말 싸울 생각 없었어요. 일단 제가 싸우는 것도 아니고 아린이가 싸워줘야 하는 건데 뒤에서 싸워라 말아라 하는 것도 이상한 거고 무엇보다⋯.”

“무엇보다?”

“두 분이 가담했을 정도면 이미 대세가 기운 거잖아요, 분위기 파악해야죠.”

“으음~?”

“항복하고 누나 편에 붙을 생각이었다는 말이에요.”

“뭐? 아하하하!”


내 대답을 들은 소은 누나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부끄럽지만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아까 형이 웃은 이유도 그랬다.

내 성격상 결사 항전을 하기 보다는 적당히 타협할 것을 알기 때문에 웃은 거였다.


“너 성격상 위인 되긴 글렀구나?”

“예전부터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전쟁 영웅이나 독립운동가 되기는 글렀다고.”


물론 어지간하면 나도 당연히 나라를 위해, 세상을 위해 큰일을 하고 싶다.

어지간하면.

하지만 음흉한 일을 꾸미는 헌터관리국의 일부 일탈자와 싸우는 일과 이 나라의 무력을 담당하고 있는 S급 헌터와 싸우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다.

그건 어지간한 일이 아니라 내 목숨은 물론 내 친구와 가족이 몰살당할 각오는 해야 덤벼들 수 있는 일인데 까놓고 말해서 난 그 정도 깜냥은 안 된다.


그리고 그런 게 어디 나뿐만일까, 그 정도 각오를 할 수 있는 인물이 극히 드무니까 그런 분들을 위인으로 분류해 1000년 20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입에 오르내리며 칭송받는 거겠지.

소은 누나의 말대로 난 그런 위인과는 거리가 먼 인간상이다.


“그래도 언니랑 아저씨가 그러지 않으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아닐 거라고 믿고는 있었지만 만약 그랬다면 정말 슬펐을 것 같아요.”

“미안하지만 언니는 아린이랑 싸우고 싶지 않아.”

“저도 언니랑 싸우고 싶지 않아요!”

“아니, 물론 싸우고 싶지도 않지만 내 말은 싸워서 이길 자신이 없다는 뜻이었어⋯. 왜 예전에 S급 던전에서 너 혼자 보스방 석상을 다 해치우고 나왔잖아. 그때 벽 느꼈거든.”


소은 누나는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데 준호 동생. 자네 말은 잘 알겠네, 자네가 괜한 소리를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 하지만⋯.”


한편 줄곧 심각한 표정으로 침묵하던 석혁 형님은 말끝을 흐리며 그렇게 말했다.

해석하자면 증거를 내놓으라는 뜻이었다.


“증거라기엔 빈약하지만 증인은 있습니다.”

“증인?”

“네, 제가 아까 말씀드렸던 김서연이라는 정우진 국장의 부하로 일하던 사람이 지금 여기 와있습니다.”

“⋯한 번 이야기나 들어보지.”


나는 이곳에 아린이랑만 오지 않았다.

만약 누나와 형님이 이 일과 전혀 관계가 없다면, 그 둘에게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서연도 데려와 근처에서 알아서 놀고 있도록 했다.

나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이쪽으로 불러냈다.


“⋯⋯⋯⋯.”


잠시 후, 전화를 받고 도착한 서연이 문을 열었다.

하지만 방 안을 가득 채운 두 S급 헌터의 마력에 겁을 먹었는지 한 박자 늦게 룸 안으로 발을 들였다.


“⋯나 뭐 하면 돼?”


긴장한 서연은 쭈뼛쭈뼛 서서 나에게만 시선을 주며 그렇게 물었다.


“그냥 두 분이 하는 질문에 사실대로 대답하면 돼.”

“으응⋯.”


나는 너무 긴장해 어디 앉을 생각도 못 하는 서연을 자리에 앉혀 조금 진정시켰고 곧 서연은 이어지는 둘의 질문에 자신이 누구고, 정우진의 밑에서 어떤 일을 하며 무엇을 보고 들었는지 낱낱이 밝혔다.


“후우⋯ 악마의 계약서로 거짓말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했으니 지금까지 한 이야기 중에 거짓말은 없을 테고⋯.”


서연의 이야기를 들은 석혁 형님은 머리가 뜨거운지 이마를 짚으며 그렇게 말했고.


“네, 둘 사이에 계약이 체결된 게 느껴져요. 준호 말이 거짓말인 낌새도 없고요.”


소은 누나도 내 주장이 사실이라는 쪽에 더욱더 힘을 실어주었다.


“누나는 계약서 같은 게 느껴져요?”

“느껴지지, 아이템도 결국은 마력으로 그 효과가 발휘되는 거니까, 물론 나 정도 되니까 알아채는 거기도 하고. 그리고 실은 저번에 별장 왔을 때부터 악마의 계약서 작성한 거 알고 있었어, 도움 필요한 일이면 알아서 말하겠거니 하고 모른 척했을 뿐이지.”


알고도 모른 척하고 있는 거였다니 이게 어른이자 프로의 주도면밀함인가, 속의 깊이와 의도를 가늠할 수 없었다.


