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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원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헌터의 보편적인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사천원
그림/삽화
사천원
작품등록일 :
2018.05.14 05:22
최근연재일 :
2018.08.04 19:0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392,465
추천수 :
30,098
글자수 :
210,944

작성
18.07.1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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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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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6
글자
17쪽

합숙훈련 4

DUMMY

차도희와 떨거지.

정민기가 신입들에게 가지고 있던 생각이었다. 경험도 없는 초짜 따위, 솔직히 관심의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유성진. 그저 얼굴 좀 번드르하게 생긴 것뿐, 별달리 튀는 기색도 없어 보였는데···.

그야 신입치고는 좀 가라앉은 느낌을 받긴 했지만 그저 그뿐. 차도희에게 하는 것이나 은근히 형식을 챙기는 모습을 보고 같은 아카데미 출신이라 사이가 좋은가 보다고 단순하게 여겼다.

비단 정민기만 그런 생각을 가진 것이 아니었다.


“권형식 3회 추가. 유성진. 넌 5회 추가다.”


이제는 숫제 두 사람을 세트로 취급하는 마 교관.


“시키지도 않는 짓을 곧잘 하는 군. 어지간히 튀는 것을 좋아하나 본데 여긴 아카데미가 아니야. 한가하게 친구놀이나 하는 곳이 아니란 말이지.”


그 뒤로도 시시하고 장황한 말을 비꼬듯 늘어놓는 마종석 교관. 유성진을 곱게 보지 않는 눈치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성진은 교관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그것을 자신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고 여기는지, 온갖 실수를 저지르는 권형식보다 더 미운 털이 박힌 성진이다.


“자네를 위한 선물이라고 생각하게. 내 마음이 듬뿍 담긴.”


마 교관의 선물이란 보조장비인 G포스의 중압장치를 조작하여 보다 강한 압력을 가하는 것. 심리적인 압박효과를 기대한 것 같지만 그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 버렸다.


“좋군요. 이제 좀 수련이 되겠는데요.”


태연한 기색으로 말하는 성진. 전혀 압박이라는 걸 받는 사람의 얼굴이 아니다. 그게 또 마땅치 않은 듯 잔뜩 눈살을 찌푸린 교관의 험악한 눈초리를 받았다.


“자네는 어리석은 행동을 고집하는 이상한 버릇이 있군. 나이가 어려서 그런가? 내 나이쯤 되면 자네도 현명한 행동이 무엇인지 알게 될 날이 올 테지.”


젠체하는 교관의 말에도 유성진의 태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잠시 묘한 눈빛으로 교관의 얼굴을 쳐다보았을 뿐.


잠시 후 락커룸에서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정민기는 여전히 성진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다.

다부진 얼굴에서 형형히 빛나던 눈빛이 눈에 선연하다. 때때로 녀석이 보이는 눈빛은 이리처럼 날카롭고, 나이에 비해 이상하리만치 초연한 태도나 범상치 않은 행동거지 같은 것들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그 외에도 걸리는 것은 또 있었다.


락커룸에서 나와 숙소로 들어선 정민기의 시선에 차도희와 그녀에게 붙어 시시덕거리고 있는 허관우의 모습이 보였다.


“오늘 낙하훈련에서 정말 멋지더라. 부유마법이지? 천사가 날아오는 것 같더라니까. 마법이란 정말 대단해.”


실없는 사람처럼 히죽거리며 거창한 찬사를 늘어놓는 허관우. 자신의 침상에 그림처럼 조용히 앉아있는 차도희는 가면을 뒤집어 쓴 것처럼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녀는 항상 그런 모습이다. 얼음처럼 차가운 그 표정이 유일하게 변하는 상대는 유성진. 그 녀석 하나뿐.

차도희의 그런 태도 또한 신경에 거슬리는 것 중 하나였다.

B급 변환계 능력자인 차도희. 정예 멤버로의 합류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상급 엘리트인 만큼 가깝게 지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지만 도무지 곁을 내주지 않는다.

그렇게나 녀석을 신뢰하는 건가.


“그러고 보면 은근 대단한 것 같단 말이지.”


