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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원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헌터의 보편적인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사천원
그림/삽화
사천원
작품등록일 :
2018.05.14 05:22
최근연재일 :
2018.08.04 19:0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392,453
추천수 :
30,098
글자수 :
210,944

작성
18.07.13 16:45
조회
30,611
추천
777
글자
22쪽

정예멤버 1

DUMMY

멀리, 무질서하게 세워진 방벽 속의 도심이 내려다 보이는 산의 고갯마루. 밝게 솟아오른 아침 햇살이 두터운 차폐막으로 둘러싸인 던전 시설을 하얗게 비추었다.

아침부터 내내 고요하기만 했던 그곳의 분위기가 일변한 것은 대형 운송차량들이 속속 도착하면서부터다.

언덕 아래쪽 주차장. 검정색 방호복 슈트 차림의 헌터들이 각기 장비를 챙기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제 막 도착한 차량에서 내리고 있는 신입팀. 정민기, 유성진, 차도희의 다음으로 얼굴을 내민 형식은 어지간히 긴장한 듯 표정이 잔뜩 얼어 있었다.

발을 헛디뎌 바닥으로 넘어지려는 찰나, 누군가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뒤에 있던 허관우다.

휴우. 안도의 숨을 내쉬는 형식에게 짜증스럽게 말하는 허관우.


“조심해 아저씨. 벌써부터 그렇게 긴장하면 어떡해.”


의기소침한 형식에게 장비가방을 챙겨주며 성진이 말했다.


“걱정할 것 없대도.”

“그, 그렇겠지.”


얼굴을 붉힌 형식에 이어 차도희가 수줍게 말을 꺼냈다.


“저도 좀 긴장이 되는데.”

“정신 똑바로 차려.”

“······.”


샐쭉한 표정으로 입을 다무는 차도희. 그런 모습을 힐끔거리는 정민기까지, 신입팀이 시설 안으로 들어섰을 때였다.



—빰빠라밤. 빰빠빠 빰빠라빰~!!!


요란한 팡파레 소리가 울리며 빨간 두건을 쓴 귀여운 여자아이가 두 팔을 들어올리며 일행을 환영했다.


“환영합니다 헌터님들!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뭐야 이건,

허관우가 여자아이의 두건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실제가 아닌 홀로그램 캐릭터. 현태준의 취향이 반영된 것이다.

그때 막 나타난 뚱뚱한 거구의 사내가 히죽 웃으며 반갑게 아는 척을 했다.


“오 빨강이. 오랜만이야.”

“5일 12시간 만입니다. 양일구 헌터님.”

“나 안보고 싶었어?”

“네!”


크게 고개를 끄덕인 여자아이가 신입팀 일행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신입 헌터님들께 마스터로부터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습니다.”


곧바로 영상화면이 나왔다.

먼저 화면을 거의 차지하다시피 웃고 있는 김석돌의 커다란 얼굴이 나타났다.

야. 짱돌. 좀 비켜 봐!

앞에 있는 김석돌에게 일행의 성화가 쏟아지고, 이윽고 화면에 7명의 사람들이 다 함께 모습을 비추었다. 젊은 몇 사람을 제외하고 대부분 중년의 인사들. 1군 1팀의 멤버들이다. 그 중 한 가운데에 자리한 유권명이 진중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신입들에게는 훈련과 실전을 겸한 던전 공략이다. 회사의 공략 시스템을 잘 보고 익히는데 주력하도록!]


파앗. 순식간에 영상이 끝났다.


“뭐야. 우리 땐 이런 거 없었잖아.”

“특별히 지원부가 마련한 이벤트인가 본데.”


그러나 정작 신입들의 반응은 썰렁하기만 하다.


“여기서 뭐하고 있어.”

“대장님 왔다. 들어가자.”


두 팀장을 포함한 공격대 인원들이 모두 들어가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정적이 흐르던 고요한 공간에 새로운 움직임이 있었다.

홀로그램 속 인영이 팔을 들어올리며 다시 요란한 팡파레가 울렸다.


뺨빠라밤—.