“⋯이런 말을 듣고 나서 하는 소리는 아무 의미도 없지만 어쩌면 강국선 그 친구가 그런 길로 들어선 건 꽤 오래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군.”


죽을상을 한 석혁 형님이 모두에게 한탄하듯 중얼거렸다.


“그 친구 예전부터 은근히 불만을 드러냈었어, 왜 각성자인 우리가 일반인들에 맞춰 일반인들의 규율을 따르며 살아야 하냐고. 특히나 그 친구의 능력은 전투 계열이 아니라 연금술이었으니 그 불만이 더 심했겠지. 연금술에 대한 이해는커녕 마력조차 없는 국회의원들이 자기들 멋대로 연금술에 대해 왈가왈부하며 제재를 가하고 세금을 부과하니까 말이야. 지금 생각해보면 아차 싶군.”

“많은 헌터들이 그렇게 생각하죠, 저도⋯ 한때 그랬고요.”

“소은 누나도 그렇게 생각하셨다고요?”

“스스로가 모든 걸 다 알고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한 어린 시절의 부끄러운 과오야, 자세히는 묻지 말아줘.”

“네 성질머리 꺾느라 고생 좀 했지.”

“그거 고마워서 제가 아저씨한테 잘하잖아요.”


대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소은 누나와 석혁 형님은 다 지난 일이니까 웃긴 웃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지 꽤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뭐, 일단 상황은 알겠네. 내가 참담해 한다고 현실이 바뀌는 건 아니니까.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도와줬으면 좋겠나?”


석혁 형님은 자신의 기분은 뒤로 재껴두고 빠르게 대화의 원점으로 돌아왔다.

두 분 다 이번 일과는 아무 연관이 없어서 참 다행이었다.

하지만⋯.


“어⋯ 딱히 뭘 해 주시길 바래서 말씀드린 건 아니에요. 사실 대책이랄 만한 게 아무것도 없거든요. 물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제가 헌터관리국을 상대로 수사를 벌일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두 분이 알고 계시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해서⋯.”

“어디로 가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들고 있는 짐이 너무 무거워서 일단은 우리한테 나눴다는 거네?”

“네, 그런⋯ 셈이죠.”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엄청 무책임한 사람처럼 보였다.

실제로 무책임한 게 맞기도 해서 뭐라 할 말도 없었다.


“그래도 뭐, 잘했어. 믿고 알려줘서 고마워. 아, 믿은 건 아니었지 참?”

“미, 믿은 걸로 해주세요.”


하지만 소은 누나는 차라리 잘 됐다는 듯 즐거워했다.


“하~ 새끼들이 누군 힘없고 멍청해서 지킬 거 지키면서 사는 줄 아나? 이건 괘씸해서라도 가만히 못 두겠는데? 나도 참았는데 지들이 뭐라고 깝쳐, 깝치기를?”

“그, 그런 관점으로 접근하시는 건가요?”

“원래 역사적인 사건은 숭고한 사명감이나 정의감이 아니라 어? 이 새끼가? 에서 시작된단다.”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하아⋯ 준호 동생, 중요한 정보 고마워. 그런데 아무래도 충격이 좀 있어서 나는 이만 들어가서 좀 쉬어야 할 것 같군. 생각 좀 정리해야겠어.”


석혁 형님은 어깨에 힘이 축 풀려 비틀거리며 먼저 일어섰다.


“아, 예. 들어가세요.”

“이번 일에 대해선 나도 개인적으로 조사해보지, 그 전에 강국선 그 친구를 개인적으로 찾아가거나 하진 않을 테니 염려 말고 몸조심해.”


그렇게 석혁 형님은 먼저 자리를 떴고 소은 누나는 그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아저씨가 그렇게 염려하던 일이 결국 터졌네.”

“네? 석혁 형님은 이런 일이 있을 걸 알고 계셨어요?”

“누가 언제 어떻게까지는 몰라도 각성자 사회의 분위기상 터져도 언젠가 한 번 터질 일이긴 했어, 나도 우리 길드 헌터 중에 그쪽 편에 붙은 사람 없나 한 명씩 개인 면담 해 봐야겠네.”

“누나네 길드 헌터면 수백 명은 되지 않아요? 그 많은 헌터를 일일이 한 명씩 다요?”

“그게 S급 길드 마스터의 무게지.”


소은 누나는 나와 아린이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며 룸을 나섰다.


“슬슬 가자, 나도 야근 좀 해야겠다.”


우린 그런 소은 누나를 따라 호텔 밖으로 나섰다.




***




“어? 살아왔네? 어떻게 됐어?”


호텔에서 돌아온 직후 나는 일단 형에게 생존 신고부터 했다.


“다행히 두 분과는 관계없었어, 두 분도 도와주신대.”

“⋯그렇구나.”


그런데 형은 뭔가 불만스럽다는 말투로 말했다.

진짜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거야 뭐야, 이 인간?


“뭐, 아무튼 수고했다. 심장 놀랐을 텐데 가서 따뜻한 물로 씻고 자라.”

“그래, 내일 봐.”

“⋯⋯⋯⋯.”


형은 내가 아린이네 집으로 멀어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형은 길드에 출근하지 않았고.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삐 소리 후⋯.]


전화도 꺼버린 채 세상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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