불쑥 고개를 든 허관우가 정민기의 시선을 붙잡으며 말했다. 무슨 소린가 싶어서 쳐다보는데,


“녀석 말이야. 유성진.”


순간 정민기의 시선이 차도희에게로 향했고, 그녀의 냉랭한 얼굴에 떠오른 이채를 확인하게 되었다.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고 만 정민기.

그것을 본 허관우가 피식 실소를 흘리며 말했다.


“아까 교관한테 말하는 것도 그렇고, 왠지 녀석이라면 뭐든 잘 할 것 같은 느낌이지 않냐?”

“글쎄. 자세히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무뚝뚝하게 답한 정민기가 다시 말했다.


“어차피 훈련소를 나가면 더 이상 볼 일도 없을 테고.”

“어 처음엔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더란 말이지. 의외로 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어쩌면 너보다도. 라고 말하는 듯한 허관우. 그의 눈빛을 읽은 정민기는 태연히 어깨를 추어올리며 말했다.


“네가 있었다던 사자자리 클랜에 상급 헌터가 몇이나 되었지? 어지간히 하류만 보았을 대단한 안목이라니, 들어줄 가치조차 없군.”

“뭐. 틀린 말은 아닌데, 그렇다고 속단하지는 마. 내가 보기에 보통 녀석이 아니야. 만만히 보지 않는 게 좋을 걸. ”


허관우. 그도 뭔가 감을 잡은 듯 했다. 하긴 그도 능력자인만큼 보는 눈이 있을 터. 밖에서 그가 들은 이야기를 그라고 듣지 못했을 리가 없다.


함께 지낸 지 불과 사흘. 그간의 훈련에서 녀석이 뭔가 대단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기대했던 허접한 신입의 모습도 아니다.

뭔가 그 자신이 대단히 크게 생각했던 것을 대충 대충 쉽게 해내는 느낌이랄까.

장애물 코스의 훈련 결과도 항상 같았다. 1등 정민기. 2등 허관우. 3등 차도희의 순. 녀석은 4등. 힐러인 권형식과 함께 들어온다. 능력이 딸리는게 아니라면 대체 뭘 하는 걸까.



***


—쌔애앵!


강렬한 파공음을 울리며 날아오는 검정색 로켓. 장난감처럼 보이는 작은 보디의 로켓이지만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다. 표적을 포착하고 추적하는 표적장치가 달려있는 SBL로켓이다. 고분자 소재의 추진벡터가 달린 로켓을 뿌리치기 위해서는 상공에 있는 레이더의 추격 범위를 벗어나는 것 외의 다른 방법이 없다.


우지끈. 전방으로 펼쳐진 숲으로 무작정 뛰어든 형식이 부러진 나뭇가지와 함께 아래쪽 계곡으로 떨어져 내렸다.


“우악!”


눈 앞으로 다가온 나무를 본 형식이 무심코 들어올린 팔로 얼굴을 가렸다. 슈트의 방어막이 있다지만, 눈으로 직접 다가오는 시각적인 공포마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쾅!


“으으······”


개구리처럼 바닥에 고꾸라져 있는 형식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이내 바닥에 처박고 있던 얼굴을 치켜든 형식. 죽을 것 같은 표정이지만 흙투성이가 되고도 남았을 얼굴은 말짱하다. 뒤쪽의 나무가 중간이 부러지는 참상을 당했을 뿐. 형식의 거대한 몸과 부딪혀서 반 동강이 난 것이다.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난 형식이 다시 앞으로 달려나갔다. 커다란 그의 덩치가 우거진 나무숲에 가려져 보이지 않게 되었을 무렵, 부러진 나무 둥치로 누군가가 내려섰다.


성진의 차분한 시선이 부서진 나무의 단면으로 향했다. 거기에 남은 그을린 듯한 자국으로부터 검은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방호복 슈트의 방어작용 때문에 남은 흔적.

잠시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성진이 결심한 듯 나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우툴두툴한 나무의 표면에 손바닥을 가져다 댄 성진은 주의 깊게 마력을 운용했다.

