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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고고 님의 서재입니다.

그만하자. 레벨 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순딘이
작품등록일 :
2022.07.19 00:27
최근연재일 :
2022.08.08 14:04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426
추천수 :
103
글자수 :
101,287

작성
22.07.20 12:42
조회
474
추천
9
글자
12쪽

2화 우산 쓰고 레벨 업.

DUMMY

맴맴맴맴미~~~~~


덥다. 여름이니까 더워야지. 추우면 이상하니까.


그런데 난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 걸까?


【우산 쓰고 레벨 업.】


휙. 휙.


눈앞의 상태창을 없애기 위해 허공을 손으로 쓸어보지만 소용없었다.


"하. 그러니까 이 날씨에 우산을 써야 한다는 거지?"


침대에서 일어나 컴퓨터 앞으로 갔다.


"비가 온다는 소식이 아예 없네."


레벨 업이 뭐길래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지.


그깟 레벨 업 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전에도 말했듯이 눈앞의 상태창이 너무 신경 쓰여 하루하루가 괴롭다.


"조금 있으면 학교에 가야 하는데. 그냥 미친 척 하고 해볼까?"


그래. 어차피 손톱하고 발톱을 깎았을 때부터 나의 운명은 정해진 거야.


모자를 푹 눌러쓴 후에 오랜만에 가방을 챙겼다.


그리고 우산도 가방에 넣었다.


"소나기가 올 수도 있잖아. 그러니까 챙기는 거야."


집을 나서자마자 무더운 날씨에 숨이 턱 막혔다.


그리고 나는 보고야 말았다.


이 더운 날씨에도 우산을 쓰고 다니는 여성을.


정확히 말하자면 양산이었지만.


우산과 양산은 비슷하지 않나? 아주 가까운 친척처럼.


"좋아. 할 수 있겠어. 레벨업."


【우산 쓰고 레벨 업.】


조금만 기다려라. 금방 레벨 업 해줄테니까.


하지만 아파트 주변에서는 우산을 펴지 않기로 했다.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소문이 금방 돌 테니까.


학교 정문에서 내리자마자 우산을 폈다.


몇몇 양산을 들고 다니는 학생들이 보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망이지?"

"어?"


처음 보는 여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혹시 나 몰라?"

"어. 누구야?"

"같은 학과에 같은 학번인 동기도 모르면 어떻게 해?"


음. 모르면 모르는 거지. 그걸 따지고 있는 이 여자가 더 이상한 거 아닌가?


"미안. 이름을 알려줄래?"

"나는 유리야. 이유리."

"그래. 유리야. 안녕."


유리는 내가 쓰고 있는 우산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지금 비도 안오는 데 우산을 쓰고 있네."


당황하면 내가 쓰고 있는 것이 우산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다.


침착하자. 침착해.


"뭔가 오해가 있나 보네. 이거 양산이야. 봐봐. 날씨가 너무 더워서 내가 챙겨온 거야."


통했을까? 제발 딴지만 걸지 말아줘.


"그렇구나. 그런데 그거 양산이야. 양산은 우산이 아니지. 맞지?"


안 통했구나. 여기서 더 우겼다가는 본전도 찾지 못할게 뻔했다.


"내가 착각했나보다."

"그런데 왜 계속 우산 쓰고 있어?'

"레벨...."

"레벨?"


유리의 눈빛에서 진한 호기심이 느껴졌다.


순간의 말실수로 난 대학 생활을 마감할 뻔했다.


등에서는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레베카."

"레베카?"

"내 우산 이름이야. 난 이름을 붙이는 걸 좋아하거든. 내 물건에."


유리는 웃었다.


하하하하하.


매미가 우는 소리는 유리의 웃음소리에 파묻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너 정말 똘아이구나."

"뭐라고?"

"장난이야. 이상하다고. 농담도 못 하냐? 나 먼저 간다. 친구랑 만나기로 해서."


유리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먼저 떠났다.


하하하하하.


하지만 유리의 웃음소리는 내 귀에 환청으로 남아있었다.


"하. 레벨업을 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졌네. 이세계로 떠나야겠다. 내 대학 생활은 오늘부로 끝났어."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우산은 계속 쓰기로 했다.

근데 레벨업은 언제 되는 거야?


【우산 쓰고 레벨 업.】


바뀌지 않는 상태창을 보고 있으니 답답함만 느껴졌다.


강의실에 도착했을 때 민호가 다가왔다.


"좋겠다."

"뭐가?"

"레베카라는 친구가 있다며."


하아. 소문이란 참 빠르구나.


"그렇지. 내 친구야. 인사해."


우산을 들어 민호에게 보여주었다.


"농담이야. 그런데 오늘은 동아리 활동에 참여 할거지?"

"그 레벨 업이라는 동아리?"

"어. 스펙 쌓는 동아리라 취업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을 거야."


레벨 업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레벨 업 동아리에 가자고 하는 민호도 참 대단하게 느껴졌다.


"오늘은 안돼."

"매일 안 된다고 하면 어떡하니? 오늘은 꼭 가."

"진짜 오늘은 안돼. 미안해."

