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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고고 님의 서재입니다.

그만하자. 레벨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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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딘이
작품등록일 :
2022.07.19 00:27
최근연재일 :
2022.08.08 14:04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433
추천수 :
103
글자수 :
101,287

작성
22.08.02 00:53
조회
79
추천
3
글자
11쪽

15화 퀘스트 진행 불가.

DUMMY

"아. 오늘은 편지 쓰기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퀘스트 생각에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퀘스트 진행 불가.】


"어? 뭐지? 분명히 편지 쓰고 레벨 업이었는데."


혹시 잘못 본 건 아닌가 싶어 상태창을 다시 확인해보았다.


【퀘스트 진행 불가.】


"갑자기 왜?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었는데."


상태창에는 새로운 문구가 나타났다.


【관리자에게 문의하십시오.】


관리자라면 K다.


이렇게 빨리 나타난다고?


그런데 어떻게 만날 수 있는 거지?


그때였다.


새로운 채팅창이 생기더니 하나의 채팅이 올라왔다.


【K :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장소가 적힌 채팅도 올라왔다.


두근두근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진짜겠지? 그런데 왜 나한테만 보낸 거야? 찬은씨랑 마름씨는 초대하지 않고 분명 나한테만 보냈어."


분명 K가 확실했다.


이제는 K가 알려준 장소로 나갈지 고민에 빠졌다.


"함정일까? 왜 하필 오늘 부르는 거지? 찬은씨와 마름씨한테 먼저 연락이 갔다면? 무슨 일이 생겼을 수도 있어."


상태창으로 찬은씨와 마름씨에게 연락을 하려고 했지만 먹통이었다.


오직 K와의 대화만 가능했다.


"우선 나가자. 집 앞 카페니까. 만나서 찬은씨와 마름씨의 상태를 확인하자."


카페에 도착했을 때는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주인조차 없는 가게에 한 남자가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저 사람이 K구나. 긴장하지 말자. 다운망."


딸랑.


카페 안으로 들어갔을 때 K로 보이는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반겨주었다.


"다운망씨 맞으시죠?"

"네. 혹시 K씨인가요?"

"맞습니다. 제가 K입니다."


노란 머리에 하얀 피부, 그리고 파란색 눈동자를 가진 K.


얼굴에서 풍기는 묘한 매력 때문에 K가 입고 있던 단정한 양복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네. 앉으시죠. 운망씨."


이미 나를 위한 음료가 테이블 위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음료가 아니라 K의 존재였다.


"왜 저를 보자고 하신 거죠? 저번에는 검은 양복 입은 사람을 시켜 저희를 미행하게 했죠? 도대체 의도가 무엇인가요?"


K씨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출근 시간이라 그런지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저는 만나자고 한 적이 없습니다."

"아까 채팅창으로..."

"기다리고 있겠다고만 했었죠. 아닌가요?"


채팅창을 확인해보았다.


【K :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맞네. 나오라고 하지 않았어.


"네. 제가 착각했나 보네요. 그런데 기다리고 있겠다는 뜻이 만나자는 의미랑 같지 않나요?"


이번에 K는 나에게 고개를 돌리더니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런가요? 정말 그렇게 해석할 수 있나요?"

"네. 기다리고 있겠다는 건 만나자는 뜻이죠.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어릴 적 아버지가 집을 나가기 전에 하신 말씀이 있었습니다. 기다리고 있으라고."


K의 눈빛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소름 돋아 나도 모르게 눈을 피할 뻔했다.


"저도 그때는 운망씨처럼 만나자는 뜻 인줄 알고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안 오셨죠.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 그리고 십 년이 지나도록 말이죠."


대화의 주도권이 K에 넘어간 순간이었다.


"그래서 전 기다리자는 말을 만나자는 말로 해석하지 않습니다. 이해하셨나요?"

"네. 제가 K씨를 만나려고 나왔어요. 인정할게요."

"그럼 이제 설명해주시죠. 왜 나왔는지?"


미리 생각한 질문들을 차례차례 생각한 후 하나씩 입 밖으로 꺼내기로 했다.


"찬은씨랑 마름씨는 괜찮은 건가요?"

"기찬은, 나마름. 두 분 다 괜찮습니다. 전 어차피 운망씨하고만 대화하려고 했거든요."

"왜 하필 저죠?"

"그야 퀘스트를 깨고 레벨 업을 하는 시스템에 대해 가장 의문이 많으니까요."


정말 정체가 뭘까?


이 자리에서 나를 해치울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끝까지 방심을 할 수는 없었다.


"의문이 많으면 더 껄끄러워야 하지 않나요? 언제든지 자신의 정체를 들킬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K는 미소지었다.