마력은 에너지. 자신의 안에 있는 에너지를 느끼고 변화시킨다.

몸에 익은 단순한 방출이 아닌 머릿속 심상으로 이미지 된 마력의 패턴을 만들어내야 한다. 따뜻한 온기를 지닌 초록빛의 생명력 넘치는 마력을.


“휴우···.”


무거운 숨을 내쉰 성진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승리적인 확신이라고 했던가.

책에서 본 바에 의하면 치유계나 변환계의 마법에 있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이다.

확신이라는 것은 굳은 믿음이다. 그러나 그 믿음이라는 것이 무작정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합당한 논리나 경험이 있지 않고서야······.

하지만 그에게는 분명 경험이 있다. 고유능력인 공명을 통한 직, 간접적인 경험들.


‘어떻게든 한 번이라도 성공만 한다면···..’


성진이 다부진 표정으로 다시금 손을 내밀었다.


***


문어의 발처럼 구불거리는 짙은 적색의 동체는 붉은 형광빛이 도는 뾰족한 가시모양의 돌기로 둘러싸여 있다.

쾅, 쾅! 강력한 힘으로 바닥을 내리치는 난폭한 동체의 움직임에 따라 뾰족한 돌기 사이로 푸르스름한 전류의 스파크가 일어나, 지직거리는 거친 소리가 공간에 가득 들어찬다.

실제였다면 사방으로 전격이 흘렀겠지만, 던전 공략을 위한 브리핑시간. 100% 괴수의 움직임을 토대로 재현한 홀로그램이다.

삑.

교관이 버튼을 누르자 괴수의 움직임이 멈추고, 시끄러운 잡음대신 차분한 남자의 육성이 어두운 실내에 울려 퍼졌다.


“중급괴수 스콜로펜드라. 속칭 지네라고 불리는 놈이다. 프랑스에서 처음 발견된 이형체로 얼핏 보면 지네처럼 보이지만, 이것이 본체가 아니다. 진짜 본체는 여기.”


순간 화면이 바뀌고 아래쪽으로 더 큰 부피를 지닌 괴수의 삼발이 같은 전체모습이 나타났다.


“스콜로 펜드라의 실체는 보통 지면 아래에 있다. 괴수를 잡을 때 우리가 보게 되는 것은 삼발이 중 하나. 그 하나의 발에 매달려 싸우다 보면 나머지 두 개가 연달아 튀어나오지.”

“밀도 높은 근육의 보디는 고강도 물질이고. 입 모양의 발끝은 칼날모양의 이빨로 한번 사냥감을 물면 완전히 다물어지기 전까지 다시 열리지 않는다. 그러니까 놈에게 물리면 끝이라는 소리야. 이빨 사이로 흐르는 전격에 방호막의 기능이 다하고 나면···.”


거기까지 말한 교관은 진중한 얼굴로 실내에 들어있는 좌중을 훑어보며, 질린 기색들을 확인하고 다시금 말을 꺼냈다.


“어떻게 될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가리라고 본다.”


이어 화면이 바뀌고 새로운 괴수가 나타났다.


“다음의 괴수는 KG15C던전 심층부에 위치한 중형급 괴수. 레서 미르돈이다. 이 괴수는 중형이지만 고밀도 보디로 되어 있어서 꼬리만 해도 3, 40톤 이상의 무게가 나간다. 이 무게가 속도와 힘, 순수한 마력과 결부되었을 때 어느 정도의 공격력을 보여줄지. 아마도 여러분이 상상하는 이상의 파괴적인 공격아···.”


설명이 이어지는 중간에 뒤쪽의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선 두 사람. 성진과 형식의 모습을 확인한 교관이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금 설명을 이어나갔다.


“··· 밀도가 높은 가죽과 뼈 때문에, 레서 미르돈은 방어막이 제거된 뒤에도 좀처럼 피해를 주기가 쉽지 않다. 이놈들은 불에 면역이며, 마법적 공격에도 절반의 피해만을 입는다. 놈들이 내뿜는 독과 가스엔 마비독 성분이 들어있어 사냥 시간이 길어지게 될 경우,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던전 내 주요괴수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다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서 범 팀장이 앞쪽의 단상으로 나갔다.


