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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고고 님의 서재입니다.

그만하자. 레벨 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순딘이
작품등록일 :
2022.07.19 00:27
최근연재일 :
2022.08.08 14:04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414
추천수 :
103
글자수 :
101,287

작성
22.07.20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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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2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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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화 손톱 깎고 레벨 업.

DUMMY

내 이름은 대운망.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운이 정말 없다.

얼마나 운이 없는지 궁금하다면 이 글을 꼭 천천히 읽어 보시길.


무튼 이걸로 내 소개는 끝.


이제부터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며칠 전부터 내 눈앞에만 아른거리는 퀘스트 선택창에 대한 이야기.


【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눈앞에 아른거리는 퀘스트 선택창.


이 때문에 안과는 물론 안경점까지 가서 새로운 안경을 맞추었지만 퀘스트 선택창은 사라질 기미가 없었다.


원인은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바로 게임.


대학교에 들어와서 게임을 많이 하다 보니 생긴 직업병이라고 해야 할까.

거기다 요즘은 웹툰에 웹소설까지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접하니까.

가상 세계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니 며칠이 지나면 퀘스트 선택창이 눈앞에서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일주일이 지나도록 퀘스트 선택창이 내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하. 이거 진짜 뭐지? 슬슬 짜증 나네."


【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여기서 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일까?


【아니오】를 누르는 것. 당연히 나도 그 방법을 시도해 보았다.


【아니오】


톡.


【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예상과 달리 퀘스트 선택창은 또다시 생겨났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정해져 있었다.


바로 【예】를 누르는 것.


하지만 쉽게 누를 수가 없었다.


누르면 정말 내가 가상 세계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함을 인정하는 것 같아서.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무시하면서 잘 지내기로 했다.


여러 가지 생각에 지쳐 침대에 누웠을 때 전화벨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야. 운망아. 나 민호야. 빨리 와. 신입생 환영회에 너만 안 왔어."


귀찮은 전화. 받지 말걸.


"미안해. 오늘은 내가 사정이 있어서 못 갈 것 같은데."

"안돼. 너 안 오면 우리 다 혼날지도 몰라. 그러니까 빨리 와. 알겠지?"


뚜.뚜.뚜.뚜.


아직 말을 하지 않은 게 있는데 나는 정말 소심한 성격이다. 그래서 친구를 만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싫어한다는 표현이 더 맞을 수도.


민호는 그런 나의 소심한 성격을 관통한 대학교 생활의 유일한 친구였다.


민호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아. 귀찮네. 얼굴만 비치고 와야겠다."


옷을 챙겨입고 지갑을 챙긴 후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


버스정류장이 눈 앞에 보이기 시작할 때.


우르르 쾅쾅.


쏴아아아아.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 그러니까 가기 싫다고 했던 건데. 갑자기 비가 오냐?"


우산이 없었기에 뛰어서 정류장으로 향했지만 이미 옷은 다 젖어 있었다.


"그냥 가야지. 지금 집에 돌아가면 분명 늦을 거야."


때마침 저 앞에서 기다리던 버스가 달려오고 있었다.


"음. 이건 괜찮네. 오랜만에 운이 좋네."


안타깝게도 나에게는 어떠한 운도 없었다.


분명 잘 챙겼다고 생각한 지갑이 주머니 속에 없었으니까.


"하아. 그럴 줄 알았다. 웬일로 운이 좋나 했네."


결국 나는 미친 듯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띠.띠.띠.띠.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다 누르자 마자 미친 듯이 쏟아지던 비가 멈추었다.


"흠. 그럴 수 있어. 매번 그랬으니까. 우선 씻고 집에서 쉬어야겠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지갑은 침대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털썩.


씻고 나와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눈에 아른거리는 퀘스트 선택창.


【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선택을 하기 전까지는 없어지지 않겠다는 거구나. 알겠어. 그럼 내가 그 퀘스트를 받아 줄게."


나는 【예】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톡.


그러자 퀘스트 선택창이 변했다.


【손톱 깎고 레벨 업.】


"손톱 깎고 레벨 업이라. 환장하겠구만. 왜 하필 손톱이야? 웹툰이나 웹소설 보면 멋있는 거 많잖아. 근데 왜 나만 손톱이냐고."


아무리 외쳐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제는 상태창을 없앨 수도 없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에 있던 손톱 깎기를 집어 들었다.


"레벨 업 해줄 테니까 제발 내 눈앞에서 사라져라."


말은 모질게 했지만 내심 기대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레벨 업이라는 소리에 떨리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어떤 사람들은 이런 착각을 한다.


내가 나이가 드는 만큼 레벨 업이 되는 것 아니냐고?