"알겠어. 내가 말은 해놓을게. 그런데 참여를 많이 안 하면 선배들이 안 좋게 볼 거야."


수업이 끝난 후 나는 레베카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집 앞 공원에 들렀다.


저녁이 다 되어가는 데도 여전히 해는 지지 않고 있었다.


"구석에 있는 벤치로 가야겠다."


벤치에 앉은 후 우산을 폈다.


"그냥 앉아있다 보면 레벨 업이 되겠지."


운동을 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은 모두 나를 한 번씩은 쳐다보고 갔다.


"창피해하지 말자. 빨리 만렙을 찍고 이세계로 떠나는 거야."


얼마나 앉아 있었을까?


눈앞의 상태창이 변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아. 이제야 되네. 기준도 없고. 정말 개 같네. 씨..."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터라 심한 욕은 가까스로 참았다.


"보자. 어떤 능력치가 올랐을까?"


【행운 +1】


또 행운이었다. 내가 그렇게 운이 없나?


그래도 어제 깼던 퀘스트까지 합하면 행운이 총 3이나 올랐다.


"이 정도면 충분해. 그럼 내 레벨이 2가 맞는 거지?"


【LV. 2 / 200】


다행히 레벨은 올라있었다.


똑. 똑. 똑.


빗방울이 한 방울씩 내리기 시작했다.


운동을 하던 사람들은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비에 당황하여 황급하게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유일하게 나만 서두르지 않았다.


"운이 높아져서 그런 건가? 그런데 왜 하필 지금 비가 오냐?"


한동안 비가 오지 않는다고 했으니 분명 소나기가 분명했다.


천천히 집으로 들어가니 엄마가 뉴스를 보고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밥 먹어야지?"

"네. 씻고 먹을 게요."

"내일부터 장마라니까. 우산 꼭 챙겨 들고 가."


뭐라고? 갑자기 장마라고?


"한동안 비 안 온다고 했는데."

"아니래. 태풍 경로가 갑자기 바뀌었다나 뭐라나. 아무튼 내일부터 주구장창 비만 쏟아진대."


방으로 들어가 인터넷으로 확인해보니 엄마의 말이 사실이었다.


털썩.


침대에 누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내일부터 쓰고 다닐걸."


【히든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또다시 생겨난 히든 퀘스트.


"무슨 히든 퀘스트를 일일퀘스트 처럼 주냐? 이제 안 믿는다. 다음에 받을게."


하지만 이번에는 무엇인가 달랐다.


반짝거리기 시작한 퀘스트 선택창.


두근두근.


순간 내 마음에도 커다란 울렁임이 느껴졌다.


지금까지는 장난이었다는 것인가? 이번부터가 진짜라고 말하는 거지?


【예】


톡.


이번에는 달랐다.


【양산 쓰고 레벨 업.】


"씨발."


그래 내가 미친놈인가 보다.


나는 밖으로 몰래 나가 엄마가 사용하던 양산을 가방에 몰래 챙겼다.


***


하루가 지났다.


두드드드드드.


어제는 매미가 그렇게 울더니. 오늘은 빗소리가 세상을 채웠구나.


"우산은 챙겼지?"

"네. 다녀올게요."

"학점관리 좀 잘하고. 알겠지?"

"네. 걱정하지 마세요."


집으로 나오자마자 우산을 펼쳐 들었다.


양산은 어제처럼 학교에서 펼치기로 했다.


학교에 도착한 후 가방에서 양산을 꺼냈다.


활짝 펼쳐진 양산.


분홍색의 꽃들이 내 머리 위로 활짝 폈다.


무엇보다도 레이스가 공주님의 방안에 있는 기분을 들게 했다.


"안녕? 이번에는 레베카가 아니네."


이 목소리는 설마.


"어. 유리야. 안녕?"

"오늘은 왜 우산을 쓰지 않았어? 양산을 쓰고 왔네. 하하하."


하하하하하.


또다시 환청이 들리기 시작했다.


"사정이 있었어. 너무 신경 쓰지 마."

"내가 신경쓸 게 뭐 있어? 네 취향인데. 그렇지?"


200레벨로 도달할 수 있는 지름길을 생각해보았다.


하루에 10개씩 깬다는 가정하에 한 달 후면 나는 이세계로 떠날 수 있었다.


"그렇겠지. 내 취향이지."

"그런데 그 양산은 이름이 뭐야? 운망이는 자신의 물건에 이름을 붙이는 걸 좋아하잖아."


이름이라? 양산에는 무슨 이름이 어울릴까?


"핑키야."

"핑키? 방금 핑키라고 한 거야?"

"어."


될 대로 되라지. 어차피 우산에 레베카라는 이름을 붙인 순간 내 대학 생활은 끝났으니까.


"그래. 핑키가 참 고생이 많네. 봐봐. 울어서 레이스가 다 젖었잖아."

"주인을 잘 못 만나서 그래."

"하하하하하. 너 정말 이상해. 똘아이 같아. 진짜."

"어. 그럴걸."

"농담이라니까 그럼 난 친구가 기다리고 있어서 이만."


정말 친구가 기다리고 있어서 먼저 간 것일까?

