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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고고 님의 서재입니다.

그만하자. 레벨 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순딘이
작품등록일 :
2022.07.19 00:27
최근연재일 :
2022.08.08 14:04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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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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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글자수 :
101,287

작성
22.07.20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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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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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화 감자 깎고 레벨 업.

DUMMY

사람의 운명이란 참 신기하다.


분명 이제는 레벨 업을 하지 않기로 했는데.


왜 하필 엄마는 이때 그 많은 감자를 가지고 나타났을까?


"운망아. 빨리 나와서 이것 좀 받아봐."

"뭔데요?"


엄마가 가지고 온 상자들이 보였다.


"뭐긴 감자지. 보고 있지 말고 빨리 옮겨봐."


감자라니.


눈앞에 아른거리는 상태창이 보였다.


【감자 깎고 레벨 업.】


"하. 정말 힘들다."

"뭐라는겨? 엄마는 이거 들고 오느라 더 힘들었어. 이거 다 엄마가 먹냐? 너 먹일려고 가져왔더니. 이래서 아들놈 키워봤자 소용없다니까."

"엄마한테 그런 거 아니에요."


상자 안에는 감자들로 가득했다.


이것도 행운이 올라가서 그런 건가?


때마침 등장한 감자는 마치 나에게 레벨 업을 하라고 이야기하는 듯 했다.


절레절레.


아니야. 언제까지 속을 거야?


감자의 유혹을 뿌리치고 상자를 베란다로 옮겼다.


"뭐 할 거 있어?"

"왜요?"

"감자나 깎는 거 도와줘."


하아. 여기서 싫다고 한다면 난 키워봤자 소용없는 아들놈이 될 테지.


그렇다고 감자를 깎으면 레벨 업을 하게 될 거야.


결국 나는 키워봤자 소용없는 아들놈은 되지 않기로 했다.


"알겠어요."

"그럼 감자 좀 씻고 몇 개만 우선 깎아봐. 저녁에 감자조림이나 해 먹게."

"네."


쏴아아아아.


싱크대에서 감자를 씻자 환청이 들리는 듯했다.


하하하하하.


유리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그런 수모를 겪고도 나는 또 레벨 업을 선택했단 말인가?


그래. 용사라고 생각하자.


나는 용사인 거야. 이세계에서 마왕을 무찌를 수 있는 유일한 용사. 그리고 이 레벨 업 과정은 시련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감자를 씻은 후 엄마를 향해 비장하게 다가갔다.


"어머니. 감자 칼을 주십쇼."

"이게 뭘 잘못 먹었나? 너 뭐 잘못했어?"

"아닙니다. 감자 칼을 주세요."

"너는 손이 없냐 발이 없냐? 주방에서 네가 찾아서 깎으면 되잖아."


조용히 주방으로 가서 감자 칼을 가지고 돌아왔다.


준비는 끝났다.


문득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얼마나 깎아야 할까?


분명 한 개는 아닐 텐데. 그렇다면 10개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까?


만약에 그 이상이라면? 엄마가 그 많은 감자를 깎게 놔둘지 걱정스러웠다.


"깎을게요. 엄마."

"어. 다치지 말고. 한 열 개만 우선 깎아."

"네."


깨끗하게 씻은 감자를 하나 들어 올렸다.


슥.슥.슥.


감자의 껍질이 벗겨짐과 동시에 상태창을 유심히 관찰했다.


하나.


【감자 깎고 레벨 업.】


역시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에게는 9개의 감자가 남아있기에 아직은 불안하지는 않았다.


둘. 셋. 넷. 다섯.


【감자 깎고 레벨 업.】


이제는 슬슬 불안함이 밀려왔다.


여섯. 일곱. 여덟. 아홉. 그리고 마지막 열.


제발 이 이상은 무리야.


【감자 깎고 레벨 업.】


"하. 개 같다."


엄마의 성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방금 뭐라고 했어? 욕했지?"

"아니에요."