당연히 아니지. 나이와 레벨업은 전혀 상관없다.


레벨 업은 내가 강해짐을 보여주는 지표이고 나이가 드는 것은 내가 지혜로워짐을 보여주는 지표니까.


"이제 할 거야. 보고 있지?"


괜히 허공에 소리를 질러보았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손톱 깎기를 들은 후 왼쪽 엄지손가락의 손톱을 깎기 위한 준비를 했다.


"괜히 떨리네. 그냥 발톱부터 깎아야겠다."


손톱 깎기의 행선지는 순식간에 왼쪽 손가락에서 왼쪽 발가락으로 변했다.


또각. 또각.


발톱이 깎인 후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손톱 깎고 레벨 업.】


"역시 변한 게 없네. 손톱을 깎아야 레벨 업이 되는 구나."


오른쪽 발가락의 발톱도 다 깎은 후 심호흡을 했다.


"후. 이제 본 게임 시작이다."


오른손으로 손톱 깎기를 들었다.


그리고 왼쪽 엄지손가락의 손톱을 깎기 시작했다.


딱각. 딱각.


다 자른 후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손톱 깎고 레벨 업.】


"뭐야? 왜 안 변하는 거지? 다 깎아야 변하는 건가?"


결국 왼손과 오른손의 손톱을 다 깎은 후 상태창을 다시 확인해 보았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뭐야? 이게 다야?"


곧이어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행운 +1】


행운이라. 내가 운이 없긴 하지. 그러면 좋다고 해야 하나? 잘 모르겠다.


"아무튼 끝났어. 그러니까 이제 제발 내 눈앞에서 사라져라. 제발 부탁이다."


하지만 내 희망과는 달리 새로운 퀘스트 선택창이 생겼다.


【히든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뭐야? 이번에는 히든퀘스트라고? 이건 못 참지."


나는 망설임 없이 【예】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톡.


그리고 히든퀘스트가 열렸다.


【발톱 깎고 레벨 업.】


"아. 씨발. 이제 안 한다. 레벨 업."


***


일주일이 지났다.


일주일 전에는 흥분했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왜냐하면 발톱을 다 깎은 후에 히든퀘스트로 발톱 깎기가 나왔으니까.


하지만 천천히 생각해보았다.

아무리 레벨 업을 하기 싫다고 하더라도 히든 퀘스트는 깨야 하는 것이 아닐까?


왜냐하면 히든이니까.


그 전에 일주일 동안 알아낸 것들에 대해서 우선 알려주려고 한다.


첫째. 퀘스트는 무슨 짓을 해도 바꾸지 못한다.

눈앞에 주어진 퀘스트를 깨야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


둘째. 내가 미처 몰랐던 도움말을 오른쪽 시야의 구석에서 발견했다.

별다른 것 없었고 내 레벨이 얼마나 오를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LV. 1 / 200】


200이 내가 올릴 수 있는 레벨의 최대치였다.


마지막. 내가 레벨을 다 올렸을 때의 보상에 관한 항목도 도움말에서 찾을 수 있었다.


【최대 레벨 달성 시 소원을 이루어드립니다.】


여기까지는 좋았지. 하지만 다음 문구를 보면 뭔가 이상함이 느껴졌다.


【예를 들어 이세계 방문.】


음.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 예를 이세계로 들다니?


사람들에게 소원이 무엇인지 물어보았을 때 이세계를 보내달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 궁금했다.


당연히 나도 그런 소원은 빌지 않겠지만 예시를 보면 꼭 이세계에 가는 소원을 빌어야 할 것만 같아서 불편했다.


무튼 이게 일주일 동안 알아낸 것들이다. 생각을 정리하니 더 복잡해져 우선은 히든 퀘스트를 깨기로 했다.


책상에 있던 발톱깎기를 들었다.


여기서 잠깐.


손톱 깎기와 발톱 깎기를 같이 쓰지 않는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을 터.


내가 일부러 나누어 사용하는 이유는 트집을 잡히지 않기 위해서다.


괜히 손톱 깎기를 사용했다가 퀘스트가 안 깨질 수도 있으니까.


심호흡을 하고 발톱을 깎으려고 하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운망아. 오늘은 진짜 와야 해."

"어딜?"

"우리 동아리 들었잖아. 동아리 신입생 환영회야."

"내가 동아리를 들었다고?"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너한테 전에 말했는데 네가 그냥 마음대로 하라며."


아! 하도 귀찮게 하길래 마음대로 하라고 했었는데. 그게 동아리 가입인지는 정말 몰랐다.


"무슨 동아리인데?"

"레벨 업 동아리라고 했잖아."

"레벨 업이라고? 왜 하필 레벨 업이야?"