전방을 향해 빨간 두건 소녀의 낭랑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환영합니다 헌터님들!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



흑갈색 대지위로 빛나는 녹색과 자색의 수정광물이 솟아있는 동굴형 던전.

조명이 환하게 밝혀진 입구의 베이스캠프 안에서는 열 명이 넘는 지원팀 인원들이 각종 설비를 점검 중이었다. 기지 안에 쌓여있는 네모난 박스형태의 기계들은 정보통신을 위한 기계장치. 던전 내에서 GH폰을 이용한 전투시스템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체크. 시작해.”

“맵 들어와?”

"오케이!"


GH폰의 패널 위로 꽃잎모양의 던전 지형이 떠올랐다. 맵 상에 자리한 푸른 점은 공격대 인원의 위치를 나타낸다. 전원이 모여 있는 관계로 하나의 점으로 표시되어 있다.

C급 던전에서 PCM기계와 같은 고기능 장비는 지원되지 않는다. 대신 다목적 차량이 제공된다. 차량에 장착된 이형체 탐지 레이더는 300미터 범위 내를 정찰하여 움직이는 이형체를 포착하고 이를 맵 상에 업로드 시킨다.


“잘 되고 있어.”


지원팀이 OK 사인을 보내자, 공격대 대장 서 범이 지원팀 감독과 함께 토의에 들어갔다. 미리 정해진 동선의 루트를 다시 한 번 꼼꼼히 체크하는 것.


공격대 인원은 총 18명. 그 중 3군의 선임 헌터가 13명이다. 서 범과 양일구 팀장을 포함한 강화계 9명, 변화계 마법사 3명. 치유계 힐러 3명. 모자란 2명은 전문 강화훈련에 들어가 있는 관계로 이번 공략에서 제외된 인원이다.

그리고 신입팀 5명.


출발을 앞두고 각기 무구를 점검하고 있는 공격대 인원들.

형식과 도희의 전용장비는 단검과 스태프 유사시 공격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코어가 박혀 있어 방어막 운용에 도움을 준다.

허관우는 번쩍번쩍 빛나는 신형 폴액스를 어깨 위로 걸쳤다. 자루 끝에 찌르기 용 스파이크가 붙고 스파이크 밑에 해머가 붙은 십자형 폴액스.

폴액스는 도끼가 아닌 해머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헌터들의 대중적인 무기는 장검과 보조장비인 단검이지만,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 인기가 있는 무기.


그리고 장검을 든 성진과 정민기.

성진을 쳐다보는 정민기의 시선이 곱지 않다.

5성급 벨루아 검.

물론 정민기도 5성급 무기를 가지고 있다. 2군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 직접 공방의 장인에게 주문 제작한 장검이다.

5성급 무기인 벨루아 검은 기성품이고,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구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저 무기가 회사에서 지급된 무기라고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5성급 무기를 지급받는다는 것은 정예 멤버 대우를 받는다는 뜻.

지루한 듯 폴액스를 꺼내든 허관우가 그에게 시위하듯 붕붕 휘둘러댔지만, 적개심으로 가득 찬 정민기에게 그런 것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성진은 속으로 쓴 웃음을 지었다. 진작부터 정민기의 기분 나쁜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줄곧 신경 쓰인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으니 모를 수가 있나.

집단에서 흔히 발생하게 되는 일. 견제다. 자신을 우두머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른 경쟁자의 출현을 좌시하지 않는다. 확실한 힘의 우위를 보여주지 않는 한 끝나지 않을 일.

일일이 대응하기도 귀찮고, 되도록이면 조용히 넘어가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이윽고 감독과 이야기를 마친 서 범 대장이 출발을 지시했다.

베이스캠프가 있는 입구에서 벗어난 일행은 맵에 표시된 목표지점인 중앙광장으로 향했다.


“방심하지 마. 여기 삼발이 던전이야.”


웃지도 않는 서 범의 말이었지만, 양일구 팀장은 쿡쿡 웃었다.

