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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고고 님의 서재입니다.

그만하자. 레벨 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순딘이
작품등록일 :
2022.07.19 00:27
최근연재일 :
2022.08.08 14:04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427
추천수 :
103
글자수 :
101,287

작성
22.08.0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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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9화 학점 보고 레벨 업.

DUMMY

사람들은 세상이 복잡하게 이루어져 있다고 하지만 사실은 아니다.


아주 작은 숫자들로 인생을 평가할 수 있으니까.


예를 들어 나의 학점.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학점 보고 레벨 업.】


"하아. 한숨만 나오네. 나올때가 되긴 했었는데. 나도 모르게 무시하고 있었어."


학점을 확인하는 건 무섭지 않다.


무서운 건 바로 히든퀘스트였으니까.


"학점 보고 레벨 업하면 다음은 뻔하지 않나? 부모님께 말해야 할 수도 있어. 아니. 무조건 부모님께 말해야 할 거야."


거기다 이번에 1등을 한 운다까지 버티고 있으니 정말 위기가 아닐 수 없었다.


지나간 시간을 평가받기 위해 나는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학교 홈페이지로 들어가 학점을 확인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내가 들은 과목은 총 7개.


모두 3학점이었기에 합치면 총 21학점.


그중에 내가 가장 자신 있는 과목은..... 없다.


"학점만 보면 레벨 업이 되는 거야. 그러니까 우선은 확인해보자."


홈페이지에서 학번과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학번 역시 숫자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숫자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그러고 보니 레벨 업도 숫자잖아."


나는 이미 숫자라는 감옥에 갇혔다.


이제는 도망칠 수 없었다.


제발... 제발... 제발....


학점을 확인하려 순간.


지~~~~~잉.


"뭐야.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누가 전화를 거는 거야?"


휴대폰에는 이유리라고 적혀있었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운망. 나 유리인데."

"어. 알고 있어. 왜?"

"학점 확인해 봤어?"


왜 갑자기 학점에 관해서 물어보는 거지?


불안하다.


"아직. 넌 확인해봤어?"

"어. 당연하지. 그냥 너 확인했나 궁금해서 전화해봤어."

"그러니까 왜?"

"너 1등이잖아. 몰랐어?"


뭐라고? 내가 1등이라고? 무슨 개소리야?


두근두근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벌써 등수가 나왔을 수가 있나? 유리는 그래도 학교에서 임원을 담당하고 있으니까 미리 알 수도 있어. 그럼 정말로 내가 1등이라는 말이야?


"정말 내가 1등이야? 나 그렇게 잘 본 것 같지는 않은데."

"아니야. 잘 생각해봐. 너 나름 열심히 했잖아."

"맞아. 과제도 늦지 않게 다 냈고. 시험공부도 열심히 했어."

"그러니까 우리 과 1등이 너라니까.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왜 이렇게 불안하지?

유리의 웃음소리를 듣자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거짓말 하지 마."

"아니야. 진짜라니까 빨리 확인해봐. 그럼 끊는다."


뚝.


전화가 끊기자 혹시 모를 기대감들이 가슴 한구석에서 피어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퀘스트를 깨면서 행운이 올랐다. 이 정도 행운이면 1등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그런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나잖아. 성적이 꼴찌인 학생이 시험지 채점 오류 때문에 1등을 하기도 하고 특이한 답변으로 최고 점수를 얻기도 하니까.


용기가 생겼다.


학점을 확인했다.


첫 번째 과목은 B였다. 무난했다.

두 번째 과목도 B였다. B가 두 개나 있는데 1등을 할수 가 있나?

세 번째 과목도 B였다. 이제야 깨닫기 시작했다.

네 번째 과목도 B였다. 난 유리에게 속았다.

모든 과목이 B였다. 총 평점 평균은 3.0이었다.


"역시 1등은 아니었네. 그래도 잘 봤네. 나름. 다음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


나는 상태창을 확인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행운 +1】

【LV. 24 / 200】


레벨 업이 되었다. 그나저나 올 B라니?


비,비,비,비,비 비라고? 맞다. 나 스킬도 레벨 업 했었는데.


이번에는 스킬창을 확인해보았다.


【shower control.】


흠. 컨트롤이라고 하면 소나기 내릴 시간을 내가 정할 수 있다는 건가?


스킬창에는 새로운 시스템이 생겨났다.


시간을 직접 입력할 수 있었다.


"지금이 몇 시지? 오후 1시 3분이니까. 오후 1시 10분으로 해보자."


【2022년 8월 8일 오후 1시 10분】

【shower control이 예약되었습니다.】


정말 소나기가 내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날씨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은 어마어마한 능력이었고 지금까지 이런 말장난에 휘둘려 좌절을 더 많이 했었으니까.