"자꾸 오기 싫어서 모르는 척하지 말고 빨리 와. 알았지. 나 끊는다."


뚜. 뚜. 뚜. 뚜.


발톱을 바라보았다.


"동아리 모임에 다녀와서 깎아줄게. 그게 좋을 것 같아."


이번에는 확실히 지갑을 챙기고 우산까지도 혹시 몰라 챙겼다.


비가 오지는 않았지만 언제든지 내릴 수 있었기에.


"오늘은 갈 수 있을 거야. 정신 차리고 확인만 하면 돼. 지갑. 그리고 버스카드."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쯤 저 앞에서 다가오는 버스가 보였다.


"레벨 업을 해서 행운이 올라간 효과가 있나 보네."


웃으며 버스를 타고 민호와의 약속 장소로 갔다.


얼마나 갔을까?


불길한 예감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분명히 이 방향이 아닌 것 같은데."


버스 노선표를 확인해 보았다.


"하하하. 그럼 그렇지. 나는 대운망이었어. 버스를 잘못 탔어."


버스에 타 있는 사람들이 웃는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았지만 상관없었다.


"레벨 업은 개뿔. 있는 행운도 없어질 판에. 하하하."


실성한 사람처럼 웃다가 결국 처음 보는 정류장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민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운망아. 왜 안 와?"

"미안. 오늘은 못 갈 것 같아."

"그러니까 왜? 올 것 처럼 말하더니."

"아파. 많이."

"아프다고? 알겠어. 내가 잘 말해놓을게."


거짓말을 해서 미안한 감정이 조금은 생겼지만 다리가 아픈 것도 사실이니 히든퀘스트를 깨는 데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침대에서 상태창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발톱 깎고 레벨 업.】


그리고 발톱 깎기도 꼼꼼히 확인했다.


"이제 정말 퀘스트를 깨는 거야."


오른손으로 발톱 깎기를 잡은 후 왼쪽 엄지 발가락의 발톱부터 자르기 시작했다 .


딸각 딸각.


그리고 바로 상태창 확인.


【발톱 깎고 레벨 업.】


역시 손톱 때와 마찬가지로 다 깎아야 하나 보네.


그래서 빠르지만 섬세하고 양쪽 발가락의 발톱을 깎았다.


그러자 상태창이 달라졌다.


【히든퀘스트를 깨셨습니다.】


역시 히든퀘스트는 무엇인가 달랐다.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상태창이 변하기를 기다렸다.


【행운 +1】


"하. 씨발. 뭐야? 아니야. 이제 욕은 그만하자. 다른 게 더 있을 거야."


【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하지만 새로운 퀘스트 선택창만이 뜰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눌러나 보기로 했다.


【예】


톡.


【우산 쓰고 레벨 업.】


나는 바로 기상예보를 찾아보았다.


"그러니까 근래에는 절대 비 소식이 없구나. 하하하."


왠지 모르게 이 상황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순식간에 웃음이 사라지고 얼굴은 굳어졌다.


"그만하자. 레벨 업. 개 같은 거."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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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화 학점 보고 레벨 업. 22.08.08 55 1 12쪽
19 18화 보스 잡고 레벨 업. 22.08.05 58 2 12쪽
18 17화 파리 잡고 레벨 업. 22.08.04 65 2 11쪽
17 16화 편지 쓰고 레벨 업. 22.08.03 73 3 12쪽
16 15화 퀘스트 진행 불가. 22.08.02 79 3 11쪽
15 14화 덧셈 하고 레벨 업. 22.08.01 87 3 12쪽
14 13화 김밥 먹고 레벨 업. 22.07.31 97 3 12쪽
13 12화 김밥 싸고 레벨 업. 22.07.30 112 3 13쪽
12 11화 매미 잡고 레벨 업. 22.07.29 131 3 12쪽
11 10화 영화 보고 레벨 업. 22.07.28 143 3 12쪽
10 9화 눈물 참고 레벨 업. 22.07.27 164 4 12쪽
9 8화 콩밥 먹고 레벨 업. +1 22.07.26 184 5 12쪽
8 7화 이발 하고 레벨 업. 22.07.25 198 5 12쪽
7 6화 웃다 보면 레벨 업. +1 22.07.24 231 5 12쪽
6 5화 스킬 쓰고 레벨 업. 22.07.22 265 6 11쪽
5 4화 협동 퀘스트 시작. 22.07.21 329 6 12쪽
4 3화 감자 깎고 레벨 업. 22.07.20 386 8 12쪽
3 2화 우산 쓰고 레벨 업. 22.07.20 473 9 12쪽
» 1화 손톱 깎고 레벨 업. +1 22.07.20 653 10 11쪽
1 프롤로그 22.07.19 627 1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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