두 사람은 같은 3군 소속의 팀장. 급작스레 편성된 공략팀지만 원래부터 팀 매치가 자주 이루어지는 만큼 동료로서 친한 사이. 그 외 팀원들 역시 친밀한 사람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별 걱정을 다한다. 우리 애들 빠삭한 거 알잖아. 안 그러냐? 얘들아.”


양일구가 주변을 둘러보자, 그의 팀원들이 히죽거리며 공범 같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나저나 이번 신입들은 어떤 사고를 치려나.”

“네 녀석이 제일 요주의야. 까불지 말고 잘해.”

“넵. 조심하겠습니다. 누님.”


하하 호호,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들 산책이라도 나온 듯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마지막으로 설비기지에서 나온 다목적 차량들이 일행의 후미에 붙었다. 중계기를 비롯한 각종 물품과 지원장비가 실려있는 지원차량은 모두 4대.


“어 켜졌다. 이제 되네.”

“난 왜 안되지?”


패널의 맵 기능을 껐다 켰다 하며 확인해보고 있는 허관우와 형식.

차량에 타고 있는 지원팀 감독이 신입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걱정 할 것 없어. 조금 써보면 금방 익숙해질 테니까.]


첫 번째 루트인 광장구역으로 진입하자 전투패널에 레드 존의 표식이 나타났다.

지원차량의 탐지장치도 있지만 마법사들이 펼친 탐지 마법의 결과도 시스템에 업데이트하고 있는 것.


광장에 있는 소형괴수들은 만만한 것들이다. 마력이 깃든 무구로 건드리기만 해도 찍찍 뻗어버리는 괴수들. 3군 헌터들이 몰이하듯 돌아다니며 백여 마리의 괴수들을 한꺼번에 처리했다.


다음 두 번째 구역. 둥근 곤충형 괴수를 본 양일구가 웃는 눈으로 말했다.


—알콩이. 귀여운 알콩이가 나왔어요!

—홀딩! 홀딩!


장난기 넘치는 멘트에 쿵짝쿵짝 울리는 음악소리까지.

도떼기 시장이 따로 없다.


—스트라이킹!


전방에 펼쳐진 전투시스템 패널에 [스트라이킹]이라는 문자가 크게 떠올라 깜박거린다. 그것을 본 딜러들이 달려들어 미친듯 두들기고 때리고.


—자자 방막 깨졌다. 피니쉬!!

[피니쉬!][피니쉬!]

집중공격이 쏟아진 끝에 이내 [전투종료]의 메시지가 떴다.

번쩍거리는 화면아래 움직임을 멈춘 괴수의 사체가 널브러져 있다.


이건 뭐, 사냥이라고 해야 할지, 광란의 파티라고 해야 할지.

전날 몸 사리는 소리를 해댄 사람들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화끈하게 끝내버렸다.


그뒤로도 신입팀은 계속 구경만 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냥 들러리네. 들러리. 기껏 던전에 들어와서 손가락이나 빨고 있어야 하다니.”


입이 댓발은 나온 허관우의 말에 정민기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지휘를 맡은 서 범 대장을 쳐다보는 것이다.


[신입팀. 지원팀과 함께 움직여라.]


다음 구역으로 이동이 시작되자 공격대의 가장 후미에 속한 신입팀에게 서 범 대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그리고 빠르게 질주하듯 달려나가는 본팀 일행들.

잠시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던 정민기가 성진을 돌아보며 말했다.


“유성진. 지원팀과 같이 움직여.”


정민기의 말은 성진을 두고 먼저 출발하겠다는 것.

성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죠.”


조직이란 위계질서에 의해 돌아간다. 어찌됐든 조장의 말이니 따르기로 한 것이다.

정민기가 바람처럼 빠르게 달려나갔다. 이에 질세라 허관우도 튀어나가고, 망설이고 있던 차도희와 형식도 뒤를 따랐다.

얼마간 달린 끝에, 맵을 확인한 허관우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이봐. 아저씨. 20미터 앞에서 왼쪽으로 꺾어져야 해. 앞은 낭떠러지니까 조심···.”


막 말을 하고 있을 때였다. 앞으로 달려가던 형식의 몸이 슉,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허관우의 입이 딱 벌어졌다. 달려가던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고 그대로 떨어져 버린 것.


