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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고고 님의 서재입니다.

그만하자. 레벨 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순딘이
작품등록일 :
2022.07.19 00:27
최근연재일 :
2022.08.08 14:04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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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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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글자수 :
101,287

작성
22.07.2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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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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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7화 이발 하고 레벨 업.

DUMMY

【이발 하고 레벨 업.】


"이번에는 이발하고 레벨 업이네. 은근히 쉽게 깰 수도 있겠어."


때마침 덥수룩하게 긴 머리카락이 신경 쓰이던 참이었다.


처음으로 나에게 도움이 되는 퀘스트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미용이 아니라 이발이네? 그럼 미용실이 아니라 이발소로 가야 하는 건가?"


이발소라 함은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미지의 공간.


우리 집 근처에 한 군데 있긴 했지만 들어가는 손님과 나오는 손님을 한 번도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아니. 정말로 보지 못했다.


"흠. 위험한데. 이번에는 히든 퀘스트를 예상해보고 가야겠다. 혹시라도...."


혹시라도 【미용 하고 레벨 업.】이 나올 수도 있었으니까.


【미용 하고 레벨 업.】이 히든 퀘스트로 나올 가능성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유력했다.


"그렇단 말이지. 그럼 이발소에 가서 조금만 머리를 손질해달라고 하고 원래 가던 미용실로 가야겠다. 간단하게 깰 수 있겠는데. 그럼 가보자."


용돈을 챙긴 후 방문을 나섰을 때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운망이 어디 가려고?"

"엄마. 이발소 좀 다녀올게요."

"그래. 잘 생각했다. 더운데 짧게 좀 자르고 와. 넌 짧은 머리가 더 예뻐."

"요새 누가 짧게 자르고 다녀요? 그냥 제가 알아서 자르고 올게요."


매번 미용실에 갈 때마다 엄마는 내게 짧은 머리가 잘 어울린다고 했다.


하지만 짧은 머리가 어울린다고 말을 해 준 사람은 내 인생에서 엄마가 전부였기에 이제는 속지 않는다.


밖으로 나와 걷다 보니 저 앞에서 이발소가 보였다.


남자 이발소.


이름부터가 정말 들어가기 싫었지만 눈 앞에 어른거리는 퀘스트 창을 보고 있자니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발 하고 레벨 업.】


"그래. 아주 조금만 다듬어 달라고 하는 거야. 그리고 주위에 있는 미용실에서 깔끔하게 정리하자."


이발소 입구에 도착했을 때 빙글빙글 돌아가는 표시등이 눈에 들어왔다.


빙글빙글. 빙글빙글.


몽롱해지는 기분도 잠시 현기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빨리 들어가자."


딸랑딸랑.


이발소 내부의 풍경은 미용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의자에는 이발을 하려는 손님이 두 분이나 앉아계셔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였다.


"안녕하세요."


이발사 아저씨에게 수줍게 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세요."


엄청난 덩치의 이발사 아저씨.


인상이 강해 무서워 보일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단정하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자리에 앉으셔서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이발사 아저씨는 텔레비전 옆에 있던 냉장고로 가더니 요구르트 하나를 꺼내 건네주었다.


"드시면서 기다리세요."


쪽쪽.


오랜만에 먹는 요구르트가 맛있어 한 번에 다 마셔버렸다.


그러자 또다시 들려오는 이발사 아저씨의 목소리.


"더 줄까요?"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이발사 아저씨는 기다리고 있던 손님을 의자에 앉힌 후에 이발을 시작하려고 했다.


유심히 지켜봐야 해. 이발을 어떻게 하시는지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핑계를 대서 나가야 하니까.


자연스럽게 첫 번째 손님의 이발이 시작되었다.


뭐지? 어떻게 깎아달라고 말씀을 하셨었나? 못 들은 것 같은데.


"머리가 많이도 기르셨네요. 그런데 아드님은 잘 지내죠?"

"잘 지내고 말고 할 게 어디 있어? 장가를 못 가서 걱정이지."


분명 단골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이발을 해야 할지 이미 알고 계셨던 거야. 그래도 상냥하게 대화를 하시는 걸 보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


첫 번째 손님이 이발하는 동안 이발소 내부를 구경해보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발소에서 연륜이 느껴졌다.


그리고 보이는 만화책들.


처음 보는 만화책이었다.


요새는 웹툰만 읽어서 만화를 책으로 읽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쾅. 쿵. 슉. 솩.


엄청난 효과음.


배신. 분노. 절망. 그리고 희망.


무려 책 한 권에서 펼쳐진 주인공의 감정선.


분명 대작이었다. 이런 대작을 내가 모르고 있었다니.


출판연도를 확인해보았다.


1991년.


그리고 더 놀라운 점은 완결까지 모두 배치가 되어있었다는 점이다.


2권을 읽기 위해 책장으로 다가갈 때였다.


