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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고고 님의 서재입니다.

그만하자. 레벨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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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딘이
작품등록일 :
2022.07.19 00:27
최근연재일 :
2022.08.08 14:04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425
추천수 :
103
글자수 :
101,287

작성
22.07.31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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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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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3화 김밥 먹고 레벨 업.

DUMMY

지잉~~~~~


바리깡 소리가 이발소에 울려 퍼졌다.


찬은씨는 의자에 앉아 원하는 머리 스타일을 말했다.


"저는 요즘 유행하는 댄디컷으로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발사 아저씨는 전혀 듣지 않고 있었다.


"아니면 울프컷? 리프컷? 혹시 뭐가 저한테 어울릴까요?"


나는 차마 찬은씨를 바라보지 못했다.


찬은씨 미안해요. 여기는....


때마침 이발사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희는 한가지 스타일밖에 안 됩니다."

"네?"

"다른 곳에 가시겠어요?"


내가 대신 대답했다.


"아니요. 깎아주세요."


대답을 한 후 이발소 밖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이발사 아저씨는 그런 나의 행동을 흘끔거리며 머리를 깎기 시작했다.


"다행히 우리가 이발소에 들어온 건 모르나 봐요. 이제 안보여요. 마름씨."


마름씨는 졸고 있었다.


피곤해 보였다.


"나도 조금 앉아서 쉬어야겠다. 맞다. 만화책 보던 게 있었는데."


나는 전에 읽던 만화책 3권을 집어 들고 의자에 앉았다.


지잉~~~~


이제 이발소에는 바리깡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딸랑.


갑자기 이발소 문이 열렸다.


그리고 들어온 검은 양복의 사나이.


나는 당황해 마름씨를 흔들어 깨웠다.


"마름씨. 큰일 났어요. 일어나보세요."


검은 양복의 남자는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이발사 아저씨가 소리쳤다.


"내 이름은 강호남. 어둠의 세계에 있었지."


나는 빠르게 벽에 붙어있는 이발사 자격증을 바라보았다.


아저씨 이름은 이발남이었다.


그런데 왜 강호남이라고 한 거지?


잠깐 강호남이라고? 내가 보고 있던 만화책 주인공이야.


거기다 대사까지 똑같아.


검은 양복의 남자는 당황한 듯 변명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나쁜 사람이 아니고 저 아이들하고 할 말이 있어서 왔습니다. 이야기만 하고 금방 나갈 겁니다."


하지만 이발사 아저씨는 단호했다.


"어둠이란 외로운 곳이지. 하지만 어둠에 있다 보면 한 가지 알게 되는 것이 있어. 빛이 밝다는 거."


도대체 뭐라는 거야?


잠깐만 이것도 주인공의 대사야.


그렇다면 다음 대사는 이거다.


'날 또 어둠으로 보내지 말게. 또다시 어둠으로 간다면 이번에는 빛이 밝다는 걸 영원히 모를 수도 있으니.'


설마?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날 또 어둠으로 보내지 말게. 또다시 어둠으로 간다면 이번에는 빛이 밝다는 걸 영원히 모를 수도 있으니."


외웠다. 아저씨는 다 외우신 거야.


나는 이발소를 둘러보았다.


텔레비전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랬다. 아저씨는 손님이 없을 때마다 이 만화책을 계속 읽으신 거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 남자아이와 잠깐만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촥.촥.촥.


만화책을 넘겨서 다음 대사를 찾아보았다.


'역시 날 가만두지 않는군.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리고 주인공은 칼을 들었다.


이번에도?


"역시 날 가만두지 않는군. 그럼 어쩔 수 없지."


아저씨는 칼 대신 휴대전화를 들었다.


"지금 나가지 않으면 신고하지."


다행히 아저씨는 칼을 들지 않았다.


그럴 만도 하지. 이 만화책은 1991년도 만화니까.


검은 양복의 남자는 당황하더니 사라져버렸다.


지잉~~~~


아저씨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이발을 계속했다.


"자 됐습니다. 거울을 확인해 보실까요?"


찬은씨는 나름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가보겠...."


아저씨는 찬은씨의 어깨를 잡았다.


"혹시 면도도 하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별로 비싸지 않은데."


그렇게 찬은씨는 면도도 했다.


찬은씨가 이발을 다 했을 때 아저씨가 마름씨를 쳐다보았다.


"아가씨도 머리를 다듬어야 할 것 같은데."

"네? 전 괜찮은데. 죄송해요."

"아가씨는 무료로 해드릴게요."


나는 찬은씨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복제인간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운이 없었고 찬은씨는 조금 통통했을 뿐.


순간 마름씨까지 우리의 복제인간이 되지 않을까 싶어 소리쳤다.


"안돼요."

"네?"

"그러니까 여기는 이발소잖아요. 마름씨는 미용실에 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하지만 아저씨는 이미 의자를 정리하고 마름씨에게 앉으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마름씨는 어쩔 수 없이 의자에 앉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손녀가 오면 제가 항상 머리를 다듬어주거든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저씨의 표정이 씁쓸해 보였다.


