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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원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헌터의 보편적인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사천원
그림/삽화
사천원
작품등록일 :
2018.05.14 05:22
최근연재일 :
2018.08.04 19:0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392,131
추천수 :
30,098
글자수 :
210,944

작성
18.05.29 12:41
조회
41,323
추천
907
글자
12쪽

다섯 번째 헌터시험 5

DUMMY

문이 열린 것은 6시가 조금 안 된 시간이었다. 무뚝뚝하게 생긴 장신의 남자가 안으로 들어와 말했다.


“귀가조치가 내려졌습니다. 모두 나가시죠.”


사무적인 남자의 말에 테이블 위에 머리를 대고 누워있던 안선영이 고개를 번쩍 들어올렸다.


“차도희! 도희는 어떻게 됐어요?”

“무사합니다.”


"다행이다. 거봐요. 내가 괜찮을 거라고 했죠."

"그러게요."

"어서 나가죠."


다들 한마디씩 하면서 밖으로 나섰다.

문 앞으로 길게 뻗어있는 텅 빈 복도에 그들 외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기분이 싱숭생숭하다며 묘한 표정을 짓고 있던 안선영이 앞장 선 직원을 향해 물었다.


“그냥 가도 되는 건가. 우린 조사 같은 거 안 받아요?”

“필요한 조사는 이미 끝났습니다. 여러분은 각서에 사인한 대로 기밀유지 사항만 지켜주시면 됩니다.”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을 때 성진이 형식에게 말했다.


“오늘 다시 봤어 형. 던전에서도 침착해 보였고, 의외로 강심장인 거 아냐?”

“내가?”

“맞아요. 형식씨가 있으니까 듬직하니 좋더라고요.”


선영까지 그렇게 말하니 절로 입이 헤 벌어지는 형식이었다.


“아, 그렇지. 우리 전번이나 교환할까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앞으로 연락하고 지내자구요.”

“좋아요.”


선영의 제안에 모두가 찬성하여 전화번호를 주고 받았다.


“야! 유성진!”


뜻밖의 장소에서 예상치 못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든 성진의 시야로 반대편 복도에서 걸어 나오고 있는 방세훈의 모습이 보였다. 주변에 경호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동행하고서.


“누구? 아는 사람?”


아카데미 출신이 아닌 선영에게 방세훈은 낯선 사람이다. 선영의 질문에 성진이 낯을 찡그리며 말했다.


“아카데미 동기에요.”


그새 가까이 다가온 방세훈이 그에게 말했다.


“여기서 뭐하냐?”

“형이야말로, 여기 아무나 못 오는 곳일 텐데.”


앞에 보이는 제한구역 표시를 가리키자, 방세훈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내가 아무나는 아니지. 여기 높으신 분들께 두루두루 인사 하고 오는 길이야.”


그 자리에서 방세훈은 공단 이사회 쪽에 있는 친척들 얘기를 떠들었다. 그런 세훈을 아니꼽게 쳐다보는 선영에게 형식이 귓속말로 알려주었다.


‘쟤네 할아버지가 천지그룹 방회장이에요.’


그때 세훈이 함께 있는 직원을 곁눈질하며 성진에게 말했다.


“야. 너네 무슨 사고라도 쳤냐? 아까 보니까 비상 어쩌구 하는 것 같던데.”

“······.”

“풍뎅이 잡다 지원까지 받았다는 팀이 너희 조였냐?”

“······.”


성진과 형식은 잠자코 침묵했다. 그러나 안선영은 마냥 참고만 있지 않았다. 당장 언성을 높이며 세훈에게 대들었다.


“너 뭐야!”

“나? 방세훈인데.”

“방세훈이고 나발이고···!”

“참아요 선영씨!”


형식이 뒤에서 선영을 붙잡고 뜯어 말렸지만, 선영은 할말은 해야겠다는 듯 표독스럽게 말했다.


“재수없게 거들먹거리기나 하고, 너 진짜 밥맛이야. 으웩!“

“뭐···? 밥맛?”

“그래, 밥맛!”


뭔가 상황파악이 안되는 듯 멍한 세훈의 얼굴을 보며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는데, 때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키 큰 직원까지 네 사람이 안으로 들어서자 선영이 곧바로 닫힘 버튼을 눌렀다.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사이로 방세훈을 향해 메롱 혀를 내민 선영은 기분이 좋다는 듯 킥킥거리며 웃었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고 선영과 형식을 따라 내리려는 성진을 직원이 붙잡았다.


“유성진군은 저와 함께 갑니다.”

“···먼저 가 형. 나중에 연락할게.”


형식에게 말을 남기고 하강하는 엘리베이터 속에서 성진은 직원을 쳐다보았다.


“공단 분이 아닌가 봐요.”

“······.”


멀대처럼 키가 큰 남자는 과묵하기도 했다.

곧 지하 9층에서 내린 성진은 직원과 함께 주차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한쪽 구석에 세워진 세련된 검정 스포츠카 앞에 도착한 직원은 고개를 숙여 보였다. 인사를 마친 직원은 성진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저는 이만.”