"네. 감사합니다. 다음 손님 오세요."


2권을 손에 쥔 채 두 번째 손님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말하겠지?


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이발사 아저씨는 손님이 앉자마자 바로 이발을 시작했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점점 밀려오기 시작했다.


"나가야 하나? 그런데 2권이 너무 재미있는데. 어떻게 하지?"


망설이던 나는 결국 2권을 선택했다.


1권도 대단하다고 느꼈지만 2권이야 말로 나의 가슴을 웅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2권을 다 읽고 3권을 찾으러 가려고 할 때였다.


"다됐습니다. 거울 한번 보시고요."


두 번째 손님의 완성된 머리를 쳐다보았다.


"음. 어디서 본 머리인데. 어디서 봤더라."


분명 최근에 비슷한 머리를 본 적이 있었다.


"생각해보자. 어디서 봤더라? 아! 생각났다. 아까 나간 첫 번째 손님 머리하고 똑같은데."


그랬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손님들의 머리 스타일이 다 똑같았다.


"이제 다음 손님 와서 앉으세요."


두근두근.


심장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침착해. 침착해. 의자에 앉아서 나만의 스타일을 이야기하는 거야. 그러면 된다.


의자에 앉자마자 아저씨는 이발을 시작하려고 했다.


"아저씨."

"네?"

"제가 두상이 별로 안 좋아서 옆머리랑 뒷머리만 살짝 다듬어 주시겠어요?"


지잉잉~~~~.


바리깡 소리가 이발소 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


"저희는 한가지 스타일밖에 안됩니다. 다른 곳에 가시겠어요?"

"아니에요. 그냥. 해주세요."


두 눈을 감았지만 느낄 수가 있었다.


복제인간이 되어간다는 사실을.


지잉~~~~.


싹둑 싹둑.


지잉~~~~.


싹둑 싹둑.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먼저 대화를 시도해보았다.


"날씨가 많이 덥죠?"

"여름이니까 덥죠."

"네."


대화가 끝나버렸다.


그냥 조용히 있기로 했다.


"자 됐습니다. 거울을 확인해 보실까요?"


떨리는 마음으로 눈을 떴다.


거울에는 첫 번째 손님과 두 번째 손님의 복제인간 다운망이 보였다.


"어때요? 깔끔하니 마음에 드시죠?"


확실히 시원해 보이기는 했다.


"네. 감사합니다."


일어나려고 하는 내 어깨를 이발사 아저씨의 양손이 막았다.


"혹시 면도도 하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별로 비싸지 않은데."


미용실과의 차이점을 또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면도에 대한 호기심이 솟아올랐다.


"네. 그런데 많이 아픈가요?"

"하하하. 아닙니다. 아프면 돈 받고 안 하죠. 그럼 해드리겠습니다. 편하게 계세요."


이번에도 눈을 감았다.


이발사 아저씨가 너무 가까이에 있었기에 눈을 뜨고 있었다면 둘 다 민망했으리.


"다 됐습니다. 어떠세요?"


거울을 바라았다.


원래 별로 털이 없어서 달라진 점이 눈에 확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웃으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하하. 훨씬 깨끗해진 것 같아요."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계산했다.


"그럼 다음에 또....."


위험했다. 습관적으로 또 오겠다는 말을 한 뻔했으니까.


"다음에 뭐요?"

"네?"

"다음에 또 오신다는 거 아닙니까?"

"네. 아마도."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탁.


카운터에 요구르트 하나가 올려졌다.


"가져가면서 먹어요. 서비스에요."

"네. 감사합니다."


나는 요구르트의 빨대를 입에 문 채 밖으로 나왔다.


"그러니까 내가 온다고 한 이유는 아직 만화책 3권도 못 봤잖아. 그리고 요구르트도 공짜로 주고, 무엇보다 가격도 싸니까 온다고 한 거지. 무섭거나 그러지는 않았어. 절대로."


누구한테 그렇게 변명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마 나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변명이었던 것 같다.


나는 상태창을 확인해 보았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행운 +1】

【LV. 9 / 200】


벌써 레벨이 9나 되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히든퀘스트 창이 나타났다.


【히든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예】


톡.


【미용 하고 레벨 업.】


"놀랍지 않아. 이미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오늘 깰 수 있을까?"


머리를 만져보았다.


전형적인 짧은 스포츠머리였다.


머리카락이 얼마나 짧은지 알아보기 위해 손을 귀 위쪽으로 가져갔다.


머리카락을 잡기 위해서는 살도 같이 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힘들겠는데. 그런데 머리가 길어질 때까지 기다리면 한 달은 넘게 걸릴 것 같은데. 그냥 오늘 아무 곳이나 가서 살짝만 다듬어 달라고 해야겠다."


평소에 가던 미용실은 가지 않기로 했다.


