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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재 님의 서재입니다.

대한조명기(大韓朝明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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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재
작품등록일 :
2023.01.13 03:25
최근연재일 :
2023.02.08 15:45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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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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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3
글자수 :
176,916

작성
23.02.04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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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24장 파격의 파격

DUMMY

금의위 내에서도 특수부대로 통하는 북진무사는 휘하에 5개의 위소(衛所)를 거느리고 있었다. 위소는 명나라의 대표적인 군사 편제로 1개 위의 병력은 약 5,600명이었고 5개의 천호소를 두어 관리했다.


금의위는 황제의 친위대임과 동시에 황궁을 방어하는 금군이었기에 항시 일정 수의 병력이 요구됐다.


금의위가 관할하는 위소는 총 14개였고 병력은 75,000명에 달했다. 이것도 티엔 이와 장거정이 꾸준하게 줄여 온 결과였다.


금의위 휘하 14개 위소 중 5개가 북진무사 소속이었다. 전시에 하림이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이 약 2만 8천 명에 달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전시에 그렇다는 얘기고 평소에는 도성 수비를 제외한 1개 위소의 병력을 부릴 수 있었다.


북진무사는 중앙에 넓은 연병장을 중심으로 조옥과 집무실, 병영 건물이 있었다.


연병장에는 북진무사의 상근 위사들과 위의 천호들이 도열한 채 하림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림이 연병장에 나타나자 대기하고 있던 자들이 일제히 군례를 올렸다.


“신임 북진무사사의 부임을 감축드립니다!”


백여 명이 한목소리로 내는 함성이 연병장에 쩌렁쩌렁 울렸다.


최고 중의 최고만 모였다는 금의위, 그중에서도 정예로 취급받는 북진무사!


그들의 당당한 태도에서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보는 하림의 속내는 좋지 않았다.


‘지나치게 자신감이 넘치는군.’


원래 신임 사령관이 부임하면 살짝 긴장해야 정상이었다. 그가 어떤 성향인지에 따라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데, 저들에게서는 눈곱만큼의 긴장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림을 무시하는 것이었다. 군경력도 없는 자가 의붓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부임했다고 내심 깔보고 있었다.


하림은 취임사도 하지 않고 곧장 회의실로 들어갔다. 회의실 상석에 자리한 하림은 지휘관들에게 앉으라는 소리도 하지 않고 대뜸 그들의 인사 명부를 가져오라고 했다.


각 위소의 정천호(正千戶: 천호의 수장, 정5품)와 부천호(副千戶: 천호의 부사령관, 종5품)는 물론이고 상근 지휘관들까지 선 채로 대기하는 가운데 하림이 그들의 인사기록과 선임 진무사사가 매긴 근무 평가를 확인했다.


서류를 읽어 내려가던 하림이 지휘관 중 한 명을 호명했다.


“부천호 유양명.”

“예!”

“당신의 근무 평가가 여기서 제일 낮군. 특별한 이유라도 있소?”

“······.”


유양명은 얼굴이 빨개져서 아무 말도 못 했다.


“침묵이라. 결과에 이의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소. 다음 정천호 사위승.”

“예!”

“반대로 당신은 평가점수가 가장 높군. 특별한 이유라도 있소?”

“달리 이유가 있겠습니까? 상관의 명에 충실히 따랐을 뿐입니다.”


사위승은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지 도도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그렇소? 다음 부천호 만우천.”

“예!”

“당신은 유 부천호 다음으로 평가점수가 낮았소. 특별한 이유라도 있소?”

“······없습니다.”

“이유가 없다? 전임 진무사가 이유도 없이 그대에게 낮은 점수를 줬다는 것이오?”

“······모르겠습니다.”

“만 부천호의 근무평점이 낮은 이유를 알 것도 같구려. 다음, 정천호 한사달.”

“예!”

“그대는 사 천호 다음으로 근무평점이 높구려. 특별한 이유라도 있소?”

“황제 폐하의 명을 최선을 다해 수행했을 뿐입니다. 전임 진무사께서 날 그리 높게 평가해 주셔서 감읍할 따름입니다.”

“그렇구려.”


하림은 전임 진무사사가 남긴 기록을 바탕으로 지휘관들과 간단하게 면담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절대 간단하지 않았다. 북진무사 휘하 50명의 정천호와 부천호 중 30여 명에 달하는 해임 건의안이 금의위 지휘사사에게 올라갔기 때문이다.