그래도 사람이라는 게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더 기대하게 되는 법.


오후 1시 9분이 되자 나도 모르게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오후 1시 10분이 되었을 때.


톡.톡.톡.


창문 밖으로 빗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뭐야? 진짜 오잖아. 분명 인터넷으로는 오늘 비올 확률이 20%도 안된다고 했는데. 정말 나 때문에?"


스킬창을 바라보았다.


【shower control 해제까지 10분 남았습니다.】


"제한 시간이 10분이네. 소나기니까 그런가 보네. 그래도 이게 어디야? 그런데 이 스킬은 어디에다 쓸 수 있지?"


그랬다. 아무리 날씨를 조정하는 비현실적인 스킬이었음에도 사용을 할 만한 상황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도 일기예보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만족했다.


지~~~~잉


스킬을 확인하자마자 걸려 오는 전화.


이번에도 유리였다.


"여보세요. 왜 자꾸 전화하는 거야?"

"뭐야? 왜 화를 내? 너 성적 확인해 봤어?"

"놀리려고 전화한 거면 그만 놀려라. 나 1등 아니니까."

"그래? 놀리려고 전화한 거 아니야. 내 친구들이 다 너 1등이라고 해서 축하해주려고 전화한 거야."


왜 날 1등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문득 대학교 1학기 생활이 떠올랐다.


그나마 대화를 나눈 동기는 유리와 민호. 다른 동기들하고는 전혀 대화하지 않았다. 그래서 얼핏 예상은 하고 있었다. 다른 동기들이 봤을 때는 신비주의의 동기일 거라고.


그냥 조용히 다니고 싶어서 친하게 지내지 않았던 동기들이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문이 났었구나.


"나 1등 아니야. 그리고 공부도 잘 하지도 못하고."

"알았어. 왜 화를 내냐? 미안하게. 내가 미안해."


갑작스럽게 사과를 하는 유리.

내가 너무 심했던 것 같아 미안했다.


"아니야. 그냥 평범하게 나왔어. 근데 넌 잘 나왔어?"


이 질문도 실례인가? 그래도 예의상 질문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어. 잘 나왔어. 나 1등이야. 하하하하하."

"아.... 근데 왜 나한테 1등이냐고 물어봤어?"

"그냥 자랑할 사람이 없어서. 하하하하하."


띠띠띠띠..


전화를 끊었다.


자랑하려고 전화한 거잖아. 씨발.


"괜히 유리한테 미안해했네. 아무튼 학점은 잘 나왔어. 그럼 다음은 진짜 위험한 히든 퀘스트다."


【히든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예】


톡.


제발 아빠랑 엄마한테 이야기만 하지 말게 해주세요.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하지만 나의 간절함은 이번에도 통하지 않았다.


【학점 말하고 레벨 업.】


"그럴 줄 알았어. 큰일 났네. 혼나겠다."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짓기 위해 연습을 했다.


하지만 전혀 불쌍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그냥 바로 말을 해야지.


주방에 있는 엄마를 찾아갔다.


"엄마. 할 말이 있어요."

"왜? 배고파? 기다려봐. 저녁 준비 금방 할게."

"그게 아니라. 학점 나왔어요."

"그래? 잘 나왔어?"


엄마의 얼굴은 기대에 차 있었다. 그 얼굴을 차마 계속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올 B에요. 죄송해요. 다음 학기에는 더 열심히 할게요."


엄마의 대답을 듣지 않고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상태창을 바라보니 퀘스트는 깨져있었지만 동시에 내 마음도 깨져있음을 발견했다.


【히든퀘스트를 깨셨습니다.】

【행운 +1】


그리고 나타난 퀘스트 선택창.


【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이번에는 【예】를 누르지 않았다.


【아니오】


톡.


사라지지 않는 상태창. 그래도 더 이상 퀘스트를 받을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다음에도 이런 퀘스트가 나오면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을 것 같아. 그만하자. 레벨 업."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쾅.쾅.쾅.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저녁이었다.


방문 밖에서는 다운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다운망. 빨리 나와라. 밥 먹으래. 빨리 나오라고."

"안 먹어. 오늘은 속이 안 좋아."

"빨리 나와라. 아빠랑 엄마랑 다 기다리고 있으니까."


아빠와 엄마를 볼 자신이 없는데. 나가지 않으면 다운다가 계속해서 괴롭힐 거야. 안 먹는다고 말을 하고 오자.


주방으로 가자 아빠와 엄마가 밥을 먹기 위해 식탁에 앉아 계셨다.


"엄마. 오늘은 안 먹을게요. 속이 안 좋아요."


치~~~~~익.


엄마는 내 모습을 보자마자 삼겹살을 굽기 시작했다.


그리고 들리는 아빠의 목소리.