"하기 싫으면 하지 마."


하기 싫은 것이 아니라 더 깎아야 할 판인데.


"엄마. 10개만 더 깎을 게요."


예상대로 엄마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뭐 하러 많이 깎아? 그만 깎아. 먹을 때마다 깎으면 돼."

"감자 좀 내일 학교에 가져가게요."

"왜 가져가?"

"요새 물가도 비싸서 도시락 싸가서 먹으려구요."


아무리 물가가 비싸졌다고 하지만 감자를 도시락으로 싸간다는 생각이 너무 어설퍼 허락해주실지 걱정이 되었다.


"알았어. 그래도 기특은 하네. 10개 가져가서 더 깎아."


통했어.


그렇게 얻게 된 10번의 기회. 이제 레벨 업을 하지 못한다면 포기하기로 했다.


슥.슥.슥.


마지막 열 번째 감자를 깎고 잠시 호흡을 다듬었다.


후~~~~.


그리고 바라본 상태 창.


【레벨 업 하셨습니다.】


"예스. 좋아. 해냈어."


그리고 나타난 상태 창.


【행운 +1】


"역시 행운이었구나."


주방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했어?"

"네."

"그럼 가져와. 감자 좀 쪄줄게. 내일 가져가."

"아..... 네."


감자를 엄마에게 가져다드리고 잠시 방으로 몸을 피했다.


"20개였구나.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어. 감자는 내일 가져가지 않는다고 말을 해야겠다. 점심 약속이 생겼다고 하면 돼지."


털썩.


침대에 누워 레벨을 확인해보았다.


【LV. 3 / 200】


"아직도 멀었네. 언제 만렙을 찍냐? 이렇게 하다가는 평생을 해도 못 찍겠다."


히든퀘스트도 레벨을 올려주면 좋을 텐데.


이 말과 동시에 히든퀘스트 선택창이 나타났다.


【히든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어쩌지? 대충 예상을 해보자."


손톱과 발톱. 우산과 양산. 그럼 이번에는.


혹시 고구마나 양파?


고구마 깎고 레벨 업? 양파 깎고 레벨 업?


둘 다 나쁘지는 않아 보였다. 적어도 집에서 할 수 있는 퀘스트니까.


【예】


톡.


그래도 만약에 한다면 고구마가 좋을 것 같았다. 양파는 눈이 너무 매워 고통스러울 것 같았으니까.


두근두근.


【감자 먹고 레벨 업.】


"하하하하하. 감자 먹고 레벨 업이래. 이건 정말 예상치 못했는데. 씨.."


엄마가 없었다면 나의 욕은 온 집안에 울려 퍼졌을 것이다.


"먹자. 어차피 먹기로 했으니까. 그런데 몇 개나 먹어야 할까?"


내가 깎은 감자가 20개니까 최소 20개는 먹어야 될 것 같았다.


최대한 빨리 퀘스트를 깨기 위해 계산해 보았다.


우선 한 끼에 4개씩. 그럼 5번이나 감자만 먹어야 하는데.


차라리 5개씩 먹자. 최대한 빨리 먹는 게 나한테도 좋으니까.


오늘 저녁부터 시작하면 내일 저녁이면 퀘스트를 깰 수 있었다.


방문을 박차고 나갔다.


"엄마."

"아이구. 깜짝이야. 귀청 나가겠어. 집에서 소리를 왜 질러?"

"저 오늘 저녁부터 감자 먹을 거예요."

"먹어. 그러라고 아까 감자 깎은 거 아니야?"

"아니. 제가 아까 깎아 놓은 감자 다 제가 먹을 거라구요. 20개 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나는 감자 다섯 개를 먹었다.


우걱우걱.


물 따위는 필요 없어. 레벨 업을 할 거야. 꼭 강해질 거라고.


그런데 감자를 먹으면 원래 이렇게 눈물이 났나?


우걱우걱.


감자를 먹은 후 나도 모르게 침대에 쓰러지고 말았다.