신임 북진무사사가 부임하자마자 과반이 넘는 지휘관을 해임하려 들자 금의위가 발칵 뒤집혔다. 최종적으로 지휘사사 왕무복의 결재가 있어야 하지만,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북진무사의 결속은 이미 깨졌다고 봐야 했다.


사안의 심각성을 느낀 왕무복이 급히 하림을 호출했다.


“부르심 받고 왔습니다.”

“이보게 장 진무사, 자네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건가?”

“무슨 짓이라뇨?”

“몰라서 그러는 겐가? 이 많은 정천호와 부천호를 해임해 달라니? 제정신으로 하는 말인가?”

“제정신은 아주 말짱합니다. 그리고 수하들의 해임 권한은 제게 있는 거로 압니다만.”


각 부서의 인사권은 해당 부서장의 고유 권한이었다. 매관매직을 막기 위해 지휘사사의 결재를 받게 했으나 요식행위에 불과했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부서장의 요구를 수용하는 편이었다.


하나 하림의 요구는 너무 과했다. 새로 부서장이 부임하면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약간의 인사이동이 있곤 했다. 그 정도는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 한데 이건 너무 심했다. 과반이 넘는 지휘관이 한꺼번에 해임되면 심각한 전력 공백이 발생할 수 있었다.


하림도 모르는 바가 아니었으나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나마 장거정이 거동이라도 할 수 있을 때 모든 걸 처리해야 했다.


“이 많은 지휘관을 한꺼번에 해임하는 것은 불가능하네. 금의위는 황제 폐하의 안위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일세. 한순간도 전력에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단 말일세.”

“어찌 모르겠습니까? 하나 그들을 해임함으로써 오히려 전력이 상승할 것입니다.”

“그게 무슨 해괴한 소린가? 경험이 많은 장수를 해임했는데 어떻게 전력이 상승한단 말이야?”

“대명제국은 지금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만큼 금의위가 할 일이 적어졌다는 뜻입니다. 공을 세울 기회가 적다 보니 인사 적체가 가중되었고 승급에서 누락된 하위 위사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


금의위에서 녹을 먹는 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3대에 걸쳐 명 승상이 출현하여 선정을 펼치다 보니 행정기관인 육부와 달리 동창과 금의위는 파리만 날렸다.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자리를 만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네.”

“그렇다면 저도 사임하겠습니다.”

“뭐, 뭐라?”

“대인께서 저를 이리 못마땅하게 여기시니 어찌 함께 일할 수 있겠습니까? 의부께는 송구한 일이오나 제가 나가는 것이 낫겠습니다.”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지 않은가?”


하림이 장거정을 들먹이며 그만두겠다고 하자 왕무복의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하림이 부임하자마자 사임하면 장거정의 체면은 똥이 되는 것이고 그 분풀이는 고스란히 왕무복의 몫이었다.


하림은 그가 쓸 수 있는 최고의 카드를 아낌없이 다 꺼냈다. 장거정의 수명이 얼마 안 남았기에 묵혀둬야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내 말 좀 들어보게.”

“말씀하십시오.”

“어느 정도라면 나도 모른 척 넘어가겠네. 하나 32명은 너무 많지 않은가? 폐하께서 아시면 나뿐 아니라 자네에게도 좋을 것이 없네. 그냥 10명 선에서 마무리하는 게 어떻겠는가?”

“그 정도로는 위사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대인의 뜻이 그러하시다니, 22명으로 끝내겠습니다. 재가해 주십시오.”

“흠.”


왕무복은 하림이 장거정의 권세를 믿고 안하무인(眼下無人: 방자하게 군다)으로 행동한다고 생각했다.


얼핏 보면 하림이 생각 없이 행동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치밀하게 계획된 행동이었다. 이는 티엔 이의 뜻이기도 했다. 티엔 이는 하림에게 장거정이 가진 권력을 철저하게 이용하라고 했다. 그리고 온 세상이 알 수 있도록 떠들썩하게 장거정을 제거하라고 했다.


* * *


며칠 뒤, 북진무사에 대대적인 인사이동이 있었다. 정천호 15명과 부천호 7명이 해임되고 부천호 10명과 백호 7명이 각각 정천호와 부천호로 승진했다.