조금 걷다 보니 사람이 없는 미용실이 보여 바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

"네. 안녕하세요. 혹시 머리를 살짝만 다듬을 수 있을까요?"


아주머니는 내 머리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다듬을 머리가 없는데요. 호호호호호."


웃음소리에서 왠지 모를 불안감이 느껴졌다.


"아주 살짝만 다듬으면 돼요.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돈은 커트비용 낼게요."

"학생.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다듬을 머리가 없다니까. 호호호호호."


밖으로 나가려고 돌아섰을 때였다.


"그럼 앉아놔 봐요. 가위로 살짝만 다듬어 줄 테니까."

"감사합니다."


나는 인사를 하고 바로 의자에 앉았다.


싹둑싹둑.


5분도 지나지 않았을 때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 됐어요."


크게 달라질 거라 생각은 하지 않았기에 거울 속 모습에 놀라지 않았다.


"네. 감사합니다. 잠시만요."


나는 상태창을 빠르게 확인했다.


【히든퀘스트를 깨셨습니다.】

【행운 +1】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혹시 얼마죠?"


아주머니는 그냥 가라고 손짓했다.


"무슨 돈을 주려고. 받으면 내가 더 창피해. 머리도 없는데 내가 뭘 했다고."


참 감사하고 고마웠고 슬펐....


슬픈 감정도 밀려오기는 했지만 우선 숨겨두려고 한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중에 꼭 다시 올게요."

"그럼 잊지 말고 또 와요. 여기 이름이 유리 미용실이에요. 유리 미용실. 호호호호호."


아니겠지. 아닐 거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미용실 아주머니의 웃음소리와 유리의 웃음소리가 콜라보 되어 귓속에 맴돌았다.


하호하호하호하호하호.


다음에 유리를 만나게 된다면 진실에 대해 들어보기로 했다.


집에 도착했을 때 엄마가 나를 보기 위해 다가왔다.


"어유. 이번에는 머리 잘 잘랐네. 봐봐. 너는 짧은 머리가 제일로 어울린다니까. 예뻐."

"네."


털썩.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퀘스트를 하나만 더 깨면 정말 레벨 10이다. 그런데 10이면 뭔가 달라지나?"


괜한 기대는 하지 않기로 했다.


상태창을 확인했다.


【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예】


톡.


【콩밥 먹고 레벨 업.】


"하. 씨발. 위험하다. 진짜 위험해."


사람이란 나이가 들면서 입맛이 변한다고 한다.


먹지 않던 음식들이 맛있어지기 시작한다지.


하지만 나는 확신한다.


내 인생에서 콩이 맛있게 느껴지는 날은 절대 오지 않을 것이다.


"어. 뭐지? 찬은씨가 메시지를 보냈었네."


【히쿠쿠니만의 용사님 : 레벨 10입니다. 던전이 나올 겁니다. 부디 살아남으세요. 용사님. 전 아마 힘들......】


"뭐야? 던전이 나온다고? 기훈씨는 왜 말을 하다가 만 거야?"


【다운망 : 찬은씨.】

【다운망 : 찬은씨. 대답 좀 해주세요.】

【다운망 : 찬은씨. 괜찮으신 거 맞나요? 제발 대답 좀 해주세요.】


하지만 찬은씨의 대답은 결국 올라오지 않았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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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화 보스 잡고 레벨 업. 22.08.05 58 2 12쪽
18 17화 파리 잡고 레벨 업. 22.08.04 65 2 11쪽
17 16화 편지 쓰고 레벨 업. 22.08.03 73 3 12쪽
16 15화 퀘스트 진행 불가. 22.08.02 79 3 11쪽
15 14화 덧셈 하고 레벨 업. 22.08.01 87 3 12쪽
14 13화 김밥 먹고 레벨 업. 22.07.31 97 3 12쪽
13 12화 김밥 싸고 레벨 업. 22.07.30 112 3 13쪽
12 11화 매미 잡고 레벨 업. 22.07.29 131 3 12쪽
11 10화 영화 보고 레벨 업. 22.07.28 143 3 12쪽
10 9화 눈물 참고 레벨 업. 22.07.27 164 4 12쪽
9 8화 콩밥 먹고 레벨 업. +1 22.07.26 184 5 12쪽
» 7화 이발 하고 레벨 업. 22.07.25 199 5 12쪽
7 6화 웃다 보면 레벨 업. +1 22.07.24 231 5 12쪽
6 5화 스킬 쓰고 레벨 업. 22.07.22 265 6 11쪽
5 4화 협동 퀘스트 시작. 22.07.21 329 6 12쪽
4 3화 감자 깎고 레벨 업. 22.07.20 386 8 12쪽
3 2화 우산 쓰고 레벨 업. 22.07.20 473 9 12쪽
2 1화 손톱 깎고 레벨 업. +1 22.07.20 653 10 11쪽
1 프롤로그 22.07.19 627 1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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