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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새글

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5.2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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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4.0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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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4쪽

118화

DUMMY

“둘 다 괜찮아?”


주변에 깔린 신재현의 그림자 병사를 소리소문없이 순식간에 도륙 내고 돌아온 아린이는 우선 나와 서연의 상태를 확인했다.

서연은 강한 힘으로 목을 졸려 빨갛게 자국이 난 채 기절해 있었다.


“이, 일단 얘는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피를 흡수시키면 회복해서 어지간하면 괜찮을 거야.”

“그렇구나, 그럼 너는?”

“나는 알잖아, 살아있으면 멀쩡한 거.”

“아닌 것 같아서.”


아린이는 엄지손가락으로 내 눈가를 슥 훔쳤다.

아까 분함에 흘린 눈물 한 방울이 손가락에 촉촉하게 묻어나왔다.


“너 울었니?”

“그, 그런 거 아니야, 그냥 눈 시려서 그래.”

“그렇구나.”


아린이는 눈물에 대해선 더 이상 캐묻지 않고 시선을 신재현을 향해 돌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목소리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감히 내 길드 앞에서 이딴 짓을 벌여?”

“자, 잠시만⋯ 이건 뭔가 오해가⋯!”

“닥쳐, 한마디만 더 하면 혀부터 잘라버린다.”


갑작스런 아린이의 등장에 당황한 신재현은 뒷걸음질 치며 해명하려 했지만 아린이는 그의 말을 끊었다.

혀부터 자른다는 협박이 단순 협박이 아닌 것 같아 나한테 한 말도 아닌데 괜히 오싹했다.


- 투확!


그 말과 함께 아린이가 검에 손을 가져다 대는 순간 그녀의 형체가 흐릿해지더니 폭풍이 일어나며 신재현이 서 있던 자리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히익⋯!”


신재현은 역시 괜히 S급이 아닌지 그 공격을 어떻게 피하긴 피했다.


- 쾅! 쾅! 콰앙!


하지만 연속으로 이어지는 추가타에 신재현의 회피는 점점 위태해져만 갔고.


“큭!”


- 스스스슥!


결국 더 이상 피할 수 없음을 직감한 그는 순식간에 수십의 그림자 병사를 다시 소환해냈다.

아까 그만큼의 병사를 잃고도 또 이만큼 뽑아낼 수 있다니, 대단한 능력이긴 하다.


- 슈악!


“이런 미친⋯!”


하지만 그가 열심히 소환한 병사는 다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주변 수십 미터, 360도를 가르는 아린이의 참격 한 번에 그림자 병사들은 뭘 해보기도 전에 거의 절반 이상이 절단돼 공중에 흩뿌려졌다.


- 파지지직!

- 쿠르르르!

- 빠아아앙!


그 참격에 전선이 끊어지며 스파크와 함께 일대에 정전이 일어나고 가로등과 건물의 모서리 등이 베여 무너져내리며 그 잔해에 맞은 차량이 경보음까지 울려 주변은 순식간에 쑥대밭이 되었다.

S급 헌터 둘이 주택가 한복판에서 전투를 치르는 건 이미 재난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 쩌저적! 푹!


신재현은 아린이가 마크하고 있으니 나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서연을 커버하기로 했다.


- 주르르륵.


나는 만년빙으로 날카로운 송곳을 만들고 손목을 찔러 피가 흘러나오게 해 그녀의 목 부분에 뿌렸다.

혹시라도 경추나 경동맥을 다쳤다면 영구적인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마음이 급했다.


- 번뜩!


“꺄하하하! 내놔!!!”

“아오! 씨바, 깜짝이야!”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서연은 피를 뿌리자마자 눈을 번쩍 뜨고 나를 덮쳤다.


“기다려! 앉아!”

“그르르르⋯!”


그에 나는 간식 주는 강아지에게 말하듯 서연을 말렸고 그녀는 으르렁거리면서도 두 주먹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정좌했다.

계약서의 힘 없이도 말을 듣도록 할 수 있게 된 지는 좀 됐지만 이젠 제정신으로 돌아오는 시간도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그르르르⋯! 그르르⋯ 흐음⋯.”