싹둑 싹둑.


아저씨는 정성스럽게 마름씨의 머리를 다듬어 주기 시작했다.


"혹시 손녀분은 여기 자주 오나요? 이런 질문은 실례인가요? 죄송해요."

"실례가 아니죠. 손님이신데요. 이제는 많이 못 봅니다. 멀리 이사를 가서."


싹둑 싹둑.


다행히 마름씨는 우리의 복제인간이 되지 않았다.


마름씨도 나름 만족하는 것 같았다.


이발소 아저씨는 이제 나를 바라보았다.


"자네는?"

"전 머리를 깎은 지 얼마 안 돼서요."

"그래도 와보시죠. 제가 다듬어 드리죠. 지금은 할 것도 없으니까."


그렇게 나도 의자에 앉았다.


뒤에서 찬은씨와 마름씨의 대화가 들려왔다.


"그런데 용사님. 아까 그 검은 양복의 남자는 왜 온 걸까요? 분명 우리가 김밥을 맛있게 만들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잘 모르겠어요. 죄송해요. 그런데 힘드실 것 같아요. 이렇게 더운데 양복을 입으시니까요."


하아.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이 더운 날 양복을 입은 것만 봐도 악당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나?


그런데 K라고 했었지.


분명 다시 올 거야.


"다 됐습니다."

"네?"

"저번에 오셔서 그런지 별로 다듬을 게 없네요."

"저를 기억하세요?"


처음이었다.


원래 다니던 미용실에서도 아는 척을 해주지 않았었는데.


아닌가? 내가 너무 무뚝뚝해서 그런가?


"당연하죠. 이발소에 젊은 손님은 거의 안 오니까요."


나는 면도까지 하고 일어났다.


이제 이발소에서 나가려고 할 때였다.


"잠시만요."


딱.딱.딱.


아저씨는 건 빨대가 꽂힌 요구르트 세 개를 우리에게 주었다..


요구르트를 보니 나도 모르게 아저씨를 향해 말했다.


"혹시 김밥 드실래요?"

"네?"

"저희가 김밥을 만들었는데 같이 드실래요? 맛은 장담 못하지만요."

"네. 좋죠. 배가 고프던 참이었는데."


이발소는 김밥집으로 변했다.


세 줄의 김밥.


생각보다 맛이 있어 놀랐다.


찬은씨와 마름씨도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정말 맛있어요. 아닌가요? 죄송해요."

"아닙니다. 용사님. 생각보다 정말 맛있습니다. 특히 참치김밥."


나는 아저씨의 반응이 궁금해 몰래 쳐다보았다.


아저씨도 그걸 아셨는지 한마디 하셨다.


"맛있네요."


이때다 싶어 정말 궁금했던 질문을 했다.


"그런데 아까 왜 저희를 도와주신 거예요?"

"음. 왜 그랬을까요?"

"네?"

"인생에 한 번쯤은 만화책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은데요."


아저씨는 내가 보던 만화책을 손으로 가리켰다.


"아! 저 만화책이요?"

"네. 즐겨보던 만화책이었죠. 지금은 아무도 보지 않지만."

"저 책 재미있어요. 다음에 또 와서 다음 권 볼게요."

"그러시면 저야 고맙죠. "


우리는 김밥을 다 먹은 후 이발소에서 나왔다.


이발소 앞 공터에서 상태창을 확인해보았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행운 +2】

【LV. 17 / 200】


"레벨 업이 되었네요. 그럼 이제 협동 퀘스트도 깼으니까 헤어질까요?"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


집에 도착했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


"왜 아무도 없지?"


아빠, 엄마, 운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와 엄마는 저녁 약속이 있어 할머니 집으로 가셨고 운다도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고 했다.


나는 침대에 누웠다.


상태창에는 새로운 퀘스트가 떠 있었다.


【서브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서브퀘스트라고? 그런데 이건 깨지 않아도 되잖아.


그래도 서브퀘스트는 처음이었기에 확인해보기로 했다.


【예】


톡.


【외로 우면 레벨 업.】


"뭐야? 외로우면 레벨 업이라고? 이건 못 깨겠다. 외롭다고 느껴본 적이 없으니까."


고요한 집안.


요즘 퀘스트를 깬다고 많은 사람도 만나고 처음으로 해본 것들도 많았지.


나도 모르게 채팅창을 열어보았다.


【히쿠쿠니만의 용사님 : 그럼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다행히 소나기는 그쳤습니다.】


마지막 채팅 이후로는 어떠한 채팅도 올라오지 않았다.


"잘 들어가긴 한 건가?"


평소와는 다른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아. 이건 외로운 게 아니라 심심한 거야. 오늘따라 잠도 안 오네."


게임을 하려고 컴퓨터를 켰다.


하지만 5분도 안 돼서 컴퓨터를 껐다.


이번에는 웹툰을 보려고 휴대전화와 함께 누웠다.


이번에도 5분도 안 돼서 휴대전화를 껐다.