—···아악!


굳이 맵을 확인할 필요도 없이, 저 아래쪽에서 울리는 기괴한 괴성 소리가 그의 위치를 짐작케 했다.

아래쪽은 깊은 낭떠러지. 복잡한 협곡지대가 10키로미터에 걸쳐 길게 이어져 있다.


“아 놔. 진짜 어이가 없네!”

“······.”


먼저 왼쪽으로 갔던 정민기가 절벽가로 돌아왔다.


“저 곰팅이 아저씨. 어떡하냐고.”


허관우의 말은 곧 정민기를 심정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차도희. 부유마법으로 올라올 수 있나?”

“이 정도 높이는 불가능해요. 아래로 내려가서 길을 찾는 방법밖에.”


차도희가 침울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허관우가 머리위로 양팔을 올리며 말했다.


“괜히 서두르다가 시간만 더 허비하게 생겼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정민기 역시 속으로는 애가 탔다.

초행인 던전에서 길을 찾는 것은 무리. 가뜩이나 지형이 복잡한 곳이다. 어쩌면 입구까지 가서 돌아와야 될 지도 모른다.

그렇게 조바심을 내고 있을 때였다.

빠르게 잔상을 뿌리며 성진이 나타났다. 그 모습을 본 순간 옳다구나 싶은 정민기다.


“모두가 움직일 필요는 없지. 유성진. 네가 내려가서 데리고 와.”

“······?”


도희가 고개를 돌렸을 땐, 이미 성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정민기의 말이 끝나기도 전 곧바로 아래로 뛰어내렸으니까.


“우린 출발하지.”


정민기가 맵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뭐야. 조장이 되가지고 얄짤없네.!

“불만인가?”

“불만이랄 것 까지야.”

“이러는 사이에도 점점 본팀과 거리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을 마치자 마자 곧바로 달려가는 정민기. 허관우와 차도희도 질주를 시작했다.

세 사람이 사라진 뒤쪽의 후방으로 지원팀의 차량이 줄을 이었다.


총 3키로미터 구간에 달하는 중간구역. 통칭 삼발이라 불리는 스콜로펜드라가 나오는 섹터다.

3군의 마법사들은 탐지마법에 집중하고 있었다. 디텍티브 마법으로 개체의 분포를 확인하고 안전 에이리어를 확보한다.

그렇게 확보한 안전 에이리어에 공격 캠프를 차린다. 스콜로펜드라는 예민한 탐지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되도록 멀리 떨어진 안전한 구역에 자리를 잡는 것이 좋다.


공격대가 있는 캠프에 신입들이 도착하자, 곧장 정민기에게 다가간 서 범이 날 선 목소리로 물었다.


“왜 내 말을 따르지 않았지?”


서 범은 이동 중에도 수시로 맵을 들여다보며 신입팀의 움직임을 상세하게 살피고 있었다. 그래서 출발 당시에 유성진이 남은 것과 현재 계곡구역으로 돌고 있는 유성진과 형식의 위치를 알고 있는 것이다.


“조장으로서 팀원을 챙기는 일을 우선시 해야지. 경력자라면서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나?”

“위급한 상황도 아니고, 뒤처지는 것 같아서 조금 서두른 것뿐입니다.”

“······.”


이거야 원,. 말이 통하지 않는군.

잠시 정민기를 쳐다보고 있던 서 범이 몸을 돌리며 말했다.


“거기서 지원팀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 사냥은 지원팀이 도착하고 모든 준비가 갖추어진 다음이다.”


충격을 받은 듯 정민기의 눈이 커졌지만, 무시하듯 걸어가버리는 서 범. 그의 뒤를 다급히 쫓아간 정민기가 말했다.


“이번에는 공격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서 범이 정민기를 쳐다보며 짧게 말했다.


“봐서.”

“저 B급 헌터입니다.”


공격대 본팀의 대부분이 C급 헌터들. B급 헌터는 서 범과 양일구, 단 두 명에 불과하다. 자신의 전투력을 무시하지 말라는 것인데, 공격대 인원들치고 그의 말을 듣지 못한 이가 없다.