직원이 몸을 돌려 사라지자 기다렸다는 듯 앞쪽 조수석의 문이 열렸다.


“우리 구면이지?”


거친 남자의 얼굴이 씨익 웃음지었다.




“안녕하세요. 김판석 과장님.”


운전석에 앉아 있는 그에게 인사를 한 성진은 멀뚱하니 서 있었다. 예상했던 조사는 없었지만 역시 그냥은 넘어가지 않을 모양이다.


“타. 집까지 데려다 줄 테니까.”

“······.”

“특별 서비스야. 사양할 것 없어.”


성진이 차에 올라타자 김판석은 곧장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켰다. 지하 주차장을 빠져 나와 대로로 접어들어 달리기 시작할 즈음 핸들을 쥔 김판석이 불쑥 말을 던졌다.


“잘했다.”

“······?”

“잘했다고 임마!”

“네···.”


잠시간 침묵이 흐르고 김판석이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어떻게 안 거야?”

“뭘요···?”

“그 놈, 조천수 말이야.”

“그냥··· 느낌이 좀 안 좋았어요.”

“느낌이 안 좋았다···. 고작 그것뿐이야?”

“···감이라는 게 있잖아요.”

“직감이라는 건가···.”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김판석. 그러나 그의 질문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근데 말이야. 내 눈에는 네가 확신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거든.”

“···그렇게 보이던가요.”

“그래. 그렇게 보였다.”


성진은 입을 다물었다. 김판석은 잠시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더니 전방을 주시하며 말했다.


“네게 궁금한 게 많아. 차도희가 중독된 건 어떻게 알았는지, 네 진짜 마력등급이 어떻게 되는 지, 궁금한 건 정말 많지만 굳이 묻지는 않으련다.”


고개를 든 성진과 잠깐 마주친 그의 눈빛엔 약간의 흥미로움이 담겨 있었다.


“너 캠 그거 일부러 망가뜨린 거지?”

“제가 왜요?”

“글쎄, 감추고 싶은 게 있으니까?”

“···그런 거 없는데요.”

“어쨌든, 시험 영상을 포함해서 너와 관련된 기록들은 전부 삭제해두었다. 시험은 통과한 것으로 되었으니 그렇게 알아.”

“······?”


의아한 성진이 그를 쳐다보았으나, 운전에 집중하는 듯 김판석은 전방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차준영은 무사히 시험을 잘 치렀어. 시험과정에서도 별 문제 없었고. 이틀 전 갑자기 시험참가를 결정하는 바람에 때를 맞추지 못한 놈들이 여동생만 노린 것 같은데, 운이 따른 거지. 여러모로.”

“절 보호해주려는 겁니까···.”

“쉽사리 움직이는 놈들이 아니야.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계획이 틀어진 원인을 밝히려고 들겠지. 네 자료를 지운 건 기본적인 방책일 뿐이야. 2차적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니까.”


“그럼 벌써 조천수의 정체도···.”

“조천수? 가명이겠지. 공단에 제출된 시험서류도 전부 위조된 것으로 밝혀졌어.”


김판석이 잠깐 설명을 해주었다. 입국과정에서부터 당일의 행적까지. 진보된 정보처리 기술로 조회 및 검색 기술은 놀라울 정도로 빨라졌지만, 그 틈을 파고드는 범죄의 치밀함도 훨씬 정교해졌다는 것 등등.


“DNA조사를 해봐도 놈의 신변정보가 전혀 나오지 않아. 모든 정보가 완벽히 은폐되어있더군. 놈들이 얼마나 치밀한 조직인지 알 수 있지. 그렇지만 다른 의문도 생겨. 국가적 차원의 비호를 받고 있지 않은 이상 그 정도의 조작은 불가능 하다는 거.”


국제적 암살 조직 암모스. 과거 인종사냥꾼이라 불리웠던 KKK단 같은 비밀조직이 세계의 음지에 존재하고 있었다면 현재의 세계에서 활동하는 비밀조직 암모스는 각성자들을 지워버리기 위해 암약하는 단체다. 이러한 단체의 흑막은 미래에서야 비밀이 벗겨지는데,


“중국 일본 미국? 어디든 가능성이 있어. A급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인재들이니까. 일찌감치 싹을 자르려 한 거지.”


일의 본질은 국가간 힘 겨루기라는 소리다.

암모스라는 비밀조직은 해결사 조직이다. 의뢰를 받고 각국의 능력자들을 암살해 온 것인데, 여러 강대국들이 번갈아 가면서 상대국의 인재들을 제거하려 했다는 사실이 나중에야 밝혀진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중에 일반인에게 알려진 정보로 이 시기의 관리국은 이미 정확한 감을 잡고 있었다.


“그러니까 너도 조심하라는 차원에서 하는 말이다.”

“그래서 따로 조사도 없었던 거군요. 기록이 남으니까.”

