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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원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헌터의 보편적인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사천원
그림/삽화
사천원
작품등록일 :
2018.05.14 05:22
최근연재일 :
2018.08.04 19:0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392,458
추천수 :
30,098
글자수 :
210,944

작성
18.05.28 11:57
조회
40,899
추천
878
글자
9쪽

다섯 번째 헌터시험 4

DUMMY

14조 시험관이었던 윤수일은 잠깐 사이에 몇 년은 늙은 듯한 기분이었다. 시험 중 벌어진 이변에 대해 상부에 보고를 해야 했고 함께 있던 참관인까지 대대적인 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마가 끼었지. 마가 끼었어.”


근데 그 사람은 왜 그런 거지?

시험관은 조금 전 만난 조사관을 떠올렸다. 깡패처럼 험상궂게 생긴 남자는 그에게 유성진과 관련해 여러 가지 사실을 함구할 것을 강요하며 말했다.


‘아직 어린 친구인데 신변이 노출되지 않도록 신경 좀 써주시죠.’


말이 부탁이지 사실상 명령이나 마찬가지.

이번 시험의 참가자인 유성진은 여러모로 수수께끼가 많은 인물이었다.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조천수의 정체를 알아차린 것도, 계획된 범행을 막고 차도희가 중독된 사실을 제일 먼저 알아낸 것도 그였다.


‘만일 그 녀석이 없었더라면, 당신들 모두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을 겁니다.’


시험관은 흠칫하여 고개를 내저었다. 사실인지 여부는 모르지만 남자의 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섬찟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아이고. 이거 윤 사무관님. 오랜만입니다.”


잠깐 발을 멈춘 사이 낯익은 사내가 그를 보고 환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관리용 웃음을 남발하는 사내는 백룡 길드의 사무장이다.


냄새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맡는군.


공단 본부에서 메이저 길드의 사무장을 보는 것이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헌터의 권리가 신장되면서 헌터 및 클랜의 이익을 추구하는 길드 역시 우후죽순으로 많이 생겨났다.

길드는 개인, 기업, 정부의 의뢰를 받고 소속 헌터들과의 조율을 통해 계약을 성사시키고 수수료를 받는다. 그리고 던전. 정부로부터 소유권이 이전된 민간소유의 던전 임대, 매매 등 계약도 길드가 하는 일이다. 서울에만 삼십개가 넘는 길드가 있고 국내에 등록된 업체만 해도 총 300 군데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차원사업 자체가 워낙 덩치가 크다 보니 달려드는 업자들이 많은 탓이다.

그 중에서도 백룡길드는 국내에서 십대 길드로 꼽히는 메이저 길드. 그곳의 사무장은 현재의 윤수일이 기피해야 할 대상 1호였다.


“올해 시험 응시생들은 어떻습니까? 듣자 하니 이번 시험은 좀 특별했다는 것 같던데요.”

“네. 뭐. 이번에도 우수한 참가자들이 많았습니다.”


최대한 사무적인 어조로 답하고 서둘러 걸음을 재촉하는데, 백룡의 사무장이 그의 앞으로 달려들어 그의 손에 있는 서류철을 슬쩍 곁눈질하며 말했다.


“보고서···? 무슨 보고할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

“뭘 함부로 보고 그럽니까!”


윤수일이 펄쩍 뛰며 화를 내자, 사무장은 유들유들한 얼굴에 묘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에이. 그러지 마시고 소스 좀 주시죠. 분위기가 제법 쎄한 게 뭔가 일이 있어 보이는데.”

“일은 무슨, 큰일날 소리 말고 가던 길이나 가시죠.”


진드기처럼 달라붙는 사내를 따돌리기 위해 윤사무관은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멀어져 가는 그를 지켜보는 백룡 사무장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수상한데···.”




그 시각 공단 본부에서는 중요 실무진들이 모인 가운데 긴급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래서 차도희가 정말 중독이 되었다는 말인가?”

“예. 조금만 늦었어도 굉장히 위험할 뻔 했답니다.”


화면 속 인물에게 답하는 실무관리처장의 얼굴에 식은 땀이 흘렀다. 공단시험 조직위원회 의장 강인호는 대단한 거물이다. 한국 각성자 연맹의 의장인 동시에 차기 대권주자로 당선이 확실시 되는 정치적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정말 큰일이 날 뻔 했군요.”


강인호 의장의 말에 다른 화면에 자리한 조직위원회 위원들 모두 제각기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이상상황이 발생한 시점에서 14조의 시험관이 비상지원을 요청, 지원인력의 도움으로 무사히 시험이 종료되었으나, 본부 병동으로 이송된 차도희의 상태가 문제였다. 다행히 지금은 상태가 안정되었다지만, B급 능력자인 차씨 남매를 제거하려는 불순한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에 이들 모두는 대단히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21세기 초, 전 범세계적인 재난상황에서 통일국가를 이룩한 대한민국은 글로벌 강국으로서 대단한 위상을 누리고 있다. 빅7이라 불리는 걸출한 초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성공신화고 그들이 존재하기에 국가적 위상마저 높아지게 되는 것. 능력자들의 최상위급인 A급 헌터의 존재가치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사례다.


그렇기에 세계의 각 국가들은 능력자들의 인적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조기 능력검사를 시행하고 소양 적성을 가진 아이들을 국가차원에서 보호, 양성에 주력하고 있는데, 그런 판국에 대외적으로 주목 받는 공사 주관의 헌터 시험에서 국가유망주가 암살이라도 당해보라. 일이 어떻게 되겠는가? 대외적 망신은 물론이고 국가적 체면마저 땅바닥에 떨어질 일이었다.

어쩌면 그것이 목적이었을 수도.


