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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재 님의 서재입니다.

대한조명기(大韓朝明記)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수어재
작품등록일 :
2023.01.13 03:25
최근연재일 :
2023.02.08 15:45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20,356
추천수 :
443
글자수 :
176,916

작성
23.02.0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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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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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제31장 경진사행변(庚辰使行變) (2)

DUMMY

공식적으로 사건을 넘겨받은 하림은 일개 백호대만 이끌고 회동관으로 향했다. 회동관은 외국의 사신단이 묵는 숙소였다.


부천호 정삼원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대인, 왜국의 사행단이 25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백호대만으로 가능하겠습니까?”


게다가 하림이 동원한 백호대는 북진무사에서 가장 약한 전력이었다.


“오히려 너무 많이 데려가는 것 같아서 걱정일세.”

“예?”


정삼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림을 모신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참으로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겨우 29살에 불과한 자가 이만저만 능구렁이가 아니었다.


“여기 옵니다.”


회동관 입구에 사무라이 복장을 한 자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정 부천.”

“예, 대인.”

“모두 때려잡아라.”

“예?”

“죽지만 아니면, 병신을 만들어도 상관없다.”

“하오나······.”


아무리 금의위라고 해도 외국 사신단을 공격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정 부천. 신중한 것은 좋지만, 나를 의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죄송합니다. 대인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대신 우리 애들은 뒤로 물리고 백호대만 투입한다.”

“존명!”


잠시 후, 공격 명령이 떨어지고 북진무사 백호대가 회동관으로 쳐들어갔다. 난리 소리를 듣고 건물 안에서 왜인들이 몰려나왔다. 키는 작아도 하나같이 다부져 보였다.


창!


양측의 병사들이 충돌하며 병장기 소리가 주위를 갈랐다. 왜의 무사들은 전력을 다하는 반면, 금의위의 위사들은 적을 죽이지 말라는 명령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시간이 갈수록 왜인 무사들의 수가 늘어났다. 80여 명에 불과한 백호대는 순식간에 왜인 무사들에게 포위되어 열세에 몰렸다.


하림의 호위를 위해 뒤에 남은 위사들이 싸우게 해달라고 눈빛으로 종용해 보지만 하림은 꿈쩍하지 않았다.


왜인 무사들의 실력은 예상을 웃돌았다. 또한, 그들이 쓰는 칼은 중국의 검보다 길어서 한번 포위당하면 빠져나오기가 어려웠다.


“컥!”

“아악!”


결국 사상자가 나왔다. 오늘 출전한 백호대는 각 부대에서 가장 실력이 떨어지는 자들로만 구성된 부대였다. 애초에 실전경험이 풍부한 왜인 무사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차가운 시선으로 싸움을 지켜보던 하림이 어느 순간, 후퇴 명령을 내렸다. 금의위 위사들이 물러나자 왜의 무사들도 무기를 내리고 서로를 쳐다봤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는 것 같았다.


그들을 향해 하림이 소리쳤다.


“우리는 조선 사신의 살인사건은 조사하는 금의위의 관원들이다. 어찌 사정도 듣기 전에 칼부터 휘두르는 것이냐!”

“무슨 개소리야. 너희가 먼저 시작했잖은가?”

“닥쳐라! 대명의 도성에서 타국의 사신을 죽인 것도 모자라서 명의 관원까지 살상하다니, 네놈들이 불순한 의도로 온 것이 분명하구나.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모두 철수한다.”

“존명!”


북진무사 병사들이 부상당한 자들을 부축하고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왜인 무사들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짜고짜 쳐들어와서 뚜들겨 맞고는 되레 왜인들 탓을 하였으니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 * *


살인사건을 조사하러 간 금의위 위사들이 왜인의 공격을 받아 십여 명이 죽고 다쳤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황제의 귀에 들어갔다. 하림이 미리 손을 써 놓아서 중신들보다 먼저 보고가 올라갈 수 있었다.


황제의 부름을 받고 달려간 하림은 아직 장거정이 도착하지 않은 것을 보고 쾌재를 불렀다.


황제가 물었다.


“어찌 된 일인지 소상히 고하라.”

“소신 황상의 명을 받잡고 조선 성절사 사건을 조사하러 갔는데 말도 꺼내기 전에 왜인들에게 공격받았습니다. 외교적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하여 최소한의 인원만 동원했사온데 저들이 그리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황상이 내린 명부는 보여줬는가?”


환관 풍보가 물었다.


“송구합니다만 그럴 시간도 없이 공격당했습니다.”

“허허.”


풍보는 못 믿겠다는 눈치였다. 그러나 어린 황제는 분노로 피가 끓어올랐다.


“폐하, 폐하의 선하심을 저들에게 보이려고 소극적으로 대응한 저의 죄가 작지 않습니다. 소신을 벌하여 주시옵소서!”

“그것이 어찌 장 진무사의 잘못이겠는가? 호의를 원수로 갚은 그놈들이 무도한 것이지.”