“몸 상태 어때, 불편하거나 아픈 곳 없어? 목 한 바퀴 돌려봐.”

“응, 딱히 없어.”

“오케이, 그럼 됐어.”


김서연이 멀쩡한 것을 확인한 나는 다시 아린이와 신재현의 전투로 눈을 돌렸다.


- 콰앙! 쾅! 콰아앙!


두 S급의 싸움에서 가장 많이 나는 소리는 공기가 터지는 파열음이었다.

음속을 뛰어넘어도 한참 뛰어넘는 극초음속으로 움직이며 공격을 주고받으니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도 죄다 소닉붐이 일어났다.


- 와장창창창!


그로 인해 인근 건물과 자동차가 들썩이며 유리가 남아날 새 없이 몽땅 깨져나갔다.

이쯤 되면 저 둘의 싸움보다도 인근 민간인의 피해가 더 걱정됐다.


“으그극!”


신재현은 아직도 엄청난 숫자의 그림자 병사를 소환해 계속 아린이를 향해 돌진시켰다.


- 촤악! 촤아악!


하지만 그런 것들론 아린이의 공세를 전혀 꺾을 수 없었고 기껏 소환된 그림자 병사는 검기에 휩쓸려 아린이의 근처에 접근조차 못 해보고 무의미하게 사그라질 뿐이었다.


“힉! 으익!”


신재현은 계속해서 그림자 병사를 소환하며 이리저리 열심히 도망쳤지만 그가 병사를 소환하는 속도보다 아린이가 병사를 해치우는 속도가 더 빨랐기에 둘 사이의 거리는 점점 좁혀져만 갔다.

그리고 결국.


“자, 잠시만! 잠시만요! 제, 제가 졌⋯ 히아아악!”


아린이의 손아귀에서 도저히 도망칠 수 없음을 직감한 신재현은 필사적으로 항복하려 했지만 아린이는 망설임 없이 그를 향해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가공할 위력의 검기가 실린 검을 휘둘렀고 그는 최후의 수단으로 자신의 무기인 두 개의 단검으로 아린이의 검을 방어했다.


- 쿠구구구구구구!


하지만 저게 막는다고 막아지는 공격이 아니라는 건 멀리서 보고 있는 나조차 느낄 수 있었다.

아린이의 공격에 맞은 신재현은 운석이 떨어지듯 공중에서 땅으로 추락해 충격과 먼지폭풍을 만들어내며 땅에 꼬라 박혔다.


“서연아, 구경 갈래?”


두 S급의 싸움은 공간의 제약이 없었다.

둘은 건물과 하늘을 넘나들며 이미 저 멀리까지 가 있었고 깝죽거리던 신재현이 어떤 꼴이 됐는지 궁금한 나는 서연에게 물었다.


“당장 가보자.”


그러자 서연도 눈을 반짝이며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어? 여기까지 왔어?”

“응, 쟤 어떻게 됐나 구경하려고. 혹시 죽였어?”


신재현이 추락한 장소는 왕복 10차선의 대로 한복판이었다.

다행⋯이라고 할까 아린이가 알아서 다 계산한 걸 테니 당연히 민간인 피해는 없었다.

놀란 운전자들은 감히 차에서 내릴 생각도 하지 못하고 차 안에 얼어붙어 있었고 도로 한복판에는 크레이터라고 할만한 거대한 구덩이가 나 있었다.


“아니, 아마 죽지는 않았을 거야.”

“그 공격을 맞고 살다니 역시 S급은 S급이구나.”

“응? 누군지 알아?”

“S급 헌터 신재현.”

“아~ S급 헌터였어? 어쩐지 좀 버티더라.”


아린이는 자신이 싸운 상대가 S급 헌터라는 말에도 대수롭지 않았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S급도 S급 나름이지 내가 보기에 아린이와 신재현 사이엔 같은 S급이라는 등급으로 묶을 수 없는 격차가 확연히 존재하는 듯 보였다.


“윽⋯! 끄으윽⋯!”

“와, 진짜 살아있네.”


그때 크레이터 안에서 엉망진창이 된 신재현이 힘겹게 기어 나왔다.