“구체적인 사안은 차후 종합 보고를 통해서 결정하도록 하고 지금으로선 일의 마무리가 우선입니다. 남은 최종평가까지 조용히 마무리 될 수 있도록 보안 철저히 유지해주시고 각 부서에서도 최대한 협력해주시길 바랍니다.”


강인호 의장의 제안에 12인의 위원들 모두 의견을 같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새하얀 벽과 천장으로 둘러싸인 밀폐된 공간. 창문도 없는 그곳에 던전에서 나온 14조의 인원이 격리되어 있었다. 안선영, 권형식, 유성진. 세 사람이다.


“하아. 전화도 안되고 지루하네.”


안선영이 시계를 쳐다보며 궁시렁 거렸다. 오후 4:45분. 벽면에 붙어있는 [보안][기밀] 마크 표시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이 방에서는 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된다는 뜻이다.


“우리 음악이나 들을 까요.”


형식이 틀어놓은 음악은 오펜바흐의 뱃노래. 조용히 노래를 듣고 있던 선영이 형식의 취향을 칭찬했다.


“정말 좋은데요. 형식씨.”

“마음을 안정시키고 싶을 때 듣는 노래에요. 듣고 있으면 왠지 기분이 편해지는 것 같아서.”


형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선영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그나저나 오늘 정말 스펙타클하지 않았어요?”

“···그죠. 스펙타클 했죠.”


“오빠한테 차도희 만났다고 자랑할 생각이었는데, 킬러니 암살이니···휴, 잘하면 우리 뉴스에 나가는 거 아니에요?”

“뉴스에는 못나갈 거 같은데요. 아까 그 사람들이 각서도 받아갔잖아요···.”


본부로 오는 길에 다른 사람들의 접근을 차단하듯 겹겹이 안전요원들에게 둘러싸여 이동했고 방에 들어서자 마자 비밀유지 각서에 서명을 받았다.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기밀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었다.


“아. 그랬지.”

“뭐 좋은 일은 아니니까요.”

“근데 그 조천수라는 사람을 성진이가 잡았다면서요. 킬러치고는 너무 허접한 거 아니에요?”

“아니에요! 성진이가 얼마나 대단했는데요!”


형식이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그러자 선영이 당황스런 기색으로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오해하지 말아요. 형식씨. 킬러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같은 게 있잖아요? 근데 성진이한테 잡혔다고 하니까 왠지 우스운 느낌이 들어서 말이에요.”


“···그리 허접한 놈 같지는 않았는데.”


억울한 표정의 형식이 작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안선영은 당시 괴수를 상대하고 있었기에 자세한 상황은 알지 못했다. 그저 D급인 유성진이 잡았으니까 킬러도 D급 이하라는 식으로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 놈 허접한 놈 맞아.”


돌연 들려온 성진의 목소리에 선영과 형식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이제 좀 괜찮아?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더 자도 돼. 성진아.”


방에 들어오자 마자 성진은 줄곧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자고 있는 것으로 오해한 두 사람은 걱정스럽게 성진을 쳐다보고 있었다.


“잔 거 아니에요.”

“그럼 뭐했는데?”

“그냥 생각을 좀 하느라고요.”


둘러대듯 말한 성진이 안선영에게 물었다.


“천지인 클랜은 길드 어디 이용하고 있어요?”

“우리? 창천길드랑 수호자 길드. 아 가끔 해모수 쪽 일도 하는 것 같더라. 그런데 그건 왜?”

“전부 그리 큰 곳은 아니네요?”

“창천 길드엔 작은 아버지가 있고, 수호자는 클랜 사람의 동기가 있어. 뭐 그런 식의 연줄 연줄로 이어지는 거지.”


선영의 말을 들은 성진은 입을 다물었다.

지금까지 그는 건물 내의 동향을 살피고 있었다. 닫힌 공간이라고 해서 그에게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다 백룡 길드의 인물을 발견하고 해묵은 옛 생각이 난 것이다.

백룡길드는 악연이었다. 지난 시간 속에서 대기업의 사주를 받아 던전 레벨을 조작하는 음모를 꾸민 곳이 바로 백룡길드였다. 그 결과로 그의 아버지가 죽고 부친의 정예멤버들 또한 목숨을 잃었다.

아직 일어난 일도 아니고 차후 어떤 변수가 생길 지도 모르지만, 그가 방관하고 있다면 머잖아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백룡길드. 결코 가만히 두고 보지만은 않으리라.

속으로 이를 가는 성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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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신입 헌터 3 +27 18.06.12 38,831 817 13쪽
21 신입 헌터 2 +19 18.06.09 39,743 807 13쪽
20 신입 헌터 1 +17 18.06.07 40,887 870 15쪽
19 본 헌터스(Bone Hunters) 4 +16 18.06.05 39,432 860 10쪽
18 본 헌터스(Bone Hunters) 3 +19 18.06.04 39,282 812 13쪽
17 본 헌터스(Bone Hunters) 2 +24 18.06.02 40,334 846 14쪽
16 본 헌터스(Bone Hunters) 1 +19 18.05.31 41,607 890 15쪽
15 다섯 번째 헌터시험 5 +23 18.05.29 41,332 907 12쪽
» 다섯 번째 헌터시험 4 +24 18.05.28 40,900 878 9쪽
13 다섯 번째 헌터시험 3 +24 18.05.23 40,815 870 11쪽
12 다섯 번째 헌터시험 2 +16 18.05.22 41,824 853 13쪽
11 다섯 번째 헌터시험 1 +38 18.05.21 42,914 886 11쪽
10 과거의 정리 4 +43 18.05.17 42,345 900 10쪽
9 과거의 정리 3 +24 18.05.16 42,177 962 9쪽
8 과거의 정리 2 +26 18.05.16 42,681 92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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