“폐하, 진정하시고 장 수보가 오면 상의하시지요.”


황제가 흥분한 모습을 보이자 풍보가 장거정을 들먹였다. 하나 오히려 역효과만 났을 뿐이었다. 장거정의 이름을 듣자 황제가 불같이 화를 냈다.


“장 수보가 오면 땅에 떨어진 짐과 황실의 체면이 다시 살아나는 것이오?”

“폐하, 제 말은 그것이 아니오라······.”

“됐으니 태감은 그 입을 닫으라.”

“······.”


뜻밖의 말에 놀란 듯 풍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풍보 또한, 장거정과 함께 황제의 스승이라 할 수 있었다. 황제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풍보가 충격을 받아 머릿속이 복잡한 가운데 하림이 그의 속을 긁는 발언을 했다.


“폐하 소신을 벌하여 주옵소서. 폐하의 자랑스러운 금의위가 저따위 놈들에게 망신당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다만, 저로 인해 벌어진 일이오니 제가 수습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면 무도한 왜인들에게 황제 폐하의 지엄함을 보이겠나이다.”

“황상, 국가 간의 일은 사사로운 감정으로 처리해서는 안 됩니다. 중신들의 의견을······.”


풍보가 다시 권해보지만 이미 뚜껑이 열린 황제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되었소. 저들은 짐의 코앞에서 조선의 사신을 죽인 것도 모자라서 사건을 조사하러 간 관원들을 살상하였소. 무도한 저들을 그냥 둔다면 짐은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오.”

“망극하옵니다.”


하림이 그의 결단을 촉구하며 살살 양념을 뿌렸다. 풍보가 눈을 희뜩대며 하림을 노려보았다. 주원장의 어진 사건도 그렇고 하림만 개입하면 일이 이상하게 꼬이는 느낌이 들었다.


“장 진무사는 듣거라.”

“예!”

“전권을 줄 테니, 엄중히 조사하여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연루자를 엄벌하도록 하라!”

“지엄하신 명을 받드옵니다. 황제 폐하, 만세! 만만세!”


하림이 큰절을 하고 궁을 나왔다. 그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거정이 입궁했다. 하나 황제는 몸이 안 좋다는 핑계를 대고 자리를 피해버렸다.


* * *


회동관 일본 사절단 숙소.


사절단의 수장인 정사 이시다 타카카게는 수행원들과 대책을 논의했다. 사행단은 정해진 숫자가 있었는데 일본은 30명까지 참가할 수 있었다. 단, 종자는 제한이 없어 많을 때는 5백 명이 넘는 예도 있었다. 이번 사행에는 240명의 호위와 상인이 동행했다.


타카카게가 호공관 마타베에게 물었다.


“저들이 먼저 공격해 온 것이 사실이냐?”

“그렇습니다. 용건도 묻지 않고 다짜고짜 쳐들어왔습니다. 정말입니다.”

“한데, 진무사란 자가 어찌 그런 말을 하고 간 것이냐?”

“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우리에게 어떤 통보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것참 이상하구나. 병부상서 주환과 얘기가 끝났는데 금의위가 왜 저리 나오는 것인지.”

“······.”


바뀐 역사에서는 낙후된 조선보다는 오랜 세월 교역을 해온 일본을 더 비중 있게 생각했다. 일본 막부도 명과의 교린(交隣: 친분)을 중시하여 휘하 다이묘들의 해적질을 제한해 왔다.


하찮은 조선 사신 때문에 일본과의 관계가 틀어진다면 그동안 잠잠했던 해적이 다시 기승을 부릴 것이었다.


그때 수직을 서던 사무라이가 허겁지겁 방으로 들어왔다.


“아룁니다. 지금 금의위가 회동관을 포위했습니다.”

“뭐라? 이것들이!”

“경거망동하지 마라.”

“하지만 타카카게님······.”

“명의 수도에서 우리가 뭘 할 수 있겠느냐? 대화로 해결하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수하들을 진정시키고 저들이 도발해도 절대 대응하지 마라. 알겠느냐?”

“하잇!”


그 시각, 하림은 석문의 천호대 병력으로 회동관을 포위하고 전면에 포수를 배치했다. 화승총으로 무장한 일백 명의 포수가 회동관을 겨냥하자 수직을 서던 사무라이들이 낭패한 표정이 되었다.


“멈추시오!”


사무라이들을 밀치고 정사 이시다 타카카게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일본 사행단의 정사를 맡은 이시다 타카카게라고 하오. 책임자와 얘기를 나누고 싶소.”


하림이 의자에서 일어나 앞으로 걸어갔다.


“북진무사사 장하림이외다. 정사께서는 우리가 왜 왔는지 아실 겁니다.”

“모두가 오해요. 해명할 기회를 준다면 우리의 무고함을 밝히겠소이다.”

“좋습니다. 얼마든지 드리지요. 금의위로 가셔서 얘기를 나누시지요.”

“그건······.”