***


아침부터 일어나 먹은 감자 다섯 개 때문에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학교 다녀올게요."

"도시락은 챙겼어?"

"네."

"무슨 일이길래 어제 밤부터 감자만 처먹는겨? 도대체. 내 뱃속에서 나왔지만 참 속을 모르겠다."


나도 내 속을 잘 모르겠다.


이런 무모한 짓을 하면서까지 퀘스트를 깨려는 이유를.


학교에 가기 전 상태창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았다.


【감자 먹고 레벨업.】


하. 아직도 그대로네. 어쩔 수 없이 도시락을 가지고 학교로 출발했다.


학교에 도착했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운망아."


아니야. 이건 환청이야. 무시해.


"야. 대운망. 자꾸 무시하면 더 크게 부른다."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렸다.


유리는 반갑게 손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었다.


"운망아. 너 왜 자꾸 도망가냐? 저번에 내가 우산하고 양산에다가 이름 짓는다고 소문내서 그러냐?"

"아니야. 그건 내가 이상했지."

"잘 아네. 그러니까 내가 오늘 점심 사줄게. 저번에 미안했으니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싫어."

"왜?"


어설픈 거짓말보다는 솔직함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도시락 싸 왔어."

"진짜? 너 도시락도 싸 가지고 다녀?"

"오늘만."

"얼마나 맛있는 걸 가져왔길래?"


이번에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감자라고 말을 하면 분명 놀릴 게 분명했으니까.


"그냥. 평범해."

"오. 그렇구나. 대답을 안 하는 거 보니까 진짜 맛있는 거 가지고 왔나 보네. 같이 먹어. 나도 좀 줘라."

"안돼."


이번만큼은 단호했다.


"치사하게. 조금만 줘."

"그러니까 오늘은 감자를 가지고 왔거든."

"감자라고? 하하하하하."


웃을 줄 알았다. 하지만 감자를 지키기 위해서는 솔직하게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 감자 좋아해."

"알아. 나도 더 맛있는 거 싸 온 줄 알았는데 감자라고 하니까 웃은 거야. 그런데 감자에는 이름 안 붙여? 하하하하하."


하아. 확실히 우산과 양산의 영향은 컸다.


"음식에는 이름 안 붙여."

"알겠어. 감자 몇 개나 가지고 왔는데?"

"5개."

"그럼 나 하나만 줘라. 나도 감자 좋아하거든."


유리는 정말 내가 감자를 좋아해서 가져온 줄 알았다.


남의 속도 모르고 유리를 보니 속이 뒤집어졌다.


"내가 다 먹을 거야."

"알겠어."


이제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오늘은 친구 만나러 안 가?"

"어. 오늘은 안 만나는데. 너랑 같이 강의실 갈 거야."


역시나 저번에는 양산과 우산 때문에 나를 피했던 게 확실했다.


유리가 친구와 붙어 다니는 걸 학교에서 본 적이 없으니까.


강의실에 도착했을 때 민호가 다가왔다.


"오늘은 정말 저녁 같이 먹어야 해. 선배들이 사준다니까 피하면 안 돼."

"오늘은 정말 안돼. 저녁 약속이 있어."

"무슨 약속?"


갑자기 유리가 끼어들었다.


"저녁때도 감자 먹게? 하하하하하."


저 웃음소리는 환청일까? 아니면 진짜 웃음소리일까?


이제는 정말 헷갈리기 시작했다.


"운망아. 그게 무슨 소리야? 약속 있다며. 그 약속이 감자 먹는 거였어?"

"어. 그러니까 오늘은 안돼. 미안."


수업이 끝나고 점심을 먹기 위해 적당한 장소를 찾아다녔다.


나는 학교 뒤에 있는 정자에 앉아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냈다.


도시락 속에는 감자가 다섯 개 들어있었다.


"지금 먹고 저녁에만 먹으면 끝이다. 이 지긋지긋한 퀘스트도."

"퀘스트?"