“KG15C던전 공략대의 대장을 맡게 된 서 범이다. 3군 소속 2팀장을 맡고 있지.”

—우우우우!

간단한 소개말을 마치자 가볍게 나오는 환호성 소리. 가벼운 손짓으로 단번에 소란을 가라앉힌 서 범 팀장이 공략팀 인원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공략팀은 기존 3군의 2팀과 7팀, 그리고 신입팀까지 총 세 팀으로 편성한다. 주 공격은 2팀과 7팀이 맡고. 여기에서 신입 헌터 다섯 명은 보조임무를 맡는다.”


그로부터 30여분에 걸쳐 장시간 공격대의 진입코스와 전략설명을 이어간 서 범 팀장은 마지막으로 정리를 하며 말했다.


“KG15C던전은 지형이 매우 복잡하고 난해한 곳이다. 입구에서부터 안쪽의 심층부까지 지뢰와 같은 협곡과 깊은 골짜기가 분포되어 있어 이동 중 낭패를 보기가 십상인 곳이지. 모두들 안전에 유의하길 바라며, 이상으로 전략 브리핑을 마치도록 하겠다.”


이후 다음날 아침으로 예정되어 있는 던전 공략을 앞두고 훈련소에 있는 공략팀 인원에게 자유로운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탕! 탕! 탕!

저녁시간, 3층 수련실에서 발생한 타격음이 낡은 건물을 진동시키며 울려 퍼지고 있었다.


“열심이네.”

“그러게. 종일 훈련을 하고도 모자란 모양이야.”


지나가던 선임 헌터들이 감탄스럽게 말하고 있을 때였다.


파앙!!!

엄청난 소리와 함께 한층 더 강해진 진동이 울려 퍼졌다.


“햐. 엄청난데.”


파앙, 팡팡팡!!!


“과연 정예급이라고 해야 하나.”

“2군에 있었다는 신입 헌터가 저 녀석 맞지?”

“맞아. 정민기.”


지나가던 몇 명을 시작으로 수련실 안쪽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점점 늘어났다.

모두 3군 소속의 헌터들. B급도 적잖이 있지만 대부분 C급 헌터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C급이라고는 해도 단지 마력 등급이 부족할 뿐 던전 공략에 숙달된 경력자들. 저마다 높은 마력등급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다.


“저 정도면 상급 던전에서도 먹히겠는데.”

“어차피 B급이잖아. 조만간 정예 멤버로 확정이라는 거겠지.”

“그런데도 내일은 겨우 보조역할이라니. 이거 보조가 무서워서 쫄아 버리면 어쩌지?”

“어쩌긴 뭘 어째. 강한 전력이 있으면 좋지.”

“맞아. 이번 신입들은 강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되는 걸.”


당연히 보여줄 것이다.

전심전력으로 검을 휘두르며 강격을 날리는 정민기. 비교불가인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겠노라, 이를 악 다문 채 타격대의 배리어를 향해 가열찬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수련실이 있는 3층 통로 아래에 자리한 휴게실. 구석진 안쪽 조리대에서 찻잔이 놓인 쟁반을 들어 옮기던 아주머니가 울리는 천장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따라 좀 소란스럽네요.”

“어디 맹수라도 나타난 모양이지요.”


가운데 쇼파에 앉아있던 소장이 찻잔을 받아 들며 말했다. 덥수룩한 은발아래 자리한 담백한 얼굴이 빙그레 웃음짓고 있다. 머리가 하얗게 세어서 그렇지 주름 하나 없는 매끈한 얼굴은 도저히 60대의 노인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호호호., 맹수라니. 소장님도 참.”

“제가 예전에 맹수새끼를 본 적이 있는데 말이지요. 다 자랐어도 어릴 때의 얼굴이 그대로 남아있더군요.”

“어머나. 그래요?”

“네. 그렇더군요.”


후르륵. 차를 한 모금 마신 소장이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요즘 허리는 좀 어떠십니까..”

“아무렇지도 않아요. 먼저 번에 치료해주신 덕분에 깨끗이 나았는 걸요.”