"운망씨에게 제가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레벨 업이란 무엇이죠?"

"강해지는 지표 같은 거 아닌가요? 숫자가 높이 올라갈수록 세지잖아요."

"숫자가 높을수록 세진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당연하죠. K씨도 알지 않나요? 저희의 최고 레벨이 200이라는 거."


최고 레벨 200.


그리고 난 200레벨에 도달하기 위해 상태창이 보이기 시작한 순간부터 열심히 노력해서 모든 퀘스트를 깼다.


관리자인 K가 이걸 모른다고는 하지 않겠지.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말이죠."

"만약에?"

"당신의 레벨이 당신의 나이라고 상상해본다면 레벨 업이 과연 당신을 강하게 만들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죽이고 있는 걸까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레벨이 나이라니?


만약에. 정말 만약에 말이다. 레벨이 나이라고 한다면. 난 매일 같이 나이를 먹어 가고 있는 거다. 그리고 200에 도달했을 때 기다리고 있는 건 딱 하나.


죽음.


흥분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레벨이 나이라니? 정말 그런 건가요?"


K의 웃음소리가 카페 안에 울려 퍼졌다.


"하하하하하. 예상했던 것 만큼이나 재미가 있으시네요. 당연히 아니죠."

"하아. 깜짝 놀랐어요."

"더 물어보고 싶으신 게 있으신가요? 아직 중요한 이야기를 안 물어보셔서."


죽음이란 단어 때문인지 가슴이 아직도 심하게 뛰었다.


"잠시만요. 후우. 아직 물어볼 게 많으니까 기다리세요."

"네."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을 때 보상에 대한 질문을 시작했다.


"정말 만렙이 되면 모든 소원을 다 들어주시나요? 상태창에는 예시로 이세계에도 갈 수 있다고 적혀있던데요?"

"그건 저도 모릅니다."

"모른다니요? 당신이 관리자잖아요."

"원래 관리자는 저의 아버지셨죠. 그리고 갑자기 사라진 아버지를 대신해 관리자를 하며 10년 동안 기다리고 있고요."


시스템이라고 했다.


그리고 아버지라고도 했다.


알 수 없는 말들이 계속되는 바람에 정리는 나중에 하기로 했다.


우선은 더 많은 정보를 알아내는 게 먼저니까.


"알겠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저희죠? 지구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잖아요. 그런데 왜 저희냐고요?"

"그래서 싫으신가요?"

"그건 아닌데. 잘 모르겠어요. 이제는."


좋다와 싫다로 구분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선택을 해야 한다면 난......


"운망씨. 그럼 이제 저는 가봐도 될까요? 벌써 시간이 오래 지나가지고."

"그런가요?"


시계를 확인해보았다.


시간이 꽤 많이 흘러있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흐른 줄은 몰랐어요. 그럼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런데 가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K는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 모습은 전혀 갈 사람의 모습처럼 보이지 않았다.


"정답을 확인해보고 나가려고요. 신경 쓰지 마시고 가시죠."

"네. 그럼 전 이만."


정말 속을 알 수 없는 사람.


그래도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알아냈다.


몇 가지 신경 쓰이는 단어가 있긴 했지만.


나는 나가기 전에 상태창을 확인해보았다.


【퀘스트 진행 불가.】

【관리자에게 문의하세요.】


"아. 맞다. 관리자에게 문의하라고 했었지. 깜박할 뻔했네. 그리고 물어볼 게 하나 더 생겼어."


뒤를 돌아 K에게 돌아갔다.


K는 마치 내가 돌아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미소 지으며 반겨주었다.


"또 오셨군요? 잊으신 거라도?"

"그게. 퀘스트 진행 불가라고 뜨는데요. 관리자에게 문의하라고 하네요."

"퀘스트를 계속하실 생각이신가요?"


K가 확인하려고 했던 대답이 이거였구나!


그나저나 난 어떤 아이였지?


게임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던 아이였어.


왜냐고?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볼 때까지 했으니까.


그래서 아예 시작하지 않으려고 했던 아이.


그런데 이번에는 벌써 시작을 해버렸네. 그럼 이번에도 끝은 봐야지.


그게 나니까.


"퀘스트 계속할게요. 끝은 봐야죠."

"그러실래요? 그럼 다시 한번 퀘스트 창을 확인해보시죠?"


나는 상태창을 확인해보았다.


【편지 쓰고 레벨 업.】


"돌아왔어요. 다시 퀘스트를 할 수 있어요."

"잘 되었네요. 그럼 저도 진짜로 가보겠습니다."

"한 가지 더 물어볼 게 있어요."


이번 질문은 예상치 못한 듯 K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뭐죠?"

"퀘스트의 수준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요."

"수준?"