그가 아무리 S급이라 하더라도 방금 그 일격은 역시 상당한 데미지가 있었는지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나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이리 나와.”


아린이는 그런 신재현의 멱살을 잡아 거칠게 끌어냈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신재현은 휘청이며 무력하게 아린이가 끌어내는 데로 끌려 나왔다.


“⋯어?”


그런데⋯ 신재현을 끌어낸 아린이는 주먹을 쥔 채 그의 위에 마운트 자세로 올라탔다.

그 모습에서 나는 목에 검을 들이미는 것보다 더한 공포를 느꼈다.

윤아린이 무기가 아니라 주먹을 들다니, 진짜 제대로 빡쳤구나.

마치 평소 회초리로 점잖게 체벌하던 선생님이 날 잡고 손목시계를 풀어버리는 느낌이었다.


“감히.”


- 콰아앙!


“커헉!”


“내 친구를.”


- 콰아앙!


“꺽!”


“건드려?”


- 콰아앙!

신재현을 눌러 제압한 아린이는 그의 면상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S급 헌터의 전력이 담긴 펀치는 한 번 작렬할 때마다 주변 건물이 휘청휘청할 정도의 진동이 발생했다.

신재현의 얼굴은 이곳저곳이 터지고 부러져 순식간에 피범벅이 되었다.


“사, 살려주세⋯ 읍!”


싸움도 아닌 일방적인 폭행이 시작되자 신재현은 목숨을 구걸했다.

하지만 아린이는 손으로 그런 그의 입을 틀어막아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살고 싶어? 살고 싶으면 그러지 말았어야지. 네 행동은 죽고 싶어 환장한 사람의 행동이었어, 내가 네 소원대로 오늘 죽여줄게.”


아린이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살벌한 표정으로 신재현을 죽도록, 아니 진짜 때려죽이려고 마음먹은 듯 때렸다.


어이구야⋯ 이거 말려야 하나⋯.

물론 나도 죽여버리고 싶다고 생각한 상대고 잘못도 순전히 저쪽에 있다곤 하지만 S급 헌터가 S급 헌터를 죽여버리면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기에 그런 관점에서라도 슬슬 말려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아, 아우렐세디우스!!!”


그런데 그때, 이대로는 진짜로 맞아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신재현은 필사적으로 무어라 외쳤다.


- 쿠구구구구.


“⋯⋯⋯!”


그러자 그의 부름에 나조차 감지할 수 있는 심상치 않은 마력이 응했다.

이게 얼마나 위험한 힘인지 더더욱 잘 느낀 아린이는 신재현을 버리고 일어나 검을 뽑으며 나와 서연을 자신의 등 뒤로 숨겼다.


- 파아앗!


그리고 이내, 신재현의 부름에 모여든 마력은 새하얀 빛을 일으키며 그 형체를 드러냈다.

그것은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체구와 날개 그리고 빛의 검을 가진⋯ 새하얀 천사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뭐야, 저건?

세상에 새하얀 그림자도 있나?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멍청하니 그런 생각이나 하고 앉아있었는데 천사 형태의 그림자⋯?를 본 아린이는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준호야?”

“어, 어?”

“최대한 대피시켜줘. 그리고 너도 최대한 멀리 도망쳐.”


- 쿠구구구구구!


그 말과 동시에 아린이도 천사에 질 새라 마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에 아린이가 뭘 하려는지 눈치챈 나는 기겁하며 말렸다.


“아린아?!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 주변에 민간인도 잔뜩 있다고!”

“그러니까 말했잖아, 최대한 대피시켜달라고.”


아린이는 이미 뭔가를 각오한 표정으로 담담히 말했다.

몸을 짓누르는 이 익숙한 감각, 백화요란의 전조증상이었다.

나는 급히 주변을 둘러봤다.

딱 봐도 백화요란의 스킬 범위 내에 수십 대의 차량이 들어와 있었다.

이대로 백화요란이 발동되면 자동차는 단숨에 찌그러질 것이고 저런 얇고 연약한 철판 따위가 자신의 몸을 보호해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순식간에 쥐포 신세가 될 것이다.


“대, 대피시켜!”