“타카카게님, 절대 안 됩니다. 저들을 뭘 믿고 따라간단 말입니다.”


호공관 마타베가 그를 만류하고 나섰다. 갓 약관을 넘은 마타베는 모든 면에서 투지가 넘쳤다.


타카카게가 고민 끝에 말했다.


“얘기는 이곳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소? 그러지 말고 안으로 들어갑시다.”

“정사, 이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하림이 황제가 하사한 명부를 보였다. 명부를 목격한 이시다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황제의 명이 떨어지면 어떤 식으로든 결과물이 나와야 했다. 대화로 해결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뜻이었다.


호공관 마타베가 분을 억누르고 말했다.


“타카카게님, 우린 잘못한 게 없습니다. 절대 저들에게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면 안 됩니다.”

“······.”


하림이 마타베라는 자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


“죄가 없어? 대명의 황제께서 계신 도성에서 조선의 사신을 죽인 것도 모자라서 감히 금의위 관원을 살해한 자들이 죄가 없어? 너희 왜에서는 그것이 법인 것이냐?”

“······.”


마타베가 이를 갈며 죽일 듯이 하림을 노려봤다. 마타베의 눈빛이 얼마나 강력했던지 하림은 순간적으로 권총을 꺼낼뻔했다.


‘어린놈의 눈빛이 뭐 저따위야?’


저런 자들이 조선을 침략할 생각을 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사께서도 아실 겁니다. 황상께서 알게 된 이상,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것도 잘 아실 것입니다. 일단 저희와 동행하는 모습을 보이시어 황제 폐하의 위엄을 세워준다면 우리도 적당한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할 것입니다.”

“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하림의 제안에 마타베를 제외한 수행관 전원이 동의를 표했다. 황제의 명이 떨어진 이상,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맺어야 했다.


타카카게는 사행원들과 상의를 한 끝에 종자 서너 명을 희생양으로 삼아 사건을 무마하기로 했다.


타카카게를 비롯한 일본의 수행원들은 하림이 말한 적당한 선을 그 정도로 받아들였다. 하림도 강하게 그런 늬앙스를 풍겼고 말이다.


“좋소, 금의위로 가겠소.”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하림이 손을 들자 위사들이 왜인 무사들의 무기를 압수했다. 호공관 마타베는 끝까지 버티다가 타카카게가 호통을 치자 마지못해 자신의 도를 넘겼다.


“일본 사행단 사신들을 금의위까지 안전하게 모셔라!”

“존명!”


일본 사행단은 무장해제를 당한 채 금의위의 통제를 받으며 북진무사로 향했다. 도성에 사는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밖으로 나와 그들을 구경을 하다가 뜬금없이 하림에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일본의 사신단이 금의위에 잡혀가는 것을 보며 사람들이 느낀 감정은 자부심이었다. 사신단은 그 나라를 대표하는 자들이다. 명의 국력이 왜국을 압도하지 못한다면 결코 벌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


하림은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겨우 참았다. 공격적인 외교는 당장은 후련할지 몰라도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다. 현대의 중국이 전랑 외교로 국가의 자존감을 과시했지만, 그 대가로 국제적인 고립을 자초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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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1장 경진사행변(庚辰使行變) (2) 23.02.08 234 4 12쪽
30 제30장 경진사행변(庚辰使行變) (1) 23.02.08 248 5 13쪽
29 제29장 거사를 준비하다 23.02.08 255 5 11쪽
28 제28장 분탕 종자로 가는 길 (3) 23.02.08 231 5 11쪽
27 제27장 분탕 종자로 가는 길 (2) 23.02.08 255 7 11쪽
26 제26장 분탕 종자로 가는 길 (1) +2 23.02.07 354 11 11쪽
25 제25장 티엔 이의 배신은 하림을 각성시키고 +5 23.02.06 409 8 13쪽
24 제24장 파격의 파격 23.02.04 410 10 11쪽
23 제23장 신임 북진무사사(北鎭撫司使) 장하림 +2 23.02.03 406 10 14쪽
22 제22장 동창(東廠)을 치기 위함입니다! +2 23.02.02 407 10 11쪽
21 제21장 장거정의 시험을 통과하다 +2 23.02.01 435 9 13쪽
20 제20장 사형 장거정 +2 23.01.31 444 11 11쪽
19 제19장 천하제일 악필(惡筆)! +2 23.01.30 458 10 11쪽
18 제18장 진중 상방(晋中 商幇)의 제2대 산주 +2 23.01.29 490 10 12쪽
17 제17장 아파비사(阿波菲斯)의 비밀암호 +2 23.01.27 522 11 11쪽
16 제16장 석가촌 학살 23.01.26 561 14 12쪽
15 제15장 석문을 거두다 23.01.25 590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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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제12장 세상 밖으로 23.01.22 727 16 12쪽
11 제11장 일기의 정체는 회고록이었다 +7 23.01.20 782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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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제6장 티엔 이의 흔적을 발견하다 23.01.16 1,045 2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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