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사천원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헌터의 보편적인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사천원
그림/삽화
사천원
작품등록일 :
2018.05.14 05:22
최근연재일 :
2018.08.04 19:0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392,451
추천수 :
30,098
글자수 :
210,944

작성
18.05.14 06:00
조회
72,508
추천
885
글자
10쪽

2044-1

DUMMY

어둠 속 안개 사이로 드러나는 거리의 모습은 처참했다.

부서진 건물의 잔해가 쌓인 도로엔 오랫동안 방치된 차들이 혼란한 당시 상황을 그리듯 무질서하게 놓여있고, 곳곳에 검게 썩어 들어간 웅덩이에서 고약한 악취가 풍겼다.

다중 균열 발생으로 불과 수 시간 만에 죽음의 땅으로 변한 도시 의주. 이 황량하고 을씨년스러운 거리에 나타난 사람들은 검은 군복을 입고 있었다.


KB303 특수 각성자 부대.

20세기 말, 다차원화된 세계에서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세계 곳곳에 게이트, 차원 던전이 생겨나고 허공 균열이 발생하는 등, 특수한 다중재해 상황 아래 각성자의 능력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감옥에서의 형 집행을 군 복무로 대체하는 입법이 추진되었다. 미국의 B세타포스. 영국 BSAS. 국내에서는 KB303 부대가 여기에 해당된다.

그리고 지금 도시로 진입중인 여덟 명의 군인들 역시 죄를 지은 전과자들이었다. 구속도구 대신 무기를 소지하고 이마에 검정색 수인코드가 찍혀있는—.


“어째 으스스 한데,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지 않나?”

“씨팔! 욕 나오게 하네! 조용히 닥치고 가. 영감.”

“뭐? 영감? 네 놈은 위아래도 없냐!”

“위 아래 따져서 뭐하게? 갈 때 순서대로 가는 것도 아닌데.”

“이런 육시럴 놈을 봤나!”


험상궂은 거한의 팔에 힘줄이 돋으며 평범한 장검에 푸른 빛이 어렸다.

화르륵, 양 손에 든 불덩이를 당장이라도 던질 듯 하던 정씨의 사나운 얼굴이 파르르 떨렸다. 뒤쪽에 있던 누군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성질 더럽고 참을성 없는 것들일수록 일찍 가더라.”


크지도 않은 말소리였건만 효과는 확실했다. 다혈질 덩어리 같은 거친 놈들이 조개처럼 입을 다물어버린 것. 어둠 속 마력검이 자취를 감추고 정씨의 화염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KB303 부대의 임무는 위험하다.

던전 브레이크나 균열 등 비상 상황의 전장에 가장 먼저 투입되기 때문에 임무 수행 중 전사할 확률 또한 높을 수밖에 없다. 언제라도 죽을 수 있는 불확실한 운명 속 하루살이 신세라는 것인데,


부대 최상위 팀에서 온 유성진. 강화계 딜러.

그의 나이 마흔 넷. 남들을 압도할 만한 대단한 기세를 가진 것도 아니요, 육체파와는 거리가 먼 마른 체격에 금욕적인 인상을 풍기는 희멀건 얼굴을 하고 있다.


“역시 고참은 다르네. 이봐 자네, 실은 대단한 거물이었다든가?”


57살의 정씨. 블랙마켓의 일원으로 금지된 물품을 거래하다가 끌려 들어왔다. 남은 형기 27년. 불과 몇 일전 조사단 기지에서 합류하여 얼굴 몇 번 본 것이 다인데, 상인의 기질이라는 건지 누구에게든 오랜 친구처럼 넉살 좋게 굴었다.


“그럴 리가요.”


성진은 퉁명하게 대꾸했다.


“내 나이쯤 되면 말이야. 보이는 겉모습이 다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게 마련이지.”

“예외도 있는 거죠. 저의 경우, 보이는 그대로가 답니다만.”


오랜 시간 부상이 축적된 몸은 온전치 못하고, 마력폭주의 후유증으로 능력조차 제대로 쓸 수 없는 상태. 그러다 보니 이젠 대놓고 퇴물취급인 듯 온갖 어중이떠중이가 모인 조사단의 분견대로 차출되었다.


“에이, 내가 들은 게 있는데···.”


여기까지 얘기한 정씨는 그에게 바짝 붙더니 귀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우리 중 10년이 넘게 복역 중인 죄수가 있다고, 근데 그 인간이 죽지도 않는 괴물이라고.”

“······.”


그의 냉정한 시선을 블랙홀처럼 깊은 눈빛으로 받아들이는 노인 정씨. 거기에 한 술 더 떠 능글맞게 웃어 보이기까지 했다.


“보통이 아닌데. 노인네···.”

“어디 자네만큼이야 하겠는가.”