“몸이 달아올랐나 본데. 슬슬 풀어주지.”


양일구의 말을 들은 서 범이 정민기에게 타이르듯 말했다.


“사냥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야. 대기하고 있으면서 전투의 흐름을 잘 지켜보도록 해.”


곧 지원팀의 차량이 도착하고, 차에 실린 장비를 내려 캠프 내에 안전을 위한 바리케이트가 설치되었다.

그 사이 성진과 연락을 취한 서 범은 천천히 합류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사냥 준비에 열중했다.


본격적인 헌팅타임.

바리케이트 안쪽으로 힐러와 마법사들이 자리해 있고, 신입팀 3명이 후방에서 대기하고 있는 가운데, 헌터 하나가 멀리 있는 삼발이를 유인해왔다.

근처에 가기만 해도 알아서 다가오는 놈들이다. 지면 아래로 이동하기 때문에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유인을 맡은 헌터가 캠프로 들어와 속도를 줄이자마자, 지면이 폭발하듯 솟아오르며 10미터 가량의 거대한 붉은 동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 그럼, 삼발이를 잡아볼까.”


방패를 든 양일구가 동체의 중간부분에서 끝으로 이동했다. 그가 있던 자리에 또 한 명의 가드가 추가로 붙었다. 그 사이 위협적인 삼발이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크게 동체를 꾸물거린 삼발이의 날카로운 이빨이 세 갈래로 벌어지자 펄쩍뛰어 오른 양일구가 뒤로 멀찍이 물러났다.

그것을 본 서 범이 고개를 끄덕였다. 삼발이가 이빨 공격을 할 때 본체의 마디가 늘어나면서 의외로 넓은 범위로 공격이 들어오게 된다. 그 때문에 끄트머리에 자리한 가드는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었다.

다른 한 명의 가드 역시 빠르게 뒤로 물러나 있다.

삼발이의 공격에는 정해진 패턴이 없다. 한 가지 행동이 끝나면 일단 범위를 벗어나서 다음 공격을 보고 상황에 맞게 판단을 내려야 한다.


쿵쿵, 바닥을 내리치는 동체공격에 이어 몸 전체의 돌기에 어린 붉은 형광빛이 강해졌다.

돌기의 빛이 밝아진 것은 전류공격이 시작될 조짐. 곧 사방으로 타오르는 듯한 전류의 섬광이 줄줄이 발산되었다.

—치지지지지직! 지지직!!!


“잠시 후 스트라이킹에 들어간다. 내가 신호를 보내면 시작하도록.”


스트라이킹이란, 이형체를 보호하고 있는 방어막 제거를 위해 화력을 집중하라는 작업용어.

몇 번의 공방이 오간 끝에 거대한 동체가 튀어나오기 시작해, 총 세 개의 동체가 모두 지면위로 모습을 드러내 보였다. 그러자 비로소 스트라이킹 신호가 나왔다.


[스트라이킹!]


5명의 딜러들이 괴수의 본체에 달라붙어 공격을 시작. 맹렬히 인간을 쫓는 삼발이의 이빨을 피해 민첩하게 움직이며 공격을 넣는다. 그러는 동안 난폭하게 요동치는 두꺼운 본체로 법사들도 일제히 마법공격을 퍼부었다.


다수의 공격이 이루어질 때는 서로간 충돌이 없도록 주의하는 것이 관건.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팀이다 보니 한치의 어긋남이 없이 서로의 손발이 잘 맞았다.

집중 화력이 퍼부어지고 2분 정도가 지났을 때 엄청난 굉음이 울렸다. 삼발이의 견고한 방어막이 깨진 것이다.


“방막 깨졌다. 피니쉬!”

[피니쉬!]


대장인 서 범의 지휘에 따라 마무리 공격에 들어가고 다시 2분 정도가 지났을 때, 붉은 동체의 움직임이 멎었다. 삼발이의 거대한 동체가 뒤집어진 채 아래 쪽의 둥근 본체가 짓이겨진 상태로 겉으로 드러났다.