"아씨. 깜작이야. 너 왜 여기 있어? 설마 나 따라 온 거야?"


유리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아니. 나 친구들이랑 밥 먹으려고 가는데 너 보이길래. 진짜 도시락 먹나 궁금해서 왔지."

"진짜니까 빨리 가."

"왜 화를 내냐? 그런데 정말 감자만 싸 왔네. 하하하하하."


나중에 이세계에 가기 전에 꼭 유리에게는 감자를 선물로 주리라 다짐했다.


"알았어. 빨리 가. 밥 먹을 거야."

"그래. 나 이거 하나만 가져간다. 그럼 안녕."


순식간에 감자를 뺏기고 말았다.


"용사가 마왕에게 무기를 빼앗긴 꼴이네. 네 개라도 먹자. 내일 한 개를 더 먹을 수밖에."


우걱우걱.


감자를 맛있게 먹으려 노력해보았지만 쉽지 않았다.


대학 캠퍼스에서 혼자 감자를 먹게 될 줄이야.


"하..하...하하하... 내일 아침이면 끝나. 그러니까 조금만 참자."


모든 강의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도 감자를 먹었다.


그것도 다섯 개나.


나머지 한 개는 내일 먹을 생각이었다.


"너 무슨 더위라도 먹었냐? 왜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


씨익~~~


나는 엄마에게 미소를 지어주고 방으로 들어왔다.


털썩.


오늘도 감자 때문에 쓰러질 것 같았다.


쓰러지기 전에 빠르게 상태창을 확인했다.


【히든 퀘스트를 깨셨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능력치만 올랐다.


【행운 +1】


"그나저나 유리가 내 대신 감자를 먹어준 것도 인정이 되었네. 음. 이건 앞으로 유용하게....."


아니지.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당분간은 퀘스트를 수락하지 않을 거야. 절대로.


퀘스트 수락창이 또다시 생겼다.


"잠깐 이게 뭐야? 평소와는 다르잖아."


【협동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협동 퀘스트라니? 그럼 나처럼 허튼 짓거리를 하는 사람이 더 존재한다는 거야?


두근두근.


가슴이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지금 수락을 하지 않으면 협동퀘스트가 사라질 수도 있어. 고민하지 말자."


【예】


톡.


협동퀘스트는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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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화 학점 보고 레벨 업. 22.08.08 55 1 12쪽
19 18화 보스 잡고 레벨 업. 22.08.05 58 2 12쪽
18 17화 파리 잡고 레벨 업. 22.08.04 65 2 11쪽
17 16화 편지 쓰고 레벨 업. 22.08.03 73 3 12쪽
16 15화 퀘스트 진행 불가. 22.08.02 79 3 11쪽
15 14화 덧셈 하고 레벨 업. 22.08.01 87 3 12쪽
14 13화 김밥 먹고 레벨 업. 22.07.31 97 3 12쪽
13 12화 김밥 싸고 레벨 업. 22.07.30 112 3 13쪽
12 11화 매미 잡고 레벨 업. 22.07.29 131 3 12쪽
11 10화 영화 보고 레벨 업. 22.07.28 143 3 12쪽
10 9화 눈물 참고 레벨 업. 22.07.27 164 4 12쪽
9 8화 콩밥 먹고 레벨 업. +1 22.07.26 184 5 12쪽
8 7화 이발 하고 레벨 업. 22.07.25 198 5 12쪽
7 6화 웃다 보면 레벨 업. +1 22.07.24 231 5 12쪽
6 5화 스킬 쓰고 레벨 업. 22.07.22 265 6 11쪽
5 4화 협동 퀘스트 시작. 22.07.21 329 6 12쪽
» 3화 감자 깎고 레벨 업. 22.07.20 386 8 12쪽
3 2화 우산 쓰고 레벨 업. 22.07.20 473 9 12쪽
2 1화 손톱 깎고 레벨 업. +1 22.07.20 652 10 11쪽
1 프롤로그 22.07.19 627 1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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