히죽 웃는 정씨는 몹시 즐거워 보였고, 진정 유쾌한 얼굴로 그에게 질문 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래서 말인데, 정말 궁금한 게 있다네. 자네가 가진 능력은 무엇인가? 검을 들고 있으니 검사인건 알겠지만 그래도 남들이 모르는 비장의 스킬이 있는 거지? 알려주기 싫은가? 왜? 얼마 안 있어 죽을 노인이야. 그냥 적선하는 셈치고 알려주면 안 되겠나? 정말 궁금해서 그래. 맞아 빌어먹게 호기심 많은 노인이지. 곧 죽을 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궁금한 채 죽으면 귀신이 돼서 나타날지도 몰라. 그래도 괜찮은가?


아 씨팔! 진짜 욕 나오게 하네···.



그 자신 한번도 거물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저 살기 위해 악으로 깡으로 버텼을 뿐. 굳이 따지자면 그는 약자에 속했다.

13년전, 서른 한 살의 나이로 체포되어 공권력 앞에 무릎을 꿇은 그 순간부터 그는 주욱 약자였다.


각성자와 같은 특수 범죄자의 경우 일신의 능력을 강제하기 위한 장치로 신체에 특수한 마력 코드를 심어 놓는다.

일명 죽음의 코드.


성진 역시 특수범죄자로 구속도구가 채워진 채 이마에 수인코드가 찍혔다.

여섯개의 펜타클 모양의 도식이 중첩된 마력 코드는 자체적인 마법력이 담겨 있어, 이를 제어하는 통제장치를 벗어나는 순간 3000°c가 넘는 초고온의 열을 발생시킨다.

코드가 찍힌 순간 수인은 이미 죽은 목숨이라는 뜻이다. 그 전까지는 일시정지인 상태. 형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살아도 살은 목숨이 아니라는 것.


범죄자로 전락한 각성자에게 인권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를 지켜줄 구난자로서의 영웅이 아닌 이상, 각성자가 가진 이능은 또 다른 재난이자 재앙일 뿐. 언제든지 기존 질서를 파괴할 수 있는 사회의 잠재적 불안요소로서의 취급을 받는 것이다.


이후 군에 배속된 성진은 수많은 전장에서 괴수들과의 대규모 전투를 겪으며 수없이 많은 사선을 넘었다. 그 정점을 찍었던 것이 몇 달 전 화천에서 일어난 KG37B 게이트 브레이크 사건.

균열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괴수 떼의 역습. 일이 터지자마자 정부는 군부대 병력을 투입했으나 최소한의 저지선마저 유지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와해되었다. 이후 군민간 헌터들의 합동작전으로 사태는 진정되었으나 연일 뉴스에 보도가 되었을 만큼 사회적으로 파장이 컸던 사건이다.


성진은 맥없이 괴멸한 선발부대 소속으로 부상을 입은 채 무너진 건물에 홀로 고립되어 있다가 나중에 출동한 헌터들에 의해 구조되었다.

심각한 내상을 입은 성진은 석 달이 넘게 군 병원에 입원해있었다. 어느 정도 몸은 추슬렀지만 정신적 후유증이 남은 듯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밤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수천 수만의 괴수 떼가 나오는 끔찍한 꿈을 꾸었다.


비상 군이 주둔한 경계지로부터 10km. 운송차량과 도보로 이동한 일행이 백광을 뿌리는 감시탑에 도착할 무렵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텅빈 2차선 도로에 일렬로 정차된 설비 차들이 보이고, 공중을 날아다니는 감시용 드론이 쏘아내는 어지러운 조명아래 고성능 안테나와 복잡한 장비들이 번쩍 번쩍 빛을 발했다.

그리고 그 뒤에 심연과도 같은 어둠이 존재하고 있었다.


균열 발생 12주, 해당지역의 괴수처리가 완료된 뒤에도 정부는 의주의 봉쇄를 풀지 않았다. 이유는 균열과 동시에 나타난 의문의 구체 때문이다.


출현 당시 30여미터 정도였던 검은 구체는 지난 수개월간 위상변화를 반복하여 지금에 와서는 몇 개의 거리를 점거하다시피 거대해진 상태. 반경 4km에 이르는 의문의 구체를 조사하기 위해 정부는 도시 외곽에 조사기지를 세우고 첨단장비와 연구인력을 동원했지만, 몇 달간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구체의 연원은 물론 물질, 비물질의 기초적인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어, 학계에서는 [실재하지 않는 허상] 신기루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었다.


엄연히 눈앞에 있는데 실재로 존재하지 않는다니, 미친 헛소리. 직접 보기 전까지는 성진도 그렇게 생각했다.


검은 표면에 손을 대자 허공을 더듬는 듯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손등에 떨어지는 빗방울의 감촉만이 느껴질 뿐.


-정찰팀 2조. 이동 중.