내가 창피해서 먼저 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하아. 아무튼 오늘은 일진이 더럽게 꼬이는구나. 어제도 그랬지. 하지만 오늘이 마음이 더 아파."


강의실에 들어가자마자 이번에도 민호가 다가왔다.


"오늘도 친구를 데리고 왔다던데."


나는 양산을 들어 보여주었다.


"응. 내 친구. 핑키야. 그러니까 그만 가줄래?"

"화났어? 장난한 거야."

"알아. 화난 게 아니라 창피한 거야."

"그나저나 오늘도 정말 동아리 안 갈 거야?"


민호는 정말 이상한 친구였다. 동아리가 뭐라고.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친구들하고 같이하는 것이 동아리 아닌가?


나는 혼자가 편했다.


"오늘도 미안해."

"알겠어. 그런데 다음에는 진짜 같이 가야 돼."

"어."


이세계로 떠나기 전에 한번은 동아리에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여전히 비는 멈추지 않았다.


두드드드드.


버스에 내려 양산을 폈다.


"다행이네. 오늘은 공원에 아무도 없겠다. 눈치는 안 봐도 되겠네."


예상대로 공원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제 앉아있던 자리로 향했다.


"벤치가 다 젖었네. 어차피 퀘스트만 깨면 바로 집으로 들어갈거니까."


두드드드드.


얼마나 쓰고 있었을까?


상태창의 변화가 느껴졌다.


【히든퀘스트를 깨셨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나타난 능력치 창.


【행운 +1】


이번에도 행운이 올랐다.


"그런데 정말 레벨은 안 오르는 건가?"


【LV. 2 / 200】


레벨은 오르지 않았다.


"그럼 왜 양산 쓰고 레벨 업이라고 한거야? 이 속도면 생각보다 만렙을 찍기 오래 걸리겠는데."


하하하하하.


유리의 환청이 들려왔다.


"이거 생각보다 심각해. 지금부터는 열심히 퀘스트를 깨고 레벨을 올려야겠다."


집으로 가기 위해 벤치에서 일어났다.


돌아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고 집도 바로 앞이라 그냥 양산을 쓰기로 했다.


아파트 입구로 들어갔을 때 엘레베이터 앞에는 엄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운망이 왔네."

"왜 여기 있어요?"

"장 좀 보고 왔지. 그런데 너 그거 뭐니?"

"네? 뭐요?"


엄마는 내가 들고 있던 양산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뿔싸.


"이놈이 나이가 몇 개인데. 우산하고 양산도 구분못해? 너 오늘 학교에 양산 쓰고 돌아다닌 거야?"

"아니. 가방에 우산 있어요."

"있긴 뭐가 있어? 동네 창피하게 이놈아. 딱 봐도 몰라? 이거 양산이잖아."


집에 돌아와서도 엄마의 잔소리는 계속되었다.


잘못했다고 몇 번이나 말을 한 후에야 엄마의 잔소리는 잠잠해졌다.


방으로 돌아온 나는 빠르게 퀘스트 선택창을 확인했다.


【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이제는 더 이상 뒤가 없었다.


【예】


톡.


"이제 누가 이기나 해보자. 빨리 레벨업하고 이세계로 떠날 거야."


새로운 퀘스트가 나타났다.


【감자 깎고 레벨 업.】


"하. 씨발. 내가 미안하다. 그냥 조용히 살아야겠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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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하자. 레벨 업.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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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화 학점 보고 레벨 업. 22.08.08 55 1 12쪽
19 18화 보스 잡고 레벨 업. 22.08.05 59 2 12쪽
18 17화 파리 잡고 레벨 업. 22.08.04 65 2 11쪽
17 16화 편지 쓰고 레벨 업. 22.08.03 73 3 12쪽
16 15화 퀘스트 진행 불가. 22.08.02 79 3 11쪽
15 14화 덧셈 하고 레벨 업. 22.08.01 87 3 12쪽
14 13화 김밥 먹고 레벨 업. 22.07.31 98 3 12쪽
13 12화 김밥 싸고 레벨 업. 22.07.30 112 3 13쪽
12 11화 매미 잡고 레벨 업. 22.07.29 131 3 12쪽
11 10화 영화 보고 레벨 업. 22.07.28 144 3 12쪽
10 9화 눈물 참고 레벨 업. 22.07.27 164 4 12쪽
9 8화 콩밥 먹고 레벨 업. +1 22.07.26 185 5 12쪽
8 7화 이발 하고 레벨 업. 22.07.25 199 5 12쪽
7 6화 웃다 보면 레벨 업. +1 22.07.24 232 5 12쪽
6 5화 스킬 쓰고 레벨 업. 22.07.22 267 6 11쪽
5 4화 협동 퀘스트 시작. 22.07.21 330 6 12쪽
4 3화 감자 깎고 레벨 업. 22.07.20 386 8 12쪽
» 2화 우산 쓰고 레벨 업. 22.07.20 475 9 12쪽
2 1화 손톱 깎고 레벨 업. +1 22.07.20 653 10 11쪽
1 프롤로그 22.07.19 628 1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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