“그래. 정부 기관에서 정보가 새는 것을 걱정해야 된다는 게 참 지랄 같긴 하지만 어쩌겠냐. 최대한 감출 수 있는 건 감춰야지. 그 편이 훨씬 안전할 것 같으니까.”

“걱정마세요. 전 고작 D급 헌터일 뿐인데요.”

“B급을 능가하는 D급이지. 최강이다 너.”


멋쩍어진 성진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성진의 모습을 본 김판석이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아무튼 이번 일로 네 공적이 커. 암모스의 자객을 확보한 사례는 정말 드물거든. 그에 대한 보상으로 네 의무소집을 면제해줄까도 생각해봤는데······.”


의무소집 면제라는 소리에 살짝 기대감에 부풀어올랐던 성진은 미리부터 김이 빠졌다.

헌터가 되면 군대에 가는 대신 다년간 국가소집에 응해야만 하는 의무가 생긴다. 만일 그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정말 엄청난 혜택을 받는 것이었는데.

다음 말을 듣고서는 진심으로 놀라버렸다.


“지금 뭐라고···?”

“관리국에서 일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성진의 낯빛이 금세 시커멓게 죽었다.

최초의 스카우트 제안이 관리국이라니. 운명의 장난인가?


“이래 봬도 크게 인심 쓰는 거야. 다른 사람이라면 어림 반 푼어치도 없겠지만, 국가 요원이라고. 뽀대 나잖아."

“······.”

"어때. 확 땡기지···않나 보네?”


성진의 가라앉은 기색을 눈치챈 김판국이 의아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네. 안 땡겨요.”

“이상하네. 왜 안 땡기지? 남자는 가오잖아!”


본능적인 거부반응 때문이지. 지금도 관리국이라면 자다가도 이가 갈릴 지경인데.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성진은 억지 웃음을 띠우고 말했다.


“호의는 감사하지만 아버지의 회사로 들어갈 예정이라···. 제의는 거절하겠습니다.”

“왜? 아버지는 아버지. 너는 너라며!”


항의하듯 말하는 김판석이었다.


“지금도 그 생각은 확고하지만, 가족이라는 게 운명 공동체 같은 부분도 있으니까요.”

“운명공동체라···. 역시 그렇게 되나?”


눈에 띄게 풀이 죽은 얼굴로 중얼거리는 김판석. 이후 집 앞에 도착할 때까지 내내 말이 없다가 성진이 차에서 내리려 하자 부루퉁하게 말했다.


“그래도 생각은 해두라고. 나중 일은 모르는 거니까.”

“잠깐만요 과장님. 여쭤볼 것이 있는데요.”

“뭔데?”

“저에 대해서 아는 분이 달리 또 있습니까? 과장님 말고요.”

“너에 대해 아는 사람? 몇 사람 안 돼. 관리국 높은 양반이랑 강인호 의장 정도? 의장님에겐 관리국 직통으로 보고가 올라가니까.”

“···예.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인 성진은 나지막이 웃으며 인사의 말을 건넸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오냐. 다음에 또 보자.”


—부우웅!

육중한 소리와 함께 튕기듯 달려나가는 스포츠카.

성진은 도로에 서서 금세 멀어져 가는 차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강인호. 빅7의 능력자들 중 유일하게 정치적 성향을 가진 인물로 각계 각층에 걸쳐 다양한 인맥을 가지고 있다. 그 다양한 인맥들 속엔 그의 부친인 유권명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고 하면,


“아버지한테도 얘기가 들어 갔다고 봐야지.”


차라리 잘 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와는 여러 가지 문제로 협상을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굳은 표정을 한 성진의 걸음이 마침내 집으로 향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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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신입 헌터 4 +50 18.06.14 38,098 824 15쪽
22 신입 헌터 3 +27 18.06.12 38,822 817 13쪽
21 신입 헌터 2 +19 18.06.09 39,733 807 13쪽
20 신입 헌터 1 +17 18.06.07 40,875 870 15쪽
19 본 헌터스(Bone Hunters) 4 +16 18.06.05 39,422 860 10쪽
18 본 헌터스(Bone Hunters) 3 +19 18.06.04 39,272 812 13쪽
17 본 헌터스(Bone Hunters) 2 +24 18.06.02 40,323 846 14쪽
16 본 헌터스(Bone Hunters) 1 +19 18.05.31 41,597 890 15쪽
» 다섯 번째 헌터시험 5 +23 18.05.29 41,324 907 12쪽
14 다섯 번째 헌터시험 4 +24 18.05.28 40,890 878 9쪽
13 다섯 번째 헌터시험 3 +24 18.05.23 40,805 870 11쪽
12 다섯 번째 헌터시험 2 +16 18.05.22 41,816 853 13쪽
11 다섯 번째 헌터시험 1 +38 18.05.21 42,905 886 11쪽
10 과거의 정리 4 +43 18.05.17 42,333 900 10쪽
9 과거의 정리 3 +24 18.05.16 42,167 962 9쪽
8 과거의 정리 2 +26 18.05.16 42,672 92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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