금일의 정찰루트에 미확인 구체의 영역이 살짝 겹쳐있는 관계로 일행은 일단 안쪽으로 진입해야 했다.

다들 태연한 모습이었으나 비 경험자인 성진은 살짝 긴장이 되었다.

검은 막 안으로 몸을 집어넣자 한 순간에 시계가 바뀌었다.


—정찰팀 2조. 현 지점에서 대기.


대기명령을 받은 일행은 텅 빈 도로의 복판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일행의 말미에 자리한 성진도 짐을 내려놓고 쉬면서 주변을 살폈다.


정말 안쪽으로 들어온 것이 맞나?

사방을 둘러보아도 감시탑의 조명만 보일 뿐, 어디에도 구체의 안쪽이라는 증거가 보이지 않았다.


“신기하죠?”


성진의 옆에 앉은 조장이 옆에 둔 방패를 앞으로 세우며 말했다. 스물 다섯의 젊은 청년 이동구. C급 강화계인 조장은 팀의 가드역할을 맡고 있다.


“처음엔 나도 굉장히 놀랐어요. 브리핑 때 듣기는 했지만 실제로 보면 그냥 황당한 거죠.”

“안에서는 바깥이 그냥 보이는 군.”

“그렇죠. 들어오든 나가든 아무 반응도 없고. 세계 어디에도 이런 건 없다나 봐요.”


조장의 말에 따르면 얼마 전까지도 외국의 대규모 조사단이 이곳에 체류 중이었다고.


“걔네들도 결국 두 손 두발 다 든 거죠. 블러핑이라나 뭐라나.”


블러핑. 도박 게임에서 쓰이는 말로 뻥카라는 뜻이다.


과연 그럴까?

호기심이 든 성진은 직접 알아보기로 했다.

그의 의식세계가 순간적으로 크게 확장되었다.

시야가 미치는 사방 500미터 영역 내 존재하는 모든 것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한 이미지로 펼쳐진다. 29대의 드론 장비, 12대의 호버를 타고 공중으로 이동중인 군인들. 상부의 모선위로 떨어지는 빗방울까지.


공명(共鳴). 그의 감춰진 어빌리티(Ability). 초인식 능력이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수정된 부분이 있습니다.

이전 설명이 길어질 것 같아 삭제한 부분이었는데 이마의 수인코드와 관련된 설명을 새로 넣었습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한 헌터의 보편적인 생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14 18.06.28 25,612 0 -
공지 연재에 관하여 +16 18.06.22 37,159 0 -
35 습격 1 +66 18.08.04 18,368 584 18쪽
34 정예멤버 4 +41 18.07.26 23,588 696 20쪽
33 정예멤버 3 +55 18.07.24 25,029 764 19쪽
32 정예멤버 2 +67 18.07.17 28,399 903 20쪽
31 정예멤버 1 +62 18.07.13 30,611 777 22쪽
30 합숙훈련 4 +52 18.07.10 31,609 816 17쪽
29 합숙훈련 3 +42 18.07.03 34,347 849 13쪽
28 합숙훈련 2 +29 18.06.30 35,081 820 13쪽
27 합숙훈련 1 +31 18.06.26 36,449 886 15쪽
26 신입 헌터 7 +44 18.06.22 36,996 822 13쪽
25 신입 헌터 6 +39 18.06.20 37,200 862 16쪽
24 신입 헌터 5 +44 18.06.16 37,668 912 18쪽
23 신입 헌터 4 +50 18.06.14 38,107 824 15쪽
22 신입 헌터 3 +27 18.06.12 38,830 817 13쪽
21 신입 헌터 2 +19 18.06.09 39,743 807 13쪽
20 신입 헌터 1 +17 18.06.07 40,887 870 15쪽
19 본 헌터스(Bone Hunters) 4 +16 18.06.05 39,432 860 10쪽
18 본 헌터스(Bone Hunters) 3 +19 18.06.04 39,282 812 13쪽
17 본 헌터스(Bone Hunters) 2 +24 18.06.02 40,334 846 14쪽
16 본 헌터스(Bone Hunters) 1 +19 18.05.31 41,606 890 15쪽
15 다섯 번째 헌터시험 5 +23 18.05.29 41,332 907 12쪽
14 다섯 번째 헌터시험 4 +24 18.05.28 40,899 878 9쪽
13 다섯 번째 헌터시험 3 +24 18.05.23 40,815 870 11쪽
12 다섯 번째 헌터시험 2 +16 18.05.22 41,824 853 13쪽
11 다섯 번째 헌터시험 1 +38 18.05.21 42,914 886 11쪽
10 과거의 정리 4 +43 18.05.17 42,345 900 10쪽
9 과거의 정리 3 +24 18.05.16 42,176 962 9쪽
8 과거의 정리 2 +26 18.05.16 42,681 929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