"왜? 속이 안 좋아? 빨리 와서 앉아. 네가 좋아하는 삼겹살도 사 왔는데. 그리고 오늘은 콩밥도 아니네. 우리 아들."

"네?"


삼겹살이라고 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삼겹살. 그래도 약해지지 말자. 다운망. 넌 지금 삼겹살을 먹을 자격이 없어.


이번에는 다운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시선은 삼겹살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야.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빨리 와서 앉아라. 너 성적 나왔다며. 그것 때문에 그래?"


맞아. 성적때문이야. 넌 1등이라서 모르겠지만 나도 열심히 했다고.


"이상한 소리하지 마. 진짜 속이 안 좋아서 그러니까."

"엄마. 운망이 안 먹는대. 그냥 우리끼리 먹자."


엄마는 고기를 구우며 나를 바라보았다.


"빨리 와서 먹어. 성적 잘 나올 때도 있고 안 나올 때도 있고 그런 거지. 빨리 앉아서 고기나 먹어. 다운다도 그만 놀리고. 오빠는 2학기 때부터 더 열심히 한대."

"내가 언제 뭐라고 했다고 그래? 운망이 오빠. 빨리 와서 저녁 같이 먹어요. 좋은 말 할 때."


나는 어쩔 수 없이 식탁에 앉았다.


평소라면 아무 말 없이 저녁을 드시던 아빠도 오늘만큼은 달랐다.


"아빠는 운망이랑 운다랑 아주 자랑스러워. 아빠는 대학교도 못 나왔어. 공부를 하도 못 해서. 그러니까 성적에 너무 연연하지마. 잘하면 좋고 잘하지 못해도 좋고."


그렇게 저녁 식사는 시작되었다.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아빠와 운다는 계속해서 말했다.


"아빠. 그런데 우리 휴가 안가?"

"가야지. 어디 가고 싶은데 있어? 운다랑 운망이?"

"몰라. 그냥 계곡이나 갈까? 아니면 할머니 집에 가자? 어때 다운망?"


저녁 식사가 끝나고 방에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말이다. 내가 레벨 업을 하지 않았다면 성적을 아빠와 엄마에게 말을 했을까?


안 했겠지. 그리고 더 열심히 하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을 테고.


"그래. 뭐든지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으니까. 모든지 열심히 해보는 거야."


나는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예】


톡.


【시골 가고 레벨 업.】


나는 퀘스트를 보고 바로 거실로 나갔다.


"아빠. 우리 할아버지 집으로 휴가가요."

"그래. 알겠어. 그럼 이번에는 할아버지 보러 가자."


다운다는 나를 바라보았다.


"이제야 기운 차렸나 보네. 그런데 운망아?"

"어?"

"내일 비 좀 오게 해주라."

"뭐라고?"


운다가 내 스킬에 대해서 어떻게 알지? 정말 퀘스트를 깨고 있는 거야?


당황한 나머지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때 운다는 웃으면서 말했다.


"너 이번 성적 올 비라며. 그러니까 하늘에서도 비 좀 내리게 해봐. 올 비야."


하. 씨발. 그럴 줄 알았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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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하자. 레벨 업.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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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화 학점 보고 레벨 업. 22.08.08 56 1 12쪽
19 18화 보스 잡고 레벨 업. 22.08.05 59 2 12쪽
18 17화 파리 잡고 레벨 업. 22.08.04 65 2 11쪽
17 16화 편지 쓰고 레벨 업. 22.08.03 73 3 12쪽
16 15화 퀘스트 진행 불가. 22.08.02 79 3 11쪽
15 14화 덧셈 하고 레벨 업. 22.08.01 87 3 12쪽
14 13화 김밥 먹고 레벨 업. 22.07.31 98 3 12쪽
13 12화 김밥 싸고 레벨 업. 22.07.30 112 3 13쪽
12 11화 매미 잡고 레벨 업. 22.07.29 131 3 12쪽
11 10화 영화 보고 레벨 업. 22.07.28 144 3 12쪽
10 9화 눈물 참고 레벨 업. 22.07.27 164 4 12쪽
9 8화 콩밥 먹고 레벨 업. +1 22.07.26 185 5 12쪽
8 7화 이발 하고 레벨 업. 22.07.25 199 5 12쪽
7 6화 웃다 보면 레벨 업. +1 22.07.24 232 5 12쪽
6 5화 스킬 쓰고 레벨 업. 22.07.22 267 6 11쪽
5 4화 협동 퀘스트 시작. 22.07.21 330 6 12쪽
4 3화 감자 깎고 레벨 업. 22.07.20 386 8 12쪽
3 2화 우산 쓰고 레벨 업. 22.07.20 475 9 12쪽
2 1화 손톱 깎고 레벨 업. +1 22.07.20 653 10 11쪽
1 프롤로그 22.07.19 628 1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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