"아. 괜히 서브퀘스트를 받아서 그래. 그냥 잠이나 자야겠다."


침대에 누웠을 때 채팅창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프로틴 중독자 : 다들 잘 들어가셨나요? 죄송해요. 저 때문에 힘드셨죠? 죄송해요.】


이번에는 찬은씨의 채팅이 올라왔다.


【히쿠쿠니만의 용사님 : 아닙니다.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모티콘을 보내는 거지?


【프로틴 중독자 : 저도 재미있었습니다. ^^】


뭐야? 마름씨도 이모티콘을 보낼 수 있네?


그나저나 답장을 보내지 않으면 찬은씨가 귀찮게 할 게 분명해. 그리고 마름씨는 또 죄송하다고 하겠지.


무슨 말을 보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던 중 상태창이 변했다.


【이모티콘이 레벨 업 되었습니다.】


우선 답장을 보낸 후에 자세히 확인해보기로 했다.


"저도 오늘 재미있었습니다."


【다운망 : 저도 오늘 재미있었습니다.^^】


아. 뭐야? 이모티콘이 생겼네.


서브퀘스트의 보상이 이거였구나. 다들 서브퀘스트를 깨서 받은 거였어.


나는 시험 삼아 채팅창을 향해 말해보았다.


【다운망 : 다음에 또 봐요. ^^】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만큼은 이모티콘이 부끄럽지 않았다.


【히쿠쿠니만의 용사님 : 그러실까요?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내일은 우리가 모여 유부초밥을 만드....】


바로 채팅창을 꺼버렸다.


하아. 씨발. 괜히 말했네.


사람은 이래서 안 하던 짓을 하면 안 된다.


띠.띠.띠.띠.


운다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야. 다운다. 지금이 몇 시인지 알아? 왜 이렇게 늦게 오냐?"

"뭐래? 심심하냐? 아니면 외롭냐?"

"뭐라고? 내가 왜 외로워?"

"히히히. 외롭나 보네. 그러니까 나가서 친구나 만들어. 괜히 누나 귀찮게 하지 말고."


탁.


나는 운다의 머리를 때리고 방으로 들어왔다.


찰칵.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탕탕탕.


"너 죽는다. 딱 기다리고 있어라. 이게 겁을 상실했나?"


나는 미소를 지으며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예】


톡.


이번에는 또 뭘까?


【덧셈 하고 레벨 업.】


덧셈하고 레벨 업이네. 이건 지금도 할 수 있는 거잖아.


그때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운다랑 운망이 엄마 왔다. 빨리 나와봐."


엄마 앞에 섰을 때 뒤통수에서 운다의 손이 느껴졌다.


탁.


"내가 죽는다고 했지?"

"나이가 몇 개인데 아직도 싸워? 그만 싸워. 그리고 내일부터 고모 아들 난기 올 거야."


나와 운다는 창백해진 얼굴로 서로 바라보았다.


"고모가 일이 있어서 며칠만 맡아달래. 오면 너무 놀지만 말고 공부도 좀 알려줘. 학습지 해야 한다고 하더라. 어디 나가서 놀 생각하지 말고."


난기가 온다. 장씨 집안의 난기가.


나는 이번에 퀘스트를 깨지 못할거야.


그리고 못하겠지. 레벨 업.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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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하자. 레벨 업.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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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화 학점 보고 레벨 업. 22.08.08 55 1 12쪽
19 18화 보스 잡고 레벨 업. 22.08.05 59 2 12쪽
18 17화 파리 잡고 레벨 업. 22.08.04 65 2 11쪽
17 16화 편지 쓰고 레벨 업. 22.08.03 73 3 12쪽
16 15화 퀘스트 진행 불가. 22.08.02 79 3 11쪽
15 14화 덧셈 하고 레벨 업. 22.08.01 87 3 12쪽
» 13화 김밥 먹고 레벨 업. 22.07.31 97 3 12쪽
13 12화 김밥 싸고 레벨 업. 22.07.30 112 3 13쪽
12 11화 매미 잡고 레벨 업. 22.07.29 131 3 12쪽
11 10화 영화 보고 레벨 업. 22.07.28 144 3 12쪽
10 9화 눈물 참고 레벨 업. 22.07.27 164 4 12쪽
9 8화 콩밥 먹고 레벨 업. +1 22.07.26 185 5 12쪽
8 7화 이발 하고 레벨 업. 22.07.25 199 5 12쪽
7 6화 웃다 보면 레벨 업. +1 22.07.24 232 5 12쪽
6 5화 스킬 쓰고 레벨 업. 22.07.22 267 6 11쪽
5 4화 협동 퀘스트 시작. 22.07.21 330 6 12쪽
4 3화 감자 깎고 레벨 업. 22.07.20 386 8 12쪽
3 2화 우산 쓰고 레벨 업. 22.07.20 474 9 12쪽
2 1화 손톱 깎고 레벨 업. +1 22.07.20 653 10 11쪽
1 프롤로그 22.07.19 628 1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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