정천호 5자리가 비었으나 당분간은 공석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부천호 이하 하위 위사들의 충성경쟁을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치사한 방법이긴 해도 효과만큼은 탁월했다. 하림에게 충성맹세를 하려는 자들이 하루에도 몇 명씩 찾아오곤 했다.


하림이 새로 승진한 자들의 인사를 받았다. 재밌는 것은 전임 진무사사에게 높은 점수를 받은 자들은 죄다 해임되고 반대로 낮은 점수를 받은 자들이 영전(榮轉: 승진)의 기회를 얻었다.


그날 저녁, 하림의 집무실로 새로 정천호가 된 유양명과 만우천이 찾아왔다.


“정천호 유양명이 장 대인을 뵙습니다.”

“정천호 만우천이 장 대인을 뵙습니다.”

“인사는 낮에 받은 거로 아는데 어찌 또 오셨소?”


유양명과 만우천이 서로 눈치를 보며 머뭇거렸다. 뭔가 할 말이 있는데 하림이 무서워서 서로 미루는 것 같았다.


하림이 눈빛으로 종용하자 유양명이 포권을 하며 말했다.


“장 대인의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 말은 낮에도 하지 않았소?”

“궁금했습니다. 어찌 저희를 중용하신 겁니까?”

“그 얘기였구려. 얘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일단 앉읍시다.”


하림은 손수 유양명과 만우천에게 차를 따라주었다. 두 장수는 감격하여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내 이곳에 오기 전에 전임 진무사에 대해 조사했었소.”

“······.”


유양명과 만우천도 그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하나 전임 상관의 체면을 생각해서 침묵했다.


“내 전임자에게 이런 말을 해서 뭐하지만, 황제 폐하의 신하 된 도리로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부정행위를 여럿 포착하였소.”


전임 진무사사는 장거정이 금지한 매관매직(賣官賣職: 돈을 받고 관직을 줌)을 일삼고 수하들에게도 정기적으로 뇌물을 상납받았다. 심지어 직위를 이용하여 조옥에 수감된 죄수들에게까지 뒷돈을 받고 그들의 편의를 봐줬다.


또한, 그의 잘못을 지적한 수하들은 가차 없이 쳐냈고 심지어 고발할 위험이 있는 자는 죽이기까지 했다.


대명천지에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 하겠으나 이곳 금의위는 별천지였다. 황제의 명이 없어도 임의로 수사를 할 수 있었고 체포, 구금, 처벌까지 불가능한 것이 없었다. 수하 중에 마음에 들지 않는 자가 있다면 일단 조옥에 가두고 누명을 씌워 죽이면 그만이었다.


“그런 자가 높은 점수를 줬다면 함께 부정을 저지르거나 그에 동조한 자일 것이고 반대로 낮은 점수를 줬다면 불의에 항거한 자들이 아니겠소.”

“아아!”

“이런 식으로 그대들을 평가한 것은 참으로 무례한 행동일 수도 있소. 하나 이른 시일 안에 북진무사에 퍼져있는 암세포를 제거하려면 그 수밖에 없었소. 이해해 주시오.”

“이해라니요. 당치 않으십니다. 그저 대인의 혜안과 지혜에 탄복할 뿐이옵니다.”

“그러하옵니다.”

“한데, 암세포가 무엇입니까?”


유양명이 물었다.


“내가 암세포라고 하였소?”

“예,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흠, 암세포는······건강한 몸을 좀먹는 병 덩어리라는 뜻이오.”

“그런 뜻이었군요. 입에 착착 달라붙는 것이 의미만큼이나 강인한 느낌을 주옵니다.”

“그, 그렇소? 하하.”


그 일이 있고 북진무사 내에서 암세포란 말이 유행했다. 맡은 바 임무에 소홀하거나 능력이 부족한 자들은 암세포라고 욕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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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제25장 티엔 이의 배신은 하림을 각성시키고 +5 23.02.06 405 8 13쪽
» 제24장 파격의 파격 23.02.04 406 10 11쪽
23 제23장 신임 북진무사사(北鎭撫司使) 장하림 +2 23.02.03 402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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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제18장 진중 상방(晋中 商幇)의 제2대 산주 +2 23.01.29 48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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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제12장 세상 밖으로 23.01.22 722 16 12쪽
11 제11장 일기의 정체는 회고록이었다 +7 23.01.20 778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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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제6장 티엔 이의 흔적을 발견하다 23.01.16 1,038 2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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