“그것 참 다행이군요.”


사람 좋은 얼굴로 웃어 보이는 소장이었다. 잠시 후 차를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선 소장은 훈련교관들이 모여있는 뒤쪽의 공간으로 향했다.


“진짜냐.”

“당연히 진짜지. 아까도 보니까 아카데미 성적까지 찾아보고 있더라니까.”

“쯧쯧. 그 친구 완전히 찍혔구만.”

“신세 참 고달프게 된 거지.”

“그런데 그 인간. 정민긴가 하는 애는 또 유난히 싸고 돌던데. 왜 그렇게까지 편파적인 거야.”

“것도 모르남. 정민기 갸가 1군 정진후 팀장 아들이라잖여..”

“아···.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는 남자를 비롯하여, 여기에 모인 이들 모두가 훈련소의 교련담당들. 그들의 눈에 본사에서 나왔다고 힘깨나 주고 다니는 마종석 교관이 곱게 보일 리가 없다. 더구나 돈과 명예에 혈안이 되어 있는 그의 행태는 훈련소 내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 그렇듯 평판이 좋지 않지만 처세술이 뛰어난 탓에 본사에서도 상당히 좋은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인데,


“하여간 연줄은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잡는다니까.”

“그 인간 그러는 게 어디 하루 이틀 일인가?”

“그 인간이 누굴까.”

“헉!.”

밖에서 섞여 들어온 소리에, 모두가 숨을 들이켰다.


“왜. 계속들 하지. 굳이 멈출 것까지는 없는데···.”


아쉬운 듯 말하는 소장의 목소리. 당황한 교관들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너나 할 것 없이 넙죽넙죽 허리들을 숙였다.


“아이고 소장님 계셨습니까.”

“구경 좀 다니느라고. 다들 늦게까지 수고가 많네. 그려.”


경직된 자세로 조심스럽게 소장의 얼굴을 쳐다보는 이들. 상대의 기분이 어떤 지를 살피는 것이다.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쳐다보며 음음.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이는 소장.

훈련소의 올빼미.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지만, 훈련소의 모든 말은 올빼미소장에게로 들어간다.

안이나 밖이나, 함부로 험담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훈련소 내에서 도는 말을 고루 귀담아 듣는다는 소문인데,

이번엔 또 무슨 말을 듣고 돌아다니는 건지. 마음이 여간 불편한게 아닌데...


그렇게 건물 내를 돌아 이윽고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선 소장이 창가에 자리한 책상으로 가서 앉았다.

밝은 녹빛의 커튼과 스탠드 조명이 환하게 밝혀진 책상 위로 즐비하게 놓인 액자들.

겹겹이 쌓이듯 놓여진 액자들 중에는 유권명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사진도 있었다.

사진 안에 자리한 젊은 유권명은 양손으로 아이의 머리를 잡고 있다. 부친에게 머리를 잡혀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표정으로 사진에 남아있는 남자아이를 잠시간 쳐다보고 있던 소장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날세. 그래. 오랜만이야.”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부족한 글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다리신 분들께 많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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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본 헌터스(Bone Hunters) 4 +16 18.06.05 39,433 860 10쪽
18 본 헌터스(Bone Hunters) 3 +19 18.06.04 39,282 812 13쪽
17 본 헌터스(Bone Hunters) 2 +24 18.06.02 40,334 846 14쪽
16 본 헌터스(Bone Hunters) 1 +19 18.05.31 41,607 890 15쪽
15 다섯 번째 헌터시험 5 +23 18.05.29 41,332 907 12쪽
14 다섯 번째 헌터시험 4 +24 18.05.28 40,900 878 9쪽
13 다섯 번째 헌터시험 3 +24 18.05.23 40,815 870 11쪽
12 다섯 번째 헌터시험 2 +16 18.05.22 41,824 853 13쪽
11 다섯 번째 헌터시험 1 +38 18.05.21 42,914 886 11쪽
10 과거의 정리 4 +43 18.05.17 42,345 900 10쪽
9 과거의 정리 3 +24 18.05.16 42,177 96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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