한 마리의 스콜라펜드라를 잡는데 걸린 총 소요시간, 5분 가량.


“다음의 풀링부터 신입팀도 참가한다. 각자 신호를 보내면 공격에 가담하도록.”


서 범의 허락이 떨어졌다.


“드디어.”


정민기와 허관우가 표정이 변해서 무기를 잡아 쥐었다. 변환계 마법사들이 자리한 옆에서 차도희 역시 긴장하여 바짝 정신을 집중했다.


“공격할 때 다른 사람과 호흡을 잘 맞추도록 해.”

“맡겨만 주십시오!”


자신만만한 정민기의 대답이었다.

고개를 끄덕인 서 범이 전투 패널에 정민기와 허관우, 차도희의 이름을 등록시켰다.

마침내 타격대의 명단에 신입들의 이름이 오르자, 3군의 선임 헌터들 역시 낯빛이 변했다. 저마다 기대 어린 표정들이 역력하기만 한데,


그 사이 유인에 나선 풀링 담당이 돌아왔다.

탐지 창에 떠오른 2개의 점. 이번엔 두 마리의 개체다.

방패를 든 서 범이 가드에 나섰다.


—파앙!


강력한 공격을 날리는 정민기. 이에 질세라 허관우도 폴액스를 휘두르며 연신 강력한 공격을 날렸다. 자신의 장점인 탄성을 이용하여 능숙한 공격을 가하는 것. 거기에 차도희의 얼음마법이 더해지자 1분도 안되어 방어막이 깨졌다.


“으와! 신입들 불타오르네!”

“무슨 원수라도 진 것 같은데?”

“어지간히 심심했나 봐.”


훌륭하게 자신의 능력을 과시해 보이는 신입들에게 본팀의 헌터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말을 던졌다.


“큰 소리 친 것만큼은 하는 군.”


다른 한 마리를 틀어막고 있던 서 범이 마무리 싸인을 넣었다.


[피니쉬!]


“이거 진짜 편한데.”

“빙결마법 짱이야!”


차도희의 빙결마법은 굉장한 호응과 찬사를 받았다. 다른 괴수와 마찬가지로, 난폭한 삼발이의 움직임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효과적이었다.


이후로 사냥이 계속 되었다.

다시 시작된 전투. 두 마리의 삼발이를 상대로 서 범과 양일구가 탱킹을 하고 한 마리의 개체에 [스트라이킹]. 신입을 포함한 딜러진을 투입시켰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을 때였다.


—삐삐삐삐!

갑자기 탐지장치의 경고음이 울렸다.


“삼발이 개체수가 증가했어요!”


서둘러 탐지 마법을 펼친 마법사가 질린 얼굴로 외쳤다.


“얼마나!”

“많아요! 넷, 다섯, 점점 숫자가 늘어나고 있어요!”


맵 상의 붉은 점들이 급속도로 다가오기 시작해, 곧바로 새로운 동체가 지면을 뚫고 솟구쳐 올랐다.


“피니쉬, 서둘러!”


서 범 팀장은 자신이 잡고 있던 괴수에게 다른 가드를 붙이고, 자신은 새로 등장한 동체로 가서 붙었다.


—타앙!


고개를 든 서 범의 눈에 정민기가 새로 등장한 동체에 달려들어 타격을 가하는 모습이 보였다.


“저···저···.”


양일구의 탄식소리. 착각한 건가?


“물러나, 정민기. 이건 지금 공격하면 안돼.”


삼발이에게 공격을 가하면 지면 아래의 다른 동체가 튀어나온다. 일부러 힘을 조절하여 살살 틀어막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능한 시간을 늦추려는 것인데,


정민기의 공격력이 강한 탓일까. 우려했던 대로 새로 등장한 개체의 다른 동체가 튀어나와 버렸다.

기존에 잡고 있던 두 마리에 더해 새로운 개체까지, 순식간에 피해야 할 삼발이의 입들이 전부 6개가 되었다. 사냥중인 첫 번째 개체의 것 3개와 두 번째의 것 1. 그리고 가장 나중에 것 2개다. 그것들 중 하나의 동체가 뒤편에서 길게 휘어지고 있었다.