"네. 그러니까 제 퀘스트가 조금 이상한 것 같아서요."


제발.


퀘스트를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제가 알기로는 각자의 수준에 맞는 퀘스트가 나온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아마 레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감당하기 힘든 퀘스트들로 가득할 겁니다."


괜히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때 가서 퀘스트를 포기해도 될까요?"

"네. 당연하죠. 그런데 쉽지는 않으실 겁니다."

"네? 왜요?"

"이미 시작하셨으니까요. 끝을 본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하. 씨발. 아까 괜히 멋있는 척해 가지고. 빼도 밖도 못 하게 생겼네.


"네. 맞아요. 열심히 해볼게요."

"알겠습니다. 가보죠."

"정말 마지막이에요. 찬은씨랑 마름씨한테 오늘 만난 이야기 해도 될까요?"

"전 상관없습니다. 편하신 대로 하시죠."


이제는 정말 헤어지나 싶었는데 K가 나를 불렀다.


"운망씨. 아까 왜 저희냐고 질문하셨죠?"

"네? 맞아요. 왜 저희가 선택받았는지 물어봤었어요."

"저희가 아니라 우리들입니다."

"네? 그럼 설마 K씨도 퀘스트를 깨고 계시는 건가요?'


K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제 퀘스트는 잠시만요. 이번에는....."

"이번에는?"


우산, 양산, 감자, 콩밥, 이발, 영화, 매미, 김밥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그래서 K. 너의 수준은?


"쉽네요. 불어 하고 레벨 업. 현지인하고 대화만 하면 되겠어요."

"네?"

"저번보다는 쉬운 건데요. 저번에는 아랍어로 현지인하고 대화를 해야 했던 퀘스트라서요. 어려웠죠"

"전 엄마가 콩나물 사오라고 시켜서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하. 씨발. 수준 차이.


집으로 가는 동안 눈에 눈물이 고였다.


퀘스트가 수준에 맞게 생성된다고 했었지?


그럼 난 도대체 얼마나 수준이 떨어지는 거지. 이건 마치 수능을 보는 수험생과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한 학생의 차이와 비슷해.


"강해지자.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어. 나중에 협동퀘스트라도 받는 날이면 완전 창피를 당할 게 뻔해."


집으로 가기 전에 문방구에 들려서 편지지와 봉투를 구입했다.


"방법은 두 가지야. 레벨 업을 먼저 해서 K보다 빨리 만렙이 되거나 이제 평생 만나지를 않거나."


난 K에 채팅이 온 줄도 모르고 씩씩거리며 집으로 향했다.


【K : 이제 곧 있으면 레벨이 20이시네요. 크게 다치지 않게 조심하십시요. 저에게는 당신들이 필요하니까요.】


집에 도착하자마자 채팅창을 확인했다.


"뭐야? 아까 분명 채팅이 온 것 같았는데. 아무것도 안 왔잖아. 기분 탓이었나보다."


그나저나 이왕 이렇게 된 거.


끝까지 해보자 레벨 업.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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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화 학점 보고 레벨 업. 22.08.08 56 1 12쪽
19 18화 보스 잡고 레벨 업. 22.08.05 59 2 12쪽
18 17화 파리 잡고 레벨 업. 22.08.04 66 2 11쪽
17 16화 편지 쓰고 레벨 업. 22.08.03 74 3 12쪽
» 15화 퀘스트 진행 불가. 22.08.02 80 3 11쪽
15 14화 덧셈 하고 레벨 업. 22.08.01 88 3 12쪽
14 13화 김밥 먹고 레벨 업. 22.07.31 98 3 12쪽
13 12화 김밥 싸고 레벨 업. 22.07.30 112 3 13쪽
12 11화 매미 잡고 레벨 업. 22.07.29 132 3 12쪽
11 10화 영화 보고 레벨 업. 22.07.28 144 3 12쪽
10 9화 눈물 참고 레벨 업. 22.07.27 164 4 12쪽
9 8화 콩밥 먹고 레벨 업. +1 22.07.26 185 5 12쪽
8 7화 이발 하고 레벨 업. 22.07.25 199 5 12쪽
7 6화 웃다 보면 레벨 업. +1 22.07.24 232 5 12쪽
6 5화 스킬 쓰고 레벨 업. 22.07.22 267 6 11쪽
5 4화 협동 퀘스트 시작. 22.07.21 330 6 12쪽
4 3화 감자 깎고 레벨 업. 22.07.20 386 8 12쪽
3 2화 우산 쓰고 레벨 업. 22.07.20 475 9 12쪽
2 1화 손톱 깎고 레벨 업. +1 22.07.20 653 10 11쪽
1 프롤로그 22.07.19 629 1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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