“⋯뭐라고?”

“주변 사람 전부 대피시키라고!!!”


마음이 급해진 나는 서연에게 소리를 지르다시피 말했고 우린 각자 반대로 흩어져 아직도 그대로 굳어 있는 사람들을 차에서 끌어 내려 대피하도록 유도했다.

제발, 단 한 사람이라도 더 백화요란의 범위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

“⋯⋯⋯⋯.”


아린이와 신재현 간의⋯ 정확히는 천사 간의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제부터 누구 하나가 까딱이라도 하는 순간 우리 동네가 지도에서 증발할지도 모르는 싸움이 벌어질 판이었다.


- 사아악!


“⋯?”


그런 긴장감이 고조되고 고조되다 곧 폭발할 것 같던 그 순간, 천사의 몸에서 빛이 흩어지기 시작하더니 천사는 점점 몸집이 작아져 끝내 평범한 사람의 키 정도까지 작아졌다.

그렇게 작아진 천사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아린이의 앞까지 다가가더니.


- 스윽.


“???”


살며시 검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한쪽 무릎을 꿇어 척 보기에도 항복을 표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 아우렐세디우스! 너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미쳤어?!”


그런 천사의 돌발행동에 당황한 건 아린이 뿐만이 아니었다.

천사를 소환한 장본인인 신재현마저 당황했는지 크게 놀라 소리를 꽥 질렀다.


“주인님⋯ 제발⋯.”


그런데 그러자 아우렐세디우스는 신재현을 향해 호소하듯 말했다.

그의⋯ 아니, 그녀의 음성은 귓가에 웅웅 거리며 울렸지만 듣기 싫은 목소리는 아니었다.

오히려 천사의 음성이라는 것이 납득되는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당장 일어나서 날 위해 싸워! 명령이야!”


신재현은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는 아우렐세디우스를 향해 방방 뛰며 말했지만 그녀는 맥없이 말했다.


“싸워봤자 못 이겨요⋯. 만약 싸운다 치더라도 제가 죽고 나면 다음에 죽는 건 누구겠어요⋯?”


천사의 말에 신재현은 한대 얻어맞은 듯 멍한 표정으로 얼어붙었다.


“주인님⋯ 어서⋯.”


천사는 그런 신재현을 향해 이쯤 말했으면 눈치껏 행동하라는 듯 눈짓했다.

신재현은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부들부들 떨었지만 전투가 벌어지면 망설임 없이 자신의 목을 벨 것 같은 차가운 아린이의 눈을 보고는 쭈뼛쭈뼛 천사의 옆으로 가 함께 무릎을 꿇었다.


“윤아린 헌터님, 오늘의 무례를 정식으로 사과드립니다. 저흰 더 이상 감히 당신께 대적할 의지가 없으니 부디 노여움을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자 천사가 신재현을 대신해 정중히 사과했다.

아린이는 이건 또 뭐 하자는 건지 혼란스러워하긴 했지만 일단 자신을 공격할 적의가 느껴지진 않았는지 검을 거두었다.


“뭐 어쩌자고 이러는 거야?”

“그것이⋯.”

“소환수 말고. 네가 직접 말해.”


아린이는 천사 대신 신재현에게 직접 말할 것을 요구했다.


“그게⋯ 그러니까⋯.”

“말 똑바로 하는 게 좋을 거야. 네가 하는 말에 따라 죽일지 말지 정할 거거든.”


아린이의 말에 진심으로 겁을 먹은 신재현은 무릎을 꿇은 채로 움찔거렸다.

하지만 신재현은 아무래도 이런 상황에선 말하기 껄끄러운지 입을 열기 꺼렸지만.


“주인님⋯! 어서요! 저랑 연습했잖아요, 연습한 대로만 하시면 돼요! 주인님은 할 수 있어요!”


천사가 옆에서 응원하자 신재현은 새빨개진 얼굴을 조아리며 외쳤다.


“유, 윤아린 헌터님, 제 스승이 되어주세요!!!”

“싫은데.”


하지만 아린이는 신재현이 용기를 낸 뜬금없는 부탁을 일말의 고민 없이 단칼에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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