쫘악! 크게 벌어진 삼발이의 입이 다가오는 것을 목격한 서 범이 외쳤다.


“정민기. 피해!”

“야! 정민기!”


그제야 정민기가 뒤를 돌아보았다. 급박한 순간, 피해야 할 정민기가 다가오는 삼발이의 입을 바라보고만 있다.

뭐야. 얼어붙어 움직이지 못하는 건가!

보다 못한 서 범이 몸을 날리는데, 그 순간 누군가 달려들어 정민기를 밀쳐냈다. 간발의 차이로 쫙 벌어진 입이 닫히며 삼발이의 동체가 바닥을 파고들었다.


—쿵!!!


그 때였다.

바로 밑의 지면이 폭발하듯 솟아올랐다. 심상치 않은 진동을 느낀 정민기가 자리를 벗어났다. 허관우 역시 곧바로 몸을 움직였다. 바닥을 차고 뛰어오른 허관우. 그가 체공하는 공간으로 커다란 입이 다가왔다.


사방을 에워싸고 다가오는 날카로운 이빨들. 그것들을 바라보는 허관우의 하얀 얼굴로 어둡게 그림자가 졌다.


덥석! 세 갈래로 벌어져 있던 입이 단번에 닫혔다. 날카로운 이빨 사이에 끼인 허관우가 밖으로 나온 하체를 버둥거리며 비명을 내질렀다.


—으아아악!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부족한 글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설명이 많아서 죄송하고요.

후원금을 보내주신 잉걸불님, 생사대작님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남겨주신 많은 분들도 고맙습니다. 잘 새겨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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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헌터의 보편적인 생활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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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에 관하여 +16 18.06.22 37,159 0 -
35 습격 1 +66 18.08.04 18,368 584 18쪽
34 정예멤버 4 +41 18.07.26 23,588 696 20쪽
33 정예멤버 3 +55 18.07.24 25,029 764 19쪽
32 정예멤버 2 +67 18.07.17 28,399 903 20쪽
» 정예멤버 1 +62 18.07.13 30,612 777 22쪽
30 합숙훈련 4 +52 18.07.10 31,609 816 17쪽
29 합숙훈련 3 +42 18.07.03 34,347 849 13쪽
28 합숙훈련 2 +29 18.06.30 35,081 820 13쪽
27 합숙훈련 1 +31 18.06.26 36,449 886 15쪽
26 신입 헌터 7 +44 18.06.22 36,997 822 13쪽
25 신입 헌터 6 +39 18.06.20 37,200 862 16쪽
24 신입 헌터 5 +44 18.06.16 37,668 912 18쪽
23 신입 헌터 4 +50 18.06.14 38,107 824 15쪽
22 신입 헌터 3 +27 18.06.12 38,830 817 13쪽
21 신입 헌터 2 +19 18.06.09 39,743 807 13쪽
20 신입 헌터 1 +17 18.06.07 40,887 870 15쪽
19 본 헌터스(Bone Hunters) 4 +16 18.06.05 39,432 860 10쪽
18 본 헌터스(Bone Hunters) 3 +19 18.06.04 39,282 812 13쪽
17 본 헌터스(Bone Hunters) 2 +24 18.06.02 40,334 846 14쪽
16 본 헌터스(Bone Hunters) 1 +19 18.05.31 41,606 890 15쪽
15 다섯 번째 헌터시험 5 +23 18.05.29 41,332 907 12쪽
14 다섯 번째 헌터시험 4 +24 18.05.28 40,899 878 9쪽
13 다섯 번째 헌터시험 3 +24 18.05.23 40,815 870 11쪽
12 다섯 번째 헌터시험 2 +16 18.05.22 41,824 853 13쪽
11 다섯 번째 헌터시험 1 +38 18.05.21 42,914 886 11쪽
10 과거의 정리 4 +43 18.05.17 42,345 900 10쪽
9 과거의 정리 3 +24 18.05.16 42,176 962 9쪽
8 과거의 정리 2 +26 18.05.16 42,681 92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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